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를 다니는 까닭



  이틀에 걸쳐 인천하고 서울에서 바깥일을 보고 고흥으로 돌아옵니다. 서울에서 여러 가지를 잔뜩 장만해서 가방이 미어터질 만큼 신나게 짊어지고 돌아옵니다. 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돌아오느라 등허리가 많이 결립니다만, 한잠 자고 나면 다 나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제껏 바깥마실을 마치고 난 뒤하고는 퍽 다르게 밤을 맞이합니다. 예전에는 집으로 돌아와서 바깥일 이야기라든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도록 몸을 잘 가누지 못했다면, 오늘은 이럭저럭 이야기를 나눌 만큼 몸을 좀 가누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어제오늘에 걸친 바깥마실에서 또렷하게 한 가지를 배웠어요. ‘나는 여태 내가 무엇을 배워서 무엇을 새롭게 지으려 하는가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를 말이지요. 바깥마실을 하면서 느낀 이 대목을 집에서 곁님한테서 다시 들으며 곰곰이 돌아보았어요. ‘아니, 내가 어제오늘 속으로 품은 생각을 어떻게 곁님이 나한테 오늘 밤에 이렇게 말로 들려줄 수 있지?’ 이는 흔한 말로 ‘우연’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스스로 끌어들이면서 이루는 삶’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오늘 하루 자고 난 이튿날부터, 또 이 글을 적바림하는 이 자리부터, 내가 그리는 그림 가운데 하나인 ‘새 배움 놀이’를 그야말로 즐겁게 하자고 다짐합니다. 나들이를 다니는 까닭은 내가 스스로 얼마나 넓거나 좁게 마음을 가꾸었는가를 되새기면서 나를 둘러싼 보금자리를 아름다우면서 즐겁게 보살피면 사랑이 샘솟을까를 배우려는 뜻이라고 느낍니다. 2016.8.3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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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렌즈 들고 서울마실



  며칠을 망설인 끝에 서울마실을 하기로 합니다. 서울마실을 하는 김에 인천마실도 하면서, 다가오는 시월에 인천에서 해야 할 ‘골목 문화 탐방’에 나설 골목길을 미리 다녀 보기로 합니다. 오늘(화요일)은 인천하고 서울을 오락가락하면서 사진기 수리점에 렌즈를 맡기고 저녁에 출판사 한 군데 일꾼을 만난 뒤, 이튿날(수요일)은 렌즈를 찾고 출판사 두 군데 일꾼을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니다. 이렇게 바깥일을 보자면 이틀치 밥을 마련해 놓아야 하기에, 새벽 다섯 시 반부터 밥을 짓고 반찬을 해 놓으려 합니다. 시골집 곁님하고 아이들이 배부르게 먹고 즐겁게 놀면서 느긋하게 하루를 누리는 배움살림을 짓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진렌즈는 망가진 지 몇 해 되었는데 그동안 이 렌즈를 고칠 목돈이 없어서 이제껏 미루기만 했습니다. 아직 목돈이 주머니에는 없으나 앞으로 목돈을 마련하자고 새롭게 다짐하면서 ‘써야 할 살림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기울입니다. 졸음을 떨칠 수 있도록 곧 머리부터 찬물로 감고서 살림을 꾸려야겠습니다. 2016.8.30.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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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사진렌즈 셋을 고치려면



  몇 해쯤 앞서 사진렌즈 하나가 망가졌습니다. 이 사진렌즈는 두 번 손질해서 다시 썼는데 다시금 망가져서 더 손질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손질하면 이제는 새로 사는 값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다시 손질하지 않으면 사진렌즈가 없기 때문에 어떡해야 하나 하고 망설일 즈음 형한테서 사진렌즈를 하나 물려받았어요. 무척 고맙게 썼어요. 그 뒤 형한테서 물려받은 사진렌즈도 낡고 닳으면서 망가졌고, 한 번 손질했으나 또 망가졌어요. 이제 쓸 사진렌즈가 없나 하고 쓸쓸해 하던 때에 ‘무척 예전에 장만해 놓고 안 쓴 호환렌즈’를 하나 찾았어요. 질감이 퍽 떨어지는 사진렌즈여도 이 하나가 있으니 고맙게 쓰는데, 바닷가에서도 골짜기에서도 자전거를 달리면서도 늘 함께하느라 어느새 이 호환렌즈도 덜거덕거립니다.


  아이들하고 살며 이 살림을 담는 사진입니다. 사진렌즈를 못 쓰면 눈으로 아이들을 지켜보며 마음에 이 살림을 담으면 돼요. 앞으로는 사진을 안 찍으려면 되려나 하고 생각하다가도, 망가진 예전 사진렌즈 둘을 서울로 가져가서 손질해 볼까 하고도 생각합니다. 이틀 동안 망설이면서 스스로 한숨을 쉽니다. 손질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씩씩하게 서울마실을 할 노릇이고, 사진을 더 안 찍겠다면 사진기를 집에서 치우면 될 노릇일 텐데. 2016.8.2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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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말큰사전 누리판 글



  엊저녁에 빨래를 하다가 전화를 받는다. 아이들을 이끌게 한낮에 읍내마실을 다녀오느라 몹시 힘들어서 얼른 집안일을 마치고 드러누우려 하다가 전화를 받는다. 전화를 받기 앞서 숨을 고른다. 전화기를 열고 받는다. 전화를 건 곳은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회이다. 올여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냈는데,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회에서 이 사전을 보셨나 보다. ‘기존 사전 말풀이에서 고쳐야 할 곳’을 놓고 글을 써 볼 수 있겠느냐고, 네 차례에 걸쳐서 써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기존 사전 말풀이’에서 잘못된 곳을 짚는 글은 지난 스무 해 남짓 꾸준히 썼기에, 네 꼭지를 새로 갈무리해서 쓰는 일은 쉽다. 곧 첫 글을 쓸 텐데, 네 꼭지로 담아서 보여줄 이야기를 머리로 그려 본다. 원고지 12장 길이로 쓰는 짤막한 글 네 꼭지가 한국말을 새롭게 바라보고 사랑하도록 북돋우는 밑돌이 될 수 있기를 빈다. 2016.8.17.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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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저자마실



  금요일 아침 밥상맡에서 두 아이한테 묻습니다. 오늘 인감증명을 떼어야 하기에 면소재지로 갈는지 읍내로 갈는지 물어봅니다. “벼리야, 보라야, 오늘 우리 자전거를 탈까, 버스를 탈까?” 큰아이는 “버스?”라 말하고 작은아이는 “자전거랑, 버스?”라 말합니다. 이리하여 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기로 합니다. 읍내로 와서 군청에서 인감증명을 떼는 김에 저자마실을 합니다. 11시 5분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서 12시 30분 버스로 돌아올 수 있으나, 느긋하게 14시 30분 버스를 타기로 합니다. 이동안 넉넉히 걷고, 놀이터에서 그네를 뛰었습니다. 읍내 군립도서관 앞에 있는 햄버거집에서 다리도 쉬었어요. 오늘 한낮이 무척 덥다고 마을방송이나 읍내방송으로도 흐르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다닐 길만 다니면 되고, 더위를 딱히 생각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는 군내버스를 타고 마을 어귀에 내린 뒤, 곧바로 빨래터로 달려갑니다. 나도 빨래터에서 고무신하고 발을 씻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가방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가서 빨래를 하고 몸을 씻습니다. 2016.7.2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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