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17. 맨발로 마당을 달려 (2014.11.25.)



  소꿉화장대에 있는 네 다리를 떼어낸 아이들이 이 다리를 마치 칼이라도 되는 듯이 휘휘 휘두르면서 논다. 장난꾸러기 산들보라는 네 다리를 혼자 가슴 가득 안고서 맨발로 마당을 가로지른다. 때때로 한 자리에 우뚝 서서 혼자 외친다. 이러고 나서 다시 달리고, 또 외치고, 씩씩한 시골돌이는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달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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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16. 고무대야에 마주앉아 (2014.9.29.)



  놀 수 있는 마당, 갖고 놀 살림, 따스한 볕, 싱그러운 바람, 노래를 베푸는 나무, 폭신폭신한 풀, 어여쁜 꽃, 넉넉한 집, 맛난 밥, 사랑스러운 어버이 손길, 이렇게 어우러지는 곳에서 아이가 자라고 어른이 일하면서 하루를 짓는구나 하고 느낀다. 고무대야에 마주앉아서 새롭게 노는 시골아이는 날마다 새로 꿈꾸고 노래하는 숨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똑똑히 보여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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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15. 우리가 듣는 노래 (2014.9.25.)



  노래가 흐른다. 아이들이 ‘노래 그림책’을 만지작거리니, 기계에 갇힌 노래가 끝없이 똑같은 가락으로 흐른다. 노래가 흐른다. 아이들은 노래 그림책을 만지작거리면서 저희끼리 늘 다른 가락으로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 흐른다. 노래 그림책을 만지작거리는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 적에, 마당 한켠에 선 우람한 나무가 가지를 흔들면서 노래를 부른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노래한다. 풀벌레가 둘레에서 노래한다. 개구리도 노래를 한다. 마을고양이 몇 마리가 시끄럽다고 느끼는지, 우리 집 처마 밑 종이상자에 앉아서 낮잠을 자다가 길게 하품을 하며 다른 데로 간다. 아이들은 노래 그림책을 만지작거릴 뿐이지만, 수많은 노래가 골고루 흐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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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14. 풀벌레 소리 들려 (2014.11.10.)



  들마실을 가는 길에 큰아이가 마을 어귀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아버지, 풀벌레 소리가 들려요. 무슨 풀벌레예요?” 응? 이 늦가을에 아직 풀벌레가 있니? “여기 와 보셔요. 여기에서 소리가 들려요.” 큰아이는 동생한테 손가락으로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지 가리켜 보인다. 동생은 누가 곁에 서서 “그래?” 하면서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너희 눈과 귀와 마음은 가을빛과 가을내음과 가을노래가 고스란히 깃드는구나. 시골스럽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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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이 113. 샛노란 마을논 (2014.10.29.)



  대문을 열면 마을논이 보인다. 아니, 대문을 굳이 열지 않아도 나는 마을논을 내다볼 수 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 대문을 열어야 비로소 마을논을 볼 수 있다. 벼베기를 앞둔 마을논을 작은아이가 바라본다. 기계가 들어갈 자리를 할매가 미리 벤다. 사람이 손으로 하자면 여러 날 걸릴 테지만, 기계는 고작 한 시간조차 안 걸려 일을 끝낸다. 샛노란 나락물결은 이제 이날로 끝이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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