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책 22] 선물하는 마음

 


  선뜻 마음을 기울이고
  문득 사랑을 담아
  선물 한 꾸러미.

 


  선물할 때에 즐겁다면 선물받을 때에도 즐겁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누군가한테 선물하듯, 누군가도 나한테 선물해요. 내가 누군가한테 선물하면서 마음이 들뜨고 설레며 기쁘다면, 나한테 선물하는 누군가도 마음이 들뜨고 설레며 기쁘겠지요. 그래서 즐겁게 선물합니다. 즐겁게 선물받습니다. 다 좋아요. 나한테 아름다운 사랑 선물해 주셔요. 나도 내 온 사랑 가득 담아 언제나 무엇이든 선물할게요. 4346.6.2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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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1] 풀내음과 꽃가루

 


  풀내음 맡으며 머리가 트이고
  꽃가루 마시며 가슴이 열려
  나뭇잎 쓰다듬으며 곱게 웃어요.

 


  교과서에는 ‘옛날사람은 수렵·채집을 했다’고 나옵니다만, 참말 옛날사람이 ‘수렵·채집’을 했는지 아무도 모를 뿐더러, 어떻게 사냥을 하고 열매를 따먹었는지 제대로 아는 학자는 없어요. 사람이 언제부터 사냥을 했는지 밝힐 수 있는 학자란 없고, 사냥을 하지 않던 때에 밥이 될 먹을거리를 어느 만큼 마련해서 겨울나기를 하고 봄과 여름과 가을을 누렸는지 헤아리는 지식인도 없어요. 눈을 살그마니 감고 생각합니다. 모든 밥을 스스로 건사하던 지난날에 이 땅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얻어 삶을 지었을까요. 오늘날 시골처럼 풀베기를 그토록 힘겹게 했을까요. 오늘날 시골과 달리 풀포기 하나 알뜰히 아끼면서 살았을까요. 어떤 나무는 빗물 마시고 햇볕과 바람 쏘이기만 하더라도 퍽 굵직하며 달콤한 열매를 맺어요. 어떤 풀은 빗물이랑 햇볕과 바람만으로도 아주 고우며 환한 무지개빛 꽃송이 틔워요. 풀과 꽃과 나무에 어떤 빛이 서렸을까요. 사람들은 먼먼 옛날부터 풀과 꽃과 나무를 어떤 이웃으로 받아들이며 살았을까요. 하루하루 살아가는 푸른 숨결을 어떻게 받아먹었을까요. 4346.6.2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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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20] 아이와 꽃과 어른

 


  아이들과 살아가며
  늘 꽃을 생각하는
  꽃어른, 꽃사람, 꽃삶, 꽃노래

 


  아이들한테 들려줄 노래는 꽃노래입니다. 그래서 어른인 나는 꽃노래를 부릅니다. 어느덧 어른인 나 스스로 꽃어른 되고, 아이들은 시나브로 꽃아이 됩니다. 아이들이 물려받을 삶이라면 꽃삶입니다. 이리하여 어버이인 나는 꽃사랑을 누리고 꽃꿈을 꾸니, 아이들에 앞서 어버이인 나부터 꽃사람 됩니다. 아이도 이윽고 어깨동무 나란히 하는 꽃사람 되지요. 아이가 받아먹는 밥은 어른이 함께 먹는 밥입니다. 아이가 쓰는 말은 어른이 쓰는 말입니다. 아이가 살아가는 터는 바로 어른이 살아가는 터입니다. 어른부터 스스로 즐겁게 사랑하며 살아가면, 아이들은 아주 홀가분하고 마땅히 즐겁고 사랑스레 살아갈 수 있습니다. 4346.6.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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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9] 흙에서 빚은 말

 


  시골에서 흙 만지던 손으로 빚은
  벼와 보리와 감자와 무와 마늘 같은 숨결에
  사랑과 꿈과 믿음과 빛 같은 어여쁜 낱말들.

 


  옛날부터 임금님은 낱말을 빚지 않았습니다. 명령만 내렸습니다. 옛날부터 지식인이나 학자는 낱말을 일구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글로 어려운 책만 썼습니다. 옛날부터 권력자는 낱말을 보듬지 않았습니다. 권력을 더 단단하고 크게 키우는 데에 마음을 쏟았습니다. 옛날부터 낱말 하나 빚은 사람은 시골에서 흙을 만진 할매와 할배입니다. 흙을 만져 삶을 짓고, 낱말을 지었어요. 옛날부터 낱말 하나 일군 사람은 시골에서 아이 낳아 돌본 여느 어버이였어요. 아이들 낳아 사랑으로 돌보며 키우는 동안, 이녁 마음에서 샘솟는 아름다운 사랑을 낱말 하나하나에 담았어요. 옛날부터 낱말 하나 보듬은 사람은 시골 어린이예요. 시골에서 흙 만지는 할매와 할배한테서 사랑을 받고, 시골에서 흙 가꾸는 어매와 아배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으면서, 아이들은 가장 맑고 밝은 넋으로 즐겁게 새 낱말을 보듬었습니다. 4346.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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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읽는 책 18] 춤과 노래

 


  모든 몸짓이 춤이고
  모든 말이 노래 되어
  모든 삶이 사랑입니다

 


  나는 어릴 적에 춤을 몹시 못 추었고, 노래를 참 못 불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형이 나더러 ‘종규 노래 많이 불렀는데?’ 하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나는 그런 어린 내 모습을 거의 못 떠올립니다. 아마, 우리 형은 내가 못 떠올리는 내 아주 어린 날 모습을 잘 되새겨서 알려주었겠지요. 그러고 보면, 어른들이 아이들 몸짓이나 말짓을 자꾸 다른 아이들하고 견주기 때문에, 아이들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가장 홀가분하면서 사랑스러운 춤과 노래가 사그라들지 싶어요. 아이들은 박자나 음정 따위를 살피지 않아요. 아이들은 그저 즐겁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불러요. 어떤 노래꾼이나 춤꾼을 따라할 까닭 없어요. 아이들 스스로 우러나오는 결과 느낌을 살려서 뛰고 달리고 구르고 부딪히고 넘어지고 일어서고 하면 될 뿐이에요. 곧, 어린이 삶과 꿈과 사랑 고스란히 건사하며 어른이 되면, 어른도 누구나 살가운 춤빛과 노래빛 누리지요. 모든 삶을 사랑으로 누려요. 4346.6.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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