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40. 아이들이 뛰놀 곳 2014.3.27.

 


  아이들이 뛰놀 곳은 어디인가. 자동차가 없는 곳. 아이들이 노래할 곳은 어디인가. 자동차 소리가 없는 곳. 아이들이 오붓하게 어울리면서 어깨동무할 곳은 어디인가. 자동차가 서지 않아 홀가분한 곳. 아이들은 아스팔트길이나 시멘트길을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즐겁게 뛰놀면서 시원하고 따스한 곳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흙을 밟으면서 풀노래를 부르고 싶다. 아이들이 뛰놀 곳에 아이들이 있는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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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9. 손님 고양이 2014.3.22.

 


  마을에서 눌러 지내는 고양이들이 있다. 이들은 가끔 새끼를 낳아 식구를 늘리곤 한다. 그렇다고 마을고양이가 수십 수백 마리까지 늘어나지는 않는다. 이들도 스스로 알 테지. 마을사람 숫자가 많지 않을 뿐더러,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없어 저희(고양이) 식구를 늘리면 먹이가 모자라는 줄. 마을에 있는 모든 고양이가 마을에 있는 모든 집을 두루 돌아다닌다. 우리 집에도 아침 낮 저녁으로 모든 마을고양이가 마당과 옆밭과 뒤꼍을 가로지른다. 햇볕이 뜨거우면 평상 밑이나 자전거 뒤에서 그늘을 가리곤 한다. 우리 식구를 본대서 내빼지는 않으나, 곧잘 허둥걸음으로 돌울을 타곤 하는데, 뒤뚱뒤뚱 돌울로 뛰어오르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빙그레 웃는다. 얘야, 너도 네 허둥걸음이 살짝 우스꽝스러운 줄 알았니?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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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8. 이 예쁜 빨래터에서 2014.2.25.

 


  이 예쁜 빨래터에서 빨래를 할 젊은 일손이 시골에 없다. 이 멋진 빨래터에서 물놀이를 할 어린이가 시골에 없다. 마을마다 빨래터가 있으나 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볼 길이 없다. 빨래터는 논에 물 댈 적에 호스를 길게 이을 적만 더러 쓸 뿐, 빨래터 몫을 하지 않는다. 그나마 마을 어귀에 빨래터가 있는 우리 마을에서는 빨래터를 틈틈이 치운다. 마을 안쪽에 있다면 아마 아무도 안 치운 채 물이끼범벅이 된 채 버려졌을 테지만, 마을 어귀에 있으니 길손과 나그네 눈치가 보여 곧잘 치우곤 한다. 우리 식구는 우리 마을에서 빨래터를 홀로 차지하듯이 치우면서 논다. 가까이에서 누리는 물놀이터가 된다. 겨울에는 물이끼만 걷지만, 봄볕이 따끈따끈 내리쬘 때부터 첫가을까지는 찰방찰방 빨래터를 가로지르면서 온몸을 적시고 논다. 젖은 옷은 물로 헹구고, 아이들은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마을빨래터에서 빨래를 하는 사람은 없으나, 우리 아이들은 물놀이를 마친 뒤 저희 옷가지를 저희가 이곳에서 설렁설렁 비비고 헹구는 시늉을 하면서 빨래놀이까지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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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7. 마당이 있는 집 2014.2.11.

 


  우리 집에는 마당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 마당’이 있기를 꿈꾸었고, 도시에서 살 적에는 옥탑집에서 옥상마당을 누리기도 했다. 그런데, 도시 한복판 옥탑집 옥상마당에서는 하늘만 바라볼 수 있었다. 하늘을 뺀 모든 곳은 시멘트로 올려세운 크고작은 집만 그득했다. 나무도 들도 숲도 없었다. 시골마을에 보금자리를 얻어 살아가는 요즈음은 언제나 마당뿐 아니라 나무와 들과 숲을 함께 누린다. 고개를 들어 내다보면 하늘과 맞닿는 멧자락이다. 마당에서 우람하게 자라는 후박나무가 있고, 후박나무 그늘에 놓은 평상을 둘러싸고 아이들이 신나게 논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놀이도 즐길 수 있다. 예부터 어느 집에나 마당이 있었는데, 이제는 마당 있는 집이 매우 드물다. 마당 있는 집을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적다. 사람들은 마당을 잃거나 잊으면서 따순 마음씨를 함께 잃지 않나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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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36. 겨울 지나 봄 언저리 2014.2.26.

 


  들이 짙푸를 적에는 온갖 소리로 복닥복닥하다. 들에서 푸른 빛이 사라지고 싯누럴 적에는 바람소리를 빼고는 고요하다. 겨울이 길었을까. 겨울은 짧게 스치듯이 지나갈까. 빈들에 푸릇푸릇 새싹이 돋고, 싯누렇게 시든 풀잎 사이로 파릇파릇 새잎이 자란다. 싯누런 풀잎에 불을 놓아 태울 수 있지만, 따로 태우지 않아도 싯누런 풀잎은 스스로 사라진다. 따스한 볕살이 차츰 길어진다. 봄을 재촉하는 겨울비로 마을이 옴팡 젖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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