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만 따라와 (양장) 보림 창작 그림책
김성희 지음 / 보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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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92


《형아만 따라와》

 김성희

 보림

 2019.9.25.



  아이는 어버이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버이 시늉을 냅니다. 왜 이렇게 어버이를 따라서 하느냐 싶으나, 아이는 바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을 뿐 아니라, 어버이가 하는 모든 일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 배워 새롭게 북돋우고 싶기에 이곳에 태어났어요. 어버이는 아이가 자라나는 결을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이 아이 곁에서 씩씩하고 의젓하며 아름답고 환한 사람으로 서자고 말예요. 이러다가 곧잘 넘어지거나 부딪혀요. 이때에 어느새 아이가 살그마니 다가와서 묻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웃으며 다시 일어나요. 즐겁게 또 해봐요.” 《형아만 따라와》는 언니(형)하고 동생이 사이좋게 놀면서 자라나는 길을 들려줍니다. 언니는 무엇이든 거칠 것이 없다가 마지막에 가서 움츠러드는데요, 아직 물들거나 길들지 않은 동생은 바야흐로 앞장서서 언니를 보살피는 사랑이 됩니다. 아마 언니도 동생만 한 나이일 무렵에는 동생처럼 어버이를 따사로이 품고 보살피는 씩씩님 노릇을 했겠지요. 그나저나 범·악어·물뚱뚱이·박쥐가 무섭거나 사나울까요? 줄거리는 상냥하지만, 우리 곁 숨결은 놀이벗일 뿐이라는 대목에 더 마음쓰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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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멈출 때 풀빛 그림 아이 32
샬롯 졸로토 지음, 스테파노 비탈레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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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6


《바람이 멈출 때》

 샬롯 졸로토 글

 스테파토 비탈레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2001.1.11.



  아이들이 집에서 노는 동안 아버지 혼자 저잣마실을 다녀옵니다. 아버지 등짐에서 하나둘 나오는 먹을거리를 이리 챙기고 저리 건사하던 아이들이 “아버지, 무거웠을 텐데 어떻게 들거 와요?” 하고 묻습니다. 이 말에 웃음이 나와 “무겁다고 생각하면 못 들고 오지.” 하고 대꾸합니다. 참말 그래요. 두 아이가 매우 어리던 때에 등짐에 여러 어깨짐을 짊어진 채 두 아이를 한 팔씩 안고서 우산을 받고서 빗길을 한참 걸은 적도 있거든요. 기지개를 켜고 몸풀이를 합니다. 같이 저녁을 먹고 자리에 눕습니다. 문득 듣는 가랑비 소리에 부스스 일어나 마당을 살피며 하늘을 봅니다. 바람이 없이 가볍게 찾아드는 빗방울은 새삼스럽습니다. 2월 끝자락부터 깨어난 멧개구리가 3월 끝자락에 내리는 따스한 빗물을 먹으면서 그악그악 노래합니다. 《바람이 멈출 때》를 펴면 이야기가 사르르 흐릅니다. 아이가 마음으로 듣고픈 이야기가, 어버이가 마음으로 물려주고픈 이야기가, 서로 따사롭게 만납니다. 우리는 이 보금자리에서 어떤 하루를 빚을까요. 비 바람 해 별 흙 풀 나무 들 냇물 멧골 숲 바다 못 구름을 어떻게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지을까요. 아이는 자라는 동안 무엇을 배우면서 슬기롭게 마음을 가다듬을까요. 한밤이 고요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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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달 꿈공작소 2
와다 마코토 글.그림, 김정화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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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64


《도둑맞은 달》

 와다 마코토

 김정화 옮김

 아름다운사람들

 2010.3.30.



  밤하늘에 올려다보는 별은 아주 먼 곳에서 아스라이 먼 옛날에 보낸 빛이라고들 합니다. 빛걸음으로 본다면, 아니 이 푸른별에서 짠 셈길로 보자면 그러하겠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빛걸음이 아닌 빛넋으로 본다면 어떨까요? 오늘 우리는 으레 잊었습니다만, 번쩍하고 가는 걸음이 있어요. 이른바 ‘순간이동’인데, 모든 빛걸음을 가로질러서 한달음에 가는 몸짓이랍니다. 중력이며 기압이며 과학이며 수학을 따진다면 동이 트고서 몇 분이나 몇 초 뒤에 이래저래 빛볕살이 퍼진다고 하지만, 푸른별 바깥에서도 그럴까요? 이 별에서 감추는 빛결이 있지 않을까요? 《도둑맞은 달》을 읽으며 자꾸자꾸 별빛이 떠오릅니다. 마음으로 마음을 읽으면 ‘때곳이 없’습니다. 마음으로 마음을 읽지 않을 적에는, 겉치레나 겉훑기로 바라볼 적에는 때랑 곳에 얽매여요. 마음을 안 읽으니 마땅히 마음을 모르지요. 그러니까, 마음 아닌 장삿속이나 돈셈을 따지는 어른은 달을 훔칩니다. 훔친 달을 서로 빼앗으려 한다지요. 어린이는 달이 제자리로 갈 수 있도록 온마음을 기울여요. 어린이는 오로지 사랑이거든요. 어린이는 전쟁무기나 군대를 안 거느립니다. 어린이는 군사훈련을 않고 졸업장이 안 대수로워요. 우리 어른은 이 별에서 뭘 하는 넋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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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견뎌낸 나무
메리 페이 지음, 에밀 안토누치 그림, 오현미 옮김 / 비아토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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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9


《겨울을 견뎌낸 나무》

 메리 페이 글

 에일 안토누치 그림

 오현미 옮김

 비아토르

 2019.2.27.



  ‘우리 집 나무’를 지켜보지 않던 무렵에는 나무가 겨울을 견디는지 이겨내는지 잘 모르는 채 살았습니다. 다만 하나는, 나무가 겨울보다는 자동차하고 아파트하고 사람들 등쌀을 견디거나 이기면서 하루하루 살아내는구나 하는 대목만큼은 똑똑히 알았어요. 어제 낮에 큰아이하고 면소재지 우체국까지 걸어서 다녀오는데, 면소재지 중학교 둘레에 있는 큰나무는 소름이 끼치도록 가지치기를 받아야 했고, 쳐다보아 주는 눈길이 없어 시무룩하거나 풀죽은 채 힘들어 하더군요. 학교 울타리를 넘어가서 토닥일 수는 없기에 눈빛으로 달래 주고서 지나갔습니다. 《겨울을 견뎌낸 나무》를 읽으며 가만히 나무 속마음을 그려 봅니다. 나무는 어떤 마음일까요. 우리들 사람은 나무하고 마음으로 말을 섞고서 이런 그림책을 빚을까요, 아니면 사람살이를 나무한테도 똑같이 빗대어 ‘마치 나무도 이렇겠거니 하고 지레 어림하’면서 그림을 빚을까요? 적잖은 나무는 겨우내 고이 잠듭니다. 겨우내 잠을 안 자는 나무도 많은데, 겨울잠을 자든 안 자든 사람이며 숲짐승이며 벌나비나 새나 풀벌레이며 저(나무)를 포근히 안거나 곁에서 노래할 적에 몹시 반기면서 즐겁게 춤을 추더군요. 나무는 겨우내 사랑을 그리고, 포근한 손길을 꿈꿉니다. 좀 물어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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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최승훈 그림, 김혜원 글 / 이야기꽃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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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8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김혜원 글

 최승훈 그림

 이야기꽃

 2018.9.17.



  매꽃이 피는 나무 곁에 서면 온몸에 매꽃내음이 스밉니다. 쑥이 돋는 봄빛을 누리면서 쑥을 훑으면 손끝을 거쳐 온몸으로 쑥내음이 번지는데, 쑥잎을 며칠 햇볕에 말려서 덖으면 그야말로 옷이며 집이며 쑥내음이 물씬 흐릅니다. 풀밭에 앉으면 풀내음으로 가득하고, 흙을 만지면 흙내음으로 푸지며, 물을 만지면 물내음으로 넉넉해요. 아기는 어머니 곁에서 젖내음으로 포근합니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만지면서 우리 손끝이며 발끝을 비롯해서 몸 구석구석에 어떤 빛내음을 담을까요? 어떤 손빛을 거쳐 어떤 눈빛으로 보금자리를 가꿀까요?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온갖 냄새 가운데 흙손내음을 보여줍니다. 이 흙손내음 가운데에서도 할매 할배 발자국을 다룹니다. 일손이란 어떤 빛일까요. 살림손이며 가꿈손이며 지음손이며 일굼손이란 어떤 내음일까요. 일하는 손도 거룩하고 놀이하는 손도 훌륭합니다. 살림하는 손도 아름답고 사랑하는 손도 곱지요. 할매 손 곁에 어린이 손을 가지런히 놓으면서 꽃송이를 얹으면 좋겠어요. 할배 손하고 나란이 푸름이 손을 포개면서 풀포기를 쥐면 좋겠어요. 노래하며 일하는 손이고, 사랑하며 놀이하는 손이요, 꿈꾸면서 씨앗을 심어 숲을 바라보는 손빛을 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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