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바람, 그 후!
정희경 지음, 지수 그림 / 도미솔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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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19


《해와 바람, 그 후!》

 정수정 글

 지수 모래빛

 도미솔

 2016.5.15.



  서른아홉이란 나이에 이르도록 몸을 마음껏 움직이는 놀이를 멀리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 발목을 크게 접질린 뒤앓이도 아니고, 군대에서 하도 얻어맞아 움츠린 탓도 아니고, 자전거로 신문을 돌리다가 뺑소니 자동차에 치여 손목이 망가졌기 때문도 아닙니다. 마음껏 춤추며 노는 삶을 배운 적도 누린 적도 본 적도 없거든요. 마흔 살이 넘어서야 비로소 ‘춤’이란 바람하고 놀며 풀하고 어우러지는 수다인 줄 알았어요. 이때부터 언제 어디에서나 노래 없이도 춤을 추며 걸어다닙니다. 맨발로 풀밭에서 춤추며 노는 시골 아재로 살며 여러 해가 흐른 어느 날 별빛을 보다가 생각합니다. 넋이라는 빛줄기는 우리 마음이 흐르는 대로 나아가기에 늘 새롭게 반짝인다고 말이지요. 《해와 바람, 그 후!》는 모래알이 사르르 춤추는 결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모래알 그림은 대수롭지 않을 테지만, 모래빛이며 이 모래빛에 곁들이는 글이 사랑스럽습니다. 나그네한테는 해도 바람도 반갑지요. 마실님한테는 바람도 해도 아름답지요. 살림꾼한테도, 아이랑 어른한테도, 벌레랑 새한테도, 다 다르지만 서로 똑같이 숨결을 살리는 춤사위가 노래로 거듭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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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맛
김유경 글.그림 / 이야기꽃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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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16


《바람의 맛》

 김유경

 이야기꽃

 2015.12.15.



  바라는 대로 나아갑니다. 바라지 않는 대로 나아가는 일은 없습니다. 즐겁건 슬프건 따분하건 아무 뜻이 없어 보이건, 모두 우리가 바라는 바입니다. 노래하는 하루를 바라기에 노래처럼 하루를 열어요. 쳇바퀴가 지겹다고 여기기에 오늘도 쳇바퀴로 하루를 열지요. 새롭게 이야기를 지으려고 하는 마음을 품으니 어느새 아침부터 새롭게 마주하는 살림이 됩니다. 꽃잎을 바라보면서 말을 걸어요. 이 꽃잎한테서 어떤 빛깔하고 냄새를 나누고 싶은가를 마음으로 바라면서 바라보셔요. 동무를 바라보면서 바람 한 가지를 눈빛으로 띄워요. 서로 어떤 사이가 되기를 바라는가를 헤아리면서 마주본 적이 있나요? 《바람의 맛》은 일곱 갈래 밥살림 이야기를 할머니 손맛에서 찾아나서면서 실마리를 풉니다. 그냥 태어나는 일이 없는, 언제나 오랜 손끝으로 하나씩 태어나는, 이런 일곱 가지 밥살림입니다. 곰곰이 생각할 노릇이에요. 돈을 벌어서 가게로 가서 사다가 집으로 가져오는 품하고, ‘돈벌이가 아닌 밭살림에 부엌살림으로 손수 짓는 품’하고 어느 쪽이 고단할까요? 어느 쪽이 즐거울까요? 어느 쪽이 아이들한테 햇살바람 머금은 이야기꽃을 베풀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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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쟁이 엄마 비룡소의 그림동화 148
유타 바우어 글.그림, 이현정 옮김 / 비룡소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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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16


《고함쟁이 엄마》

 유타 바우어

 이현정 옮김

 비룡소

 2005.6.31.



  쌩쌩 부는 바람은 꽁꽁 얼립니다. 하늘빛을 땅빛을 얼려요. 나뭇가지도 풀잎도 얼어붙고, 꽃송이는 파르르르 떨다가 웅크립니다. 나비는 날갯짓을 거두고 나뭇잎이나 풀잎을 붙잡고서 오들오들 떨어요. 씽씽 부는 바람에 모두 숨을 죽입니다. 창문을 닫고 빈틈이 없도록 간수하며, 바깥으로 나가야 할 적에는 옷깃을 꽁꽁 여밉니다. 보드라이 부는 바람은 모두 녹여요. 하늘을 숲을 녹이고, 눈빛도 마음도 녹이지요. 사랑으로 부는 바람은 모두 풀어요. 앙금도 걱정도 미움도 짜증도 시샘도 부러움도 창피도 말끔히 녹입니다. 《고함쟁이 엄마》에 나오는 엄마만 꽥꽥거리는 말소리로 와장창 깨뜨리고 조각조각 부수거나 꽝꽝 얼리지 않습니다. 어버이한테서 배운 아이가 따라하면서 모조리 얼리거나 깨뜨립니다. 곁에서 동무나 이웃도 나란히 꽥꽥대면서 서로 마음이 얼어붙어요. 조각조각 깨져서 흩어져 버린 마음을 찾으려면 얼마나 품을 들여야 할까요? 불같이 타오르던 모진 마음을 다독이는 데에 품을 들인다면 서로 다칠 일이 없지 않을까요? 꾹 닫아버린 마음을 열려고 힘쓰기보다는, 처음부터 우리 마음에 사랑이 고이 흐르도록 다스리는 길이면 좋겠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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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를 입은 아이 키다리 그림책 45
크리스틴 발다키노 지음, 이자벨 말랑팡 그림, 신수진 옮김 / 키다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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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00


《원피스를 입은 아이》

 크리스틴 발다키노 글

 이자벨 말랑팡 그림

 신수진 옮김

 키다리

 2019.12.20.



  톱질은 서걱서걱 나무밥 날리는 소리가 보드라우며 즐겁습니다. 도깨질은 짝짝 나무가 동강나는 소리가 시원하며 재미납니다. 사개를 맞추면 아귀가 꽉 물리니 세간 하나가 튼튼하게 태어납니다. 선반을 붙이고 시렁을 달고 그릇을 깎고 받침자리를 뚝딱합니다. 나무는 숲을 이룰 적에 우리 보금자리를 포근히 둘러싸면서 푸른 바람을 일으킨다면, 우리 보금자리로 하나하나 건사할 적에는 새로운 숨결로 이바지를 합니다. 《원피스를 입은 아이》에 나오는 아이는 한벌옷을 좋아합니다. 한벌옷을 입고서 공을 차고 싶습니다. 한벌옷을 입고서 별나라로 나들이 가는 꿈을 그립니다. 한벌옷을 입고서 밥짓기를 할 만할 테고, 한벌옷을 입고서 단잠에 들고 싶을 테며, 한벌옷을 입고서 가볍게 날갯짓하듯이 걸어다니고 싶겠지요. 치마를 입고 자전거를 타도 좋아요. 치마를 두르고 장작을 패도 좋아요. 치마차림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달리기를 해도 좋습니다. 가시내는 바지를 입고 사내는 치마를 입으면 얼마나 고울까요. 다같이 아기를 돌볼 줄 알고, 살림을 가꿀 줄 알며, 푸나무를 아낄 줄 알면 더없이 사랑스럽겠지요. 바알간 한벌옷은 이쁘고, 노오란 두벌옷은 어여쁩니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 해맑은 차림하고 얼굴로 어깨동무하기를 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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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총각 산하작은아이들 25
백석 글, 오치근 그림 / 산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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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96


《산골 총각》

 백석 글

 오치근 그림

 산하

 2004.3.10.



  눈이 펑펑 쏟아지는 고장에서 나고 자라는 사람은 언제나 마음에 눈빛을 담습니다. 비가 줄줄 내리는 고을에서 나고 자라는 사람은 늘 마음에 비내음을 건사합니다.  자동차가 춤추고 밤에는 불빛이 가득한 터에서 나고 자라는 사람은 노상 마음에 서울스러운 생각이 흐릅니다. 바다를 곁에 두기에 바다빛입니다. 숲에 깃들기에 숲빛입니다. 하늘을 머금어 하늘빛이에요. 고꾸자리거나 자빠지는 나날이기에 밑거름으로 삼는 눈물이라면, 노래하고 활짝 웃는 하루이기에 밑바탕이 되는 기쁨이겠지요. 《산골 총각》을 펴면서 두 가지 숨결을 느낍니다. 군홧발에 밟힌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는 분은 그러한 터전에서 이 글자락을 길어올렸군요. 멧골에서 아이들하고 곁님을 사랑하는 나날을 누리는 그림지기는 오늘 이곳에서 옛글을 살려서 새살림을 꿈꾸네요. 머나먼 두 곳에서 저마다 다른 때를 살던 이야기가 그림책 하나에서 어우러집니다. 멧골 사내는 어떤 꿈길을 가고 싶었을까요? 우락부락한 도깨비는 왜 동무가 없이 골부림질에 혼차지라는 재미없는 길을 가려 했을까요? 멧골 사내는 도깨비하고 씨름을 거듭하면서 이 마음 가난한 도깨비가 부디 착하고 참한 불꽃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랐겠네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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