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5. 부추꽃 흰잔치 2013.8.28.

 


  부추꽃 첫 한 송이 피어난 지 열흘쯤 지났을까. 이제부터 작디작은 꽃송이로 꽃잔치 이루는 부추포기 하나둘 생긴다. 며칠 더 지나면 부추포기마다 온통 흰꽃잔치가 되리라. 봄부터 늦여름까지 싱그러운 부추풀 베풀었고, 늦여름부터 첫가을까지 아리따운 꽃잔치 베푼다. 가을이 깊으면 꽃이 지면서 씨주머니 맺을 테지. 올해에도 부추씨 잘 건사해서 집 둘레 곳곳에 뿌리고, 마을 둘레에도 살짝살짝 뿌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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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4. 비가 오는 마당 2013.7.29.

 


  비가 오는 마당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고, 아이들 놀이를 지켜볼 수 있으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내가 태어나 자란 도시 한켠 골목동네에서는 예전에 자동차가 아주 드물었으니 이렇게 아이들 누구나 빗놀이 누리면서 살았을 테고, 아저씨 아주머니 모두 아이들 빗놀이 가만히 바라보았겠지. 이제 도시 아이들은 빗줄기 받으며 빗놀이 할 줄 모를 뿐 아니라, 빗놀이 누릴 터를 어른한테 빼앗겼고, 어른들은 아이들과 느긋하게 빗소리 즐기는 마음을 잃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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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24 09:10   좋아요 0 | URL
비오는 마당이 참 푸르고 시원하니 좋습니다~
우산 쓰고 마당에서 놀아도 참 즐겁겠지요~? ^^

숲노래 2013-08-24 10:04   좋아요 0 | URL
우산놀이 이야기를 쓰면서,
이 사진 한 장은 더없이 좋아
따로 뺐어요.

따로 뺀 사진이 둘 더 있는데
참...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고,
또 어버이는 아이들한테 사랑을 주고,
서로서로 즐거이 하루를 누리는구나 싶어요..
 

고흥집 13. 고들빼기꽃하고 2013.8.18.

 


  고들빼기꽃이 참 예쁘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이제껏 숱하게 보았을 테지만, 막상 고들빼기꽃인 줄 모른 채 ‘예쁘네’ 하고 말하면서 지나쳤으리라 생각한다. 지난해까지는 고들빼기인 줄 모르면서 뜯어먹던 풀이 고들빼기인 줄 올해에 비로소 깨달은 뒤, 우리 집 고들빼기마다 꽃이 언제 피는가 하고 한참 지켜보았다. 8월이 무르익는 한복판 꽃대가 오르며 쭉쭉 뻗어 초피나무 키만큼 솟는다. 위로도 옆으로도 꽃대가 뻗는다. 꽃봉오리는 곳곳에 달린다. 고들빼기꽃은 여러 송이 달리고, 저녁에 져서 아침에 다시 핀다. 여러 날 하얀 꽃송이 보여준다. 이 아이 씨앗을 받을 수 있을까. 고들빼기 씨앗은 받기 쉽지 않다지만, 우리 집에 널린 풀인 만큼 잘 가누어 받아 보자고 생각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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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2. 저녁에 사마귀 2013.8.9.

 


  큰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빨리 와 봐요. 저기요, 저기요.” 뭔데? 응? 아하, 그래, 사마귀로구나. 그런데 아직 작은 사마귀네. 이 사마귀는 왜 우리 집 모기그물을 타고 이렇게 올라올까. 아이한테 거꾸로 물으면서 함께 사마귀를 바라본다. 작은아이가 모기그물을 쿵쿵 친다. 작은 사마귀를 깜짝 놀라 부리나케 모기그물 위쪽으로 올라간다. 이야, 사마귀가 저렇게 걸음이 빨랐구나. 어린 사마귀야 걱정하지 말아라. 너처럼 작은 아이들이 너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함께 놀고 싶을 뿐이란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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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1. 풀방아깨비 2013.7.31.

 


  방아깨비는 풀숲에서 살아간다. 풀숲 아닌 데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풀숲에서 만나는 방아깨비를 보니 입에서 저절로 ‘풀방아깨비’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풀잎도 풀빛이고 방아깨비도 풀빛이로구나. 서로서로 풀내음이 풍기는 숨결이로구나. 너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풀을 몽땅 벨 테지. 너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기계로 풀을 베면서 네 몸을 조각조각 부수고 말 테지. 너를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농약 듬뿍 치면서 풀이며 방아깨비며 싸그리 죽이고 말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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