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할아버지 웅진 세계그림책 85
테오도너 폰타네 글, 논니 호그로기안 그림, 유혜자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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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70


《배나무 할아버지》

 테오도어 폰타네 글

 논니 호그로기안 그림

 유혜자 옮김

 웅진주니어

 2005.9.20.



  아이를 보면 배를 한 알씩 나누어 주는 할아버지가 있답니다. 이 할아버지는 어떻게 아이들마다 배를 한 알씩 나누어 줄 생각을 했을까요? 할아버지도 어릴 적에 배를 한 알 건넨 할아버지를 만난 적 있을까요? 할아버지네 아들은 둘레 아이들한테 배는커녕 콩 한 알도 나누어 주지 않는대요. 할아버지네 아들도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한테서 으레 배를 나누어 받았을 텐데, 왜 이웃하고 배도 콩도 나누지 못하는 마음으로 바뀌었을까요? 할아버지는 이승에서 삶을 마감하고 저승으로 가는 길에 배를 한 알 곁에 품고서 흙에 묻혔대요. 할아버지 몸은 흙으로 돌아가고, 할아버지 몸은 어느새 배씨를 살찌우는 거름이 되면서 이제껏 없이 우람한 배나무가 할아버지 무덤에서 자라났대요. 《배나무 할아버지》를 읽으며 생각을 기울입니다. 넉넉한 집안이기에 넉넉히 나누기도 하지만, 넉넉한 집안이어도 쪼그라든 마음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집안이기에 나누지 못하기도 하지만, 가난한 집안인데도 넉넉히 나누기도 해요. 모두 마음일 테지요. 우리 손에 열매가 얼마나 있든, 나눌 사람은 나누는 마음입니다. 못 나누는 사람은 못 나누는 마음이지요. 먹기에 배부르기도 하지만, 먹지 않아도 배부르곤 해요. 왜냐하면 모두 마음인걸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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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건 - 전미화 그림책
전미화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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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8


《어쩌면 그건》

 전미화

 문학과지성사

 2019.9.23.



  열한 살 어린이로 살던 무렵, 뜨개옷 때문에 학교에서 놀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에는 왜 뜨개옷 때문에 놀림을 받아야 하는지 하나도 알 길이 없었습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다들 고만고만한 살림집에서 자란 아이들이 다녔고, ‘가난한 기찻길옆 판잣집’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면 모두들 이래저래 팍팍한 어른들 곁에서 거친 말이나 주먹다짐으로 시달리거나 고단하다 보니, 학교에서 저보다 여린 또래를 찾아서 성풀이를 했구나 싶기도 합니다. “옷을 살 돈이 없어”서 뜨개옷을 입느냐고 놀린 말에 대꾸를 못했는데요, 우리 어머니는 참말로 “옷을 사줄 돈이 없어서, 곁일로 하던 뜨개일에서 남은 짜투리 실”을 잇고 엮어서 형하고 저한테 겨울 뜨개털옷을 지어 주었거든요. 이제는 씩씩하게 “응, 우리 집은 돈이 없어. 그러나 어머니가 사랑으로 짜투리 털실을 이어서 지어 주셨지. 얼마나 멋지고 포근한데?” 하고 대꾸하겠지요. 《어쩌면 그건》을 읽는 내내 이 붓질하고 그림빛이 그린님 나름대로 속풀이를 하는 길이었구나 싶습니다만, 보기좋게 꾸미기보다는 남김없이 털어놓으면 좋겠어요. 감추면 부끄럽지만, 웃으면 빛나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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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
기무라 유이치 글, 미야니시 타츠야 그림, 양선하 옮김 / 효리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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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65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

 기무라 유이치 글

 미야니시 다쓰야 그림

 양선하 옮김

 효리원

 2009.10.15.



  어머니가 손뜨개로 건넨 겨울털옷이 매우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포근포근 좋은 손뜨개 겨울털옷을 입고 학교에 갔더니, 이 뜨개옷을 본 동무들이 놀렸어요. “너희 집은 옷을 살 돈도 없어서 뜨개질을 해서 입니?” 하고요. 열한 살 무렵입니다. 이 놀림말에 무어라 대꾸를 못했습니다. 그저 얼굴만 붉히다가 나중에는 이 옷을 입고는 학교에 갈 엄두를 못 냈습니다. 이태가 지난 열세 살에 모처럼 이 뜨개옷을 입고서 학교에 갔더니 또 동무들이 놀립니다. 그러나 열세 살 적에는 부반장이던 동무가 “어머나, 나는 쟤가 부러운데? 우리 엄마도 나한테 뜨개옷을 해주면 날마다 입고 다니겠는데. 이렇게 고운 옷이 뭐가 밉다고 놀리니?” 하고 말해 주었어요. 《승냥이 구의 부끄러운 비밀》은 족제비 품에서 자란 승냥이가 승냥이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고 싶지 않아서 ‘족제비 어머니’를 동무들 앞에서 보이지 않으려 용을 쓰고, 끝내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하던 나날을 애틋하게 그립니다. 또래들은, 아이들은 왜 동무를 놀려야 했을까요?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나머지 또래나 동무를 놀리면서 뒤로는 눈물을 훔쳤을까요? 그저 철없는 막질이었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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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연잎이 말했네 보림 창작 그림책
장영복 지음, 이혜리 그림 / 보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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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8


《가시연잎이 말했네》

 장영복 글

 이혜리 그림

 보림

 2019.10.25.



  2월이 무르익을 즈음 우리 집 개구리가 깨어납니다. 벌써 깨어나느냐고 갸웃할 분이 있을 테지만, 아직 논에 물을 대지 않은 때에도 멧개구리하고 두꺼비가 깨어납니다. 겨우내 잘 자고 일어나서 슬금슬금 마실을 해요. 개구리에 두꺼비가 깨어날 때에는 파리도 깨어나도 여러 풀벌레도 나란히 깨어납니다. 벌나비도 어느새 깨어나서 이른 봄꽃을 찾아다니면서 꽃가루를 누립니다. 밤낮으로 가끔가끔 ‘그르르르그르르’ 소리를 듣습니다. 이쪽에 둘이 있구나, 저쪽에 하나 있네, 살살 귀를 기울이면서 꽃내음이 섞인 노래를 즐깁니다. 《가시연잎이 말했네》는 가시연잎을 둘러싼 못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싶으면서도 ‘물살림을 너무 사람살이에 빗대어 그리려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구리 눈으로 가시연잎을 그릴 수 없을까요? 물에서 살아가는 여러 이웃 눈길로, 물풀이며 바람이며 하늘이라는 눈빛으로 그려도 좋을 테고요. ‘사람처럼 구는 뭇목숨’이 아닌, ‘스스로 태어난 몸에 걸맞게 저마다 살아가는 목숨’이라는 눈썰미로 가시연잎이며 물살림을 마음으로 읽어 본다면, 이 그림책은 확 달라졌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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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그림책이 참 좋아 24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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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7


《어제저녁》

 백희나

 책읽는곰

 2014.11.30.



  두렵다는 생각을 건드리고 키우면서 절집이 부쩍 자랍니다. 두렵기에 절집에 기대고 절집에 돈을 맡기며 절집에서 시키는 대로 따릅니다. 두렵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은 절집을 쳐다보지 않고 언제나 그이 스스로 마음을 바라봅니다. 마땅하지요. 두려울 일이 없으니 스스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바라봅니다. 두려우니까 스스로 마음을 고스란히 바라보지 못할 뿐더러, 남이 시키는 길이 아닌 스스로 짓는 길에는 좀처럼 서지 못합니다. 《어제저녁》은 어제저녁에 복닥복닥 큰고장 한켠에서 어우러지거나 맞물리는 삶을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살아갑니다. 이 사람은 이 일을 하면서 이 모습을 본다면, 저 사람은 저곳에 머물면서 저 모습을 봅니다. 큰고장에서는 숱한 사람들이 숱한 일을 하며 숱한 모습이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큰고장에는 철이나 날씨를 따로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아니, 큰고장에서는 다 다른 사람이 다 다른 철이나 날씨를 안 보거나 못 보도록 막아요. 다들 톱니바퀴가 되도록, 틀에 맞추어 움직이도록 밀지요. 들꽃을 볼 수 있을까요? 구름이나 별빛을 볼 수 있나요? 서울살이 이야기는 좀 따분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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