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93] 긴네모 배추



  배춧잎을 작게 썹니다. 아이들이 한입에 먹을 만하도록 작게 썹니다. 작게 썬 배추를 작은 접시에 담아 밥상에 올립니다. 된장을 젓가락으로 살짝 떼어 작은 배춧잎에 얹어 작은아이와 큰아이한테 하나씩 건넵니다. 작게 썬 배춧잎을 받은 큰아이가 문득 “긴네모네.” 하고 한 마디를 합니다. “그렇구나. 배추가 긴네모 모양이로구나.” 가만히 보니, 배춧잎을 길쭉한 네모 모양으로 잘라서 접시에 담았군요. 큰아이 말을 들은 뒤 곰곰이 생각합니다. 다음에 배추를 반듯한 네모 모양으로 썰어서 접시에 담으면 어떤 모양이라고 말할까요? 일곱 살 아이는 그때에 ‘바른네모’를 떠올릴 수 있을까요? 오늘날 여느 어른들은 길쭉한 네모 모양으로 썰거나 자른 것을 보면 어떤 이름을 맨 먼저 떠올릴까요? 4347.11.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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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21) 많다 → 잦다


그 뒤로 늘 링거액을 맞으면서 휠체어에 앉아서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일이 많았다 … 다섯 명의 연주는 맞추어졌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금세 음과 박자를 놓쳐 둔탁한 소리를 내는 일이 많았다

《후쿠다 다카히로/이경옥 옮김-이 멋진 세상에 태어나》(다림,2008) 83, 95쪽


 눈을 감고 있는 일이 많았다

→ 눈을 감는 일이 잦았다

→ 눈을 으레 감았다

 소리를 내는 일이 많았다

→ 소리를 내는 일이 잦았다

→ 소리를 자주 냈다

→ 소리를 자꾸 냈다

→ 소리를 자꾸 내고는 했다

 …



  교통사고가 자주 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으레 “사고 많은 곳”이라는 푯말이 섭니다. 왜 이렇게 잘못 쓸까요? 게다가 아직도 이런 잘못된 말투를 뿌리뽑지 못합니다. 요즈음은 ‘많은’이 아니라 ‘잦은’으로 올바로 쓰는 사람이 부쩍 늘었으나, 아직까지 ‘많은’으로 잘못 쓰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사고다발지역

 다발(多發) : 많이 발생함

   - 사고 다발 지역


  한국말사전에서 한자말 ‘다발’을 찾아보면, “많이 발생함”으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말사전부터 낱말풀이를 엉터리로 했기 때문에 공공기관에서 푯말을 세울 적에 엉터리로 세우고 만 셈입니다.


  지난날에는 일본 한자말로 ‘사고다발지역’이라고 적은 푯말을 세웠습니다. 한자로 ‘事故多發地域’으로 적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푯말을 한자로 적어서 세우면 얼마나 잘 알아볼 만할까요? 못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을 테지요. 그래서, ‘事故多發地域’을 한글로 ‘사고다발지역’으로 바꾸었는데, 이렇게 바꾸었어도 못 알아보는 사람이 아주 많았습니다. 이리하여 공공기관에서는 이 푯말을 다시 ‘사고 많은 지역’이나 ‘사고 많은 곳’으로 고쳤어요. 왜냐하면, 한국말사전에서 ‘다발’이라는 한자말을 “많이 발생함”으로 풀이했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부터 스며들어 퍼진 일본 한자말을 털어내려고 애쓴 자국은 반갑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한자말을 한국말사전에서 슬기롭게 고치거나 바로잡거나 가다듬지 못했습니다. 사고가 난 횟수를 세면서 ‘많다·적다’를 쓸 수 있습니다만, 푯말은 ‘사고가 난 횟수가 많은 곳’에 세우지 않아요. 사고가 난 횟수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사고가 잇달아 자주 있는 곳’에 푯말을 세웁니다. 이리하여, 공공기관에서 세울 푯말은 ‘사고 잦은 곳’으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사고가 자주 있는 곳”이나 “사고가 자꾸 터지는 곳”을 가리키려는 푯말이기 때문입니다.


 사고 잦은 곳

 사고 자주 나는 곳

 사고 자꾸 나는 곳

 사고 잇달아 나는 곳


  보기글은 “눈을 감는 일이 많다”와 “소리를 내는 일이 많다”로 적습니다. ‘잦다’로 적거나 ‘자주’나 ‘자꾸’를 넣어야 할 자리에 ‘많다’를 씁니다. 보기글이 실린 책은 일본 청소년문학입니다. 일본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이처럼 잘못 적습니다. 일본말사전 말풀이에서도 잘못 적기 때문에 이렇게 잘못 옮길 수 있고, 일본사람이 쓰는 일본 한자말을 한국말로 어설피 옮긴 탓에 이처럼 잘못 적을 수 있습니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 뒤로 늘 링거액을 맞으면서 휠체어에 앉아서 고단한 모습으로 눈을 지그시 감으시고는 했다 … 다섯 사람 연주는 맞추었지만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금세 흐름과 가락을 놓쳐 거친 소리를 자꾸 냈다


한자말 ‘피곤(疲困)’은 “몸이나 마음이 지치어 고달픔”을 뜻한다고 합니다. 보기글에 나오는 “피곤에 지친”은 겹말입니다. “고단한 모습으로”나 “지친 모습으로”로 손질합니다. “감고 있는”은 “감는”으로 손보고, “다섯 명(名)의 연주”는 “다섯 사람 연주”로 손보며, ‘맞추어졌지만’은 ‘맞추었지만’으로 손봅니다. ‘방심(放心)하면’은 ‘마음을 놓으면’으로 다듬고, “음(音)과 박자(拍子)”는 “소리와 가락”이나 “흐름과 가락”으로 다듬으며, ‘둔탁(鈍濁)한’은 ‘거친’이나 ‘투박한’으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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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825) 험하다險 1


내 딸이 이렇게 험하게 말했으면 아빠로서 당장 가만 두고 보지 않았을 거야

《이어달리기》(길찾기,2006) 18쪽


 이렇게 험하게 말했으면

→ 이렇게 막되게 말했으면

→ 이렇게 함부로 말했으면

→ 이렇게 마구 말했으면

→ 이렇게 거칠게 말했으면

 …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險하다’는 모두 일곱 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두루 쓰는 낱말이라 여길 수 있지만, 여러모로 쓰는 한국말을 짓누르거나 밀어내면서 마구 쓰는 낱말이라 여길 수 있습니다.


 험한 골짜기 → 가파른 골짜기 . 거친 골짜기

 험한 지역 → 가파른 곳 . 거친 곳

 험한 얼굴 → 못난 얼굴 . 궂은 얼굴 . 거친 얼굴

 손이 험하다 → 손이 거칠다 . 손이 투박하다


  길이 거칠기에 ‘거칠다’고 말합니다. 길이 가파르기에 ‘가파르다’고 말합니다. 길이 비탈이 지면 ‘비탈지다’라 말합니다. 있는 그대로 말합니다. 얼굴도 손도 우리가 바라보거나 느끼는 대로 말합니다.


 날씨가 험하다 → 날씨가 궂다 . 날씨가 나쁘다

 분위기가 험하여 → 분위기가 안 좋아 . 분위기가 차가워

 말투가 험하다 → 말투가 거칠다 . 말투가 막되다

 차를 험하게 몰다 → 차를 마구 몰다 . 차를 거칠게 몰다


  날씨를 말하건, 흐름을 말하건, 말투를 말하건 모두 같습니다. 느낌을 고스란히 살려서 말하면 됩니다. 어떠한 모습인지 찬찬히 살펴서 말하면 됩니다.


  분위기는 안 좋을 수 있고, 나쁠 수 있으며, 차갑거나 썰렁할 수 있습니다. 말투는 거칠 수 있고, 막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를 거칠게 몰거나, 함부로 몰거나, 마구 모는 사람이 있어요. 아무렇게나 몬다든지 이리저리 몬다고 할 만합니다. 엉터리로 몬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험한 음식 → 너절한 음식 . 후줄그레한 음식

 험한 차림새 → 후줄그레한 차림새 . 너절한 차림새

 험한 농사일 → 고된 농사일 . 벅찬 농사일 . 힘든 농사일

 험한 일 → 거친 일 . 힘겨운 일

 험한 꼴 → 끔찍한 꼴 . 모진 꼴


  외마디 한자말 ‘험하다’를 굳이 쓰고 싶다면 쓸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자말을 자꾸 쓰기 때문에, 때와 곳에 맞게 골고루 쓰던 한국말이 차츰 밀려나거나 잊힙니다.


  ‘험하다’ 같은 낱말을 쓴다고 해서, 더 많은 말을 더 널리 쓴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바깥말을 들여오기 때문에 더 많은 말이 잊히거나 사라집니다. 이런 바깥말 때문에 한국말은 설 자리를 빼앗길 뿐 아니라, 골고루 쓰던 온갖 말이 제자리를 잃고 흔들립니다. 4340.2.13.불/4347.11.1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내 딸이 이렇게 막되게 말했으면 아버지로서 그 자리에서 가만 두고 보지 않아


‘당장(當場)’은 ‘그 자리에서’나 ‘바로’로 다듬고, “두고 보지 않았을 거야”는 “두고 보지 않아”나 “두고 보지 않았어”로 다듬습니다.



험하다(險-)

1. 땅의 형세가 발을 디디기 어려울 만큼 사납고 가파르다

   - 험한 골짜기 / 험한 지역 / 길이 멀고 험하다

2. 생김새나 나타난 모양이 보기 싫게 험상스럽다

   - 험한 얼굴 / 험한 인상 / 그녀는 일을 많이 하여 손이 험하다

3. 어떠한 상태나 움직이는 형세가 위태롭다

   - 날씨가 험하다 / 분위기가 험하여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4. 말이나 행동 따위가 막되다

   - 말투가 험하다 / 차를 험하게 몰다 / 동생은 입을 험하게 놀린다

5. 먹거나 입는 것 따위가 거칠고 너절하다

   - 험한 음식 / 험한 차림새 / 농구화는 닳을 대로 닳아 걸레쪽처럼 험했다

6. 일 따위가 거칠고 힘에 겹다

   - 험한 농사일 / 그녀는 험한 일을 많이 겪어 나이보다 늙어 보인다

7. 매우 비참하다

   - 험한 꼴을 당하다 / 이렇게 험하게 뜯기고 살아서야 어디 그것을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976) 험하다險 2


남한 사람들이 우리 함경도 땅을 산세가 험한 곳으로 연상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겠다

《김병걸-실패한 인생 실패한 문학》(창작과비평사,1994) 11쪽


 산세가 험한 곳

→ 멧줄기가 거친 곳

→ 멧자락이 가파른 곳

→ 멧골이 깎아지른 곳

 …



  높다른 멧줄기가 이어지면, 이곳에는 골짜기가 지고, 골짜기는 거칠거나 가파르거나 깎아지를 수 있습니다. 비탈이 지면서 거친 길이 있고, 가파르거나 깎아지른 모습을 둘레에서 쉬 찾아볼 수 있습니다. 4340.10.7.해/4347.11.1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남한 사람들이 우리 함경도 땅을 멧자락이 거친 곳으로 떠올리는 까닭도 마땅하다 하겠다


‘함경도 지역(地域)’이 아닌 ‘함경도 땅’으로 적으니 반갑습니다. ‘산세(山勢)’는 ‘멧줄기’나 ‘멧자락’으로 손보고, ‘연상(聯想)하는’은 ‘떠올리는’으로 손보며, ‘당연(當然)하다’는 ‘마땅하다’로 손봅니다.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5) 험하다險 3


우리 또래라면 아직 앞날이 창창한데, 그토록 험한 일을 당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니 말이야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18쪽


 그토록 험한 일을 당하고

→ 그토록 몹쓸 일을 겪고

→ 그토록 끔찍한 일을 겪고

→ 그토록 아픈 일을 겪고

→ 그토록 슬픈 일을 겪고

→ 그토록 모진 일을 겪고

 …



  일본군 위안부가 된 이들은 어떤 일을 겪었다고 할 만한지 돌아봅니다. 끔찍한 일이겠지요. 몹쓸 일입니다. 모진 일입니다. 아픈 일입니다. 슬픈 일입니다. 그야말로 궂은 일입니다.


  끔찍한 일이기에 ‘끔찍하다’고 말합니다. 몹쓸 일이기에 ‘몹쓸’ 일이라고 말합니다. 슬픈 일이기에 ‘슬픈’ 일이라고 말합니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우리 또래라면 아직 앞날이 훤한데, 그토록 아픈 일을 겪고 슬프게 죽었다니 말이야


‘창창(蒼蒼)한데’는 ‘밝은데’나 ‘환한데’나 ‘훤한데’나 ‘푸른데’로 다듬습니다. “일을 당(當)하고”는 “일을 겪고”로 손보고, “비참(悲慘)한 최후(最後)를 맞았다니”는 “슬프고 끔찍하게 죽었다니”나 “슬프게 죽었다니”나 “슬프고 끔찍하게 목숨을 잃었다니”로 손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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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없애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434) 응분의 1


노 대통령은 이어 “인권위 권고에 따라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서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절차를 거쳐서 국가가 배상을 하도록 하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 않도록 한 번 더 다짐하고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의신문〉 2005.12.27.


 응분의 책임을 지우고

→ 이에 걸맞은 책임을 지우고

→ 마땅한 책임을 지우고

→ 제대로 책임을 지우고

→ 이에 따르는 책임을 지우고

 …



  한자말 ‘응분(應分)’은 “알맞음”을 뜻합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한국말은 ‘알맞다’인데, 사람들이 한국말을 안 쓰고 자꾸 한자말을 빌어서 쓴다는 소리입니다. 더군다나, 한자말 ‘응분’은 ‘응분하다’처럼 쓰지 않아요. 언제나 ‘-의’를 붙여서 씁니다. 오롯이 일본 말투요 일본 한자말입니다. 한국말이라면 언제나 ‘-의’를 붙이면서 쓸 일이 없습니다. 어느 자리에든 ‘-의’를 붙이는 “응분의 (무엇)”과 같은 말투는 모두 털거나 씻어야 올바릅니다.


 응분의 대가

→ 제값

 응분의 기여를 하다

→ 제몫을 하다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

→ 마땅한 조치를 해야 할 의무

→ 이에 걸맞은 조치를 해야 할 의무

 각기 응분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 모두 이에 맞게 애써야 하지 않나

→ 저마다 올바로 힘써야 하지 않나


  한국말을 알맞게 쓰기를 바랍니다. 한국말을 올바로 쓰기를 바랍니다. 한국말을 제대로 쓰고, 슬기롭게 쓰며, 마땅히 쓰기를 바랍니다. 4338.12.27.불/4347.11.1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노 대통령은 이어 “인권위 권고에 따라 정부는 책임자를 가려내서 제대로 책임을 지우고, 피해자들한테는 여러모로 살펴서 나라가 값을 치르도록 하겠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한 번 더 다짐하고 가르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에 대(對)해서는”은 “피해자들한테는”으로 손보고, “적절(適切)한 절차(節次)를 거쳐서”는 “알맞게”나 “여러모로 살펴서”로 손보며, “국가(國家)가 배상(賠償)을 하도록”은 “나라가 값을 치르도록”으로 손봅니다. “발생(發生) 않도록”은 “일어나지 않도록”이나 “터지지 않도록”이나 “생기지 않도록”으로 손질하고, ‘교육(敎育)하겠다’는 ‘가르치겠다’나 ‘이끌겠다’로 손질합니다.



응분(應分) : (주로 ‘응분의’ 꼴로 쓰여) 어떠한 분수나 정도에 알맞음

   - 응분의 대가 / 응분의 기여를 하다 /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 /

     각기 응분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96) 응분의 2


이제 노년기에 접어든 ‘위안부’ 여성들 한 명 한 명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응분의 보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160쪽


 응분의 보상을 해야

→ 제대로 죄값을 치러야

→ 톡톡히 죄값을 치러야

→ 마땅히 값을 치러야

→ 이에 맞게 값을 치러야

 …



  일본 제국주의 권력자가 전쟁을 일으키면서 저지른 짓이 있습니다. 이때에 저지른 잘못에 맞게 값을 치러야 한다고 밝히는 글월입니다. ‘잘못에 맞게’ 값을 치를 일이고, ‘잘못에 따라’ 값을 치를 노릇입니다. 값을 치르는 일을 가리키니 ‘톡톡히’ 값을 치르거나 ‘제대로’ 값을 치러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제 늘그막에 접어든 ‘위안부’ 할머니 한 분 한분한테 참답게 잘못을 빌고 제대로 죄값을 치러야 합니다


‘노년기(老年期)’는 ‘늘그막’으로 손보고, “여성(女性)들 한 명(名) 한 명(名)에게”는 “할머니 한 분 한 분한테”로 손봅니다. ‘진정(眞正)으로’는 ‘참으로’나 ‘참답게’로 손질하고, “용서(容恕)를 구(求)하고”는 “잘못을 빌고”나 “고개를 숙이고”로 손질하며, “보상(補償)을 해야 할 것입니다”는 “죄값을 치러야 합니다”나 “값을 치러야 합니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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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말도 익혀야지

 (1020) 너무


아기 탄생 축하해. 사진 봤어. 너무 귀엽더라. 아이는 이름 그대로 한일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라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229쪽


 너무 귀엽더라

→ 참 귀엽더라

→ 아주 귀엽더라

→ 대단히 귀엽더라

→ 그야말로 귀엽더라

 …



  ‘너무’는 어떤 자리에 쓰는 낱말일까 생각해 봅니다. 외따로 ‘너무’로도 쓰지만, ‘너무하다’ 꼴로도 씁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라고만 풀이를 하고, 이 낱말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써야 올바른지는 다루지 않습니다. “너무 크다”라든지 “너무 빨리 달리다” 같은 보기글을 싣지만, 이러한 보기글에서 어떻게 뻗어야 하는가를 알려주지 못합니다.


  ‘너무하다’ 뜻풀이를 보면, “비위에 거슬리는 말이나 행동을 도에 지나치게 하다”로도 쓴다고 나옵니다. 이러한 뜻을 살피면, ‘너무’는 아무 자리에나 쓸 수 없는 낱말인 줄 조금 헤아릴 만할까요. “너무 작네”라든지 “너무 늦었어”라 말할 적에 어떤 느낌일까요? “아주 작네”라든지 “아주 늦었어”라 말할 적에는 어떤 느낌인가요?


 너는 오늘 매우 늦었구나

 너는 오늘 너무 늦었구나


  늦은 모습을 가리키면서 ‘매우’나 ‘몹시’나 ‘퍽’이나 ‘꽤’나 ‘아주’를 넣으면, 다른 느낌은 없이 ‘많이 늦다’를 힘주어 말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너무’를 넣으면, 늦은 모습을 나무라는 느낌을 나타냅니다.


 무척 배불러서 더 못 먹어요 (?)

 너무 배불러서 더 못 먹어요 (o)


  배가 많이 부르다고 할 적에 “무척 배불러서 더 못 먹어요” 꼴로 말하는 일은 드뭅니다. 아니, 이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무척 배불러요.”처럼 쓸 뿐입니다. “배불러서 더 못 먹어요”라 말할 적에는 어느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만큼보다 더 먹었다는 뜻이고, 이러한 자리에 ‘너무’를 넣을 수 있습니다. “무척 배부르구나”라 할 적에는 배가 많이 부르다는 뜻과 느낌만 나타내고, “너무 배부르구나”라 할 적에는 지나치게 먹어서 배가 많이 부르다는 뜻과 느낌을 나타냅니다.


  이리하여, “너무 귀엽더라”라 말한다면, 귀엽기는 한데 못마땅하다 싶도록 귀엽다는 뜻이 됩니다. 이를테면, 샘이 난다든지 골이 나는 느낌을 나타낸다고 할 만합니다. “너 말이야, 오늘 너무 예쁘잖니?” 하고 말한다면, 다른 사람은 예쁘게 안 보일 만큼 혼자 지나치게 예쁘다는 뜻과 느낌입니다. “오늘 몹시 예쁘구나” 하고 말한다면, 여느 때에도 예쁘지만, 오늘은 더욱 예쁘다는 느낌을 나타냅니다.


 너무 좋아

 너무 기뻐


  요즈음 “너무 좋아”나 “너무 기뻐”처럼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이 무척 많이 늘었습니다. 이러한 말을 쓸 수도 있습니다만, 때와 곳을 가려서 써야 합니다. “너무 좋아”나 “너무 기뻐”는 반가움이나 고마움이나 좋음이나 기쁨하고는 동떨어지는 이야기를 밝히는 자리를 가리킵니다. “갈 길이 너무 멀구나”라든지 “너무 높아서 못 올라가겠어”처럼 써야 알맞습니다. 그러니까, “너무 좋아”라 말한다면, 마음속으로는 좋다고 느끼지 않지만 비아냥거리거나 투덜거리는 말씨입니다. “너무 기뻐”라 말한다면, 마음으로는 안 기쁘지만 입으로만 기쁜 척하는 말씨입니다.


  ‘너무’는 ‘너무하다’ 꼴로도 씁니다. ‘너무’라는 낱말을 어느 자리에 써야 할는지 헷갈린다면, ‘너무하다’를 넣으면 한결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네가 한 짓은 너무하지 않니

 너무한다 싶도록 나를 괴롭히는구나

 나를 깔보다니 너무하네요


  갓 태어난 아기가 귀엽다면 “참 귀엽더라”라든지 “대단히 귀엽더라”처럼 말해야 올바릅니다. 아기가 귀엽지 않다고 느낀다면 “너무 귀엽더라”처럼 말하면 됩니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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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기 축하해. 사진 봤어. 참 귀엽더라. 아이는 이름 그대로 한일 두 나라를 잇는 다리 같은 사람으로 크길 바라


“아기 탄생(誕生) 축하(祝賀)해”는 “갓 태어난 아기 축하해”나 “아기가 태어났다니 기뻐”로 손질합니다. “한일 간(間)의 가교(架橋) 역할(役割)을 하는”은 “한일 두 나라를 잇는 다리 같은”이나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 같은”으로 손보고, ‘성장(成長)하길’은 ‘크길’이나 ‘자라길’로 손봅니다. ‘가교’나 ‘역할’은 일본 한자말이고, ‘성장’도 일본사람이 아주 흔히 쓰는 한자말입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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