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평화그림책 5
다시마 세이조 글.그림, 황진희 옮김 / 사계절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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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79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다시마 세이조

 황진희 옮김

 사계절

 2012.9.20.



  불구덩이에는 얼굴도 이름도 없습니다. 힘으로 나라를 거머쥐어 사람들을 억누르고 이녁 자리를 지키려 하면, 곁에 힘꾼을 잔뜩 건사하면서 뭇사람을 ‘얼굴도 이름도 없는 백성·국민’이라 여깁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얼굴이며 이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백성도 국민도 아닙니다. 우리는 다 다른 낯빛에 이름으로 다 다른 보금자리를 가꾸는 다 다른 사랑입니다. 역시책을 펴면 우두머리·먹물·벼슬아치 이름이 수두룩히 나옵니다. 나무를 심은 사람, 아기를 낳아 돌본 어머니, 바다를 아낀 사람, 모시에서 실을 얻어 옷을 지은 사람, 베틀을 지은 사람, 절구를 떠올린 사람, 호미에 낫을 벼린 사람, 새랑 노래한 사람은 하나도 안 나올 뿐더러, 이러한 사람들 이름은 아예 없습니다.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는 ‘평화그림책’이라고 합니다. 평화를 놓고 이렇게도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만, ‘왜? 무엇을? 누가? 언제? 어떻게? 참말로 왜? 도무지 누가? 그러니까 왜? 그래서 무엇을?’ 같은 이름도 얼굴도 드러나지 않습니다. 달아나거나 숨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그리면 숨이 막힙니다. 그만 달아나고, 그만 입발린 말을 하시기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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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평화그림책 7
다바타 세이이치 지음, 박종진 옮김 / 사계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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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0


《사쿠라》

 다바타 세이이치

 박종진 옮김

 사계절

 2014.4.28.



  일본이란 나라는 이웃나라에 얼마나 고개숙여야 할까요. 중국이란 나라는 이웃나라에 얼마나 엎드려 빌어야 할까요. 한국이란 나라는 이웃나라에 얼마나 싹싹 무릎꿇어야 할까요. 백 해쯤 앞서 일본은 제국주의 깃발을 앞세워 한국이며 여러 나라를 군홧발로 짓밟았습니다. 중국은 옆나라를 오랑캐라 일컬으면서 굽신질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고구려·백제가 한창 떵떵거릴 적에 이웃나라로 쳐들어가서 ‘땅을 넓히(영토확장)’곤 했습니다. 한국도 스스로 역사책에 고구려·백제가 중국·일본으로 ‘쳐들어갔다’고 안 적습니다. 한국도 전쟁무기를 앞세워 옆나라를 괴롭힌 발자국이 꽤 있습니다. 가만 보면 ‘나라’란 이름을 쓰고 우두머리·벼슬아치가 있는 모든 곳에서는 그들 자리를 힘으로 일으켜서 지키려는 군대와 전쟁무기가 그득했고, 한결같이 싸움판을 벌이며 여느 사람을 죽음수렁에 빠뜨렸습니다. 《사쿠라》를 보며 좀더 속으로 파고들지 않는, 겉만 살짝 건드리고 끝낸, 평화하고 어긋난 전쟁이 왜 태어나는가를, 몇몇 우두머리한테만 화살을 돌릴 수 없는 수렁을, 꽃빛에 가볍게 가려 놓은 대목을, 꽤 아쉽다고 느꼈습니다. 핑계 대는 느낌이랄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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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 2018 칼데콧 대상 수상작 비룡소의 그림동화 254
매튜 코델 지음 / 비룡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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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2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

 매튜 코델

 비룡소

 2018.6.10.



  늑대란 짐승은 사납지 않습니다. 일본을 거쳐 들어온 서양 이솝 이야기 때부터 늑대를 사납빼기로 그렸지 싶습니다. 왜 늑대가 사나울까요? 숲짐승은 사나울 까닭이 없습니다. 사람들이 멋모르고 괴롭힐 적에 누구보다 당차고 씩씩하게 맞선 짐승이 늑대요 범이며 여우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너희가 뭔데 사람한테 그리 대들어?’ 하는 마음으로 이러한 짐승을 깎아내리는 이야기를 갖다 붙였고, 오늘날까지 그런 뜬금없는 생각이 퍼집니다. “wolf in the snow”라는 그림책을 한국에서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로 옮겼습니다. 그림책 줄거리는 알뜰합니다. 그러나 책이름이 매우 엉뚱합니다. “눈밭 늑대·눈 맞는 늑대”입니다. 이 그림책은 늑대가 어떤 숲짐승인가를 들려줍니다. “씩씩한 아이”가 아닌 “상냥한 눈밭 늑대”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입니다. 출판사에서는 그린님 뜻하고 어긋나게 책이름을 바꾸지 말아야겠습니다. 아니, 그림책에 흐르는 사랑스러운 숨결이 엉뚱하게 읽히지 않게끔 다스려야겠습니다. ‘어른한테서 물려받은 두려움’을 스스로 떨쳐낸 아이한테 늑대가 마음으로 다가가서 따스히 돌보는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이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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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 간지럼 놀이 (보드북) 뽀뽀곰 아기놀이책 10
기무라 유이치 지음 / 웅진주니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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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72


《깔깔 간지럼 놀이》

 기무라 유이치

 김윤정 옮김

 웅진주니어

 2008.3.1.



  어릴 적에는 나무를 썩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에 나무를 보는 잣대라면 타고오를 만하느냐 아니냐였어요. 타고오를 만하다면 날마다 찾아가서 타고오르며 놀고, 타고오를 만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쳤는데, 타고오르지 못하더라도 여름에 불볕을 가릴 만한 나무는 좋았어요. 설마 저는 예전에 다람쥐로 살았을까요. 나무를 바라보는 잣대가 ‘타고오를 만한가’이니까 말이지요. 고흥이란 고장에서 살며 배롱나무를 처음으로 제대로 보았고, 텃사람한테서 “우린 다들 간지럼나무라 하오. 서울사람은 배롱나무라 합디다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 보쇼, 이렇게 간지럼을 태우면 저짝 가지가 춤을 추지요? 사람이 가까이 살면서 살살 긁어 주면 잘 자라는 나뭅디다.” 《깔깔 간지럼 놀이》는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아이한테 간지럼을 태우며 노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보여줍니다. 참으로 모든 아이가 이와 같지 않을까요? 가만히 있어도 웃고, 간지럼을 아직 안 태웠어도 벌써 웃으며, 그저 손만 들었을 뿐인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립니다. 마음으로, 눈빛으로, 즐거운 기운으로 서로 태우고 긁어 주고 보듬는 간지럼 놀이예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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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안아 줘
시모나 치라올로 글.그림, 이현정 옮김 / JEI재능교육(재능출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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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1


《날 안아 줘》

 시모나 치라올로

 이현정 옮김

 JEI재능교육

 2015.5.11.



  아이가 어른한테 바라는 길은 크지도 작지도 않습니다. 어른은 아이한테 어떤 길을 바랄까요? 어른은 설마 아이더러 큰길만 바란다거나 크고작은 모든 길을 다 바라지는 않을까요? 《날 안아 줘》를 볼 적마다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아이는 언제나 아이일 뿐입니다. 어른은? 어른은 몸이 자란 아이일 테지요. 아이는 아직 몸이 자라지 않은 아이일 테고요. 아이가 바라는 길을 어른이란 자리에서는 ‘너랑 나랑 똑같은 숨결로 바라보면’ 모두 이룰 만하지 싶어요. 그저 그대로 하면 되어요. 달리 보태거나 붙여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밥을 먹고, 기쁘게 옷을 입고, 포근히 잠을 자면 되어요.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재미나게 그림을 그리고, 꾸밈없이 글을 쓰면 됩니다. 손을 잡고 마실을 다니면 되고, 어깨동무를 하며 놀면 되어요. 뭘 더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오늘 이곳이 서로서로 얼마나 아름다이 누리는 터전인가 하고 돌아보면 되어요. 그러니까 아이는 어른한테 오직 사랑을 바랍니다. 큰사랑도 작은사랑도 아닌 사랑 하나를 바라요. 이 사랑이라는 눈길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숨을 쉬고 눈을 뜨고 날갯짓하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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