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37] 나무 한 그루



  씨앗 한 톨에서

  천천히 나무 한 그루

  어느새 씨앗 한 가득



  아주 작은 씨앗 한 톨이 천천히 자라서 나무가 됩니다. 나무 한 그루는 씨앗 한 톨에서 태어나는데,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서 잎을 펼친 나무 한 그루에서 수없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더욱이 해마다 열매를 잔뜩 맺습니다. 씨앗 한 톨에는 얼마나 놀라운 숨결이 깃들었을까요. 4348.8.27.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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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6] 능금 한 알



  해 바람 별빛 흙 빗물

  여기에 시골지기 따스한 손길

  능금 한 알이 태어난다.



  저녁에 작은아이가 푸른능금 반 조각을 먹습니다. 졸릴 텐데 잠을 미루면서 노는 아이는 능금 반 조각으로도 헤헤 웃습니다. 나는 이 아이가 손에 쥐어 사각사각 먹는 능금 반 조각을 바라보면서, 이 능금 반 조각에 서린 기운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이 기운으로 작은아이가 어떤 사랑을 길어올려서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는가 하고 기쁘게 바라봅니다. 4348.8.24.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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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5] 편지 쓰기



  너한테 날아가는 마음

  한 줄이면 돼

  늘 사랑이니.



  편지를 쓰는 까닭은 내가 너를 아끼는 마음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편지를 주고받는 까닭은 너와 나 사이에 흐르는 사랑을 늘 새롭게 북돋우고 싶기 때문이라고 느낍니다. 종이 한 장을 정갈하게 간수해서 또박또박 쓰든, 빈 종이가 없어서 아무 데에 흘려서 쓰든, 마음으로 읽고 쓰며 나누는 이야기가 따스하게 흐르는 편지입니다. 4348.8.22.흙.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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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4] 백 해



  한 해를 살아 한 해를 노래하고

  백 해를 살아 백 해를 노래하니

  나무 곁에서 천 해 노래를 듣네



  더 오래 살기에 더 긴 이야기가 흐른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더 많은 일을 겪었기에 더 슬기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한 해를 살거나 백 해를 살거나, 스스로 온 삶을 기쁨으로 바라보면서 노래할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슬기로운 사랑이 자라리라 느낍니다. 숲에서 천 해를 살고, 마을을 천 해 동안 지키며, 이윽고 집을 받치는 기둥이 되어 다시 천 해를 사는 나무 곁에 서면서, 나무가 부르는 노래에 가만히 귀를 기울입니다. 4348.8.20.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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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3] 책을 기다리며



  풀내음 땀내음 섞인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풀내음이랑 땀내음이 섞이면 흙내음이 나는구나 싶습니다. 흙내음에 살내음이 섞이면 볕내음이 나는구나 싶습니다. 볕내음에 비내음이 섞이면 밥내음이 나는구나 싶고, 밥내음에 노래와 웃음이 섞이면 이야기꽃으로 거듭나지 싶어요. 책 한 권은 어떻게 태어날까요? 삶내음이 풀내음하고 땀내음에서 비롯한다는 생각을 고이 풀어내기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을 찍은 뒤 책을 묶는구나 싶습니다. 4348.8.19.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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