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07. 가을들 한복판 (2014.10.9.)



  가을들 한복판에 선다. 집에서 걸어나와 가을들 한복판에 서기는 만만하지 않다. 제법 머니까. 그러나 자전거를 몰면 가을들 한복판에 손쉽게 설 만하다. 아직 가을걷이를 하지 않은 시월 첫머리에 자전거순이와 자전거돌이가 샛노란 가을들 한복판에 서서 하늘빛과 들빛이 어우러진 기운을 마신다. 이 기운을 먹고 맑은 숨결을 한결 곱게 가다듬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순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106. 배 내밀고 돌아오는 길 (2014.10.10.)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골돌이가 웃옷을 슥 걷더니 배를 볼록 내밀면서 통통통 걷는다. 어라, 네 배를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그렇게 걷니. 네 배를 아버지가 아옹 깨물어 먹어도 될까. 가을이 깊으면서 마을논도 하나둘 바뀐다. 나락을 베면서 빈논이 천천히 늘어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105. 풀숲길 헤치기 (2014.10.10.)



  두 아이와 마실을 하다가 풀숲길을 헤치기로 한다. 풀숲길을 걷기로 한다. 처음에는 “그리로 가지 마요.” 하던 아이들이지만, 아버지가 척척 풀숲길을 헤치고 들어서니, 아이들도 천천히 뒤따른다. 우리 예쁜 아이들아, 풀숲길이든 풀밭길이든 숲길이든 골짝길이든, 우리는 그저 걸어서 지나가면 된단다. 모든 길은 우리가 가는 대로 열려. 이 풀숲길에 날아온 코스모스가 한들거리면서 너희한테 인사하는구나. 반갑구나, 잘 왔어. 천천히 놀다 가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104. 군내버스 구경하기 (2014.9.28.)



  자전거마실을 하면서 들길을 지나가는데 뒤쪽으로 멀리 군내버스가 지나가며 부웅 소리를 낸다. 살짝 자전거를 멈추어 군내버스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는 고개를 뒤로 돌리고, 수레에 앉은 작은아이는 수레 옆창에 머리를 박는다. 바람이 상큼하게 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시골아이 103. 모과를 받고 (2014.10.13.)



  아버지가 뒤꼍에 가서 모과를 주우니 두 아이가 졸졸 따라온다. 잘 따라왔어, 너희가 모과를 집으로 나르렴. 굵고 큰 모과알을 작은아이한테 건넨다. 작은아이는 넙죽 받아서 두 손으로 안듯이 들고 집으로 들어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