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42] 학교에서



  사랑받으려고 여기에 태어나고

  사랑하려고 마을에서 지내고

  사랑을 심으려고 어깨동무



  아이들은 ‘학생’이 되려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으려고 바로 이곳에서 태어납니다. 아이들은 교과서 지식만 배우려고 학교에 다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어른한테서 삶과 사랑을 배우려고 학교에 다닙니다. 학교는 바로 마을에 있고, 학교 한 군데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학교를 둘러싼 마을이 통째로 배우는 터전입니다. 사회에서는 이 대목을 소홀히 여깁니다. 집에서도 이 대목을 미처 못 깨닫기 일쑤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사랑을 받고 배우고 누리고 나누면서, 이 사랑을 꿈이라는 씨앗으로 새롭게 심으려고 태어났습니다. 4348.9.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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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41] 놀러 가는 길



  배우러 가는 길은

  새롭게 가는 길이라

  언제나 놀러 가는 길



  학교가 아름답다면 학교로 가는 길에 누구나 웃고 노래하면서 춤출 수 있습니다. 학교가 아름답지 않다면 학교로 가는 길에 누구나 잔뜩 찡그리고 어두운 낯빛이 되어 한숨을 쉬거나 짜증을 내거나 골을 부릴 테지요. 학교가 아름답다면 이곳에서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배울 테고, 새로운 이야기를 배우는 동안 삶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를 느껴요. 놀러 가듯이 웃을 수 있는 길이어야 배웁니다. 나들이를 가듯이 노래할 수 있는 길이어야 가르칩니다. 어깨동무를 하며 기쁨이 샘솟는 길일 때에 비로소 ‘배움길’입니다. 4348.9.24.나무.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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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40] 마음을 닦자



  꿈을 심는 마음은

  온몸이 꿈길로 가도록

  차근차근 이끌지



  몸은 늘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요. 그러니, 마음을 내가 스스로 올바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해요. 몸이 움직이도록 이끌 일을 마음에 제대로 품지 않으면 몸은 늘 힘들면서 어떻게 해야 좋을는지 모르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마음닦기란, 어떤 꿈을 마음에 품으면서 삶을 아름답게 가꾸려 하는가를 슬기롭게 깨닫는 길이에요. 4348.9.15.불.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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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9] 사람 사이



  네 맑은 눈빛은

  내 밝은 목소리였고

  할머니 고운 숨결이었지.



  어른도 아이도 누가 누구 위에 있거나 아래에 놓일 수 없이 서로 똑같이 아름다운 숨결이요 넋이기에 비로소 ‘사람’이라는 이름을 쓴다고 느껴요. ‘어른’하고 ‘아이’라는 이름은, 갓 태어난 사람을 사랑으로 돌보면서 사랑을 배울 어른이 어떤 삶인가를 알려주려는 뜻에다가, 갓 태어난 사람으로서 먼저 태어난 사람한테서 어떤 사랑을 받으면서 어떤 삶을 배울 때에 즐거운가를 깨우치려는 뜻이지 싶습니다. 아이들 눈빛은 내 목소리이고, 내 목소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숨결입니다. 4348.9.2.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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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38] 제대로 바라보기



  호박알 한 덩이 굵기까지

  한 달 남짓

  가만히 지켜본다.



  가게나 저잣거리에 가면 한겨울에도 호박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철 호박은 여름이 무르익다가 저물면서 가을로 접어드는 철이 비로소 볼 만하고, 가을 내내 호박알을 한 덩이 두 덩이 만납니다. 암꽃이 피었다가 진 뒤에 호박알 한 덩이가 소담스레 굵어서 고맙게 따서 먹을 수 있는 나날을 꼽아 보니 한 달이 더 걸립니다. 호박국이랑 호박지짐을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먹으려고 우리는 모두 한 달 남짓 호박을 날마다 들여다보며 절을 했습니다. 4348.8.3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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