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 물구나무 그림책 71 파랑새 그림책 71
송창일 지음, 이승은.허헌선 인형, 이상혁 사진 / 파랑새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0


《눈사람》

 이승은·허헌선 인형

 이상혁 사진

 송차일 글

 파랑새

 2008.7.10.



  모든 이야기에는 삶이 바탕으로 흐릅니다. 엉성하다 싶은 이야기도, 탄탄하다 싶은 이야기도, 하나같이 삶을 밑바닥에 깔아요. 엉성하게 그치는 그림책이라면 삶부터 틀에 박힌 모습으로 그리다가 가벼운 손재주를 덧입혀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치레합니다. 탄탄하게 빛나는 그림책이라면 어느 삶이든 마음을 틔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가볍게 날갯짓을 하듯이 꿈꾸는 사랑으로 가만히 어루만집니다. 아름그림책일 적에는 꾸미지도 치레하지도 않아요. 있는 그대로 빛날 뿐 아니라, 수수한 삶을 그리면서 생각날개가 춤추고, 웃음하고 눈물이 따사로이 얼크러집니다. 《눈사람》을 곧잘 다시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작은 자리에서 작은 눈짓을 작은 손길로 담아내는 이야기가 오히려 솜꽃처럼 확 피어나면서 포근하게 번집니다. 여느 보금자리 이야기가 알록달록 무지개가 되어 서로서로 잇는구나 싶습니다. 해가 갈수록 눈송이를 만나기 어렵습니다만, 하늘눈이 잎눈이며 꽃눈으로 옮겨서 반짝여요. 하늘빛은 두 눈망울로 옮겨서 초롱초롱 눈빛으로 거듭나요. 내리는 눈이기에, 터지는 눈이기에, 바라보는 눈이기에, 온누리는 활짝활짝 깨어나서 손을 잡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곱슬머리 아이 파랑새 그림책 78
김영희 글.그림 / 파랑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9


《곱슬머리 아이》

 김영희

 파랑새

 2009.3.18.



  온누리 어린이는 사랑을 받아 태어납니다. 가없는 사랑도 받고, 넉넉한 사랑도 받으며, 가멸찬 사랑이나 흐드러진 사랑도 받아요. 따사로운 사랑도 받고, 슬픈 사랑도 받으며, 아픈 사랑도 받지요. 다 다른 모습으로 저마다 새롭게 사랑을 받아서 태어나는 아이는, 또 모두 다른 길을 차근차근 걸으면서 이 땅에 이야기꽃을 심습니다. 《곱슬머리 아이》에 나오는 아이는 곱슬머리 때문에 마을에서 놀림을 받는대요. 마을 아이들은 ‘저희랑 다르게 생긴 아이’를 짓궂게 놀린다는군요. 이때에 곱슬머리 아이는 스스로 다른 눈이 되어 어깨를 펼 만해요. “어라, 너희는 곱슬머리가 없구나? 이 곱슬한 머리가 얼마나 멋진 줄 모르네?” 하고요. 어느 아이는 곱슬하지 않은 머리가 있어서 스스로 마음에 든다면, 어느 아이는 곱슬한 머리가 있어서 스스로 마음에 들 만해요. 키가 크면 큰 대로,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얼굴이 둥그스름하면 둥그스름한 대로, 얼굴이 네모나면 네모난 대로, 참말로 다 다르면서 빛나는 모습이에요. 우리가 모두 똑같은 얼굴에 키에 몸에 옷차림에 밥버릇에 말씨라면, 매우 따분하며 틀에 박힌 굴레 아닐까요? 저도 살짝 곱슬머리랍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손님 그림책이 참 좋아 47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8


《이상한 손님》

 백희나

 책읽는곰

 2018.3.21.



  ‘이상하다’라는 한자말이 퍽 얄궂습니다. 한자말이라서 얄궂지 않아요. 이 낱말이 무슨 뜻인 줄 모르면서 그냥그냥 쓰는 사람이 너무 늘면서, 그만 우리 스스로 마음에 어떤 생각을 씨앗으로 심는 줄 모르도록 내몰기에 얄궂지요. 한자말 ‘이상하다 = 다르다’입니다. 다른 뜻 없이 ‘다르다’를 가리킬 뿐이에요. 생각해 봐요. 너랑 나는 달라요. 아이가 아무리 어버이를 닮았어도 아이랑 어버이는 달라요. 어버이가 솜씨있어도 아이한테 바라면 안 되고, 여러 아이를 낳았어도 다 다른 아이는 다 다르게 갑니다. 곧, 다르기에 나쁘지도 좋지도 않을 뿐더러, 무섭지도 고약하지도 않아요. 그저 다르답니다. 우리는 이제라도 ‘이상하다’ 같은 얄궂은 말씨는 버리고 ‘다르다’란 투박한 말씨를 살려내야지 싶어요. 《이상한 손님》에 나오는 하늘아이는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저 땅아이하고 ‘다를’ 뿐이에요. 누나하고 나도 다르지요. 우리가 동무를 사귄다면, 그 아이랑 내가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달라서 만나고, 얘기하고, 놀고, 어울리면서, 그리워합니다. 다른 길이 다른 줄 알면 이야기도 달라져요. 그림책이 ‘다름’을 좀 찬찬히 들려주면 좋겠어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할머니와 걷는 길 노란상상 그림책 48
박보람 지음, 윤정미 그림 / 노란상상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6


《할머니와 걷는 길》

 박보람 글

 윤정미 그림

 노란상상

 2018.4.25.



  걸으면서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걸어서 가는 길이 어디까지 이어지려나 생각하면서 이야기합니다. 함께 찾아가는 곳에서 어떤 하루를 누리려나 그리면서 이야기합니다. 걸어가며 구름을 보고, 하늘빛을 헤아립니다. 바람맛을 느끼고, 아직 2월이어도 갓 깨어난 무당벌레를 알아보면서 걸음을 멈춥니다. 가까이에서 멀리서 날아다니는 새가 직박구리인지 박새인지 물까치인지 딱따구리인지 날갯짓 소리나 울음소리로 헤아립니다. 봄을 기다리며 조금씩 벌어지거나 부푸는 잎눈이며 꽃눈을 보고는 살짝 어루만집니다. 저는 아이하고 걷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하고 걷지요. 우리는 서로 발자국 소리를 느끼면서 걷습니다. 《할머니와 걷는 길》은 아이가 할머니 살림을 눈여겨보다가 스스로 좋아서 달리다가 다시 할머니하고 천천히 두리번거리면서 마을을 알아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마 할머니는 느릿느릿일는지 몰라요. 그러나 두 다리에 힘이 붙은 아이도 얼마 앞서까지 걷기는커녕 서지도 못한걸요. 고작 기거나 엎치락뒤치락하며 까르르 웃었는걸요. 더 새로운 곳을 찾고 싶어 잰걸음인 아이 곁에서, 더 새롭게 만나고 싶어 한결 느린걸음인 할머니입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행나무 - 2020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2020 도깨비책방 선정도서 바람그림책 85
김선남 지음 / 천개의바람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27


《은행나무》

 김선남

 천개의바람

 2019.11.1.



  도시에 가면 너무 시끄럽고 플라스틱하고 화학약품 때문에 고약하다고 느끼는 큰아이를 이끌고 순천마실을 했습니다. “오늘은 그래도 버스를 탈 만하네요.” “그래, 그렇구나. 그런데 아버지는 바깥일 때문에 나오면 버스를 하루 내내 타기도 해. 그때 어떻게 하는 줄 아니?” “어떻게요?” “우리 보금자리를 나서면 바깥은 자동차에 시멘트에 시끄럽고 냄새나지. 그렇다고 그런 데를 쳐다보면 막상 우리 갈 길은 못 보잖아?” “네.” “아버지는 늘 아버지가 갈 길만 보고, 아버지가 할 일만 생각해. 그러면 시끌시끌도 북새통도 냄새도 모두 녹아버리더라.” 이렇게 이야기하며 걷는데 곧 터지려는 잎눈이 가득한 은행나무가 줄줄이 섭니다. “여기 봐요. 가을에 떨어진 은행잎이 아직 있어요.” 큰아이하고 은행나무 이야기를 하면서, 새로 뻗는 가지마다 은빛으로 고운 이 나무를 마주하다가 《은행나무》를 보았어요. 같이 읽었지요. 큰아이가 “아, 나무 목소리를 안 들으려면 그냥 사람을 그리지!” 한 마디 합니다. 네, 그래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그’ 타령을 해서 놀랐고, 어른들 사랑타령에 은행나무를 끼워맞추네 싶어 거북하기까지 했습니다.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