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개
임정자 지음, 한병호 그림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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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8


《발자국개》

 임정자 글

 한병호 그림

 문학동네

 2017.7.25.



  마음이 없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저마다 마음을 쓰고 싶은 곳에 쓸 뿐이로구나 싶어요. 제가 바라는 아름다운 길에 누가 마음을 안 쓰더라도 대수롭지 않아요. 그이로서는 그이가 바라는 아름다운 길에 그이 마음을 쓸 테니까요. 왜 그이가 제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길에 마음을 안 쓰느냐고 따질 까닭이 없더군요. 저는 스스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숲길에 아름빛이라는 사랑을 담뿍 담아서 걸어가면 되어요. 이 이야기는 늘 스스로 되새기고 아이들한테 들려줍니다. “얘들아, 저 사람이 저런 짓을 하는 모습이 네 눈에 보였구나. 그러면 저 사람을 나무라지 말고, 왜 저 사람 저런 짓이 너한테 보였는가를 생각해 보렴. 미움이란 마음은 모두 씻어내면서 너 스스로 어떤 살림이 되기를 바라는가만 그려 봐. 그러면 돼.” 《발자국개》를 돌아봅니다. 우리가 남기는 발자국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곁에는 누가 있을까요. 오늘 하루는 너무 고단한가요. 저 사람 탓에 힘들다고 여기는가요, 아니면 뭘 해도 자꾸 고꾸라지는 우리 모습이 서글픈가요. 넘어져도 되고 울어도 돼요. 웃어도 되고 춤추어도 되지요. 모든 우리 발자국을 곱게 마주하면서 새롭게 서 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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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가 만든 숲 담푸스 세계 명작 동화 2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토 와타루 그림 / 담푸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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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4


《바보가 만든 숲》

 미야자와 겐지 글

 이토 와타루 그림

 김난주 옮김

 담푸스

 2015.11.30.



  이 나라에서 쓰는 ‘바보’라는 낱말은 무척 재미있습니다. 언제나 두 가지로 쓰는데, 하나는 ‘나라가 돌아가는 판’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고, 다른 하나는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든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는 길’을 씩씩하게 나아가는 사람을 가리키지요. ‘멍청이’는 멍한 사람이요, ‘얼간이’는 얼이 나간 사람을 가리키지만, 바보는 달라요. 마치 바다 같은, 때로는 바람 같은, 무엇보다도 꿈을 바랄 줄 아는 사람을 가리키는구나 싶습니다. 매우 부드러우면서 상냥히 일컫는 “넌 바보로구나”랄까요. 어느 한 곳을 깊고 넓게 바라보면서 나아가기에 바보랄까요. 그래요, 바다를 품고 바람을 안으며 바랄 줄 알고 바라보는 이가 바로 바보일 테지요. 《바보가 만든 숲》에 나오는 이야기는 진작에 글로 읽었어요. 이 글에서뿐 아니라 으레 바보를 들먹이는 미야자와 겐지 님인데요, 그 낡고 답답한 일본 제국주의 군홧발이 춤출 적에 어쩜 이리 사랑스럽게 바보 이야기를 썼을까 싶어 놀랍지요. 삶을 찾는 바보, 사랑을 노래하는 바보, 살림을 짓는 바보, 이 바보는 그야말로 찬찬히 숲을 가꾸는 참한 벗님이었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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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끓이는 생일 미역국 - 고은정 선생님에게 배우는 어린이 생활 요리 철수와영희 그림책 9
고은정 지음, 안경자 그림 / 철수와영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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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01


《내가 끓이는 생일 미역국》

 고은정 글

 안경자 그림

 철수와영희

 2020.1.20.



  저는 스무 살이 되던 해부터 늘 손수 밥을 차려서 먹었는데, 혼자 먹을 밥뿐 아니라, 신문사지국에서 함께 신문을 돌리는 형하고 지국장님이 먹을 밥까지 차렸습니다. 사내란 몸을 입고 태어났어도 어릴 적부터 밥이나 국은 으레 다 익혔기에 그럭저럭 하면서 둘레에서 가르쳐 주는 손길을 찬찬히 받아들였습니다. 두 아이를 맞이한 뒤로도 매한가지입니다. 두 손이 지은 밥살림이 훌륭했다고는 여기지 않으나 대견했다고, 앞으로 아이들이 물려받을 밥차림은 얼마나 새로우면서 아름다우려나 하고 어림하곤 합니다. 그런데 밥이란 차리거나 짓는 손 못지않게 수저를 들어 먹는 손이 대수롭습니다. 짓는 사랑은 받는 사랑하고 만나야 빛나요. 차리는 기쁨은 누리는 보람하고 마주해야 반짝입니다. 《내가 끓이는 생일 미역국》을 아이들하고 읽으며 얘기했어요. “이 그림책에는 우리집 미역국 차림맛은 없네. 그렇지만 아버지가 종이에 적어 놓았으니, 우리 미역국은 어느새 너희 손으로 넘어갔고, 너희는 새맛을 더해 볼 수 있단다.” 무, 마늘, 새우젓으로 국물을 내고, 때로는 버섯이나 배추를 곁들입니다. 바다맛이 바람을 품은 흙맛을 만나며 노래하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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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사람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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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2


《귤 사람》

 김성라

 사계절

 2020.1.2.



  지난해 늦가을에 우리 집 유자를 따서 헹군 다음에 조각조각 썰어 차로 담갔습니다. 얼추 석 달이 넘었으니 큰 유리병을 열기로 합니다. 봄에 담근 매실은 얼추 여섯 달을 두고서 열었기에 유자차도 그만큼 두려다가 ‘이백 날이라면 한결 나을 테지만 백 날이어도 훌륭하지’ 하고 여기면서 누리기로 했어요. 해랑 비랑 바람에다가 우리 집 까무잡잡한 흙, 여기에 아이들 노래, 온갖 새가 들려주는 노래, 또 풀벌레하고 개구리 노래잔치를 누린 유자나무는 엄청난 열매를 베풀었더군요. 차로 끓여서 씹어먹고, 좀 남으면 찌개에 넣어 더 말끔하고 시원하게 누립니다. 《귤 사람》을 펼치다가 생각합니다. 아가씨 아닌 아줌마가 바라보는 귤나무로 그릴 수 있다면, 아니 귤나무 가지랑 잎이랑 꽃이랑 알을 맨손으로 어루만지고, 귤나무 곁에서 귤나무랑 나란히 해바라기를 하고 비바람을 쐬고, 귤나무가 뿌리를 박은 땅바닥에서 자라나는 풀잎을, 이 풀잎을 보금자리 삼는 풀벌레랑 살가이 사귀는 마음을 붓끝으로 옮긴다면, 이야기도 결도 달랐겠지요. 출판사에서는 ‘Dear 그림책’이란 이름을 붙이는군요. ‘Dear’일는지 모르나 ‘사랑’이나 ‘살림’은 아니네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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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 - 감수성을 깨워 주는 자연그림책
줄리 폴리아노 지음, 줄리 모스태드 그림, 최현빈 옮김 / 찰리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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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1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

 줄리 폴리아노 글

 줄리 모스태드 그림

 최현빈 옮김

 찰리북

 2017.3.31.



  1월이 저물고 2월로 갓 넘어선 어느 날 무당벌레를 보았습니다. 우리 집 뒤꼍 풀밭을 고물고물 기어가더군요. 한참 바라보았어요. “네가 이 날씨에 깨어나서 돌아다니는 까닭이 있을 테지? 넌 참 씩씩하구나!” 겨우내 우리 집 섬돌에서 낮잠을 자던 마을고양이는 2월 첫무렵인 요즈막에 앵두나무 옆 풀밭에 널브러져서 낮잠을 즐깁니다. 바야흐로 풀밭이 따뜻한 철이 코앞입니다. 이러다가 4월이 지나고 5월 무렵이면 나무그늘을 찾아 낮잠을 누리려 하겠지요. 우리 집 어린이는 오늘 ‘우리 집 처마 밑으로 돌아올 제비’를 그렸고, 우리 집 옻나무 곁에 핀 제비꽃 여러 송이를 같이 보았습니다. 하루하루 새록새록 눈부십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아, 사랑해!》는 봄부터 봄까지 한 해가 흐르는 동안 우리 곁에 찾아드는 날씨를 얼마나 사랑스레 품을 만한가를 짤막짤막 노래처럼 들려줍니다. 마당을 누린다면, 숲정이를 돌본다면, 바다를 안는다면, 들을 달린다면, 냇물이랑 논다면, 새랑 속삭인다면, 풀벌레를 손바닥에 올린다면, 하늘하고 달리기를 하다가, 별빛하고 춤춘다면, 우리는 한 해 내내 신나게 춤추는 늘꽃으로 살아갈 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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