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럼피우스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60
바버러 쿠니 지음, 우미경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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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15


《미스 럼피우스》

 바버러 쿠니

 우미경 옮김

 시공주니어

 1996.10.10.



  2월이 차츰 깊어가니 아이들이 물어요. “우리 집 민들레 언제 피어요?” “민들레도 너희가 지켜보기를 기다리지.” 밤에는 썰렁한 기운이 감돌지만 낮에는 따사로운 철에 비로소 고개를 내미는 민들레입니다. 밤에도 후끈한 기운이 떠돌면 어느새 녹듯이 자취를 감추며 땅속에 깊이 숨어서 잠드는 민들레예요. 이 민들레가 깨어나면 들이 온통 풀빛입니다. 이 민들레에 꽃이 피면 숲은 갖은 풀꽃입니다. 이 민들레가 씨앗으로 동그랗게 퍼지면 봄나무마다 꽃이 지면서 조롱조롱 열매가 굵으려 합니다. 《미스 럼피우스》를 두고두고 되읽습니다. 저는 이 그림책에 ‘즈믄책’이란 이름을 붙이곤 합니다. 적어도 즈믄 벌은 되읽는 그림책이요, 즈믄사람 손을 거치며 즈믄해를 이어갈 그림책이라고 여겨요. 어린이 럼피우스는 아가씨 럼피우스를 지나 아줌마 럼피우스로 살다가 할머니 럼피우스로 삶을 마감하기까지 늘 마음에 한 가지 씨앗을 품는다지요. 어렴풋하던 씨앗은 차츰 뚜렷하게 빛난다는데, 온누리를 환하게 바꾸면서 사람마다 새롭게 꿈으로 피어나도록 이끄는 숨결이란 바로 사랑이라지요. 모두 녹여 새로 태어나도록 북돋우는 꽃님인 사랑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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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의 여행
이억배 지음 / 이야기꽃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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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4


《봄이의 여행》

 이억배

 이야기꽃

 2019.6.21.



  겨울 끝자락에 ‘잎샘바람·꽃샘바람’이 붑니다. 겨울 한복판보다 으스스하다 여길 만한 바람인데, 잎이며 꽃을 샘한다고 여길 수 있고, 잎이며 꽃이 한결 튼튼하며 곱도록 다스려 준다고 볼 수 있어요. 동백꽃은 찬바람을 머금으며 더 붉고, 갯기름나물은 찬바람을 마시며 더 푸르거든요. 꽁꽁 얼어붙은 나라는 어떻게 녹일 만할까요? 뛰어난 정치 우두머리가 나와야 할까요, 힘센 이웃나라가 거들어야 할까요, 아니면 들풀이 온들을 덮고 뭇나무가 온숲을 이루듯, 우리 스스로 푸나무처럼 싱그러운 마음으로 착하게 어깨동무하는 길을 걸으면 될까요? 《봄이의 여행》은 봄이란 아이가 온누리를 두 다리로 마실하는 꿈길을 그립니다. 아직 쇠가시울타리뿐 아니라 총칼이 무시무시하게 도사린 이 땅이지만, 모든 낡은 쇠붙이를 녹여서 호미에 꽹과리로 새로 벼리는 길을 들려줍니다. 이제 새길을 내야지 싶어요. 기찻길 찻길보다는 들길 숲길 오솔길을 내야지 싶습니다. 마음길 사랑길 꿈길을 노래길로 따사롭게 가야지 싶어요. 고요하면서 차분하게, 사람 곁에 숱한 풀꽃나무를 두어야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그림결은 1980년대 첫무렵에서 멈춘 듯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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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나무 웅진 우리그림책 30
윤여림 글, 이갑규 그림 / 웅진주니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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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5


《장갑나무》

 윤여림 글

 이갑규 그림

 웅진주니어

 2014.12.15.



  심는 대로 자랍니다. 심지 않았으니 자라지 않습니다. 심기에 자라요. 시샘을 심은 자리에 시샘이, 미움을 심은 자리에 미움이, 짜증을 심은 자리에 짜증이 참말 무럭무럭 자라네요. 무엇을 심을까요? 노래를 심으면 노래가 자랄 테지요. 웃음을 심으니 웃음이 자라겠네요. 꿈이며 사랑을 심어 꿈이며 사랑이 자라고, 따사로운 손길을 심어 따사로운 손길이 자라요. 《장갑나무》는 장갑이 주렁주렁 맺힌 나무를 이야기합니다. 다만, 장갑이 열매로 맺히지는 않았어요. 할머니가 나무 한 그루에 이것도 달고 저것도 걸어서 숲에 사는 뭇이웃하고 나누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할머니는 무엇을 매달고 싶을까요? 숲이웃한테 이바지할 만한 여러 가지를 매달겠지요. 곰이며 새이며 풀벌레한테 돈은 쓸모없겠지요? 그렇지만 장갑은 퍽 쓸 만하다고 여기기에 장갑을 매달아 사이좋게 누립니다. 손에 끼며 놀 수 있고, 집으로 삼을 수 있고, 놀이터로 여겨도 되어요. 실로 뜬 장갑이라면 실을 풀어서 줄넘기를 하거나 길디긴 끈으로 쓸 만할 테지요. 심어서 가꾸며 열매를 얻는 나무에, 우리가 지은 살림을 넌지시 얹으며 기쁜 노래를 흩뿌리는 나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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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의 새 옷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1
엘사 베스코브 글.그림, 정경임 옮김 / 지양어린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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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13


《펠레의 새 옷》

 엘사 베스코브 

 정경임 옮김

 지양사

 2002.10.1.



  새해를 맞이해 열 살로 접어든 작은아이는 올해에도 개구쟁이입니다. 이 개구쟁이가 하는 짓은 뻔히 보입니다. 개구쟁이로서는 어머니나 아버지나 누나가 ‘개구쟁이 짓’을 하나도 모르거나 못 보는 줄 여기지 싶습니다.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넌 아버지가 뒤돌아서도 네가 뭘 하는지 어떻게 다 들여보는지 아니?” “어떻게 알아요?” “네가 아무리 숨겨도 네 얼굴에 다 적혔단다.” 《펠레의 새 옷》은 읽고 다시 읽고 새로 읽으면서도 아름답구나 싶어서 가슴이 찡합니다. 그림 한 칸마다 며칠씩 들여다보아도 사랑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아니, 이 그림책에 흐르는 그림 한 칸마다 기나긴 살림길을 물씬 담아냈으니, 그림 한 칸이 바로 그림책 하나로구나 싶습니다. 개구지지만 스스로 삶을 짓는 아이, 장난스럽지만 동생을 아끼고 언니를 사랑하는 아이, 놀이를 좋아하면서도 심부름을 소꿉놀이로 삼아 척척 해내는 아이, 이 아이는 새옷을 꿈꾸기에 손수 새옷을 지어내는 길을 걸어요. 냇물을 마시고 바람을 먹으며 햇살을 이불 삼아요. 풀벌레랑 동무하고 나비랑 벗삼으며 야무진 두 손이 됩니다. 아마 모든 아이들이 처음부터 빛순이요 살림님이었을 테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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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청소부 소소
노인경 글.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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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3


《책청소부 소소》

 노인경

 문학동네

 2010.12.5.



  누구나 싱그러운 바람을 마음껏 마실 수 있어야 하듯, 누구나 어느 책이든 마음껏 손에 쥐어 읽거나 안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나 해맑은 하늘을 넉넉히 누릴 수 있어야 하듯, 누구나 학교에 다니거나 말거나 즐겁게 하루를 지을 수 있어야 하지요. 그런데 오늘날 ‘마음껏 책읽기를 할 수 있는 길’을 넘어서 ‘책이 꽤 넘치다시피 흐르’기도 해요. 책을 너도나도 내기 때문이 아니에요. 책으로 장사를 하거나 이름팔이를 하는 무리가 매우 커졌기 때문이에요. ‘이상문학상 저작권 3년 노예계약’은 새팔피라 할 만한 대목이지요. 출판사에서 내세우는 모든 문학상은 하나같이 노예계약인걸요. 그러나 글꾼 스스로 노예계약인 줄 알면서 상을 받고, 그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그 잡지사에 글을 실어서 돈을 벌어요. 2020년이 되도록 한국은 이 대목을 쉬쉬했어요. 《책청소부 소소》를 넘기면서 한켠으로는 살짝 재미있지만, 꽤나 따분하구나 싶더군요. 굳이 책을 ‘말끔히 지우’지 말고 불쏘시개로 써서 숲에 거름이 되는 재로 삼으면 되어요. 종이책은 모두 숲에서 왔거든요. 이젠 종이뭉치 아닌 숲을 읽고 바람을 마시며 해를 먹으면서 마음을 씻을 때예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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