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17] 따스한 것

 


  따스한 것 몸속으로 스며들면
  따스한 마음·생각·꿈·사랑
  찬찬히 일어납니다.

 


  차가운 것이 몸속으로 스며들어도 따스한 마음과 생각과 꿈과 사랑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따스한 몸으로 따스한 삶 일구는 사람입니다. 이와 달리, 따스한 것 몸속으로 스며들어도 그예 차갑디차갑게 마음도 생각도 꿈도 사랑도 굳고 말아, 어느 한 가지조차 따숩게 길어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픈 사람이고 고단한 사람이며 슬픈 사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밥을 따로 안 짓고, 날쌀을 먹거나 날풀을 먹어도 됩니다. 날고기를 먹거나 날열매를 먹으면 돼요. 그런데 왜 불을 피워서 따스한 밥을 먹을까요. 애써 품을 들이고 손을 써서 따순 밥 한 그릇 짓는 까닭이 따로 있을까요. 그저 더 맛있기 때문에 밥을 지을까요? 날것을 오래 먹어 보거나 제대로 먹어 본 사람은 느낄 텐데, 불을 피워 익혀도 맛나다 하지만, 날것이 베푸는 맛도 몹시 좋습니다. 꼭 맛 때문에 불을 피워서 밥을 짓지는 않는다고 느껴요. 아마, 사람들 사이에 미움이나 다툼이 생기고, 따돌림이나 괴롭힘이 생기면서, 그예 차가운 마음 된 누군가 있어, 이들을 달래고 보듬으려고 불을 피워 밥을 지었으리라 싶어요. 몸속으로 따스한 것 스며들면, 어느새 찬몸 녹고 찬마음 풀리면서 따스한 몸과 마음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고 생각해요.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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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6] 눈이 밝을 때에

 


  눈이 밝을 때에 마음을 밝혀
  삶을 밝히는 이야기로
  사람들 사이에 솟아날 사랑을 밝히는 길.

 


  어떤 사람이 시인이라 할 만한지 생각합니다. 문학상을 받거나 시집을 낸대서 시인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사진기 장만하고 사진책 냈대서 사진작가라고 느끼지 않아요. 사진학과 교수로 일하니까 사진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진을 사랑하면서 사진과 함께 살아가는 맑은 넋이라면 누구나 사진작가라고 생각해요. 시인이라는 이름을 누리자면, 시만 써서는 시인이 되지 못해요. 맑고 밝은 눈길로 맑고 밝은 이웃을 헤아리면서 맑고 밝은 삶 일굴 때에 시나브로 시인이 되리라 생각해요. 4346.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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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5] 시골스러운 마음

 


  냇물과 숲 생각하면서
  시골에서도 도시에서도
  꽃밭·텃밭·나무밭 일궈요.

 


  도시사람도 ‘시골스러운 마음’으로 도시 삶터 예쁘게 가꾸면, 온누리는 아름답게 거듭나리라 생각해요. 시골사람은 참말 ‘시골스러운 마음’ 곱게 보듬어 시골 들판과 멧골 가꾸면, 지구별은 푸른 숨결 가득하겠지요. 사람을 살리는 마음이란 시골스러운 마음이지 싶어요. 사람이 착하고 참답게 살아가는 길이라면 시골스럽게 살아가는 길이지 싶어요. 서로 어깨동무하거나 두레를 하면서 슬기와 사랑을 나누는 삶이 되자면 시골스럽게 생각해야지 싶어요. 아이도 어른도, 젊은 사람도 늙은 사람도, 다 함께 시골스러운 꿈을 키울 때에 아름다울 수 있지 싶어요. 4346.6.1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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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4] 절구에 담은 그림

 


  돌울타리, 텃밭, 꽃밭, 나무밭, 풀지붕, 나무문살, 문고리에
  다듬이돌, 불쏘시개, 절구, 다리미, 빨래터, 우물, 물동이에
  밥그릇, 수저, 옷, 바느질, 길쌈, 베틀, 짚신, 빨래줄, 밥에
  빛과 그림과 이야기 담으며, 사람들 오래오래 살아왔습니다.

 


  ‘미술사’나 ‘미학’을 다루는 학자가 있습니다. ‘미술사’나 ‘미학’을 밝히는 책이 있습니다. 서양미술과 동양미술이 있을 테고, 한국미술과 중국미술과 일본미술이 있을 테지요. 저마다 재미난 이야기 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양에서나 동양에서나, 한국에서나 중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여느 사람들 여느 살림살이에서 ‘미술을 읽’거나 ‘미학을 읽’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요. 야나기 무네요시 같은 사람을 뺀다면, 아마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어요. 막사발이든 숟가락이든 비녀이든, 호미이든 낫이든 쟁기이든, 왜 이런 데에서는 미술도 미학도 캐내지 못할까요. 곰곰이 돌아보면, 한국땅에는 전형필이라는 사람 있고, 조자용이라는 사람 있으며, 예용해라는 사람과 진성기라는 사람 있어요. 이런 분들은 그동안 학자들이 건드리지 않은 미술과 미학을 새로운 눈길로 보듬었어요. 학문에 갇히거나 책에 사로잡힌 미술과 미학이 아닌, 삶에서 사랑을 느끼고 시골에서 꿈을 헤아린 이야기 한 자락 한 올 두 올 길어올릴 수 있어요. 4346.6.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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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14 18:3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듯 합니다.
전형필님이나, 한국 도깨비나 호랑이를 잘 알려주신 조자용님은 알고 있는데
예용해님이나 진성기님은 저도 잘 모르고 있었답니다. ^^;;;

숲노래 2013-06-14 21:40   좋아요 0 | URL
예용해 님 덕분에 '인간문화재'가 생겼어요.
진성기 님 덕분에 '제주민속 연구'를 할 수 있어요.

두 분은 두 분 나름대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며
사람들한테 '문화'와 '예술'이 무엇인가를
슬기롭게 밝혀 주었답니다.
 

[시로 읽는 책 13] 비가 내립니다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짓꿎은 사람, 아름다운 사람
  시골, 도시, 숲, 고속도로, 공장, 골프장, 축구장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 머리에 비가 내립니다.

 


  여름비 내립니다. 여름비는 여름날 찾아드는 더위를 식힙니다. 시골집은 한여름에도 그리 안 덥습니다. 비록 이래저래 시멘트 많이 바른 집이라 하더라도, 뼈대는 흙이고 지붕도 흙입니다. 시골집 선 땅도 흙입니다. 흙이 있는 둘레에는 풀이 자라고, 풀밭 한복판에는 나무가 섭니다. 이렇게 흙과 풀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데는 안 덥습니다. 시원하지요. 도시가 나날이 더 덥고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까닭은 흙을 시멘트로 덮고 아스팔트로 짓누르기 때문일 뿐 아니라, 풀과 나무 깃들 조그마한 틈조차 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니 자꾸 발전소 더 지어 전기 더 뽑아내어 에어컨 틀어야 합니다. 도시가 시원해지자면, 도시에 더위가 수그러들자면, 찻길을 줄여야 하고 주차장을 줄여야 해요. 찻길과 주차장을 흙으로 돌려놓고, 작은 숲과 텃밭 늘려야 해요. 땅이 숨을 쉬지 못하니 도시는 사막이 됩니다. 땅이 숨을 쉴 때에 비로소 도시도 시골도 ‘삶터’ 되어 빗물 곱게 스밉니다. 4346.6.1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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