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25. 아침 참새떼 2013.10.9.

 


  마을 참새떼 아침부터 우리 집 마당에 내려앉아 무언가 쪼아먹는다. 무엇이 있기에 부리로 콕콕 쫄까. 나무열매라도 마당에 떨어졌을까. 아이들이 마당에 과자부스러기라도 떨어뜨렸을까. 한참 마당에서 콕콕질 하며 노는 참새떼가 마룻바닥 밟는 소리를 듣더니 화들짝 놀라 파라락 날아 대문 위 전깃줄과 후박나무 가지에 내려앉는다. 너희는 아침마실 다니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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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4. 노랑붓꽃 씨앗 잠자리 2013.10.2.

 


  노랑붓꽃 씨주머니가 터진다. 일찌감치 터져 마당으로 흩어진 씨앗들 있고, 이제 막 터지는 씨앗들 있으며, 곧 터지려는 씨앗들 있다. 해가 갈수록 노랑붓꽃은 이듬해에 더 많이 피어나고, 씨주머니도 훨씬 늘어난다. 알뿌리로도 씨앗으로도 늘어날까. 이웃마을에 있는 창포꽃은 씨주머니 맺히는 요즈음 누군가 모두 파내었던데, 이제 이웃마을에서 창포꽃은 구경할 수 없으려나. 시골 읍내 찻길가에 어떤 꽃을 심는다면, 노랑붓꽃이나 창포꽃을 심으면 참 고울 텐데 하고 생각한다. 철마다 다른 꽃이 피도록 꽃밭을 일구면 시골 읍내도 참 어여쁠 텐데 싶다. 한참 노랑붓꽃 씨주머니와 씨앗을 들여다보는제, 가을잠자리 한 마리 씨주머니에 살포시 내려앉아 날개를 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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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3. 노을빛 2013.10.5.

 


  마을 뒤쪽에 멧자락 드리우니, 해가 멧봉우리 타고 넘어가는 모습만 볼 뿐, 해넘이를 보지는 못한다. 해가 뜰 적에도 마을 들판 저 앞자락에 있는 멧봉우리로 넘어오는 모습만 볼 뿐, 해돋이를 보지는 못한다. 태평양을 코앞에 낀 바닷마을이라면 바람이 모질게 부니까, 앞뒤로 멧자락에 포근히 감싸는 마을에 따사롭고 볕도 넉넉하달 수 있지만, 노을빛은 좀처럼 구경하지 못한다. 그러나 오늘은 가을날 노을빛 멀리멀리 퍼진다. 마을 뒤쪽 멧봉우리 너머로 아리땁게 퍼지는 발그스름한 기운이 우리 집 마당으로도 스민다. 나도 아이들도 노을빛 받으며 마당에서 깜깜해질 때까지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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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22. 우리 집 대문호박 2013.9.28.

 


  우리 집 대문 위로 타고 넘어온 호박넝쿨에서 호박알이 맺힌 뒤 언제 따면 좋을까 하고 오래 기다렸다. 날마다 군침을 흘리며 손꼽았으니 오래 걸린 셈이지만, 날짜를 헤면 보름쯤 되었지 싶다. 얼마나 굵을 수 있을까, 얼마나 클 수 있을까, 얼마나 야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드디어 대문호박을 낫으로 톡 끊기로 한 아침이다. 고운 볕 받으며 활짝 벌어지는 호박꽃을 바라보며 커다랗고 굵은 호박을 끊는다. 워낙 굵어 손으로 비틀어 따지 못하고 낫으로 끊는다. 앞으로도 꾸준히 대문호박 열리기를 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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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3 12:34   좋아요 0 | URL
저 커다란 호박을 어떻게 해 드실런지
어제부터 궁금했어요~^^
마치 노란 늙은 호박만한 크기라서요.ㅎㅎ
저희도 오늘 아침, 호박 볶음 맛있게 먹었답니다~

숲노래 2013-10-03 17:56   좋아요 0 | URL
여기에서 더 익으면 늙은 호박이 되어요.
그래서 푸른 호박일 적에
가장 크게 익겠다 싶도록 기다려서
딱 이맘때에 땄습니다~ ^^
 

고흥집 21. 쑥꽃에 앉은 여치 2013.9.21.

 


  날마다 쑥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는데, 푸른 빛깔에서 차츰 푸르스름하게, 머잖아 누르스름하게 달라질 쑥대에 돋는 옅붉은 쑥꽃 사이에 가만히 앉은 여치를 만난다. 너도 우리 집에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잖고 풀노래 들려주는 숱한 풀벌레 가운데 하나로구나. 너는 우리 집에서 어떤 풀을 맛나게 먹니? 너는 우리 집에 네 동무와 살붙이가 얼마나 있니? 이 가을 고요하면서 따사롭게 누리렴.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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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3 10:04   좋아요 0 | URL
여치가 풀빛색이라 가만히 살펴보고 만났어요~!
쑥꽃 사이에 앉은 여치를 보니 참 좋네요~
어렸을 때는 저도 여치를 본 듯 했는데...정말 여치를 본게 오랫만이어서
더욱 기분이 좋습니다~!!
저도 오늘 하루, 쑥꽃 사이에 앉은 여치처럼
고요하고 따사로운 하루가 될 것 같아요~
늘 귀한 사진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3-09-23 16:41   좋아요 0 | URL
쑥꽃뿐 아니라 다른 풀빛도 푸르면서 누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가을이라
여치가 아주 잘 숨지요~

이렇게 숨은 풀벌레 찾기도
재미난 숨은벌레찾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