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깨우는 한 마디

 

  밤 한 시부터 일어나서 움직입니다. 이제 아침 열 시이니 꽤 오래 깬 채 움직이는 셈입니다. 새벽 다섯 시 반에 머리를 감았고, 여섯 시에 가방을 꾸렸으며, 여섯 시 오십 분에 서재도서관으로 책상자를 하나 갖다 놓은 뒤 일곱 시부터 마을 어귀로 나와서 군내버스를 기다렸어요. 일곱 시 십사 분에 군내버스에 올랐고, 일곱 시 삼십오 분에 순천 가는 시외버스를 탔지요. 순천버스역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기다리다가 아홉 시 오십오 분에 포항 가는 시외버스를 다시 탑니다. 십 분쯤 눈을 감으며 꿈나라를 헤매는데 손전화 쪽글이 하나 옵니다. 오늘 찾아가는 포항 달챙이책방 책방지기 님 쪽글이에요. 이 쪽글을 받으며 문득 잠이 깹니다. 앞으로 세 시간 남짓 시외버스를 달리면 포항에 닿아요. 묵직한 사진틀 석 점을 택시에 실어서 책방으로 갈 생각입니다. 오늘 고흥집 두 아이랑 곁님은 서로 재미난 배움살림을 짓겠지요. 저도 저대로 신나게 바깥일을 본 뒤 이튿날 홀가분한 몸으로 우리 보금자리에 돌아가자고 되새깁니다. 2017.3.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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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라이벌(컨택트)’을 보며 드는 생각



  우리는 몇 해가 지나도, 몇 열 해나 몇 백 해가 지나도, 지구 아닌 다른 별에서 사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썰미가 그대로일까요, 아니면 새로울 수 있을까요? 이 지구라는 별에 외계인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마주하면 좋을까요? 어른들은 군대를 이끌면서 무기랑 장비랑 시설을 갖추어 외계인을 마주하려 하는구나 싶어요. 아이들이라면 어떻게 할까요? 아이들이라면 ‘이티’라는 영화에서 나오듯이 가벼운 차림새로 그냥 만나려 할 테지요. 그리고 말은? 어른들은 온갖 과학자를 이끌고 전문시식으로 맞서려 할 테지만, 아이들은 그저 그대로 ‘제 말’로 만나려 할 테지요. 2017.2.24.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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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이월



  마실길을 나서며 겉옷을 얼마나 챙길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만둡니다. 아무래도 차츰 따뜻해지는 바람이라 겉옷은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고 느낍니다. 고흥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위로 가는 길이니 추울는지 모르지요. 그러나 막상 정안 쉼터를 지나기까지, 또 버스 안팎에서도, 볕이 꽤 포근한데다 살짝 덥기까지 합니다. 길을 나서며 ‘얼마나 더우려나?’ 하고 생각한 탓에 더울는지 몰라요. 버스에서 얇은 조끼를 벗습니다. 물 한 모금이 아주 시원합니다. 2017.2.1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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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자리



  배우는 자리에 오려고 고흥에서 길을 나섭니다. 서울에 먼저 들러서 책마을 이웃님을 만납니다.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앞으로 찬찬히 갈무리할 일을 헤아리고는, 누리신문 시민기자 분들하고 버스를 타고 강화섬에 있는 작은 학교에 옵니다. 이곳에서 하루를 묵으며 무엇을 배울는지 모릅니다. 다만 하나는 알 수 있어요. 이제까지 잘 해 온 어떤 일이 있으면, 그 잘 한 일 말고 새롭고 재미나게 지을 일을 생각하도록 어느 한 가지를 배울 수 있으리라 느낍니다. 시골 보금자리를 떠나서 한동안 다른 고장에서 볼일을 볼 적에는 늘 새로운 이야기를 익혀서 우리 삶터에서 곁님하고 아이들하고 꽃피울 살림을 가다듬는다고 생각해요. 강화에서도 별이 제법 보입니다. 별을 볼 수 있는 곳에 있으면 포근합니다. 2017.2.17.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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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면소재지



  어제가 금요일인 줄 오늘 깨닫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면소재지 가스집에 전화를 거는데 안 받습니다. 어젯밤 가스불이 다 되었으니 토요일하고 일요일은 버너로 밥을 지어야 하는군요. 다른 날도 아닌 금요일 저녁에 가스불이 나간 뜻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무를 때는 자리를 얼른 마련하자는 생각을 새삼스레 합니다. 올해에 해 볼 수 있으려나 하고 아침에 해바라기를 하며 생각에 잠깁니다. 2017.2.1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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