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55. 돌아가는 이모와 2014.7.24.



  아침에 찾아와서 낮에 돌아가는 이모와 아쉬운 아이들은 마을 어귀 버스터에서 한참 손을 잡고 걷는다. 이리 걷다가 저리 걷다가 오락가락한다. 구름이 모두 걷히려다가 비가 오다가 해가 나기도 하는 날씨도 오락가락한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멧자락에 구름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구름이 걷혀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보아도 예쁜 시골이요, 구름이 가득 끼어 멧자락에 내려앉아 다리를 쉬는 하늘을 보아도 예쁜 시골이다. 굳이 도시를 헤아릴 까닭은 없지만,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에 구름이 내려앉아 쉬는 일이 없다. 오직 시골에서만 누릴 수 있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세 사람이 오락가락 걷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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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54. 길을 나선다 2014.7.18.



  아이들을 앞세우고 길을 나선다. 아니, 어떤 마실길에서든 아이들이 앞장서서 걷는다. 마실을 가자 하면 아이들이 재촉한다. 여느 때에는 느릿느릿 굼벙굼벙 움직이던 아이들이, 마실을 가자 하면 얼마나 재빠른지 모른다. 아이들은 벌써 대문을 연다. 아이들은 벌써 대문 밖으로 나가서 이것저것 둘러보느라 바쁘다. 아이들은 벌써 저만치 앞서 걷는다. 어디를 가든 즐거운 마실이 되고, 어디에서든 신나는 놀이가 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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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53. 한여름 느티나무와 구름 2014.7.4.



  우리 시골집에 놀러오신 손님하고 걷는다. 군내버스를 타려고 걷는다. 군내버스는 못 타고 택시를 탔지만, 함께 시골길을 걸어가면서 하늘을 보았다. 군내버스를 기다리면서 이웃마을 느티나무를 보았다. 한여름에 더욱 짙푸르게 빛나는 느티나무를 바라본다. 언제부터인가 들을 넓히려 하면서 나무를 죄 베어 없앴는데, 논을 논대로 두더라도 길 따라 나무가 우람하게 자랄 수 있으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싶다. 덩그러니 한 그루만 자라는 나무가 아니라 잇달아 숲과 마을로 퍼지는 아름드리나무로 짙푸르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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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52. 마음껏 뛰노는 집 2014.6.27.



  작은아이는 시골에서 낳았지만 큰아이는 도시에서 낳았다. 큰아이는 네 살로 접어들 때까지 도시에서 살았다. 큰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닮아 아주 개구지며 밝게 뛰노는 아이인데, 도시에서 태어난 탓에 마음껏 뛰놀지 못하기 일쑤였다. 그나마 아버지가 골목마실을 날마다 여러 시간 하면서 바깥에서 뛰놀도록 했지만, 집에 돌아와서도 뛰놀고 싶은데 썩 너그러운 보금자리를 베풀지 못했다. 이런 큰아이는 시골로 보금자리를 옮긴 뒤 언제나 달리면서 뛴다. 하늘로 훌쩍 날아오른다. 온몸에 땀이 맺히면서 펄쩍펄쩍 난다. 일곱 살 사름벼리가 뛰고 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늘 웃지만, 운다.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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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4-07-02 11:30   좋아요 0 | URL
참 신나보여요~

숲노래 2014-07-02 16:03   좋아요 0 | URL
신나게 뛰노는 이 모습을 보며...
아 아 아
하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
 

고흥집 51. 여름볕 누리는 마당 2014.6.26.


  햇볕이 눈부시다. 좋아, 이 멋진 햇볕이 내리쬐는데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 방바닥을 훔치고 평상을 마당에 넌다. 이불과 베개도 마당에 내놓는다. 구슬땀을 흘리면서 방을 치우는 동안, 아이들은 마당에 내놓은 평상 사이를 오가면서 숨바꼭질을 한다. 볕을 쬐고 바람을 마시며 나무노래를 들으면서 논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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