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28. 헤치며 걷는다 (15.2.22.)



  우리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뒷길이 있다. 예전에는 학교였으니 앞문과 뒷문이 따로 있다. 뒷문은 계단을 밟고 들어서는 길인데, 계단 둘레는 여름 내내 온통 풀밭이었다가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면 짚밭이 된다. 풀이든 짚이든 즐겁게 밟으면서 헤치면 된다. 풀밭일 적에는 풀내음을 맡고, 짚밭일 적에는 짚소리를 들으면서 걸으면 된다. 그저 한 발씩 내딛고 다시 내딛으면 어느새 짚밭도 풀밭도 다 끝나지.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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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27. 네발걷기 (14.12.8.)



  시골돌이가 두 손에 신을 끼고는 뒤꼍으로 간다. 뒤꼍으로 가서 네발걷기를 한다. 살짝 비알진 길을 척척 오르듯이 걷다가, 이 비알진 길을 다시 척척 내려온다. 두 손을 발로 삼아 네 발로 걸으니 어떤 느낌이니? 네 발이 되어 이 땅을 밟으니 어떤 마음이 되니?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 시골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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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26. 맨발이 싱그러운 놀이 (14.11.26.)



  아이들은 언제나 맨발로 놀고 싶다. 맨발로 놀아도 발에 무엇이 찔리거나 박히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맨발로 놀면서 ‘발에 찔리거나 박히는 일’을 머릿속에 그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싱그럽게 놀고 싶어서 맨발이 되고, 맨발로 놀고 난 뒤에 발을 안 씻고 방바닥과 마룻바닥을 뛰느라, 온 집안이 먼지투성이가 되지만, 싱그럽게 노는 만큼 싱그럽게 자랄 수 있다. ㅎㄲㅅㄱ


(최종규/함께살기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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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24. 나무순이 (14.12.27.)



  아침마다 나무한테 인사하는 아이들이 뒤꼍 복숭아나무를 잡고 흔든다. 저런, 저런. 나무순이야, 나무를 그렇게 흔들면 나무가 어지럽지. 아직 여린 나무란다. 살살 어루만지거나 쓰다듬기만 하렴. 이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너희 몸통만큼 줄기가 굵으면 그때에는 나무를 탈 만한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이 나무가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높이 솟도록 아끼고 사랑해 주기를 바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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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23. 풀밭에 앉아서 (14.12.30.)



  뒤꼍으로 올라가는 한쪽은 볕이 아주 잘 들어 풀밭이 된다. 쑥이 오르기 앞서 봄까지꽃이 오르고, 봄까지꽃 사이에 갈퀴덩굴이랑 갓이 함께 오르는데, 폭신하니까 여기에 앉아서 놀기에 딱 좋다. 시골순이는 꽃삽을 들고 풀밭 둘레 흙을 파면서 자전거에 붓는다. 시골돌이는 누나 옆에 나란히 앉아서 두 손으로 흙을 뿌리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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