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는 생각이 낳는 한 가지

 


  없다는 생각은 언제나 ‘없다’는 한 가지를 낳아요. 있다는 생각은 언제나 ‘있다’는 한 가지를 낳을까요? 네, 틀림없이 이와 같아요. 이 대목은 아주 쉬워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하지만, 아주 쉽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쉽게 잊기도 하는구나 싶어요.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나 스스로 늘 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느 때나 곳에서 문득 ‘나한테는 없네’ 하고 느끼려고 하는 때에 ‘또 바보짓을 하네, 내가 이렇게 없다고 느끼려 하니까 없잖니’ 하고 도리질을 쳐요. 참으로 그렇지요. 올해 2016년에 내가 스스로 가슴에 담는 다짐말 ‘살림’을 다시금 곱씹습니다. 2016.9.1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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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고치는 값 21만 원



  사진렌즈를 둘 고칩니다. 벼르고 벼르던, 또 잊고 잊던 사진렌즈입니다. 하나는 형이 사 주었고 다른 하나는 형이 쓰던 사진렌즈를 물려받았어요. 여러모로 살림이 매우 힘들 적에 형이 고맙게 손길을 내밀어 주어서 사진을 꾸준히 찍을 수 있었어요. 이 사진렌즈를 오랫동안 쓰며 하나씩 낡고 닳았어요. 한 렌즈는 두 번 수리점에 맡겨서 고쳤고, 다른 한 렌즈는 한 번 수리점에 맡겨서 고쳤어요. 낡고 닳은 부품을 갈아야 했거든요. 이렇게 고쳐서 쓰던 렌즈인데 다시 망가져서 두 해 가까이 묵혔어요. 어떤 렌즈로든 사진을 못 찍겠느냐 싶어서 매우 값싼 번들렌즈를 장만해서 사진을 찍었지요. 아직 살림을 아주 넉넉히 펴지는 않았지만, 2016년 6월에 새로 낸 책이 제법 사랑을 받으면서 은행계좌에 글삯이 조금 모였고, 이 조금 모인 돈으로 네 해 만에 ‘우리 집 인쇄기’에 새 잉크를 넣었어요. 그리고 두 해 동안 묵힌 사진렌즈 둘을 21만 원을 들여서 고칩니다. 낡고 닳은 부품을 갈고 그동안 쌓인 먼지와 곰팡이를 치운 사진렌즈가 얼마나 반가우면서 사랑스러운지. 돈도 돈일 테지만, 이렇게 사진살림을 이을 수 있도록 곁에서 힘이 되는 수많은 ‘읽는 이웃(독자)’을 마음속으로 그려 봅니다. 2016.9.2.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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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하고 다른 오늘



  팔월이 저물고 구월로 접어듭니다. 하룻밤을 서울에서 묵으며 인천하고 서울을 다녀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무겁고 큰 가방을 짊어지며 이틀 동안 두 고장을 걸어다닌 일은 마치 꿈처럼 아득해 보입니다. 오늘 아침은 조용하면서 싱그러운 햇살을 느끼면서 일어났고, 엊그제 살짝 내린 비로 감잎은 한결 반들거리고, 뒤꼍 무화과도 무르익습니다. 달력으로 치면 달이 바뀐 하루요, 살림으로 바라보면 새롭게 깨어나는 하루입니다. 오늘은 어떤 일과 놀이로 하루 동안 신나는 삶이 될 만한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글을 쓸 일도, 호미를 쥘 일도, 마을 빨래터를 치울 일도, 또 밥을 짓고 이야기를 나누고 비질을 하고 이것저것 할 일도, 어제하고 다르면서 오늘대로 재미날 숨결을 가만히 그립니다. 2016.9.1.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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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를 다니는 까닭



  이틀에 걸쳐 인천하고 서울에서 바깥일을 보고 고흥으로 돌아옵니다. 서울에서 여러 가지를 잔뜩 장만해서 가방이 미어터질 만큼 신나게 짊어지고 돌아옵니다. 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돌아오느라 등허리가 많이 결립니다만, 한잠 자고 나면 다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제껏 바깥마실을 마치고 난 뒤하고는 퍽 다르게 밤을 맞이합니다. 예전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바깥일 이야기라든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도록 몸을 잘 가누지 못했다면, 오늘은 이럭저럭 이야기를 나눌 만큼 몸을 좀 가누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제오늘에 걸친 바깥마실에서 또렷하게 한 가지를 배웠어요. ‘나는 여태 내가 무엇을 배워서 무엇을 새롭게 지으려 하는가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를 말이지요. 바깥마실을 하면서 느낀 이 대목을 집에서 곁님한테서 다시 들으며 곰곰이 돌아보았어요. ‘아니, 내가 어제오늘 속으로 품은 생각을 어떻게 곁님이 나한테 오늘 밤에 이렇게 말로 들려줄 수 있지?’ 이는 흔한 말로 ‘우연’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스스로 끌어들이면서 이루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오늘 하루 자고 난 이튿날부터, 또 이 글을 적바림하는 이 자리부터, 내가 그리는 그림 가운데 하나인 ‘새 배움 놀이’를 그야말로 즐겁게 하자고 다짐합니다. 나들이를 다니는 까닭은 내가 스스로 얼마나 넓거나 좁게 마음을 가꾸었는가를 되새기면서 나를 둘러싼 보금자리를 아름다우면서 즐겁게 보살피면 사랑이 샘솟을까를 배우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2016.8.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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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렌즈 들고 서울마실



  며칠을 망설인 끝에 서울마실을 하기로 합니다. 서울마실을 하는 김에 인천마실도 하면서, 다가오는 시월에 인천에서 해야 할 ‘골목 문화 탐방’에 나설 골목길을 미리 다녀 보기로 합니다. 오늘(화요일)은 인천하고 서울을 오락가락하면서 사진기 수리점에 렌즈를 맡기고 저녁에 출판사 한 군데 일꾼을 만난 뒤, 이튿날(수요일)은 렌즈를 찾고 출판사 두 군데 일꾼을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니다. 이렇게 바깥일을 보자면 이틀치 밥을 마련해 놓아야 하기에, 새벽 다섯 시 반부터 밥을 짓고 반찬을 해 놓으려 합니다. 시골집 곁님하고 아이들이 배부르게 먹고 즐겁게 놀면서 느긋하게 하루를 누리는 배움살림을 짓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진렌즈는 망가진 지 몇 해 되었는데 그동안 이 렌즈를 고칠 목돈이 없어서 이제껏 미루기만 했습니다. 아직 목돈이 주머니에는 없으나 앞으로 목돈을 마련하자고 새롭게 다짐하면서 ‘써야 할 살림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기울입니다. 졸음을 떨칠 수 있도록 곧 머리부터 찬물로 감고서 살림을 꾸려야겠습니다. 2016.8.3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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