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그림책 4
다비드 칼리 지음, 세르주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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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2


《적》

 다비드 칼리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안명 옮김

 문학동네

 2008.7.25.



  우리 있는 두 손은 다르게 움직이면서 하나로 힘을 냅니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두 다리는 다르게 움직이면서 이 몸을 거뜬히 옮겨요. 우리 두 눈은 서로 맞은쪽을 쳐다보지만 머리에 한 가지 빛으로 스며듭니다. 왼손이 힘들면 오른손을 쓰면 되어요. 왼다리가 아프면 오른다리를 더 쓰면 되고, 왼눈이 다치면 오른눈으로 바라보면 되겠지요. 《적》은 이쪽하고 저쪽 사이에 흐르는 두려운 마음하고 설레는 마음을 짚습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가슴에 보람을 번쩍번쩍 붙인 이들은 ‘이쪽을 지켜야 한다’는 말로 이쪽 사람을 길들입니다. 이쪽을 지키려면 저쪽을 무너뜨리거나 쳐내야 한다고 다그치지요. 어깨동무하거는 길이 아니라, ‘저쪽보다 더 센 전쟁무기’를 만드는 데에 돈하고 힘을 써요. ‘이쪽에서 저쪽을 돕는 길’이라든지 ‘저쪽이 이쪽을 이바지하는 길’은 헤아리지 않는 우두머리입니다. 오늘날 온누리 정치판은 이와 같아요. 스스로 넉넉한 살림을 둘레에 나누기보다 ‘우리 밥그릇(경제성장)’이 첫째입니다. 이쪽저쪽 우두머리 모두 전쟁무기를 치울 뜻이 없어요. 누가 전쟁무기를 치워야 할까요. 서로 참낯을 언제 볼까요. 고개를 들어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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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곰의 가출 날개달린 그림책방 24
벵자맹 쇼 글.그림, 염명순 옮김 / 여유당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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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54


《아기 곰의 가출》

 벵자맹 쇼

 염명순 옮김

 여유당

 2018.7.10.



  어린이는 언제쯤 혼자서 돌아다닐 만할까요. 놀이를 하려고 집을 가볍게 떠나서 휘휘 돌아다니고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테고, 볼일이나 심부름으로 꽤 멀리 다녀올 수 있겠지요. 어느 만큼 가면 길을 잃지 않을 만하고, 어느 만한 곳이면 거뜬히 집을 찾아서 돌아올 만할까요. 《아기 곰의 가출》에 나오는 아이는 어쩐지 집을 떠나고 싶습니다. 집을 박차고서 멀리멀리, 누구도 저를 찾아내지 못할 만한 데로 가고 싶습니다. 무슨 일일까요. 어머니나 아버지하고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저를 찾아내지 못할 만한 데에 숨고픈 아이는 숲을 한껏 헤매다가 맞춤한 집을 봅니다. 낯선 집에 슬그머니 깃들고, 저희 집도 아닌데 마구마구 뛰놀면서 엉클어뜨립니다. 그러나 아이로서는 놀이일 뿐 어지럽히려는 뜻은 아니었겠지요. 모르긴 몰라도 ‘집을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란 ‘집에 있고 싶다’는 크고 깊은 마음은 아닐까요? 더욱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집을 누리면서 놀고 싶기에 ‘한동안 바람을 쐬듯 집 바깥을 돌겠노라’는 마음이 되지 않을까요. 묵은 바람이 고이지 않도록 집을 나섭니다. 바깥에서 새바람을 마시고 집으로 기쁘게 돌아갑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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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마리 고양이 11마리 고양이 시리즈 1
바바 노보루 글.그림, 이장선 옮김 / 꿈소담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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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61


《11마리 고양이》

 바바 노보루

 이장선 옮김

 꿈소담이

 2006.6.20.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이 길은 어깨동무를 하고서 지나가기 좋거든요. 사뿐사뿐 걷습니다. 이곳은 서로 노래하며 다니기에 좋아요. 걷다가 문득 달리고, 달리다가 때로 풀밭에 앉습니다. 하늘을 바라보고, 풀노래를 듣고, 꽃송이를 따서 입에 물고, 나무를 살살 타고 올라가서 가지에 앉습니다. 온누리 모든 곳에서 어린이는 이렇게 자라고, 놀고, 어울리고, 돌아다니며 하루를 누렸어요. 이제 아이들이 걷거나 놀거나 뒹굴거나 달리던 길에 자동차가 가득합니다. 어린이가 마음껏 달리면서 소리치고 노래하고 놀이를 지을 터가 없다시피 합니다. 《11마리 고양이》에 나오는 열한 고양이는 지난날 마을 어린이 같습니다. 거리끼지 않고서 놀아요. 이렇게도 놀고 저렇게도 놀면서 마음이 자라요.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고, 울타리를 맞닥뜨리면 에돌아 가거나 씩씩하게 넘어갑니다. 우리 하루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 우리는 보금자리가 깃든 마을에 무엇을 두나요? 사람도 숲짐승도 풀벌레도 재미나게 어우러질 만한 자리인가요, 아니면 자동차가 싱싱 달리는 곳인가요, 그리고 자동차가 안 달리면 빈터를 가득 차지해서 그야말로 놀이터를 아이한테서 빼앗았나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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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돌입니다
이경혜 지음, 송지영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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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60


《나는 돌입니다》

 이경혜 글

 송지영 그림

 문학과지성사

 2019.10.10.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면 물결이 일렁이는 소리를 들을 만합니다. 소라껍데기뿐 아니라 밥그릇이나 물잔을 귀에 대도 여러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손으로 귀를 가만히 감싸도 새삼스러이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마음을 기울일 줄 안다면 여느 때에도 가슴이 뛰는 소리에 피가 흐르는 소리에 머릿속에서 번쩍번쩍하는 소리를 다 듣습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뿐 아니라 사마귀가 날갯짓하는 소리에 개미가 먹이를 물어서 집으로 나르는 소리도 듣지요. 마음을 기울이지 않으면 나뭇잎이 구르는 소리뿐 아니라 모래알이 구르는 소리도 못 들어요. 마음을 기울인다면 바닷속 모래알이 물살 따라 춤추는 소리를 들으며 같이 춤춥니다. 《나는 돌입니다》는 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저 멈춘 돌이 아닌 생각하는 돌을 이야기합니다. 무거운 몸으로 가만히 있는 돌이 아닌, 언제나 마음으로 온누리를 두루 다니는 돌을 이야기하지요. 돌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까요? 우리는 어떤 돌노래를 듣나요? 돌이 마실을 다녀온 얘기를 들어 볼까요? 돌은 어젯밤에 어느 별을 다녀왔을까요? 나무줄기에 귀를 대면서 마음을 뜬다면, 뿌리는 땅에 박되 넋으로는 돌처럼 이 별 저 별 고루 돌아다닌 이야기를 신명나게 들을 수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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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랑 줄넘기
사카이 고마코 그림, 아만 기미코 글,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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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5


《여우랑 줄넘기》

 아만 기미코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18.6.25.



  두 아이가 있습니다. 한쪽은 사람 아이, 한쪽은 꽃 아이입니다. 두 아이는 생김새는 다르지만 이름이 같기도 합니다. 곰 아이하고 늑대 아이도 이름이 같을 수 있어요. 풀벌레 아이하고 새 아이도 이름이 같을 수 있고, 잣나무 아이인 잣씨하고 동백나무 아이인 동백씨도 이름이 같을 수 있어요. 이름은 사람한테만 있지 않습니다. 이름은 사람만 지어서 붙이지 않습니다. 모든 숨결에는 이름이 있고, 저마다 다르거나 같은 이름으로 오늘 이곳에서 즐겁게 하루를 짓습니다. 《여우랑 줄넘기》에 나오는 두 아이가 있습니다. 동생하고 누나 두 아이가 있고, 여우네 아이들이 있습니다. 사람 아이 둘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놀이터 곁에 있는 풀숲을 들여다보는데, 여우네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란다지요. ‘아니, 여우도 줄넘기를 하나?’ 그런데 여우 아이들이 사람 아이들을 보면서 깜짝 놀랄 수 있어요. ‘아니, 사람도 뜀뛰기를 하나?’ 놀이에는 울타리가 없습니다. 놀이에는 틀이 없습니다. 누구나 놀 수 있고, 무엇이든 놀 수 있습니다. 스스로 즐거우면서 다같이 신나고 싶어서 놀아요. 서로서로 활짝 웃고 싶어서 놀고, 손잡고 춤을 추고 싶으니 놀지요. 다르면서 같은 마음이 되려고, 콩콩 뛰는 눈빛이 되려고 놀아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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