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4) 했으면 하는 바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했으면 합니다

→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 -하기를 바랍니다

 …



  ‘하다’라는 낱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널리 씁니다. 요즈음 흔히 나타나는 말투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꼴에서 ‘했으면’ 자리에 넣은 ‘하다’는 “어떠하게 되도록 움직이거나 이끌다”를 뜻하고, ‘하는’ 자리에 넣은 ‘하다’는 “어떻게 되기를 바라다”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는 “했으면 바라는 바람입니다”라든지 “했으면 하고 합니다”처럼 엉뚱하게 쓰는 겹말입니다. ‘하는’과 ‘바람’이 같은 뜻이니까요.


  이리하여, 이 말투는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에서 ‘하고’는 ‘했으면’을 받는 구실을 합니다. “나는 ‘좋아’ 하고 말했습니다” 같은 글월에 넣은 ‘하고’와 같은 구실이에요.


  그리고, “-했으면 합니다”나 “-하기를 바랍니다”로 바로잡을 수 있어요. 이때에는 말끝에 ‘바라다’를 그대로 적거나, ‘바라다’를 뜻하는 ‘하다’만 넣은 셈입니다.


 올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올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 올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 올해에는 모든 일이 잘 되었으면 합니다

 기쁘게 잔치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기쁘게 잔치를 하기를 바랍니다

→ 기쁘게 잔치를 했으면 하고 바랍니다

→ 기쁘게 잔치를 했으면 합니다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투를 누가 언제 어디에서 처음으로 썼는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이 말투를 방송이나 신문에서 매우 자주 씁니다. 학교나 공공기관에서도 인사말로 이러한 말투를 으레 씁니다. 이 말투가 올바르지 않거나 잘못된 줄 못 깨닫기 때문일 텐데, 앞으로는 슬기롭고 알맞게 다스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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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19] 튿다, 튿어지다



  나는 어릴 적부터 ‘튿다’와 ‘튿어지다’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내 둘레 어른이나 아이 모두 이러한 말을 썼어요. 그런데, 학교에만 가면 표준말로 ‘뜯다·뜯어지다’만 나옵니다. 우리가 입으로 말을 할 적에는 괜찮지만, 받아쓰기를 하거나 글을 쓸 적에 ‘튿다·튿어지다’라 적으면 언제나 ‘틀렸다’고 가르쳤습니다. 한국말사전을 보아도 ‘튿다’라는 낱말을 올림말로 다루지 않습니다. 그러나 ‘튿다’는 고장말입니다. 그러니까, 서울말이나 표준말은 아닐는지 모르나, 고장에 따라서 쓰는 낱말입니다. 서울에서 다루는 표준 맞춤법에서는 ‘튿어지다 (x) 뜯어지다 (o)’로 가를 수 있을 테지만, 사람들이 저마다 제 삶자리에서 쓰는 말을 살피면, 섣불리 ‘x o’로 가를 수 없다고 느낍니다. 우리는 말을 주고받는 사람이지, 어떤 틀에 스스로 가두어 표준이 되어야 하지 않으니까요. 아무래도 공문서라든지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표준말만 써야 한다고 하면서, ‘뜯다·뜯어지다’만 옳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나, 표준말은 틀에 박힌 굳은 말일 수 없습니다. 한국말은 센말과 여린말로 나누어 함께 쓰는 말결이 아름다운 말입니다. ‘튿다/뜯다’를 얼마든지 함께 쓸 수 있고, ‘튿어지다/뜯어지다’도 얼마든지 나란히 쓸 수 있습니다. 두 말을 골고루 쓸 때에 한국말이 한결 보드랍고 부드러우면서 넉넉하게 빛나리라 생각합니다. 4348.3.4.물.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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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넋·삶 27 ‘조바심’과 ‘두려움’



  어떤 일을 서두르려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 서두르려 할까요? 서두르지 않으면 일이 안 되리라 여기니까 서두릅니다. 그러면, 서두르면 일이 될까요? 서두르기에 일이 잘 될까요? 네, 서두를 때에 일이 될 수 있고, 서두르기에 일이 잘 될 수 있어요. 때에 따라 다릅니다. 빠르게 움직이기에 일이 될 수 있고, 찬찬히 움직이면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두른 탓에 일이 안 될 수 있지요. 너무 빠르게 움직인 나머지 일이 엉클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일을 할 적에 서두르거나 늑장을 부리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모든 몸짓은 우리가 하려는 일에 알맞게 흐릅니다. 그래서, 서두른다면 서두르는 몸짓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으면 되고, 늑장을 부릴 적에도 늑장을 부리는 몸짓을 가만히 살펴볼 수 있으면 됩니다. 다만, 두 가지 마음이 깃들지 않을 수 있어야 합니다. 첫째, ‘조바심’입니다. 둘째, ‘두려움’입니다.


  ‘조바심’은 지레 걱정을 담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아직 하지 않았고, 아직 움직이지 않았으나, 먼저 걱정이나 근심을 담는 마음이 바로 ‘조바심’입니다. 비슷한 말로 ‘조마거리다·오마조마하다·조마조마하다’가 있습니다. 이 세 낱말은 마음을 졸이거나 태우면서 흔들거리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벌벌 떠는 모습을 가리킨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은 떨리는 마음을 가리킵니다. 마음이 왜 떨릴까요? 잘못될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떨립니다. 왜 잘못될까 하고 생각할까요? 스스로 믿지 못하기 때문이요, 스스로 믿지 못하는 까닭은 내가 나를 스스로 바라볼 줄 모르기 때문이요, 내가 나를 차분히 마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나를 모르기에 나를 믿지 못하며, 내가 나를 알려고 하지 않으니 자꾸 잘못되겠거니 하고 지레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까, ‘조바심’은 걱정과 근심을 끌어들이는 마음입니다. 이리하여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스스로 흔들거리거나 벌벌 떱니다. ‘두려움’은 잘못을 스스로 생각해서 짓는 마음입니다. 아무도 아무 말을 안 했고, 아무도 아무 짓을 안 했으나, 그저 스스로 믿지 못하는 바보스럽거나 어리석은 마음이 되어 스스로 잘못을 저지르거나 무너집니다.


  조바심을 내는 사람은 아무 일을 못 합니다. 두려움을 품는 사람은 아무 일을 안 합니다. 조바심을 내기에 스스로 흔들거리거나 떨다가 무너집니다. 두려움을 품기에 스스로 못 믿고 스스로 풀 길을 바라보지 않다가 어느새 스스로 무너집니다.


  무너지는 모습은 두 가지이지만, ‘무너졌다’는 대목에서는 두 가지가 같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도 두 가지 있다고 할 만합니다. 첫째, 내 마음에 걱정과 근심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무너질 일이 없습니다. 둘째, 내 마음에 잘못되겠거니 하는 생각을 심지 않으면 무너질 까닭이 없습니다.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다스릴 적에 기쁘거나 즐거울까요? 나는 내 삶을 어떻게 바라볼 적에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요? 나는 내 삶을 어떻게 짓거나 가꿀 적에 꿈을 이룰까요? 바로 ‘조바심(걱정·근심)’과 ‘두려움(잘못)’이 아니라 ‘사랑’과 ‘꿈’을 생각하고 품으면서 보듬을 노릇입니다. 4348.2.24.불.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람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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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99) -에게로 1


이런 공해 화학물질은 동물의 지방층에 축적되어 있다가 여러 경로를 통하여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한 사람에게로 모이게 된다. 나중에는 모유에 농축되어 태반을 거쳐 태아에게도 건너간다

《조셉 젠킨스/이재성 옮김-똥 살리기 땅 살리기》(녹색평론사,2004) 22쪽


 사람에게로 모이게 된다

→ 사람한테 모인다

→ 사람한테 모이고 만다

 …



  ‘-에게로’라는 토씨는 ‘-에게 + -로’로 엮었다고 합니다. 한국말사전에 이 토씨가 올림말로 나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보기글도 싣습니다. 이 토씨는 적잖은 사람들이 쓴 글을 거쳐서 널리 퍼집니다. 대중노래에서도 이 토씨를 흔히 붙이고, 시나 소설에서도 이 토씨를 퍽 자주 씁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보기글은 다섯 가지입니다. ‘-에게로/-한테로’를 붙인 글월인데, 이 글월에서 ‘-로’를 덜고 곰곰이 살펴봅니다. ‘-에게로/-한테로’와 ‘-에게/-한테’는 느낌이나 뜻이 어떻게 얼마나 달라질까요?


 갑자기 모두의 관심이 나에게로 쏟아졌다

→ 갑자기 모든 눈길이 나에게 쏟아졌다

 이 행운이 누구에게로 갈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 이 행운이 누구에게 갈는지 자못 궁금하다

 책임은 그 둘에게로 돌아갔다

→ 책임은 그 둘에게 돌아갔다

 그 책임이 누구한테로 돌아갈까

→ 그 책임이 누구한테 돌아갈까

 모두들 그 사람한테로 몰려들었다

→ 모두들 그 사람한테 몰려들었다


  어른문학을 하는 이들이 으레 “너에게로 가는 길”처럼 글을 쓰지만, “너에게 가는 길”하고 다를 대목이란 없습니다. 참말 아무것도 안 다릅니다. 다시 말하자면, ‘-에게/-한테’에 ‘-로’를 붙이면 군더더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토씨 ‘-에게로/-한테로’는 일본 말투입니다. ‘-에로(에 + 로)’도 ‘-에게로(에게 + 로)’도 한국 말투가 아니고, 한국 토씨가 아닙니다.


  일본 말투이든 아니든 쓰고 싶다면 쓸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영어나 독일말이나 프랑스말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굳이 비틀어서 써야 할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슬기롭게 밝혀서 쓰는 길을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4337.3.23.불/4348.2.25.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런 공해 화학물질은 동물 지방층에 쌓이다가 여러 길을 거쳐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사람한테 모인다. 나중에는 어미젖에 쌓여 태반을 거쳐 뱃속 아기한테도 건너간다


“동물의 지방층에 축적(蓄積)되어 있다가”는 “동물마다 지방층에 쌓였다가”나 “동물 지방층에 쌓였다가”로 다듬고, “여러 경로(經路)를 통(通)하여”는 “여러 길을 거쳐”로 다듬으며, ‘위치(位置)한’은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모이게 된다”는 “모인다”로 손질하고, ‘모유(母乳)’는 ‘어미젖’이나 ‘엄마젖’이나 ‘어머니젖’으로 손질하고, ‘농축(濃縮)되어’는 ‘쌓여’로 손질합니다. ‘태아(胎兒)에게도’는 ‘뱃속 아기에게도’로 손봅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379) -에게로 3


장터에서 / 흥정 끝에 / 200만 원 돈 뭉치가 / 오고가더니, // 태백산 골짜기 / 할아버지에게로 / 팔려 넘어갔다

《김녹촌-태백산 품 속에서》(웅진,1985) 20쪽


 할아버지에게로 팔려 넘어갔다

→ 할아버지에게 팔려 넘어갔다

→ 할아버지한테 팔려 넘어갔다

 …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나한테 줄 수 있니?” “너한테 줄까?” “응, 나한테 주라.” “그래, 너한테 줄게. 자, 이 장난감 비행기가 너한테 간다.”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씨에서 ‘-로’가 들러붙는 ‘-에게로/-한테로’는 없습니다. 먼 옛날부터 ‘-에게로/-한테로’ 같은 말씨는 없습니다. 그저 ‘-에게/-한테’를 쓸 뿐입니다.


  어른이 읽는 시를 쓰든, 어린이가 읽는 시를 쓰든, 우리 어른은 어떤 말씨와 말투로 시를 쓰는지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린이한테 물려줄 만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말마디로 엮는 구슬 같은 글을 쓰도록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4337.12.13.달/4348.3.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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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433) -에게로 4


시선은 여전히 소년에게로 돌리지 않는다

《시게마츠 기요시/오유리 옮김-안녕 기요시코》(양철북,2003) 198쪽


 시선은 여전히 소년에게로 돌리지 않는다

→ 눈길은 그대로 소년에게 돌리지 않는다

→ 눈길은 아직 소년한테 돌리지 않는다

→ 눈길은 아까대로 소년 쪽으로 돌리지 않는다

 …



  공이 굴러갑니다. 나한테 굴러오다가 너한테 굴러갑니다. 바람이 붑니다. 바람은 내 쪽으로 불다가 네 쪽으로 붑니다. ‘소년’이라는 낱말만 쓴다면 ‘-한테’나 ‘-에게’를 붙입니다. ‘소년 쪽’처럼 쓴다면 ‘-으로’를 붙입니다. 한국말에서 토씨는 이와 같이 붙이면 됩니다. 4338.9.9.쇠/4348.3.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눈길은 아직 소년한테 돌리지 않는다


‘시선(視線)’은 ‘눈길’로 손질하고, ‘여전(如前)히’는 ‘그대로’나 ‘아직’으로 손질합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53) -에게로 5


온라인에서 창출되고 있는 부는 비단 제국의 소유주들에게로 갈 뿐 아니라, 제국에 팔린 신진 유망 기업 소유주에게도 흘러간다

《로버트 맥체스니/전규찬 옮김-디지털 디스커넥트》(삼천리,2014) 245쪽


 소유주들에게로 갈 뿐 아니라

→ 소유주들에게 갈 뿐 아니라

→ 소유주들한테 갈 뿐 아니라

 …



  이 보기글을 찬찬히 살피면, 사람들 스스로 제대로 못 쓰다가도 제대로 쓰는 말투를 읽을 만합니다. 앞쪽에서는 ‘소유주들에게로’처럼 적으면서, 뒤쪽에서는 ‘소유주에게도’처럼 적습니다. 앞에서는 ‘-에게로’로 쓰지만, 뒤에서는 ‘-에게’로 씁니다. 이 대목에서 얄궂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무딘 셈입니다. 앞이나 뒤나 모두 ‘-에게’로 쓰면 될 뿐입니다. 4348.3.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누리그물에서 빚는 돈은 오직 제국 소유주들한테 갈 뿐 아니라, 제국에 팔린 새로 뜨는 기업 소유주한테도 흘러간다


‘온라인(on-line)’은 ‘누리그물’로 다듬고, “창출(創出)되고 있는 부(富)”는 “빚는 돈”이나 “나오는 돈”으로 다듬으며, ‘비단(非但)’은 ‘오직’이나 ‘그저’로 다듬습니다. “제국의 소유주(所有主)”는 “제국 소유주”나 “제국을 거머쥔 사람”이나 “제국을 가진 쪽”으로 손보고, “신진(新進) 유망(有望) 기업”은 “새로 뜨는 기업”으로 손봅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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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16) -의 : 본가의 장남


내 이름인 종원은 본가의 장남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백종원-조선 사람》(삼천리,2012) 113쪽


 본가의 장남이라는 뜻

→ 본가에서 장남이라는 뜻

→ 본가에서 맏아들이라는 뜻

→ 집안에서 맏아들이라는 뜻

 …



  말투는 말버릇입니다. 말버릇은 버릇으로 굳은 말이기에, 삶으로 굳은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삶으로 굳은 말이란 늘 듣거나 쓰면서 어느 한 사람한테 익숙한 결입니다. 그래서, 어느 말투를 놓고 좋거나 나쁘다고 가를 수 없습니다. 다만, 어느 말투는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슬기롭게 주고받는 결이라고 여길 수 있고, 어느 말투는 바깥말에 휩쓸리거나 휘둘리면서 물든 결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가장 힘센 아이”처럼 쓰는 한국 말투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투가 일제강점기 언저리부터 “마을‘의’ 가장 힘센 아이” 같은 말투로 차츰 바뀌었습니다. “우리 집 귀염둥이”나 “우리 집에서 귀염둥이”처럼 오랫동안 쓰던 말투가 요즈음에는 “우리 집‘의’ 귀염둥이”처럼 ‘-의’를 넣어야 되는 줄 여기는 말투로 조금씩 바뀌기도 합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에서’라는 토씨를 넣어야 알맞으나, ‘-의’를 넣습니다. 재일조선인이 쓴 글인 터라, 일본에서 다른 일본말에 많이 휩쓸리거나 젖어들었기 때문일까요. 사람들이 퍽 널리 쓰는 말투라 한다면 ‘사회에서 널리 쓰는 말투’는 될는지 모르나, 옳거나 바르거나 알맞거나 슬기롭거나 사랑스럽게 쓰는 말투는 아닙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에서 널리 쓰는 말투’로 굳거나 퍼지더라도, ‘한국말은 아닌’ 셈입니다. 옳거니 그르거니 따지려는 말투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사람으로서 쓸 만한 말투’인가 아닌가를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삶이 녹아들어서 흐르는 말투인가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4348.3.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내 이름인 종원은 집안에서 맏아들이라는 뜻이다


‘본가(本家)’는 그대로 쓸 수 있을 테지만 ‘집안’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장남(長男)’은 ‘맏아들’로 손질하고, “뜻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나 “뜻한다”로 손질합니다.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18) -의 : 엄마의 한숨 소리


등을 돌리고 있지만 엄마의 한숨 소리가 우리한테까지 다 들렸다

《황선미-나온의 숨어 있는 방》(창비,2006) 9쪽


 엄마의 한숨 소리가

→ 엄마 한숨 소리가

→ 어머니가 한숨 쉬는 소리가

→ 어머니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



  누구나 한숨을 쉽니다. 아기도 한숨을 쉴 수 있습니다. 크게 몰아서 쉬는 숨이 한숨이기 때문입니다. 아기가 한숨을 쉬면 “아기 한숨 소리”입니다. ‘-의’를 사이에 넣을 까닭이 없습니다. 사이에 아무것이 없어서 허전하다고 여긴다면, “아기가 한숨 쉬는 소리”처럼 쓰면 됩니다. 4348.3.4.물.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등을 돌렸지만 어머니가 한숨 쉬는 소리가 우리한테까지 다 들렸다


“돌리고 있지만”은 “돌리지만”이나 “돌렸지만”으로 다듬습니다. ‘엄마’는 아기가 쓰는 말이니, ‘어머니’로 바로잡습니다.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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