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로벨 우화 - 베틀리딩 전학년 그림책 2005 베틀북 그림책 2
아놀드 로벨 지음,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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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92


《아놀드 로벨 우화》

 아놀드 로벨

 이상희 옮김

 베틀북

 2000.10.30.



  귀를 기울이니 듣습니다. 귀를 기울이기에 아이들이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며 피우는 말꽃을 듣지요. 귀를 기울이니 나무에 잎망울이 터지며 새잎이 돋는 숨결을 들어요. 귀를 기울이지 않기에 못 들어요. 귀를 안 기울이니 아이들 말꽃도 나무 잎망울이 터지는 소리도 못 듣습니다. 눈을 뜨니 봅니다. 눈을 뜨기에 아이들이 하루하루 새롭게 자라는 마음꽃을 보아요. 눈을 안 뜨니 못 봐요. 눈을 안 뜨니 나무에 도는 새잎뿐 아니라 나무마다 다르게 피어나서 열매로 맺는 꽃을 알아보지 못해요. 《아놀드 로벨 우화》를 읽으면 아놀드 로벨이란 분이 귀를 기울이거나 눈을 뜨면서 마주한 뭇숨결 이야기가 흐릅니다. 모름지기 모든 우화는 사람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짐승이며 벌레이며 새이며 바다벗이며 푸나무한테서 들은 이야기예요. 억지로 꾸민 이야기가 아닌, 풀벌레가 살아온 이야기입니다. 엉뚱히 지은 이야기가 아닌, 푸나무가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오늘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듣거나 볼 수 있을까요? 앞으로 우리는 어떤 이야기에 마음을 기울이거나 뜰 만할까요? 스스로 찾아내는 이야기인가요, 스스로 짓는 이야기인가요, 스스로 사랑하는 이야기인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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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 10인의 작가가 말하는 그림책의 힘
최혜진 지음, 신창용 사진 / 은행나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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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13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글

 신창용 사진

 은행나무

 2016.10.20.



공부 잘하는 모범생 타입이라 학교 가는 게 특별히 싫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학교가 제 창의성을 길러주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22쪽/조엘 졸리베)


매일 아침 집에서 작업실로 걸어가는 15분 동안 속으로 외치며 감격한답니다. ‘이렇게 재미있게 일하며 살 수 있다니!’ (89쪽/올리비에 탈레크)


어려움 속에 있는 아이를 모른 척하고 내버려두는 것도 물론 나쁩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지 않게 미리 다 방지해 주는 것도 좋지 않은 방식이에요. 아이가 자기 느낌을 가져 볼 기회, 진짜 세상을 배울 기회를 뺏는 거니까요. (118쪽/클로드 퐁티)


뭔가를 창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일하게 필요한 재능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라는 의지라고 생각해요. 적당히 눈을 사로잡는 창작물은 많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창작물은 많지 않아요. (181쪽/뱅자맹 쇼)


제가 동물을 관찰하며 그림 그리는 것을 본 선생님은 그 뒤로 무려 18년 동안,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해 저를 초대해 그 농장에서 2∼3개월씩 머물며 그림 연습을 하게 해주셨어요 … (제가 일본에 남았다면) 그림을 그리지 못했을 겁니다. 만약 그렸다고 해도 대학도 나오지 않은 저를 만나줄 편집자가 과연 있을지 모르겠네요. 일본 책을 보면 저자 소개에 학력부터 나옵니다. 아, 한국도 그런가요? (265쪽/이치카와 사토미)



  유럽이라는 터전에서 그림책을 그리는 분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듣고서 엮은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최혜진, 은행나무, 2016)를 읽는데, 이분이나 저분이나 한결같이 들려주는 말이 있습니다. 그림책을 그리는 길에서 ‘대학 졸업장’은 쓸 일이 없다지요. 아니, 대학 졸업장은 오히려 그림책을 그리는 길에 걸림돌이 된다지요. 무슨무슨 학교를 다녔거나 누구누구 스승이 있다고 내세우려면 그림책을 그릴 수 없다고도 말해요.


  그림책은 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다같이 읽습니다. 이 그림책을 어버이 품에 안겨서 함께 읽는 아기는 ‘그림책 지음이 배움끈’이 궁금하지 않아요. 그림책 지음이 나이도 대수롭지 않아요. 그림책 지음이가 어느 나라 사람이건 따지지 않아요.


  그림책을 짓는 분들 사이에서는 위아래도 높낮이도 없습니다. 더 뛰어난 그림책이 없습니다. 더 못난 그림책도 없어요. 저마다 다른 붓놀림으로 서로 새로운 이야기꽃을 지피는 그림책이에요.


  문득 생각합니다.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유럽에서 그림책을 그리는 분들을 만나는데, 이 가운데에는 일본사람도 있어요. 태어난 곳은 일본이되 일본을 떠나 홀가분하게 그린다고 합니다. 일본에 머물면 ‘마친 대학교’라든지 군더더기에 너무 얽매여야 해서, 고등학교만 마친 그분은 그림책을 오롯이 사랑할 수 있는 새로운 삶터를 찾아서 이녁 나라를 떠났다더군요. 그렇다면 “한국 그림책 지음이한테 묻는다”면, 이 나라에서 그림책을 그리는 분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요?


  “학교가 창의성을 길러 주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하고 들려주는 목소리를 곰곰이 새겨 봅니다. 유럽에서 나고 자란 분조차 유럽 학교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오늘날 학교란 어떤 몫을 할까요? 거의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는데, 오늘날 학교는 아이들 마음이며 넋이며 숨결이며 생각을 얼마나 새롭게 지피는 한마당 노릇을 할까요?


  학교가 졸업장을 없앤다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라에서 자격증을 굳이 안 따진다면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더 생각해 봐요. 땅을 일구는 흙지기가 되는 길에 자격증도 졸업장도 덧없습니다. 흙을 읽고 바람이며 빗물이며 해를 읽어야 합니다. 씨앗을 읽고 푸나무를 읽어야겠지요.


  그림책이라는 길도 이와 같아요. 어린이 마음과 할머니 마음을 읽어야 그림책이 태어납니다. 푸름이하고 여느 어버이 수수한 삶길을 읽을 적에 비로소 그림책 하나를 곱다시 선보일 만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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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짝쿵짝 데구르르 도토리 축제 꼬꼬마 도서관 1
오시마 다에코 지음, 육은숙 옮김, 가와카미 다카코 그림 / 학은미디어(구 학원미디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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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04


《쿵짝쿵짝 데구루루 도토리 축제》

 오시마 다에코 글

 가와카미 다카코 그림

 육은숙 옮김

 학은미디어

 2006.5.5.



  더위가 꺾이는 가을이라지만, 가을에는 뭇열매가 단단히 맺힙니다. 추위가 꺾이는 봄이라는데, 봄에는 뭇풀이 보드라이 열려요. 가을에는 열매가 맺으면서 잎빛이 수그러들어 온땅이 바스락 소리로 넘칩니다. 봄에는 떡잎이 돋으면서 흙빛에 새로운 물결이 흘러요. 철마다 다른 빛을 마주하면서 철철이 새롭게 살림을 하고 소꿉을 놉니다. 하루하루 새삼스러운 바람이며 볕을 바라보면서 날마다 씩씩하게 보금자리를 건사하고 소꿉잔치를 벌입니다. 《쿵짝쿵짝 데구루루 도토리 축제》는 가을날 가을놀이를 다룹니다. 밤보다 작은 도토리인데, 숲에는 갖은 참나무가 어우러져요. 저마다 다르게 생긴 도토리가 춤추고, 이 도토리가 숲짐승한테 즐거운 가을밥이 될 뿐 아니라, 깊은 숲이 더욱 푸르게 거듭나도록 이끄는 씨앗이 됩니다. 어린이가 누리는 소꿉놀이란 바로 보금자리를 한결 싱그러이 가꾸는 기운이지 않을까요. 어린이가 즐기는 소꿉잔치란 언제나 숲빛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환하게 비추는 사랑이지 않을까요. 뛰놀기에 어린이입니다. 소리치고 춤추고 노래하기에 어린이입니다. 뒹굴고 달리고 넘어지고 일어나서 활짝 웃고 손뼉을 치기에 어린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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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마리 아기 염소, 요 녀석들! 마음별 그림책 10
제바스티안 메셴모저 지음, 김경연 옮김 / 나는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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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77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요 녀석들!》

 제바스티안 메셴모저

 김경연 옮김

 나는별

 2019.10.17.



  아이를 낳아 어버이로 살더라도 아이를 사랑하는 길하고 멀어지기도 합니다. 어버이란 자리에 서기에 아이를 사랑하거나 아끼거나 보듬거나 돌보지는 않더군요. 누가 아이를 사랑할까요? 바로 어버이로서 어버이인 스스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갈 적에 비로소 아이를 사랑하더군요. 어버이 아닌 여느 어른이더라도 이 땅에 아기로 새로 태어나서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둘레에서 받은 너른 꽃빛 같은 사랑을 온몸으로 품는 어른이라면, 누구나 아이를 사랑하고요. 《일곱 마리 아기 염소, 요 녀석들!》은 아기 염소하고 이 아기 염소를 잡아먹고 싶은 사납짐승 하나가 나옵니다. 다만 사납짐승을 다들 ‘뻔한 그 짐승’으로 그리곤 하는데요, 이런 대목은 좀 아쉬워요. 그렇게 틀에 박힌 눈으로 바라볼 까닭은 없거든요. 우리는 늑대가 어떤 짐승인 줄 얼마나 어떻게 알까요? 늑대하고 마음으로 사귀어 보거나 이야기를 해보고서 늑대를 ‘뻔한 그 짐승’으로 다룰까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기 염소 일곱은 개구쟁이요 장난꾸러기입니다.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입니다. 두렵거나 무서운 마음이 아닌, 뛰놀고 구르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장난판을 벌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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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림족자 - 비룡소 창작그림책 10 비룡소 전래동화 5
이영경 글 그림 / 비룡소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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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189


《신기한 그림 족자》

 이영경

 비룡소

 2002.5.20.



  예전에는 ‘누구나’ 그리 여기지 않을까 했지만, 살고 살며 또 살면서 바라보건대, ‘누구나’ 그러하지는 않은 대목이 많아요. 이 가운데 하나는 ‘주머니에 얼마쯤 있어야 넉넉한가?’입니다. 이를테면 1조 원부터 말할 수 있어요. 1조 원쯤 있으면 넉넉하느냐고 물은 뒤 1억 원씩 줄이기로 하지요. 9999억, 9998억, 9997억 …… 이렇게 오다가 100억쯤부터는 1만 원씩 줄이기로 해봐요. 자, 이렇게 나아가다 보면 ‘안 넉넉하다’고 말할 만한 때가 나올까요? 《신기한 그림 족자》는 전우치라는 이가 나오는 옛이야기 그림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옛이야기’라고 못을 박아야 할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로 보자면 옛날이 되겠으나 예나 이제나 그리 다르지 않은 사람들 모습을 그렸으니, 굳이 옛이야기로 가르기보다는 ‘삶이야기’로 여기면서 바라보아야 제대로 느낄 만하지 싶습니다. 오늘 우리는 하루에 20만 원쯤 벌면 넉넉할까요? 19만 원은? 18만 원 …… 10만 원은? 9만 원은? …… 곰곰이 생각할 일이에요. ‘얼마’라는 틀에 스스로 갇힌 채 ‘기쁨·보람·웃음·사랑’을 잊거나 잃지는 않나요? 정작 무엇부터 생각해야 삶이 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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