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65. 그림자 길어지는 마당 (2014.10.28.)



  그림자가 길다. 그래, 겨울이 곧 다가오는구나. 마당에서 노는 자전거돌이 그림자가 몹시 길다. 낮 세 시에 생기는 그림자가 이토록 길다니. 가을 그림자는 길게 누우면서 섬돌까지 따뜻하게 덥힌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사는 마을고양이 다섯 마리는 바깥벽에 기댄 자전거를 덮은 천막천 밑으로 파고들어 낮잠도 자고 밤잠도 잔다. 그림자가 길게 누울 만큼 해도 길게 누우니, 헛간도 그림자를 길게 만든다. 나무도 빨래도 대문도 모두 그림자가 길게 눕는다. 자전거돌이가 세발자전거 굴리는 소리를 고즈넉하게 듣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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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64. 알록달록 신발 (2014.10.24.)



  아침에 사름벼리더러 섬돌 둘레 신을 가지런히 놓아 달라고 이야기한다. 두 아이가 온갖 신을 골고루 꿰고 난 뒤 툭툭 털기만 하느라 도무지 신이 제 짝을 찾을 수 없는데, 나는 마당에서 마른짚을 옮기느라 손이 없어서 사름벼리한테 일을 시킨다. 사름벼리는 1분조차 안 걸려 신을 잽싸게 가지런히 놓는다. 얼마나 손이 빠르고 야무진가 하고 새삼스레 놀란다. 자전거마실을 가려고 하니 산들보라가 혼자 씩씩하게 신을 꿴다. 오늘 하루 두 아이가 참 사랑스럽게 노네 하고 새롭게 바라보다가, 문득, 이 아이들 온갖 신이 알록달록 이쁘장하구나 하고 느낀다. 아이가 하나만 있을 적에도 아이 신발로 섬돌 둘레가 알록달록 환했고, 아이가 둘 있으니 더 많은 신발로 섬돌 둘레가 알록달록 빛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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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63. 마을고양이 사는 집 (2014.10.24.)



  우리 집에서 깨어난 마을고양이가 우리 집에서 산다. 이 아이들은 여러 곳에서 밤잠을 이룬다. 자전거가 볕에 바라지 않도록 씌운 천막천 밑에서 웅크리며 자기도 하고, 큰아이 자전거 앞바퀴에 볕이 닿지 않도록 놓은 종이상자로 파고들어 어린 고양이 세 마리가 서로 몸을 부비며 자기도 한다. 아직 어린 고양이는 일곱 시를 지나 여덟 시 즈음 되면 종이상자에서 슬슬 나온다. 아침에 마당에서 기지개를 켜면서 이웃걷기를 하면, 종이상자에서 나오는 고양이를 만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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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62. 인형놀이 마치고 2014.10.12.



  인형놀이를 마친 아이들이 다른 놀이를 한다. 이러면서 인형을 마룻바닥에 그대로 둔다. 마룻바닥에는 인형뿐 아니라, 그림놀이를 하다가 그대로 둔 것도 있고, 소꿉놀이를 하다가 그대로 둔 것도 있다. 아톰 인형 팔 하나는 꺼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지만, 아톰 인형 넷을 마룻바닥에 나란히 눕히고 노는구나. 아이들이 한창 놀 적에는 도무지 지나다닐 수 없도록 마룻바닥이나 방바닥이나 문턱에까지 이것저것 잔뜩 깔아 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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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61. 그림을 바닥에 펼쳐 2014.10.10.



  쪽그림을 그린 사름벼리가 방바닥에 쪽그림을 죽 펼친다. 하나하나 보라면서 손으로 콕콕 집어서 가리키고는, 아버지 쪽에서 잘 볼 수 있도록 돌려놓는다. 그림을 그리면서 몹시 즐거웠구나. 네 마음을 담은 그림을 방바닥에 펼쳐놓고 바라보니, 아버지도 즐겁다. 이 그림을 우리 집 창호종이문에 살며시 붙이면 한결 즐거운 노래가 흐를 테지. 아이들 손길로 가꾸는 집이란 얼마나 예쁜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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