버스에서 노래하는 마음

 


  언제 한 번 시외버스에서 아이들한테 노래를 불러 주는 젊은 어머니를 본 적 있습니다. 그 뒤나 그 앞으로나 아이들한테 노래를 불러 주면서 몇 시간 걸리는 시외버스, 또는 기차에서 차근차근 아이들 달래려는 어버이를 좀처럼 못 봅니다.


  아무래도 어른도 힘드니까 아이들 달래려는 마음을 못 품을 수 있구나 싶어요. 그런데, 몇 시간 달리는 길이라면, 어른은 어찌저찌 서서 가더라도 아이를 세워서 가지 못해요. 어른은 배가 고파도 참을 수 있다지만, 아이들 배를 곯리면서 다니는 일이란 참 못할 일입니다.


  그런데 힘들고 배고픈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고운 목소리 뽑아 나긋나긋 즐겁게 노래를 불러 주는 이 있으면, 아이들은 힘겨움과 배고픈을 이내 잊어요. 아름다운 노래에 빠져들면서 즐겁게 놀 생각을 품어요.


  아이들을 재우려고 부르는 노래라 한다면, 조용하며 느린 노래라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꿈속에서 기쁘게 날아다니도록 북돋울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자장노래가 된다고 느껴요. 이쁘장한 노랫말이나 빠른 가락이어야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쓴 노랫말과 빚은 가락이 어우러질 때에 아이들은 좋아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시외버스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즐겁게 나들이를 다니고 싶어서, 또 시외버스가 재미없으니, 기쁨과 재미를 찾으려고 노래를 부릅니다. 어른들은 텔레비전과 손전화에 빠지느라 아이들 노래를 못마땅해 합니다. 그러나, 뭐 어쩌겠어요. 어른이 아이한테 맞추어야지, 아이가 어른한테 맞추는가요? 돈있는 사람이 돈없는 사람한테 맞추어야지, 돈없는 사람이 돈있는 사람한테 맞추는가요? 젊은이가 늙은이한테 맞추어야지, 늙은이가 젊은이한테 맞추는가요? 숲을 살펴 숲에 살아가는 사람이 될 때에 아름답습니다. 사람에 맞추어 숲을 밀거나 줄이거나 없애면, 사람 스스로도 살아갈 길이 없습니다.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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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일기》를 읽는 마음

 


  이오덕 님 일기를 다 읽은 사람은 이제 세 사람이 되리라 봅니다. 첫째, 이오덕 님 큰아들. 둘째, 나. 셋째, 《이오덕 일기》를 펴낸 출판사 편집자. 이오덕 님이 쓴 일기를 죽 살피면, 수많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크게 가르자면, ‘사람을 마주한 이야기’와 ‘숲을 마주한 이야기’로 살필 만한데, 사람을 마주하면서 겪고 느낀 이야기는 당신이 숨을 거두는 날까지 뒤바뀝니다. 처음에는 아름답구나 싶던 사람이라 여겼으나, 이윽고 꿍꿍셈을 느끼고, 비로소 속셈을 알아차립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사람이었으나, 나중에는 아름다운 빛을 알아봅니다. 겉으로 볼 때와 속으로 살필 때에 얼마나 다른 사람인가를 깨닫는 대목도 많아요. 2013년 6월에 다섯 권으로 간추려서 나온 《이오덕 일기》에는 이 같은 이야기까지 담기지 않습니다. 출판사 편집자가 몹시 마음을 기울여 이런 대목을 잘 덜어냈다고 할 만합니다. 왜냐하면, 이오덕 님이 당신 일기에서 밝힌 ‘속이 검은 사람’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서 큰자리 차지하며 일하기도 하고, 어떤 단체를 이끌기도 하며, 여러 아이 어버이로 살아가기도 해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하나둘 숨을 거두어 이오덕 님이 가신 하늘나라로 간다면, 그러니까 앞으로 쉰 해쯤 뒤인 2063년 즈음에는 “이오덕 일기 모두” 온누리에 선보일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나는 이오덕 님 일기를 통째로 다 읽은 첫 사람입니다. 이번에 다섯 권으로 묶어서 나온 《이오덕 일기》를 새삼스레 읽으며, 처음 이오덕 님 일기를 이녁 서재 한쪽 종이상자에서 찾아내어 하나하나 손으로 쓰다듬으며 읽던 일을 떠올립니다. 2003년 9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이오덕 님 글과 책 갈무리하는 일을 맡았는데, 이오덕 님 묵은 글(원고)을 만질 적에는 늘 흰장갑을 꼈습니다. 내 손그림(지문)이 묻을까 싶어, 흰장갑 낀 채 살살 넘겼어요. 수십 해 쌓인 책먼지와 원고지먼지가 방에 그득하기에 한겨울에도 창문은 몽땅 열고 물안경을 꼈으며 입가리개를 했어요. 충북 충주 무너미마을에서 찬바람에 벌벌 떨고 손가락이 얼어붙었지만, 씩씩하게 글과 책을 살펴서 가리고 나누었습니다. 내 몸이야 이불을 덮으면 곧 녹지만, 묵은 원고종이와 책은 잘못 만지거나 다루면 돌이킬 수 없을 뿐 아니라, 묵은 먼지와 곰팡이는 털고 닦고 말려야 했어요. 볕이 드는 아침부터 해가 떨어지는 저녁까지 원고종이와 책을 밖에 내놓아 말려서 다시 안으로 들이는 일을 참 오래도록 되풀이했습니다.


  《이오덕 일기》에 나오는 이오덕 님 삶은 이녁 한 사람 삶이면서, 우리들 삶입니다. 이오덕 님 일기를 한 줄 두 줄 읽는 동안, 저절로 내 삶이 떠오릅니다. 이오덕 님이 만난 사람을 헤아리고, 이오덕 님이 한 일을 되짚으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을 생각하고, 내가 하는 일을 곱씹습니다. 일기문학이란 이렇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이오덕 님이 마흔두 해에 걸쳐 꾸준하게 쓴 일기는 이렇게 우리한테 고운 선물이 되는구나 하고 깨우칩니다.


  《이오덕 일기》가 나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라, 이오덕 님은 이녁 일기가 책으로 나오기를 바라셨습니다. 당신 큰아들한테도 이 말을 곧잘 했고, 이런 이야기를 당신 스스로 더러 써 놓기도 했습니다. 이오덕 님은 어느 한두 사람을 해코지하거나 나무라려고 ‘일기 공개’를 바라지 않았습니다. 허물이야 이오덕 님 당신 스스로한테도 많다고 일기에 잇달아 적어요. 서로서로 삶을 보고 삶을 사랑하며 삶을 꿈꾸자는 뜻에서 당신 일기를 사람들한테 읽히며 나누기를 바랐어요. 어제 일은 어제대로 돌아보면서 오늘 일을 새롭게 일구고 모레와 글피에 찾아올 아름다운 꿈을 꾸자는 뜻을 늘 이야기했어요.


  어떤 이들은 이오덕 님이 ‘젊은 사람을 너무 비판한다’고 싫어합니다. 그런데, 이오덕 님은 젊은 사람이고 늙은 사람이고 ‘비판하지 않았’어요. 저마다 이녁 삶을 밝히는 길을 찾아서 함께하고 싶어 했어요. 잘하는 일은 잘하는 일이라 말하고, 잘못하는 일은 잘못하는 일이라 말할 뿐이었어요. 잘하는 일은 앞으로도 잘하면 되고, 잘못하는 일은 이제부터 바로잡으면 될 뿐이에요. 무슨 말인가 하면, 스스로 잘못하는 일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 이들이 이오덕 님을 바라보며 ‘비판쟁이 할아범’이라고 뒤에서 쑥덕쑥덕 호박씨를 까요.


  나는 이오덕 님 일기를 조그마한 수첩으로 읽을 적이든, 예쁘장하게 나온 다섯 권짜리 책으로 읽을 적이든, 마음이 더없이 푸근하며 즐겁습니다. 좋은 말벗이나 삶벗으로 스며드는 이야기라고 느낍니다. 살가운 벗을 떠올려 보셔요. 살가운 벗은 밥자리이든 술자리이든, 여느 이야기자리이든, 그야말로 허물없이 말을 해요. “너 말이야, 그건 좀 아니지 않아?” 하고. 정희성 님이 새내기 시인이었을 적에 쓴 시에 이녁 동무한테 “개새끼”라고 했다는 말을 잇달아 적어요.


  푼더분하고 수수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새겨들으라 하는 꾸짖음이 아니라 알아들으라 하는 속삭임입니다.


  《이오덕 일기》 다섯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은 분은 알아챌 텐데, 이오덕 님은 스스로 다짐한 일을 잘 못 지킵니다. 애써 다짐했지만 막상 몸으로 못 옮기기 일쑤입니다. 마음과 달리 몸으로 못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모두 스스럼없이 일기에 밝혀요.


  이 나라 사람들 모두, 저마다 살아가는 자리에서 사랑을 꿈꿀 수 있기를 빌어요. 도시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돈을 많이 벌든 돈을 조금 벌든, 서로서로 아끼고 믿고 기대며 활짝 웃는 삶을 노래할 수 있기를 빌어요. 《이오덕 일기》 다섯 권을 새삼스레 읽으면서 꼭 한 가지를 헤아립니다. 즐겁게 써서 남기는 일기문학이란, 바로 ‘삶노래’로구나 싶어요. 삶노래는 사랑노래 되고, 사랑노래는 꿈노래가 됩니다. 4346.7.1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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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10 10:20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드디어 <이오덕 일기>세트 주문했습니다. ^^
저녁에는 이 고운 책을 펼쳐볼 수 있겠지요~
쌩스투~ㅎㅎ

숲노래 2013-07-10 11:44   좋아요 0 | URL
큰 책 장만하시는군요!
즐겁게 차근차근 아름다운 이야기 누리시기를 빌어요~~~ ^__^
 

풀밭을 걷는 마음

 


  어린 나날 돌아보면, 풀밭을 헤치며 걸은 적이 거의 없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는 동안 내가 밟을 풀밭이란 참말 어디에도 없습니다. 골목 한켠 시멘트나 아스팔트 깨진 자리에 들풀이 씨앗을 내려 자라기는 하지만, 이런 자리라 하더라도 풀을 밟을 일 없어요. 억지로 풀을 마구 밟지 않습니다.


  흙으로 된 학교 운동장은 워낙 많은 아이들이 곳곳을 밟고 뛰어노니 풀이 자를 틈 없습니다. 풀포기 조금 자랄라치면 어느새 어른들이 아이들 시켜 풀을 뽑도록 합니다. 도시에서 꽃밭이나 텃밭을 일군다 하더라도 어른들은 ‘어른 스스로 심은 푸성귀 씨앗이나 꽃 씨앗’이 아니라면, 다른 풀은 모조리 뽑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수백 수천 수만 가지 온갖 풀을 만날 자리가 없어요.


  논에는 벼만 자랄 수 없습니다. 밭에는 배추나 무나 당근이나 오이만 자랄 수 없습니다. 콩밭이나 고추밭에 콩이나 고추만 자랄 수 없어요. 다른 풀이 돋습니다. 아니, 모든 풀이 돋습니다. 저마다 다른 풀이 저마다 다른 날과 철에 맞추어 하나둘 돋아 해바라기를 하며 자랍니다.


  이 지구별에 온갖 사람이 살아갑니다. 아니, 이 사람도 살고 저 사람도 살아요. 이러한 꿈 품은 이러한 길 걷는 사람 있고, 저러한 꿈 빛내고픈 저러한 길 일구는 사람 있어요. 모든 풀은 저마다 사랑스럽고, 모든 사람은 저마다 살갑습니다. 모든 풀은 저마다 푸른 빛깔과 내음을 베풀고, 모든 사람은 저마다 맑은 이야기와 노래를 베풀어요.


  풀밭을 걷습니다. 이 풀 저 풀 스스럼없이 자란 풀밭을 걷습니다. 풀밭을 걷다가 살짝 발걸음 멈춥니다. 종아리와 발목을 스치는 풀을 내려다봅니다. 풀밭을 아이들과 걸어가며 생각합니다. 풀밭 한켠에 풀개구리 깃들어 풀노래 부르고, 풀밭 한쪽에 풀벌레 살아가며 풀노래 들려줍니다. 우리들은 이곳 풀밭에서 어떤 풀노래를 부르면서 풀살이를 할 때에 아름다울까요. 4346.7.3.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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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마음

 


  큰아이와 글씨쓰기 놀이를 합니다. 여섯 살 큰아이한테 글공부 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섯 살 큰아이가 한글을 하나둘 스스로 익혀 혼자서 즐기고픈 만화책이나 그림책에 나오는 글월 잘 읽어내어 맛볼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여섯 살 큰아이는 공책을 펼쳐 글씨쓰기 놀이를 할 적에 두 바닥만 쓰고, 세 바닥이나 네 바닥까지 나아가지 않습니다. “네 이 녀석, 만화영화 볼 적에는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넋을 놓잖아!” 하고 핀잔을 하면 싱긋 웃습니다. 그래, 네가 가장 좋아하거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곳에 그렇게 넋을 놓듯 빠져들 테지.


  큰아이는 공책 한켠에 어느새 그림을 그립니다. 아마, 글씨 따라 그리기보다 혼자 마음껏 그리는 그림이 훨씬 즐거울는지 몰라요. 아니, 그렇겠지요. 글씨를 쓰자는 공책에 글씨 아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물끄러미 바라볼 뿐 아니라 사진으로도 찍습니다. 그림을 다 그리면 공책에 그림이 고스란히 남지만, 그림을 그리는 흐름을 사진으로 찍어 어찌저찌 손을 놀리며 차근차근 그림이 이루어지는가를 살핍니다.

  모든 일은 놀이요, 모든 글쓰기도 놀이이며, 모든 그림그리기도 놀이라고 언제나 새삼스레 느낍니다. 아이들한테는 글쓰기도 그림그리기도 사진찍기도 가르칠 까닭 없습니다. 어른 스스로 글과 그림과 사진을 즐기면 될 뿐입니다. 어른 스스로 글과 그림과 사진을 즐기는 모습을 아이 곁에서 보여주면, 아이는 아이 깜냥껏 스스로 빛내고픈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나아갑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곁에서 나도 그림을 그려요. 아이가 뛰노는 곁에서 나도 뛰놀아요. 아이가 노래를 부르는 곁에서 나도 노래를 불러요.


  먼먼 옛날부터 학교라는 데는 따로 짓지 않아요. 집이 바로 학교이니까요. 먼먼 옛날부터 교사를 따로 두지 않아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바로 교사이니까요. 먼먼 옛날부터 굳이 나무를 베어 책을 만들지 않아요. 숲과 풀과 나무가 바로 책이니까요. 4346.6.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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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배우는 마음

 


  지난 유월 십이일에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공부하러 간 옆지기한테서 유월 이십일에 전화 옵니다. 어제도 전화 한 통 왔어요. 오늘 유월 이십일로 이달 공부는 끝났는데 이듬달 칠월에 또 한 차례 있고, 그 다음달 팔월에 다시 한 차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나한테 물었어요. 처음 미국으로 갈 적에 옆지기한테 한 말을 다시 합니다. 해야 하고 할 만한 몸(체력)이 되면 여러 달 있어도 되니까, 있을 만하면 더 있으라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열흘만데 다시 가야 하면 비행기삯 카드로 긁어도 많이 벅차니, 그곳에서 알바 자리라도 찾아보라고.


  오늘 옆지기는 그동안 머물 곳을 찾았다면서, 미국에 있는 사촌동생(촌수가 맞나?) 집으로 왔다고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칠월과 팔월에 미국에서 공부를 더 할 생각이며, 나더러 여권 만들어 놓고, 때 맞추어 아이들과 함께 찾아오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도 여권을 만들어야 할까 생각하다가, 나는 그만두기로 생각합니다. 나는 한국에서도 가까운 순천조차 굳이 나가고 싶지 않고, 부산이든 인천이든 서울이든, 꼭 가야 하는 볼일 아니면 애써 움직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조용히 아이들과 놀고 싶어요. 아이들 모두 재운 새벽에 글을 쓰고, 아침에 아이들 먹인 뒤 살짝 쉬었다가, 자전거를 타든 두 다리로 걷든 마실을 다니며, 그러고서 작은아이 낮잠을 재우면서 나도 함께 자고, 이때에 큰아이도 졸립다 하면 함께 재우지요.


  여섯 살 세 살 아이 둘 데리고 열일곱 시간 넘게 걸리는 하늘길을 가 볼까 싶기도 하지만, 한번에 날아가는 길도 아니고, 일본에서 한 번 쉬었다 간다는데, 한국에서 기차나 시외버스 타고 움직이는 마실길 아닌 먼 미국까지 가자니 살짝 엄두가 안 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그 먼 마실길 다녀오면 새롭게 보고 느끼며 깨닫는 이야기 많겠지요.


  마당에 천막을 칩니다. 엊저녁부터 비가 개며 마당이 많이 마릅니다. 후박나무 그늘에 천막을 치고 싶지만, 나무그늘 밑은 아직 다 안 마릅니다. 평상 옆에 천막을 칩니다. 작은아이는 아버지가 무얼 하는지 일찌감치 알아채며 맨발로 마당으로 내려와 빙그레 웃습니다. 마루에 앉아 만화책 보는 큰아이한테 마당 한번 보라 하니 싱긋 웃으면서 동생처럼 맨발로 천막으로 들어갑니다.


  아이들 어머니는 앞으로 두 달 더 씩씩하게 공부를 할 테지요. 아이들 아버지는 앞으로 두 달 더 다부지게 아이들과 뒹굴며 뛰놀겠지요. 서로서로 좋은 마음 배우면서 하루를 잘 누리겠지요.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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