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50. 제비집과 우리 집 2014.6.21.



  나흘 동안 시골집을 비우고 바깥마실을 다녀온 사이, 제비집이 제법 달라진다. 이제 새끼 제비는 무럭무럭 자라, 새끼 네 마리가 들어앉은 둥지가 좁다고 느낄 만하다. 어미 제비는 다 자란 새끼한테 먹이를 물어 주느라 아직 바쁘다. 새끼 제비는 곧 좁은 둥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날갯짓을 할 수 있겠지. 혼자서 날갯짓을 할 때부터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겠지. 날개를 펼쳐 펄럭일 날까지 조금 더 자랄 테고, 우리 집 아이들은 새끼 제비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올해에도 즐겁게 보겠구나.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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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9. 유월에 대문을 열면 2014.6.11.



  유월에 대문을 열면 물이 찰랑이는 논이 있다. 사름빛이 고운 논이다. 대문 앞에 있는 논은 제법 깊다. 우리 집 앞에서 보면 조그맣구나 싶지만, 마을 안쪽까지 깊숙히 닿는다. 옛날에는 이 논에 손으로 모를 심고 손으로 낫을 쥐어 나락을 베었으리라. 이제는 기계로 모를 심고 기계로 나락을 거둔다. 쟁기를 얹은 소가 땅을 갈지 않고 기계가 땅을 간다. 옛날이라면 땅을 갈고 모를 심으며 풀을 뽑고 나락을 베는 노래가 마을에 가득 넘쳤을 텐데, 이제는 온통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뿐이다. 그래도, 기계가 한 차례 훑고 지나가면 조용하다. 기계소리 아닌 개구리소리가 퍼진다. 개구리를 잡으려고 왜가리와 해오라기가 찾아온다. 개구리는 모기와 풀벌레를 잡으려고 우리 집으로 폴딱폴딱 들어오곤 한다. 밤에는 우리 집 마당에까지 와서 노래를 들려준다. 대문을 열면 푸른 빛이 왈칵 몰려들고, 대문을 열지 않아도 온 집안에 푸른 내음이 물씬 감돈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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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8. 바다를 누리는 집 2014.6.9.



  바닷가에 살더라도 바다로 나들이를 가지 않으면 바다를 알 길이 없다. 바닷가에 살지만 다른 일에 바빠서 바다를 바라보거나 쳐다보지 않으면 바다에서 흐르는 바람을 마시지 못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살며 어떤 바람을 마시는 어떤 빛이 될까. 우리는 어떤 보금자리를 일구면서 어떤 꽃을 피우는 어떤 노래가 될까. 바닷가 모래밭을 네 식구가 함께 맨발로 걷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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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7. 무엇을 보니 2014.5.23.



  쑥이 자라고 자라 작은아이 키만큼 된다. 나는 쑥풀을 보면서 아 좋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 좋은 쑥풀이 있기에 쑥풀내음이 집안에 감돌고, 쑥풀 기운이 마을에 흐를 수 있다. 삶이란 무엇일까. 보금자리는 어떤 곳이 되어야 할까. 쑥풀 한복판을 들여다보는 작은아이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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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6. 제비야, 늘 고맙다 2014.5.1.



  새벽에 아침을 열고, 저녁에 하루를 닫는다. 새벽 다섯 시 언저리에 하루를 여는 노래를 들려주고, 저녁 일곱 시 언저리에 하루를 닫는 노래를 알려준다. 참말 제비 너희처럼 새벽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일찍 잠들면 하루가 아름답겠구나. 제비 너희처럼 파랗게 눈부신 하늘을 날며 푸르게 우거진 숲을 노래할 수 있을 때에 우리 삶이 사랑스럽겠구나.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아서 고맙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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