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133) -화化 109 : 진화 1


이처럼 아이들이 놀이에 몰두하게 되면 놀이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진화하게 마련이다

《편해문-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소나무,2007) 239쪽


 진화하게 마련이다

→ 나아지게 마련이다

→ 달라지게 마련이다

→ 거듭나게 마련이다

→ 새로워지게 마련이다

 …



  차츰 발돋움하는 일을 한자로 적으면 ‘나아지다(進) + 되다(化)’입니다. “나아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말로 적자면, 말 그대로 ‘발돋움하다’입니다. 또는 ‘나아지다’이고요. 한결 나아지는 일은 ‘거듭나’거나 ‘새로워지’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에서 저 모습으로 옮아 가는 만큼 ‘달라지다’나 ‘바뀌다’라는 낱말로 가리킬 수 있습니다.


 오랜 진화를 거친 것이다

→ 오랫동안 발돋움해 왔다

→ 오랫동안 거듭났다

 생물체의 진화 과정을

→ 생물체가 발돋움한 발자취를

→ 생물체가 새로워진 발자취를


  한국사람은 아직 한국말로 생물학을 다루지 못합니다. 어쩌는 수 없이 ‘진화론’이라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생물학을 일구는 분들이 맨 처음부터 ‘발돋움’ 같은 낱말로 이녁 학문을 펼쳤으면, ‘발돋움 이야기’쯤으로 말할 수 있을 테고, ‘거듭나다’ 같은 낱말로 이녁 학문을 펼쳤으면, ‘거듭나는 이야기’쯤으로 말할 수 있을 테지요.


  이제 와서 이렇게 쓰기란 꿈조차 꾸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먼먼 뒷날에는 아주 다른 말마디를 새롭게 일구어 나눌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먼먼 뒷날에는 몹시 살가우며 손쉬울 낱말이 아닌 영어로 탈바꿈할는지 모르지요.


  그러고 보니, 한국말사전에서는 ‘진화’라는 한자말을 풀이하면서 ‘발달(發達)’이라는 한자말을 더 씁니다. ‘발달’은 “무럭무럭 자람”이나 “차츰 커짐”을 뜻합니다. 그래서 “점점 발달하여 감”처럼 적으면 올바르지 않습니다. “점점 점점 커짐”이라 적바림한 셈이니까요. 그나저나, 한국말사전에서 ‘점점(漸漸)’이라는 한자말까지 쓰는데, 한국말은 ‘차츰’입니다. 한국말사전에서 토박이말 ‘차츰’을 찾아보면 “차츰 = 차차”로 풀이를 하더군요. ‘차차(次次)’ 또한 살가이 나눌 한국말이 아닙니다. ‘次次’와 ‘漸漸’과 ‘漸次’는 모두 똑같은 한자말이면서, 일제강점기 즈음부터 이 땅에 파고든 얄궂은 낱말입니다. 우리가 알뜰살뜰 나눌 낱말은 ‘차츰’이랑 ‘조금씩’이랑 ‘꾸준히’랑 ‘자꾸’랑 ‘하나하나’랑 ‘차근차근’입니다.


  낱말을 하나하나 곰곰이 새기면서 말투를 하나하나 차분히 가다듬을 줄 아는 매무새를 기르지 않고서야 말이고 글이고 옳게 가누기 어렵습니다. 낱말을 하나부터 차근차근 되짚으면서 말투를 하나하나 알맞게 추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1.6.10.불/4343.12.4.흙/4348.1.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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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이들이 놀이에 빠져들면 놀이 또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워지게 마련이다


‘몰두(沒頭)하게’는 ‘빠져들게’나 ‘파고들게’나 ‘푹 빠지게’로 다듬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놀이에 신나게 빠져들면”이나 “아이들이 놀이에 흠뻑 빠져들면”이나 “아이들이 놀이를 신나게 즐기면”쯤으로 다듬을 때에 한결 낫다 할 수 있습니다.



진화(進化)

1. 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하여 감

   - 오늘날 우리가 쓰는 달력은 오랜 진화를 거친 것이다

2. [생물] 생물이 외계(外界)의 영향과 내부의 발전에 의하여 간단한 구조에서 복잡한 구조로, 하등(下等)한 것에서 고등(高等)한 것으로 발전하는 일

   - 진화 경로 / 진화 경향 / 진화를 겪다 / 생물체의 진화 과정을 규명하다


..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94) -화化 194 : 진화 2


생물 집단들은 생태계에서 서서히 자리를 잡고 느린 속도로 계속 진화해 갑니다

《얀 리고/이충호 옮김-바다가 아파요》(두레아이들,2015) 13쪽


 계속 진화해 갑니다

→ 꾸준히 거듭납니다

→ 차츰 발돋움합니다

→ 차근차근 나아갑니다

→ 늘 새롭게 태어납니다

 …



  풀도 나무도, 벌레도 짐승도, 물고기도 사람도, 언제나 새롭게 태어납니다. 참말 새롭게 태어납니다. 날마다 새로 일어나서 새로 자랍니다. 우리는 모두 차츰 발돋움하는 숨결입니다. 꾸준히 거듭나는 바람과 같으며, 차근차근 나아가는 멋진 이웃입니다. 다 함께 자라고, 다 같이 어우러집니다. 4348.1.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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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목숨은 이 별에서 천천히 자리를 잡고 느리게 꾸준히 거듭납니다


“생물(生物) 집단(集團)들은”은 “뭇목숨은”으로 손보고 ‘생태계(生態系)에서’는 ‘이 별에서’로 손봅니다. ‘서서(徐徐)히’는 ‘천천히’로 손질하고, “느린 속도(速度)로”는 “느리게”로 손질하며, ‘계속(繼續)’은 ‘꾸준히’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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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처럼 2015-01-28 15:49   좋아요 0 | URL
배우고 갑니다. 이녁 학문에서 이녁은 무엇을 뜻하는건가요?

숲노래 2015-01-28 20:40   좋아요 1 | URL
한자말 `당신`이 `이녁`을 한자말로 옮긴 낱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또는 `너`나 `그대`를 뜻하는 오래된 한국말이라 할 수 있고요.

민들레처럼 2015-01-28 21:54   좋아요 0 | URL
그럼 이녁 학문을 펼쳤으면 이란 뜻은 그대가 학문을 펼쳤으면 하는 뜻인가요? 너, 그대보다 높인 말인가요? 어른들에게도 쓸 수 있는 말인가요?

숲노래 2015-01-28 22:41   좋아요 1 | URL
`이녁`은 평상말입니다. 아이들끼리는 안 쓰지만, `철이 든 어른`이 되면 누구나 으레 쓰는 말이고, 높임도 낮춤도 없이 쓰는 말이에요. ˝이녁 학문을 펼쳤으면˝은 그냥 이대로입니다. `그대가`처럼 `-가`를 붙이지 안으면 됩니다.

민들레처럼 2015-01-28 22:5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

숲노래 2015-01-29 09:15   좋아요 1 | URL
예부터 우리가 다 알던 말인데
도시문명이 갑자기 불거지면서
이 모든 말이
죄다 흩어지고 사라졌어요.
찬찬히 생각을 기울이시면
잊은 말이 다 떠오르리라 느껴요~

민들레처럼 2015-01-29 09:24   좋아요 0 | URL
안 써본 말들이 많아 찬찬히 애써 공부도 해야할 것 같아요. ^^

숲노래 2015-01-29 15:14   좋아요 0 | URL
아직 낯선 말일 수 있지만
새로운 말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즐겁게 배우면서 멋지게
하나씩 맞아들일 만하리라 느껴요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55) 의존


즉 모든 동물과 식물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균형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얀 리고/이충호 옮김-바다가 아파요》(두레아이들,2015) 13쪽


 동물과 식물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균형에 의존해

→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있는 고요한 실타래에 따라

→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고요히 얽힌 그물에 맞추어

→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고요히 어우러진 사슬로 얽혀

→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촘촘히 엮인 거미줄에 따라

 …



  지구별에 있는 모든 목숨은 서로 얽힙니다. 이를 놓고 ‘사슬’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슬이라고 말할 적에는 ‘먹이사슬’로 이어집니다. 때로는 ‘거미줄’에 빗대기도 합니다. 뭇 목숨이 촘촘히 엮었기에 거미줄이라 할 만합니다. 때에 따라 ‘그물’이라고 합니다. 거미줄이나 그물이나 촘촘하거나 꼼꼼하게 얽힌 모습을 나타냅니다.


  사슬이나 거미줄이나 그물은 잘 엮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잘 엮인 모습을 놓고 ‘어우러지다’나 ‘어울리다’라는 낱말로 가리키고, 이를 한자말로 옮기면 ‘균형’입니다.


 부모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좋지 않다

→ 부모한테 지나치게 기대면 좋지 않다

→ 어버이한테 너무 기대면 좋지 않다

 인간의 행동은 환경에 의존되어 있다

→ 사람은 환경에 기대어 행동한다

→ 사람은 환경에 맞추어 움직인다

→ 사람은 둘레 터전에 따라 산다

 경력 사원의 선발이 단순히 외국어 실력에만 의존돼서는 안 된다

→ 경력 사원을 뽑을 때는 그저 외국어 솜씨만 보아서는 안 된다

→ 경력 사원은 그저 외국말 솜씨로만 뽑을 수 없다

→ 경력 사원은 한낱 외국말 솜씨만 보고 뽑을 수 없다


  한자말 ‘의존(依存)’은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함”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존 = 의지’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다시 살펴서 ‘의존(依支)’을 찾아보니, “다른 것에 몸을 기댐”을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존 = 의지 = 기댐(기대다)’인 셈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또 살펴서 ‘기대다’를 찾아보니, “몸이나 물건을 무엇에 의지하면서 비스듬히 대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의존 = 의지 = 기댐(기대다) = 의지’인 셈입니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떤 낱말을 더 찾아보아야 할까요? 우리는 앞으로 어떤 낱말을 더 살펴야 ‘의존·의지·기댐(기대다)’가 어떤 낱말이요 말뜻인 줄 알아볼 수 있을까요?


  한자말을 쓴다고 해서 잘못이 아닙니다만, 우리가 왜 한자말을 써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사람이 이 땅에서 쓸 낱말은 무엇인지 똑바로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8.1.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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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모든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알 수 없게 얽힌 그물에 따라 살아간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곧 모든 짐승과 푸나무 사이에 고요히 얽힌 실타래에 맞추어 살아간다고 알려주었습니다


‘즉(卽)’은 ‘곧’이나 ‘그러니까’로 다듬고,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은 “짐승과 푸나무”로 다듬으며, ‘존재(存在)하는’은 ‘있는’으로 다듬습니다. ‘미묘(微妙)하다’는 “뚜렷하지 않고 야릇하고 묘하다”를 뜻한다고 합니다. “미묘한 균형(均衡)에”는 “알 수 없는 사슬에”나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에”나 “고요히 얽힌 실타래에”처럼 손봅니다.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事實)을”은 “살아가는 줄”이나 “살아간다고”나 “살아간다는 대목을”로 손질합니다.



의존(依存) :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함

   - 부모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좋지 않다 / 인간의 행동은 환경에 의존되어 있다

     경력 사원의 선발이 단순히 외국어 실력에만 의존돼서는 안 된다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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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09] 발춤, 발바닥춤



  발바닥을 굴려서 춤을 춥니다.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쿵쿵 울리기도 하고, 뒷꿈치나 앞꿈치로 똑똑 찍기도 합니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울리거나 찍으면, 이에 따라 내 몸이 움직이고, 내 몸이 움직이는 결에 따라 내 팔과 손도 홀가분하게 움직입니다. 이렇게 온몸이 홀가분하게 움직이니 ‘춤’이라 하는구나 싶습니다. 그러면, 춤은 춤이로되 손을 홀가분하게 놀린다면 ‘손춤’이 될 테고, 발을 홀가분하게 놀린다면 ‘발춤’이 될 테지요. 엉덩이를 흔들면 ‘엉덩춤’이 될 테며, 허리를 돌리면 ‘허리춤’이 될 테지요. 발바닥을 굴려서 ‘발바닥춤’입니다. 두 팔로 땅을 짚고 걷거나 통통 튀긴다면, ‘물구나무춤’입니다. 머리를 흔들어 ‘머리춤’이요, 빙글빙글 돌아서 ‘빙글춤’이에요. 그리고, 또 어떤 춤을 출 수 있을까요. 꽃과 같이 나부끼면 꽃춤일 테고, 나무와 같이 서다가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결을 살피면 나무춤일 테며, 바람이 불고 멎는 결을 살피면 바람춤일 테지요. 우리 삶은 언제나 온갖 춤으로 태어납니다. 삶춤이요, 춤살이입니다. 4348.1.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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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랑 놀자 108] 첫걸음과 새걸음



  사람은 누구나 첫발을 내딛습니다. 첫걸음입니다. 첫걸음을 떼고 나서는 어떤 걸음을 뗄까요? 두 걸음일까요, 세 걸음일까요, 네 걸음일까요, 다섯 걸음일까요? 한겨레가 먼 옛날부터 쓰는 말을 돌아보면, ‘첫걸음’만 한 낱말로 삼아서 썼고, 다른 낱말은 굳이 한 낱말로 다루지 않습니다. 재미나지요. 그러면, ‘첫걸음’에서 끝일까요? 그럴 수 없을 테지요. 첫걸음에서 끝날 일은 없을 테지요. 처음을 지나면, 이제부터 모두 새롭습니다. 그래서, 우리 걸음은 꼭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첫걸음’이요, 다른 하나는 ‘새걸음’입니다. 첫걸음을 뗀 사람은 이제부터 나아갈 새로운 걸음을 생각합니다. 첫걸음을 지나간 사람은 앞으로 늘 새롭게 걷습니다. 새로운 걸음은 새로운 삶입니다. 그러니까, 걷는 사람은 늘 새롭습니다. 새롭지 않다면 걸음이 아니고, 걸음이 아닌 걸음을 걷는다면 모두들 너무 괴롭고 고단합니다. 4348.1.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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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1-25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새로운..^^
 

말·넋·삶 8 ‘참말’과 ‘너무’



  예부터 이 나라 시골사람은 마음을 나타낼 적에 “참말 좋지”나 “참 좋지”처럼 말했습니다. ‘참말’과 ‘참’은 시골사람이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난날에는 이 나라를 이루는 99.9%에 이르는 사람이 시골사람이었기에, 이들은 ‘시골사람’이 아닌 ‘사람’이었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람이 쓰는 말(사람말)’은 ‘참말·참’이었어요.


  오늘날 한국은 시골이 거의 사라지면서, 시골사람이 함께 사라집니다. 물질문명을 만드는 도시사람이 되고, 도시사람이 아이를 낳아 다른 도시사람을 이룹니다. 오늘날 한국은 도시사람이 99%%에 이릅니다. 이제 이 도시사람은 ‘도시말’을 씁니다. 도시말을 쓰면서 시골과 도시라는 터를 가릅니다. 도시와 시골이 갈리니, 예전에는 누구나 ‘시골사람 = 사람’인 얼거리였는데, 오늘날에는 ‘도시사람 ↔ 시골사람’이 갈리는 얼거리가 되는 한편, 시골사람이 도시사람한테 얕잡히고 말면서 ‘사람말(사람이 쓰는 말)’까지 함께 사라집니다.


  도시사람이 쓰는 도시말은 ‘正말’과 ‘眞짜’입니다. 그리고 ‘너무’입니다. 이 세 가지 말은 한국말이 아니고 사람말이 아닙니다.


 퍽 . 꽤

 아주 . 매우 . 무척 . 제법 . 몹시

 대단히

 엄청나게

 어마어마하게


  한국사람이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할 적에, 그러니까 사람이 사람으로서 말을 할 적에는 낱말 숫자에 따라 느낌을 달리하면서 여러 말을 때와 곳에 맞게 썼습니다.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가장 큰 낱말이 있어요.


 참 . 참말


  ‘참·참말’은 느낌을 나타내는 낱말을 모두 아우릅니다. 그래서, “참 사랑해”나 “참말 사랑해”는 마음 가득 사랑이 넘치는 숨결을 드러냅니다. 이와 달리 “정말 사랑해”나 “진짜 사랑해”는 겉치레와 꾸밈과 속임수와 거짓이 드러납니다. 왜 그러할까요? 시골사람 시골말, 그러니까 사람이 쓰는 사람말은 ‘정말·진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 낱말을 한국사람이 쓴 지는 기껏 백 해조차 안 됩니다. 한국 사회가 일본한테 식민지가 되면서 종살이를 하는 동안 한국말(사람말)을 빼앗겼고, 이러는 동안 사람들 스스로 종이 되면서 넋을 잃었습니다. 넋을 잃으니 삶과 말을 함께 잃어요.


  한국 사회는 일제 강점기에서 풀려났으나, 삶과 넋과 말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국말(사람말)이 살아나려면 제대로 된 말, ‘참말’을 써야 합니다.


  그러면 “너무 좋아”는 무엇일까요? ‘너무’라는 낱말은 “너무 아파”나 “너무 싫어”나 “너무 슬퍼”처럼 씁니다. ‘너무’는 “좋아해”나 “사랑해” 앞에 쓸 수 없습니다. 이러한 얼거리를 읽을 때에 비로소 말을 깨닫습니다. 말을 깨달아야 넋을 알아봅니다. 넋을 알아보아야 삶을 짓습니다. 4348.1.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5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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