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네이버까페에 오른 글을 읽으며 문득 적어 본다. 책이란 나 스스로 내가 읽고 싶을 때에 내 마음에 와닿을 이야기를 찾아 조용히 다리품을 팔면서 내 주머니 깜냥에 맞추어 장만한 다음 차근차근 되새기는 읽을거리라고 느낀다. 누군가 나한테 책을 사 준다고 해서 한꺼번에 100만 원어치이든 1000만 원어치이든 살 수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 나한테 책을 사 주리라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꿈조차 꾸지 않는다. 아마, 누군가 1000만 원어치 책을 나한테 사 준다 한다면, 이 가운데 200만 원은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삯과 잠자는 방 삯으로 치러 주고, 나머지 800만 원으로는 간다 헌책방거리에서 책을 사서 한국으로 돌아오도록 해 달라 이야기할 테지. 그렇지만 이런 일은 이루어지리라 여기지 않기 때문에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 난 로또를 생각하지 않는데다가, 로또에 뽑힌들 내가 쓸 일조차 없으리라 느끼니까.
문학동네 출판사 깜짝잔치에서는 5만 원을 살짝 넘는 책값으로 헤아리며 책을 사 준다고 한다. 5만 원이라면, 요즈음 책값으로 보았을 때에 거의 돈이라 할 수 없는 돈이다. 지난주에 서울에 볼일 보러 간 김에 혜화동 이음책방에 들러 오윤 전집 세 권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동화책하고 북미 토박이 이야기책 하나를 샀더니 책값이 10만 원이 가볍게 넘었다. 오윤 전집은 판짜임이 썩 내키지 않을 뿐더러 펼쳐 보기 몹시 나쁘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판화쟁이 오윤 님 책이 드디어 전집으로 나왔기에 판짜임은 영 못마땅하더라도 기쁘게 샀다. 왜 오윤 님 책을 이렇게밖에 못 만드는지 슬프지만 한국땅에서는 그나마 오윤 님 책을 내어준 일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내 동무 한 사람이 책 5만 원어치를 내 생일선물로 사 줄 수 있겠지. 그러면 생일선물 5만 원어치 책으로 무엇을 받으면 좋을까? 사진책? 사진책이면 좋으나 사진책 한 권은 으레 7만 원 안팎인데다가 나라밖 사진책은 10만 원을 가볍게 넘긴다. 요새 여느 소설책조차 거의 2만 원 가까이 하기 일쑤이다. 새로 나온 헐먼 멜빌 소설책은 얼마나 비싼 값이 붙었는가. 그러면, 나는 그림책하고 만화책을 골라 볼까.
나라밖 문학 - 《아와 나오코-손수건 위의 꽃밭》(문학동네,2010) : 9000원
그림책 - 《하세가와 요시후미-오늘도 화났어!》(내인생의책,2010) : 9000원
그림책 - 《주디스 커-친구 거위 찰리》(문학사상사,2003) : 7500원
사진책 - 《김지연-근대화상회》(아카이브북스,2010) : 18000원
만화책 - 《심흥아-우리, 선화》(새만화책,2008) : 8000원
= 51500원
문학동네 해외소설 추천작품을 하나 고르라 하는데, 나는 추천작품보다는 어린이문학을 고르고 싶다. 어쩌면, 추천작품 아닌 책을 고르면 깜짝잔치에 붙을 일이 없을는지 모른다. 그래도 난 추천작품보다 이 작품이 훨씬 좋다. 아와 나오코 님 문학은 어린이문학 테두리에 들 테지만, 크게 보면 어린이문학이 아닌 그냥 문학이요 그냥 소설이다. 사람들은 어린이문학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하세가와 요시후미 님 그림책 가운데 하나. <내가 라면을 먹을 때>하고 <안돼 삼총사>로 하세가와 요시후미 님 그림책을 만났다. 이제 세 번째 그림책을 만나려고 장바구니에 이 책을 넣었는데, 마침 깜짝잔치를 한다기에 내 목록에 함께 담는다. 부드러우며 따뜻한 가운데 힘찬 그림에 너른 마음결이 살포시 담긴 그림책이라 좋다.
주디스 커 님 그림책. 우리 둘레 어디에서나 좋은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으며 좋은 문학(작품)으로 영글 수 있다. 멀리 나라밖으로 나간다든지 어디 별나라로 가야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문학책 줄거리가 태어나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수수히 일굴 줄 아는 주디스 커 님이 아닌가 생각한다.
2만 원짜리 사진책. 사진책으로 2만 원이면 몹시 싸다. 시골이나 골목동네 작은 가게 삶자락을 사진으로 차근차근 담은 책. 진작부터 사려고 했으나, 이음책방이나 풀무질 마실을 갔을 때에 이 책을 보지 못한 바람에 아직 사지 못했다. 누군가 선물을 해 준다면 아주 고맙게 받을 사진책 하나이다.
지난주와 지지난주에 서울 홍대 앞 한양문고에 갔을 때에 이 만화를 못 보았다. 그러고 보니 2008년에도 못 보았다. 왜 못 보았을까. 새만화책 출판사 만화는 거의 다 사서 보는데. 성은 봉씨이고 이름은 선화인 아가씨가 살아온 발자국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만화책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렇게 자그마한 낱권 하나로 만화를 일구면서 만화밭을 튼튼히 다져야 비로소 참다운 만화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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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잔치에 뽑히면 즐거울 테고, 뽑히지 않아도 나 스스로 내 선물목록을 만들어 보아도 즐겁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적바림했으니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