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제비를 바라보는 마음



  새끼 제비를 바라봅니다. 올해에는 우리 집 처마에서 새끼 제비가 몇 마리 깨어나서 자랄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에는 농약바람에 휩쓸리면서 애써 깐 새끼들이 모두 죽었고, 그러께에는 다섯 마리가 깠습니다. 올해에는 얼핏설핏 보기로 세 마리까지는 틀림없이 보는데, 세 마리 뒤에 한두 마리가 더 있을까 궁금합니다.


  며칠 앞서까지 새끼 제비가 갹갹거리는 소리를 가늘게 들었습니다. 엊그제부터 새끼 제비 머리를 살몃살몃 들여다봅니다. 앞으로 며칠 더 있으면 머리에 반지르르한 털이 덮인 새끼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곧 새끼들이 올망졸망 바깥을 구경하느라 고개를 내미는 모습을 볼 테지요.


  암수 어미 제비는 먹이를 물어 나르느라 부산합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습니다. 어미 제비는 먹이를 물어 나르면서 저희 배를 채울까요. 어미 제비는 새끼를 먹이느라 바쁘기에 저희 배를 채울 겨를은 없지 않을까요.


  튼튼하게 잘 지은 집을 더 튼튼하면서 포근하게 손질한 어미 제비입니다. 새끼 제비는 어미한테서 깊고 너른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클 테고, 여름이 끝날 무렵 날개에 힘을 붙여 싱싱 마을과 들과 숲을 날다가, 가을이 찾아오기 앞서 바다를 가로질러 긴 마실을 떠나겠지요. 4347.6.1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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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돌이 마음


  네 식구가 함께 강화섬에 왔습니다. 어느덧 네 해째 네 식구 마실을 맞이합니다. 작은아이는 시골서 태어났고, 작은아이는 늘 시골서 나들이를 나옵니다. 큰아이는 네 살이 되는 해에 시골로 보금지리로 옮겼는데 이를 떠올릴까요.

  도시와 가까운 시골이어도 도시마실은 어디나 멉니다. 먼 만큼 힘과 품과 돈이 많이 들어요. 그래도 반가운 살붙이와 이웃을 만나려고 씩씩하게 다니지요. 엊그제에 온 강화섬도 시골입니다. 시골이기에 별을 보고 개구리 노래와 멧새 노래가 하루 내내 휘감아요.

  바람을 마시며 눈을 살며시 감아요. 물을 마시며 곰곰이 혀끝에 물을 머금어요. 깜깜하게 어둠이 드리우고, 큰아이부터 잠듭니다. 고요합니다. 삼십 분쯤 자장노래를 부릅니다. 그러고 나서 시골 밤노래를 가득 마십니다. 나는 시골돌이입니다. 4347.5.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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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을 줍는 마음



  올해에도 어김없이 감꽃이 떨어진 모습을 보면서 맨 처음으로 ‘이야, 아이들한테 줄 멋진 밥을 얻는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주 기쁘게 감꽃을 줍습니다. 며칠쯤 감꽃을 밥상에 올릴 수 있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감꽃이 떨어지는 줄 더 빨리 알아차려야 했는데, 좀 늦게 알아챈 나머지 지난해처럼 밥그릇에 수북하게 담아서 끼니마다 먹이지 못합니다. 올해에는 한 줌에 쥘 만큼 줍습니다.


  다른 꽃이 지난해보다 이레나 열흘 먼저 피었으니 감꽃도 지난해보다 이레나 열흘 먼저 피다가 떨어질 텐데, 왜 이 대목을 헤아리지 못했을까요. 집살림을 한결 야무지게 다스려야겠다고 느끼면서, 한 줌 주운 감꽃을 먼저 작은아이 손바닥에 얹습니다. 자, 어때? 손바닥에 닿는 감꽃 느낌이 어떠하니? 보드랍니? 촉촉하니? 싱그럽니? 아기자기하니?


  너희가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으면서 앞으로는 스스로 감나무 밑에 가서 드러누워 입을 앙 벌려 보기를 빌어. 바람 따라 감꽃이 톡톡 떨어질 적에 너희가 벌린 입에 쏘옥 들어가면 재미있겠지? 풀밭에 감꽃 떨어지는 소리가 톡톡 맑게 울린단다. 4347.5.2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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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마음



  아이들과 함께 수없이 다시 보는 영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푹 빠져들 만하기에 수없이 다시 보는 영화일 텐데, 문득 이 영화가 왜 이렇게 마음을 사로잡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영화를 감도는 줄거리뿐 아니라 노래가 참으로 좋기 때문이로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1960년대에 일본에서 〈우주소년 아톰〉을 만화영화로 처음 만든 데즈카 오사무 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데즈카 오사무 님은 〈아톰〉을 만화영화로 만들면서 이 만화영화에 흐르는 노래를 담으려고 오케스트라를 불렀다고 해요. 둘레에서는 다들 ‘미쳤다’고 말했대요. 오케스트라를 불러서 만화영화 주제노래나 배경노래를 담으면 돈이 많이 들어서 손해를 본다고 했대요. 그렇지만 데즈카 오사무 님은 끝까지 이녁 생각을 밀어붙여서 오케스트라가 그때그때 들려주는 노래를 사이사이에 담았다고 합니다.


  2000년대를 지나 2010년대에는 만화영화이든 영화이든 주제노래나 배경노래를 그야말로 마음을 많이 써서 담습니다. 참말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노래를 담습니다. 손꼽히는 노래꾼이 나와서 노래를 불러요. 줄거리 못지않게 노래와 소리를 알뜰살뜰 담아서 보여주려고 힘써요.


  시골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포뇨〉를 보고 〈아톰〉을 봅니다. 〈기타로〉를 보고 〈마루코짱〉을 봅니다. 〈하이디〉를 보고 〈삐삐〉를 봅니다. 아이들과 즐겁게 다시 보는 온갖 영화를 살피니 한국 만화영화나 영화는 얼마 없습니다. 〈하니〉를 곧잘 다시 보지만, 〈하니〉를 빼고는 한국 만화영화는 거의 안 보지 싶어요. 이런 영화와 저런 만화영화를 헤아리니, 영화에 흐르는 줄거리뿐 아니라 노래가 아름다운 작품을 함께 보는구나 싶습니다. 이야기를 읽고, 노래를 읽으면서, 삶을 만나고, 사랑을 느낍니다. 4347.5.1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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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민들레를 가까이 읽는 마음



  흰민들레를 가까이에서 들여다봅니다. 민들레는 스스로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어 날리기에, 사람이 곁에서 힘쓰지 않아도 될 만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집 둘레에 흰민들레가 골고루 더 많이 피기를 바라면서 흰민들레 씨앗이 맺히면 아이와 함께 옆밭과 뒤꼍 곳곳에 씨앗을 뿌렸어요.


  들이나 풀밭에서 씩씩하게 돋는 하얀 빛깔은 얼마나 고운지 모릅니다. 꽃잎도 곱고 꽃술도 곱지요. 꽃잎에 앉아 꽃내음을 맡는 풀벌레를 바라봅니다. 풀거미일까 진딧물일까 가만히 살펴봅니다. 하얀 꽃에 앉은 풀벌레는 하얀 꽃가루를 먹을 테지요. 하얀 꽃가루를 먹으면서 하얀 꽃숨을 마실 테고, 하얀 빛으로 새롭게 살아갈 기운을 얻을 테지요.


  한참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봅니다. 나도 풀벌레와 함께 흰민들레 곁에서 하얀 꽃내음을 나누어 먹습니다. 내 몸 가득 하얀 꽃빛이 젖어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마음 환하도록 하얀 이야기 샘솟을 수 있기를 꿈꿉니다. 4347.5.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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