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이 반가운 마음


 

  시골집을 떠나 바깥일을 하러 도시로 갈 적에는 ‘아, 이렇게 푸르고 싱그러운 시골마을을 며칠 벗어나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마을 어귀에서 군내버스를 타기 앞서 시골바람을 훅훅 들이마십니다. 이러다 보니, 시골마을 벗어난 곳에서는 푸르거나 싱그러운 바람이 없다고 여겨 스스로 고달픈 나날 보냅니다. 반가운 이들을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더라도 몸이 그예 지칩니다.


  도시에서 바깥일을 마치고 시골로 돌아올 적에는 ‘이야, 차츰차츰 우리 시골마을 고운 바람하고 가깝게 다가서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가슴을 활짝 펴고 숨을 크게 들이마십니다. 이러다 보니, 도시에서는 해롱해롱 죽은 듯이 지내다가도, 시외버스나 기차가 시골과 가까워지는 동안 눈빛 초롱초롱 빛나면서 살아납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는 길에 온몸이 쑤시고 결리면서 거의 죽은 듯이 이틀을 보냈지만, 기차를 타고 고흥으로 오는 길에 쑤시거나 결리던 곳이 거의 다 풀리면서 속이 풀립니다.


  서울곳곳에 숲이 있다면, 서울에서 가지치기로 몸살 앓는 나무가 없다면, 도시 한복판에도 텃밭과 조그마한 숲과 들이 있다면, 서울도 무척 예쁘면서 사랑스러운 마을이 될 텐데요. 4347.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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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골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살맛이 납니다 @.@

시골에서 즐겁게 놀고 일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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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 하룻밤 자는 마음

 


  아버지 혼자 서울로 바깥일을 하러 가면서 진주에서 하룻밤 묵습니다. 서울이나 인천까지 가서 하룻밤 묵을까 하다가, 늘 가는 곳만 가지 말자고, 고흥에서 살짝 가까운 곳까지만 나와서 하룻밤을 느긋하게 묵고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가서 바깥일을 보자고 생각합니다.


  진주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잠자는 곳 불을 끄고 드러눕는데, 새벽에 일어나기까지 귀가 쟁쟁합니다. 잠자는 곳 바깥으로 지나다니는 자동차는 열두 시에도, 한 시에도, 두 시에도, 세 시에도 …… 다섯 시가 되고 여섯 시가 되도록 그치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네 식구 지내는 시골집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동차 소리를 거의 안 들어요. 택배 일꾼 짐차나 우체국 일꾼 오토바이 소리만 곧잘 듣습니다. 시골마을 조그마한 집에서 잠자리에 들 적에 그토록 고요하면서 아늑했다고 깨닫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곁님하고 포근하게 밤잠을 누리려나? 아마, 따사롭고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하겠지요.


  아직 시골로 삶자리 옮기지 않던 지난 어느 날을 떠올립니다. 참말 아침저녁으로 자동차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귀를 쉴 곳이 드물었습니다. 귀와 몸과 눈과 마음을 느긋하며 차분하게 쉴 자리가 드물었습니다. 큰아이 태어난 집은 복선전철길이 바로 코앞에 붙은 자리라, 자동차 소리뿐 아니라 전철 소리까지 하루 내내 들들 볶았습니다.


  도시에도 풀벌레 살고 멧새와 텃새 날아다니지만, 도시에서 풀노래나 새노래를 듣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도시에서 바람노래를 듣거나 숲노래를 즐기거나 꽃노래를 나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4347.1.3.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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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 선물 보내 주신 보슬비 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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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는 마음

 


  선물이 옵니다. 지난 월요일 무렵, 서울 망우동에 계신 이웃님이 귤 한 상자를 보내 줍니다. 지난 금요일 무렵 인천에서 형이 귤 한 상자를 보내 줍니다. 어제 제주도 헌책방 사장님이 귤 한 상자를 보내 줍니다. 그리고, 어제 서울 상계동에 계신 이웃님이 책꾸러미에 아이들 장난감을 곱게 담아서 보내 줍니다.


  여섯 살 큰아이가 “내 가위 가져와서 열어 볼래.” 하면서 상자를 끌릅니다. 세 살 작은아이는 누나 곁에 붙어서 상자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지켜봅니다. 상자를 끌른 두 아이는 “오잉!” 하고 큰소리로 외치더니 “폴리다!” 하고 소리지릅니다. 지난 여러 달 동안 그림을 그렸다 하면 날이면 날마다 폴리를 그리고 놀던 큰아이인데, 그림으로 담는 폴리가 아닌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폴리 장난감입니다. 아아, 벼리야, 네가 그토록 그림으로 예쁘게 그리고, 빈 우유곽을 오려서 폴리 종이인형을 만들더니, 이렇게 너한테 폴리를 선물해 주는 고운 이웃님이 있구나. 네 마음이 바람 따라 꽃내음 싣고 저 먼 서울까지 날아갔는가 보구나.


  뽁뽁이로 꼼꼼하게 감은 폴리며 헬리이며 엠버이며 장난감을 꺼내어 풉니다. 장난감이 반들반들하네요. 이러면서 다친 곳 없이 깨끗하군요. 누가 갖고 놀던 장난감인 줄 척 알 수 있어요. 무엇보다, 이 장난감 갖고 놀던 다른 아이가 무척 아끼면서 예뻐해 주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길이 잘 든 만큼 뻑뻑하지 않고, 아이들도 ‘헌’ 장난감에 깃든 손때를 헤아릴 수 있어요. 헌책방에 있는 ‘헌’책이 고이 사랑받은 책들이듯이, 다른 언니나 오빠나 형이 갖고 놀던 ‘헌’ 장난감이란, 이 장난감을 품에 안고 잠들기도 하던 긴 나날이 고스란히 서린 이야기꾸러미라고 느껴요.


  선물을 주는 마음이란 사랑을 주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선물을 받는 마음이란 사랑을 받는 마음이라고 느낍니다. 받을 사람이 있어야 선물을 주듯, 받을 이웃이 있어야 사랑을 주어요. 선물은 이리로 오고, 저리로 갑니다. 사랑은 이리로 오고, 저리로 가요. 찬찬히 돌고 돕니다. 차분히 흐릅니다. 아름다운 빛이 이야기 한 자락 되어 글로 태어나고, 사랑스러운 꿈이 이야기 두 자락 되어 책으로 거듭납니다. 벼리야, 보라야, 저기 서울 있는 쪽에 대고 인사해야지. 선물 고맙습니다, 하고. 4346.12.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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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18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8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18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3-12-19 08:56   좋아요 0 | URL
언제나 즐겁고 아름다운 하루 누리면서
예쁘게 웃으셔요~~~ 고맙습니다 ^^*

appletreeje 2013-12-19 12:02   좋아요 0 | URL
아유~~정말 벼리와 보라가 너무 좋아했겠어요~*^^*
정말 보슬비님의 마음이 그대로 아름답게 전해 오는,
즐겁고 반갑기 그지없는 선물이군요~!
참으로, 선물이란 서로서로 마음으로 바라보며 함께 나누는 '사랑'인 듯 합니다.*^^*

숲노래 2013-12-19 12:21   좋아요 0 | URL
주고받으면서 아름다운 이야기가 샘솟는구나 싶어요~~ 고맙습니다 ^^
 

한아름 자란 마음

 


  새해가 되면 일곱 살이 될 큰아이가 얼마 앞서부터 무척 대견스러운 티를 냅니다. 아침을 살짝 늦게 차린다 싶으면 배고프다면서 “아버지, 빵 없어요?” 하고 묻는다든지 “아버지, 사탕 없어요?” 하고 묻는데, 여섯 살이 무르익는 올해 어느 날부터 “벼리야, 아직 밥을 안 먹었는데 빵부터 찾으면 어떡할까. 한창 밥을 끓이니 곧 밥이 돼. 조금 기다려서 밥을 먹고 나서 빵을 생각하자.” 하고 말하면, “응.”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고는 “나 책 읽을래.”라든지 “나 그림 그릴래.” 하면서 밥이 다 될 때까지 기다려요.


  아이 마음은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한아름 어여쁜 나무입니다. 한아름 안는 어여쁜 나무로 자란 아이와 살아가면서, 어버이인 내 마음도 한아름 자랐을까요. 아무렴, 함께 잘 자랐겠지요. 고운 아이한테서 받은 즐거운 빛을 내 가슴에 품으며 아침도 저녁도 맛나게 차리는 마음 되겠지요. 밥도 국도 다 끓였고, 나물무침만 마무리하면 아침 밥차림은 끝. 벼리야, 보라야, 이제 밥 즐겁게 먹고 또 신나게 놀자. 4346.12.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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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책으로 담는 마음

 


  글을 쓰면서 덜 떨어지는 글이나 버금에 이르는 글을 쓴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원고지 석 줄짜리 글을 쓰든, 원고지로 삼백 장짜리 글을 쓰든 언제나 똑같은 마음이 되지 않으면 글이 샘솟지 않습니다. 책으로 엮기 앞서, 또는 책으로 태어나지 않더라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쓰는 글이든 아무렇게나 쓸 수 없어요. 손전화로 보내는 쪽글도 늘 내 마음을 담아서 띄우는 이야기가 되어야 스스로 즐거우며 마음이 느긋할 수 있다고 느껴요. 때때로 아이들한테 골을 부리곤 하지만, 바보스러운 골부림을 가라앉히면서 차근차근 따사로운 말을 들려줄 적에도, 얼렁뚱땅 들려주는 말이 아니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가장 사랑스러운 한 마디가 되어야 한다고 느껴요.


  아이들과 읽을 그림책에 적힌 글을 모조리 손질해요. 책에 대놓고 줄을 죽죽 긋고 새 말을 적어 넣어요. 이렇게 하는 까닭도, 아이들이 가장 사랑스러우면서 아름다운 빛을 글과 그림으로 누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에요. ‘우리 글 바로쓰기’나 ‘우리 말 살려쓰기’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아요. 삶을 살찌우고 사랑을 빛낼 수 있으면 저절로 말과 글을 바로쓰거나 살려쓸 수 있으니, 껍데기인 겉모습 아닌 알맹이는 속내를 살필 노릇이라고 느껴요.


  글을 마무리지으면서 더는 손댈 곳 없다 여긴다 하더라도, 이렇게 마무리지은 글을 책으로 엮으려고 하면 새삼스레 다시 읽고 돌아보면서, 글을 처음 쓰던 때보다 훨씬 오래 손질하고 새삼스레 고쳐쓰곤 합니다. 그리고, 책으로 한 번 나온 글이라 하더라도, 하루가 지나면 곧 스스로 못마땅하다고 느껴 좀처럼 다시 읽지 못해요. 하루만 지나도 새로 배우는 삶이 있으니 예전 글이 마음에 차지 않거든요. 자꾸 새롭게 글을 쓰고, 새로 쓴 글을 거듭 부끄럽게 여기면서, 또 새로 글을 쓰지요. 날마다 거듭나지 못한다면 산 넋이 아니라고 느끼고, 언제나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면 글을 만질 수 없구나 싶어요.


  풀잎을 봐요. 날마다 뜯고 또 뜯어도 새로 돋아요. 씩씩하게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씨를 뿌린 뒤에 시들지만, 시들어 죽고 나서 새로운 씨앗이 흙을 품으며 싱싱하게 다시 자라요. 사람도 풀과 같아 언제나 새로 돋고 다시 태어날 때에 비로소 산 목숨이지 싶어요. 언제나 푸른 넋으로 살고, 한결같이 맑은 바람 되어 삶빛을 글빛으로 영글 수 있어야지 싶어요. 4346.12.1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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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2-15 10:29   좋아요 0 | URL
저도 글을 쓰고 나면 고칠 곳이 자꾸 눈에 띄어 글쓰기보다 읽기를 더 좋아하게 되나 봐요.
쓰는 건 부담스럽고 읽는 건 즐겁기만 하고 그래요.
그래서 책을 내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말하자면 자신의 완성품을 세상에 내놓는 거잖아요.

숲노래 2013-12-15 11:17   좋아요 0 | URL
그 마무리 작품도
하룻밤 지나면 다 옛것이 되어
또 새로운 길로 나아갑니다~ ^^;

착한시경 2013-12-15 16:28   좋아요 0 | URL
언제나 좋은 글과 사진~감사하게 보고 있어요^^ 글쓰기는 언제나 황홀한 고통인것 같아요~오죽하면 글감옥이라 했을까요^^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숲노래 2013-12-15 17:56   좋아요 0 | URL
어느 모로 보면 글감옥이 되지만,
어느 모로 보면 글숲이 되기도 해요.
착한시경 님은 즐거운 글숲과 아름다운 글빛 누리는 하루를 즐기면서
섣달 예쁘게 마무리지으셔요~~

하늘바람 2013-12-16 01:59   좋아요 0 | URL
참 아름답네요 글 쓰고 다듬는 마음이 한편 많이 부끄럽습니다

숲노래 2013-12-16 03:52   좋아요 0 | URL
누구나 즐겁게 쓰면
모두 아름다운 글 된다고 느껴요.

하늘바람 님도 언제나 즐겁게 삶을 노래하는 글로
이웃들한테 사랑스러운 글빛 나누어 주실 테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