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45. 비 그친 마당에서 2014.4.29.



  방에서 바느질을 하다가 마당으로 나온다. 큰아이를 불러 잡으라고 시킨다. 큰아이가 마당으로 나오니 작은아이도 따라 나온다. 작은아이는 처음에 아버지 옆 작은 걸상에 앉겠다고 떼를 쓰다가 누나 바지에 구멍난 자리를 기우느라 누나가 잡아야 한다고 얘기하니, 이윽고 떼를 그치고 바느질을 지켜본다. 밤새 울던 개구리 소리는 조용하고, 제비가 처마 밑과 전깃줄과 들을 오가면서 노래한다. 바람이 후박나무를 흔든다. 후박꽃과 후박잎이 꽤 떨어졌다. 싱그러운 빛과 소리를 느끼면서 바느질을 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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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4. 우리 집 후박꽃 2014.4.20.



  겨울나기를 마치고 봄부터 천천히 꽃대를 올리면서 살그마니 벌어지는 후박꽃은 퍽 오랫동안 봉오리를 벌린다. 후박꽃은 옅고 여린 내음을 바람결에 실어 살살 퍼뜨린다. 벌과 나비는 후박꽃이 피어난 줄 일찌감치 알아채고 잔뜩 몰려서 노래한다. 꽃이 먼저 피고 새잎이 돋으려고 잎망울이 벌어진다. 후박꽃이 피면 벌나비가 즐겁고, 후박꽃이 지며 후박알이 맺히면 새들이 즐겁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으며 잎이 푸르면, 후박나무와 살아가는 사람이 즐겁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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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3. 후박잎이 빚은 그림 2014.4.15.



  풀을 뜯다가 놀란다. 아니, 풀을 뜯다가 빙그레 웃는다. 아니, 풀을 뜯다가 찡하다. 네 철 푸른 후박나무가 떨군 나뭇잎 하나가 돌나물밭에서 멋스러운 가랑잎이 되었다. 어쩜 너는 이렇게 노랗게 물들면서 알록달록 무늬가 새겨지도록 있었니. 너는 어느 가지에서 이렇게 멋진 잎빛이 되도록 지냈니. 큰아이가 부엌에서 “아버지, 밥이 끓어요!” 하고 부르는데 하염없이 후박잎 빛깔과 무늬를 들여다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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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2. 대문을 열면 유채잔치 2014.4.6.

 


  요즈음 대문을 열기만 하면 집 앞 논이 유채꽃 노란 물결로 눈부시다. 바람이 살랑 불면 유채꽃 내음이 확 풍긴다. 그런데, 대문을 안 열어도 대청마루에서 노란빛을 바라볼 수 있고, 마당에 서기만 하더라도 유채꽃 내음이 솔솔 번진다. 시골집 사월빛은 얼마나 고운가. 이 고운 물결을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누리니 얼마나 즐거운가.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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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41. 봄이 무르익는 집 2014.3.29.

 


  봄비가 내리는 삼월 막바지는 봄이 물씬물씬 피어나는 빛이다. 마늘을 심은 논은 마늘잎으로 푸르고, 아무것도 안 심어 묵은 논에는 갈대와 부들이 누렇게 맑으며, 경관사업을 하는 논은 유채꽃으로 노랗다. 비구름이 멧자락에 낮게 깔린다. 빗소리 가득한 길을 아이들과 걷는다. 봄이 무르익는 집에서 시골빛을 노래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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