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녘 한겨레


 남북녘 한겨레가 서로 펴낸 책을 홀가분하게 나누며 즐거이 읽을 수 있는 날은 언제쯤 되려나. 남북녘과 일본과 중국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와 온누리 곳곳에서 살아가는 한겨레가 저마다 다 다른 자리에서 저마다 다 다른 삶을 바탕으로 저마다 다 다른 넋을 실어 일구어 낸 고운 책을 스스럼없이 주고받으며 알뜰히 읽을 수 있는 날은 언제쯤 찾아오려나. 나는 남북경제협력이라든지 남북체육교류보다 남북녘 한겨레 책삶을 오순도순 어깨동무하는 자그마한 물꼬를 꿈꾼다. 남녘 책이 북녘으로 가고, 북녘 책이 남녘으로 오지 못한다면 통일이 아니라고 느낀다. (4343.10.28.나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헌책방 일꾼한테 책 선물


 고마운 분들한테 내가 쓴 책을 드린다. 나한테 고마운 분이라면 맨 먼저 나를 낳고 길러 준 어버이요 우리 형이다. 이와 함께 나하고 살아가 주는 옆지기와 딸아이이다. 어버이보다 옆지기랑 딸아이가 곁에 가까이 있기에 언제나 내 책을 가장 먼저 선물로 드리는 님은 옆지기이다.

 내 이름이 아로새겨진 책이 태어나면 글삯을 받는다. 나는 이 글삯을 통째로 들여 책으로 받기로 한다. 출판사에서는 내 책을 상자에 차곡차곡 담아 부쳐 준다. 집으로 책 상자가 오면, 이 상자를 끌러 하나하나 봉투에 담아 우체국에서 부친다. 쉬 찾아뵈기 어려운 고마운 분들한테 짤막하게 편지를 적어 넣어 책을 보낸다.

 헌책방으로 마실을 하면서 내 책을 챙긴다. 헌책방마실을 하면서 늘 좋은 책을 고맙게 얻어 읽어 이렇게 내 이름을 아로새기는 책을 내놓을 수 있었기에 헌책방 일꾼은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작은 헌책방이든 큰 헌책방이든, 자주 찾는 헌책방이든 가까스로 몇 해에 한 번 찾는 헌책방이든, 내가 쓴 책을 하나부터 열까지 알뜰히 챙겨서 선물하려고 용을 쓴다.

 어쩌면, 나로서는 헌책방 일꾼한테 책을 선물하는 일이 보람이라고 여겨 책을 꾸준하게 써 내려 하는지 모른다. 새로운 책이 돌고 돌 뿐 아니라, 살가운 책이 사라지지 않게끔 마음을 쏟고 땀을 바치며 힘을 들이는 헌책방 일꾼들한테 ‘책을 이처럼 사랑해 주시는 넋이 고맙습니다’ 하고 넙죽 절을 하고픈 마음으로 책을 선물한달 수 있다.

 글삯을 안 받고 책을 받아, 또 이 책을 남김없이 선물을 할 뿐더러, 선물할 책이 모자라 더 돈을 주고 내 책을 산 다음 줄기차게 선물을 하자면 도무지 뭘로 먹고살 노릇인가 나부터 알 수 없곤 한다. 책방마실을 하며 책을 살 돈조차 모으기 힘든 셈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굶어죽지 않는다. 살림돈은 노상 쪼들릴 뿐더러, 둘레에서 한 푼 두 푼 보태어 주는 따스한 손길 어린 돈이 있어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데, 이런 주제에도 책 선물은 신나게 잇는다.

 책을 선물하고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한다. 헌책방마실을 하며 장만한 책이 가득 담겨 무거운 가방을 느끼며 생각한다. 내가 쓴 책들이 한 해에 한 번이라도 새로 찍어 조금이나마 글삯을 챙길 수 있으면 이 글삯에서 반 토막은 살림돈으로 보태고 반 토막으로는 책을 더 사들여서 한결 넉넉하게 책 선물을 즐길 수 있을 텐데 하고. 그렇지만 이내 생각을 고친다. 내가 쓴 책하고 견줄 수 없이 아름다우며 참답고 착한 책이 얼마나 많은데. 많지는 않으나 내가 쓴 책을 기꺼이 장만하여 준, 나로서는 이름 모르고 낯 모르는 사람들을 고마워 하며 오늘 하루 더 기운을 내어 살아가자. (4343.10.28.나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푸른개구리


 잠자기 앞서 풀숲에 쉬를 하러 나가려는데 내 고무신 오른 짝에 미끌렁하는 무언가 밟힌다. 아이가 아빠 고무신에 뭘 흘렸나 싶어 얼른 발을 든다. 발바닥에 들러붙지 않게 하려고. 고무신을 발가락에만 꿰어 탈탈 턴다. 아래로 제법 큰 덩이가 떨어진다. 뭘까? 어두운 마당에서 허리를 숙이자니 시커먼 덩이가 이리저리 폴짝폴짝 뛴다. 엉. 개구리네. 조그마한 푸른개구리구나. 이 녀석이 언제 여기로 왔을까. 내 고무신이 이 녀석한테는 오늘 저녁 잠자리였을까.

 곧 아이가 아빠 찾아 신을 꿰고 좇아 나온다. “똘!” 하고 외치며 하늘을 본다. 같이 하늘을 보다가 “‘똘’이 아니고 ‘달’이야. 금세 잊었니?” 하니까 “달? 다알!” 한다. 밤길을 조금 거닐면서 “봐, 불 켜진 데 없지? 언니도 오빠도 모두 코 자잖아. 벼리도 이제 코 자야지?” 하고 얘기한다. 집으로 들어와 아빠는 먼저 쓰러진다. 아이하고 불을 끄자며 한참 실랑이한 끝에 아이를 안고 불을 끈 다음 자리에 눕힌다. 아이는 또 한참 조잘조잘 떠들다가 새근새근 잠들어 준다. (4343.10.21.나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문학동네 네이버까페에 오른 글을 읽으며 문득 적어 본다. 책이란 나 스스로 내가 읽고 싶을 때에 내 마음에 와닿을 이야기를 찾아 조용히 다리품을 팔면서 내 주머니 깜냥에 맞추어 장만한 다음 차근차근 되새기는 읽을거리라고 느낀다. 누군가 나한테 책을 사 준다고 해서 한꺼번에 100만 원어치이든 1000만 원어치이든 살 수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 나한테 책을 사 주리라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꿈조차 꾸지 않는다. 아마, 누군가 1000만 원어치 책을 나한테 사 준다 한다면, 이 가운데 200만 원은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삯과 잠자는 방 삯으로 치러 주고, 나머지 800만 원으로는 간다 헌책방거리에서 책을 사서 한국으로 돌아오도록 해 달라 이야기할 테지. 그렇지만 이런 일은 이루어지리라 여기지 않기 때문에 아예 생각조차 않는다. 난 로또를 생각하지 않는데다가, 로또에 뽑힌들 내가 쓸 일조차 없으리라 느끼니까. 

 문학동네 출판사 깜짝잔치에서는 5만 원을 살짝 넘는 책값으로 헤아리며 책을 사 준다고 한다. 5만 원이라면, 요즈음 책값으로 보았을 때에 거의 돈이라 할 수 없는 돈이다. 지난주에 서울에 볼일 보러 간 김에 혜화동 이음책방에 들러 오윤 전집 세 권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동화책하고 북미 토박이 이야기책 하나를 샀더니 책값이 10만 원이 가볍게 넘었다. 오윤 전집은 판짜임이 썩 내키지 않을 뿐더러 펼쳐 보기 몹시 나쁘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판화쟁이 오윤 님 책이 드디어 전집으로 나왔기에 판짜임은 영 못마땅하더라도 기쁘게 샀다. 왜 오윤 님 책을 이렇게밖에 못 만드는지 슬프지만 한국땅에서는 그나마 오윤 님 책을 내어준 일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 내 동무 한 사람이 책 5만 원어치를 내 생일선물로 사 줄 수 있겠지. 그러면 생일선물 5만 원어치 책으로 무엇을 받으면 좋을까? 사진책? 사진책이면 좋으나 사진책 한 권은 으레 7만 원 안팎인데다가 나라밖 사진책은 10만 원을 가볍게 넘긴다. 요새 여느 소설책조차 거의 2만 원 가까이 하기 일쑤이다. 새로 나온 헐먼 멜빌 소설책은 얼마나 비싼 값이 붙었는가. 그러면, 나는 그림책하고 만화책을 골라 볼까. 

나라밖 문학 - 《아와 나오코-손수건 위의 꽃밭》(문학동네,2010) : 9000원
그림책 - 《하세가와 요시후미-오늘도 화났어!》(내인생의책,2010) : 9000원
그림책 - 《주디스 커-친구 거위 찰리》(문학사상사,2003) : 7500원
사진책 - 《김지연-근대화상회》(아카이브북스,2010) : 18000원
만화책 - 《심흥아-우리, 선화》(새만화책,2008) : 8000원

= 51500원

 

 

 

 

 

 

 

 

문학동네 해외소설 추천작품을 하나 고르라 하는데, 나는 추천작품보다는 어린이문학을 고르고 싶다. 어쩌면, 추천작품 아닌 책을 고르면 깜짝잔치에 붙을 일이 없을는지 모른다. 그래도 난 추천작품보다 이 작품이 훨씬 좋다. 아와 나오코 님 문학은 어린이문학 테두리에 들 테지만, 크게 보면 어린이문학이 아닌 그냥 문학이요 그냥 소설이다. 사람들은 어린이문학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하세가와 요시후미 님 그림책 가운데 하나. <내가 라면을 먹을 때>하고 <안돼 삼총사>로 하세가와 요시후미 님 그림책을 만났다. 이제 세 번째 그림책을 만나려고 장바구니에 이 책을 넣었는데, 마침 깜짝잔치를 한다기에 내 목록에 함께 담는다. 부드러우며 따뜻한 가운데 힘찬 그림에 너른 마음결이 살포시 담긴 그림책이라 좋다. 

 

 

 

 

 

 

주디스 커 님 그림책. 우리 둘레 어디에서나 좋은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으며 좋은 문학(작품)으로 영글 수 있다. 멀리 나라밖으로 나간다든지 어디 별나라로 가야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문학책 줄거리가 태어나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수수히 일굴 줄 아는 주디스 커 님이 아닌가 생각한다. 

 

 

 

 

 

 

2만 원짜리 사진책. 사진책으로 2만 원이면 몹시 싸다. 시골이나 골목동네 작은 가게 삶자락을 사진으로 차근차근 담은 책. 진작부터 사려고 했으나, 이음책방이나 풀무질 마실을 갔을 때에 이 책을 보지 못한 바람에 아직 사지 못했다. 누군가 선물을 해 준다면 아주 고맙게 받을 사진책 하나이다. 

 

 

 

 

 

 

 

지난주와 지지난주에 서울 홍대 앞 한양문고에 갔을 때에 이 만화를 못 보았다. 그러고 보니 2008년에도 못 보았다. 왜 못 보았을까. 새만화책 출판사 만화는 거의 다 사서 보는데. 성은 봉씨이고 이름은 선화인 아가씨가 살아온 발자국을 조곤조곤 들려주는 만화책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렇게 자그마한 낱권 하나로 만화를 일구면서 만화밭을 튼튼히 다져야 비로소 참다운 만화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본다.  

.. 

깜짝잔치에 뽑히면 즐거울 테고, 뽑히지 않아도 나 스스로 내 선물목록을 만들어 보아도 즐겁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적바림했으니 즐겁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리를 쓰는 글쟁이는


 머리를 쓰는 글쟁이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스스로 제 머리속에 갇혀 있어요. 그래서 머리를 쓰는 글쟁이한테는 열린 마음이나 새로운 길은 바라지 못합니다. 몸을 써서 땀흘려 일하는 사람은 글솜씨가 없다 하지만, 언제나 몸으로 글 한 줄 두 줄 새로 일굽니다. 이들 몸뚱이 사람들(일꾼들)은 새로 거듭나고자 힘쓰며 열린 마음과 새로운 길을 보여줘요. 그래서 나는 기자나 학자나 작가가 쓴 글을 못 읽겠어요. 마치 사슬에 매인 동물원 짐승 같은 글인데 어찌 읽나요. 적어도 골목고양이답게는 살아간다면 조금이나마 살아숨쉬는 글을 쓸 텐데요. 스스로 살아 있음을 드러내며 온몸을 쓸 때에 비로소 글 한 줄 얻으며 고맙게 종이랑 사랑을 나눕니다. 조지 오웰도, 하이네도, 소노 아야코도, 권정생도, 이원수도, 박경리도, 한결같이 꾸덕살 박힌 일하는 손으로 글을 꽃피웠습니다. 참 따사롭고 넉넉하답니다. (4343.10.15.쇠.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