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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8] 아이가 태어날 때에

 


  아이가 태어날 때에
  나무 한 그루 심어
  삶동무 삼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마당에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있어, 언제나 마당나무 바라보며 놀고 자랍니다. 밭이 있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밭둑에 나무 한 그루 심을 수 있으니, 날마다 자라며 밭나무 마주하고, 어느덧 어른 되면 밭나무는 시원한 그늘 드리워 모두한테 기쁜 웃음 베풉니다. 숲을 돌보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는 숲 한켠에 나무 한 그루 심기도 하지만, 해마다 나무 스스로 떨구는 씨앗에 따라 씩씩하게 자라는 어린나무를 동무나무로 삼을 수 있습니다. 언제나 숲에 깃들며 숲내음 먹고 숲바람 들이켜면서 푸른 숨결 건사합니다. 나무를 안고 나무를 사랑하며 나무를 아끼는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고 작가이며 살림꾼입니다. 시인은 총을 들지 않습니다. 작가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살림꾼은 아이를 사랑으로 낳아 사랑으로 돌봅니다. 4346.6.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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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7] 시골 흙일꾼 삶

 


  시골에서 흙 만지는 사람은 모두 흙일꾼
  새내기도 헌내기도, 초보도 원로도 없이
  서로서로 사랑스러운 흙 만지는 삶.

 


  시골에서 지내며 둘레를 살피면, 시골마을 어르신은 ‘나이 여든’이건 ‘나이 일흔’이건 아무렇지 않게 흙일을 합니다. 흙 만진 지 쉰 해가 넘었건 예순 해가 넘었건 이녁 스스로 ‘전문가’라든지 ‘고수’라든지 ‘원로’라고 여기지 않아요. 그저 흙일꾼(농사꾼)이에요. 이와 달리, 도시에서는 모두 전문가요 고수요 원로예요. 시를 쓰거나 기자로 일하거나 법을 다루거나 정치를 하거나 컴퓨터를 만지거나 사진을 찍거나 사회운동을 하거나 무엇을 하든, 온통 ‘-가(家)’나 ‘작가(作家)’ 같은 이름 얻으려 애써요. 스스로 ‘님’이 되어요. 기자님, 판사님, 대통령님, 간호사님, 요리사님, …… 되지요. 농사꾼더러 농부님처럼 가리키는 분이 더러 있지만, 참말 농사꾼 들은, 또 아이들 보살피며 사랑하는 살림꾼(주부) 들은, ‘님’도 ‘-가’도 ‘작가’도, 또 ‘선생님’도 바라지 않아요. 농사꾼과 살림꾼한테는 이런저런 높임말이랑 꾸밈말이 어울리지 않아요. 흙을 만지고 물을 만지며 숨결 푸르게 북돋우는 자리에 서면, 누구라도 빙그레 웃으며 가장 맑은 넋 되는구나 싶어요. 4346.6.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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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6] 서로 아름답게

 


  다른 사람이 늘 옳듯
  나도 함께 언제나 옳아
  서로 아름답게 어울립니다.

 


  아이들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요. 내 목소리를 가만히 헤아리며 가장 고운 목청으로 이야기를 빚어요. 아이들 목소리는 내 삶을 북돋우는 아름다운 노래예요. 내 목소리는 아이들 마음속에 사랑이 돋아나도록 이끄는 따사로운 손길이에요. 서로서로 좋고 착하며 빛나요. 서로서로 즐겁고 반가우며 맑아요. 네 목소리도 내 목소리도 살갑습니다. 4346.6.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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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5] 마음에 걸린 일

 


  언제나 모든 일은 마음에 걸린 일이기에
  마음을 어느 만큼 어떻게 쓰느냐가 다를 뿐입니다.
  좋은 하늘과 맑은 바람 즐거이 누려요.

 


  마음을 기울이면 아무리 시끄러운 곳에서도 멧새와 개구리와 풀벌레와 매미와 제비가 노래하는 소리를 들어요.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고즈넉한 숲에 깃들어도 숲노래를 한 가지조차 알아채지 못해요. 마음을 기울이니, 내 둘레 살가운 이웃들 사랑스러운 꿈을 느껴요. 마음을 못 기울이니, 내 옆지기 생각이나 뜻이나 느낌을 하나도 알아채지 않아요. 마음을 기울이니까 어느 책을 읽더라도 가슴이 넉넉하게 벅차올라요. 마음을 안 기울이니까 책은 많이 읽는다 하더라도 가슴이 외려 오그라들거나 쪼그라들어요. 4346.6.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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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4] 내가 누리는 아름다움

 


  나한테 누가 어떻게 다가오든
  나는 나대로 내 마음 사랑스레 가꾸면 돼요.
  내 삶은 내가 누리는 아름다운 하루이니까요.

 


  내 삶은 내가 누려요. 다른 사람이 내 삶을 누려 주지 않습니다. 웃음은 내가 웃을 때에 웃음이지, 남이 웃어 주기에 웃음이 되지 않아요. 눈물도, 찡그림도, 반가움도, 고마움도, 미움도, 모두 나 스스로 느껴요. 남이 느껴 주지 않아요. 내 삶은 언제나 내가 일구며 누리기에, 하루하루 가장 즐거우며 환하게 맞아들일 길을 생각해요. 어떤 다른 사람이 바보스럽든 말든 대수롭지 않아요. 어떤 다른 사람이 못난 짓을 하든 말든 대단하지 않아요. 나는 천천히 하나씩 내 삶 아름답게 돌보는 길 찾아서 즐기면 될 뿐이에요. 곁에 있는 한솥지기를 바라봅니다. 우리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옆지기 손을 잡고, 내 손바닥과 발바닥 주무르면서 아침햇살 맑은 눈망울로 바라봅니다. 4346.6.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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