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견뎌낸 나무
메리 페이 지음, 에밀 안토누치 그림, 오현미 옮김 / 비아토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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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9


《겨울을 견뎌낸 나무》

 메리 페이 글

 에일 안토누치 그림

 오현미 옮김

 비아토르

 2019.2.27.



  ‘우리 집 나무’를 지켜보지 않던 무렵에는 나무가 겨울을 견디는지 이겨내는지 잘 모르는 채 살았습니다. 다만 하나는, 나무가 겨울보다는 자동차하고 아파트하고 사람들 등쌀을 견디거나 이기면서 하루하루 살아내는구나 하는 대목만큼은 똑똑히 알았어요. 어제 낮에 큰아이하고 면소재지 우체국까지 걸어서 다녀오는데, 면소재지 중학교 둘레에 있는 큰나무는 소름이 끼치도록 가지치기를 받아야 했고, 쳐다보아 주는 눈길이 없어 시무룩하거나 풀죽은 채 힘들어 하더군요. 학교 울타리를 넘어가서 토닥일 수는 없기에 눈빛으로 달래 주고서 지나갔습니다. 《겨울을 견뎌낸 나무》를 읽으며 가만히 나무 속마음을 그려 봅니다. 나무는 어떤 마음일까요. 우리들 사람은 나무하고 마음으로 말을 섞고서 이런 그림책을 빚을까요, 아니면 사람살이를 나무한테도 똑같이 빗대어 ‘마치 나무도 이렇겠거니 하고 지레 어림하’면서 그림을 빚을까요? 적잖은 나무는 겨우내 고이 잠듭니다. 겨우내 잠을 안 자는 나무도 많은데, 겨울잠을 자든 안 자든 사람이며 숲짐승이며 벌나비나 새나 풀벌레이며 저(나무)를 포근히 안거나 곁에서 노래할 적에 몹시 반기면서 즐겁게 춤을 추더군요. 나무는 겨우내 사랑을 그리고, 포근한 손길을 꿈꿉니다. 좀 물어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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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최승훈 그림, 김혜원 글 / 이야기꽃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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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시렁 288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김혜원 글

 최승훈 그림

 이야기꽃

 2018.9.17.



  매꽃이 피는 나무 곁에 서면 온몸에 매꽃내음이 스밉니다. 쑥이 돋는 봄빛을 누리면서 쑥을 훑으면 손끝을 거쳐 온몸으로 쑥내음이 번지는데, 쑥잎을 며칠 햇볕에 말려서 덖으면 그야말로 옷이며 집이며 쑥내음이 물씬 흐릅니다. 풀밭에 앉으면 풀내음으로 가득하고, 흙을 만지면 흙내음으로 푸지며, 물을 만지면 물내음으로 넉넉해요. 아기는 어머니 곁에서 젖내음으로 포근합니다. 오늘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만지면서 우리 손끝이며 발끝을 비롯해서 몸 구석구석에 어떤 빛내음을 담을까요? 어떤 손빛을 거쳐 어떤 눈빛으로 보금자리를 가꿀까요?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온갖 냄새 가운데 흙손내음을 보여줍니다. 이 흙손내음 가운데에서도 할매 할배 발자국을 다룹니다. 일손이란 어떤 빛일까요. 살림손이며 가꿈손이며 지음손이며 일굼손이란 어떤 내음일까요. 일하는 손도 거룩하고 놀이하는 손도 훌륭합니다. 살림하는 손도 아름답고 사랑하는 손도 곱지요. 할매 손 곁에 어린이 손을 가지런히 놓으면서 꽃송이를 얹으면 좋겠어요. 할배 손하고 나란이 푸름이 손을 포개면서 풀포기를 쥐면 좋겠어요. 노래하며 일하는 손이고, 사랑하며 놀이하는 손이요, 꿈꾸면서 씨앗을 심어 숲을 바라보는 손빛을 보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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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자연 그림책
아라이 마키 지음,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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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91


《튤립》

 아라이 마키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18.4.20.



  심는 씨앗은 바로 싹트기도 하지만, 이듬해나 몇 해가 걸리기도 합니다. 씨앗집이나 꽃집에서 파는 풀꽃은 ‘씨앗에서 싹이 터서 오르기까지 꽤 오래 지켜보거나 돌보거나 기다린’ 아이일 만합니다. 열매를 얻는 나무도 마찬가지인걸요. 능금씨나 배씨나 복숭아씨가 흙에 안겨서 이듬해나 한두 해 뒤에 열매나무가 되지 않아요. 차근차근 여러 해를 살아낸 다음에 비로소 어엿한 열매나무로 섭니다. 풀꽃도 이와 같아, 올해에 맺은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 이듬해에 바로 돋기도 하지만, 이태나 서너 해쯤 뒤에 비로소, 때로는 예닐곱 해 뒤에 문득 돋기도 해요. 《튤립》을 보면서 그림님 아라이 마키 님이 선보인 다른 그림책처럼 싱그러운 꽃빛을 얼마나 오래오래 지켜보고 살펴보고 알아보고 마주보고 바라보면서 살았나 하는 숨결을 느낍니다. 그냥 그려내지 않은 그림책이거든요. 알뿌리를 잘라 보기도 했겠지만, 땅을 파기도 했겠지만, 이보다는 풀꽃송이하고 마음으로 만나고 얘기하면서 꿈을 그린 나날이 흘렀기에 이러한 그림책을 내놓을 만하지 싶습니다. 오롯이 본다고 할 적에는 겉몸을 넘어 속마음을 읽는다는 뜻이에요. 오늘 우리는 풀꽃나무이며 하늘이며 빗물이며 흙이며 모두모두 오롯이 새롭게 읽으면서 해맑은 빛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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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티뱅 야옹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8
기쿠치 치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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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3


《치티뱅 야옹》

 기쿠치 치키

 김난주 옮김

 시공주니어

 2018.6.25.



  참으로 숱한 나라에서 강아지하고 고양이는 아이들하고 동무로 지냅니다. 이뿐인가요. 개미하고 벌나비에 풀벌레도 오래도록 아이들하고 동무로 지내요. 아이들은 거미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만, 거미를 꺼리거나 내치는 어른이나 어버이를 한 판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아, 거미를 무서워하거나 싫어해야 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입니다. 더욱이 새랑 바다벗도 두고두고 아이들하고 동무예요. 그렇다면 어른한테는 누가 동무일까요? 나무 한 그루나 풀 한 포기는 어른한테 동무인가요, 아니면 돈벌잇감인가요, 또는 싹 쓸어내어 큰고장 높은집이며 찻길을 밀어붙일 땅인가요. 《치티뱅 야옹》에 나오는 아이는 둥둥 북을 울리면서 온갖 동무를 이끌고 걷습니다. 여러 동무가 앞질러 가려 하면 “아냐, 아냐, 나를 따라가야지?” 하고 어르고 달래면서 다시 둥둥 북을 치고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는 한 걸음 두 걸음 천천히 걷습니다. 냇물도 지나고 바다도 가로지릅니다. 거리끼거나 무서울 일이 없어요. 스스로 씩씩할 뿐 아니라, 곁에서 숱한 동무가 감싸 주거든요. 숱한 동무가 꼬르륵거리면 커다란 고양이가 야옹하면서 돕고요. 파랗게 물든 하늘에 파랗게 빛나는 바다입니다. 이 하늘하고 바다를 품는 어린이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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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 트리앤북 컬렉션 1
케이티 하네트 지음, 김경희 옮김 / 트리앤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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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69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

 케이티 하네트

 김경희 옮김

 트리앤북

 2017.4.14.



  고양이는 저 스스로 살 만한 곳에 깃듭니다. 그곳은 숲일 수 있고, 골목일 수 있으며, 풀밭이거나 종이꾸러미나 냇가나 다리 밑일 수 있습니다. 고양이는 사람 없는 곳을 즐기기도 하면서, 사람 있는 데를 좋아하기도 합니다. 고양이 마음이지요. 사람도 사람 북적이는 데를 즐기기도 하면서, 사람 없는 데를 좋아하기도 하거든요. 고양이 한 마리가 어느 날 문득 혼자 사는 할머니 집에 찾아갑니다. 이 할머니 집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지만, 또 후줄근하거나 꾀죄죄한 집이라며 둘레에서는 싫어하지만, 고양이는 이 모두를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저 저(고양이)를 쳐다보면서 이따금 밥을 조금 나누는 곳이면 해바라기를 하면서 낮잠을 잡니다. 이때에 오래도록 입을 다물던 할머니가 입을 열지요. 오래오래 닫아 놓았던 마음을 열면서 말 한 마디를 터뜨려요. 《어느 날, 고양이가 왔다》에도 할머니가 나옵니다만, 이 할머니는 후줄근하거나 꾀죄죄한 집에 살지는 않아요. 다만 아무도 이 할머니를 알아보지 않고 말을 걸지 않으며 쳐다보지 않을 뿐입니다. 고양이는 어떨까요? 네, 고양이는 다른 사람이나 터전을 아랑곳하지 않아요. 고양이는 ‘마음을 열어 말을 터뜨릴 이’가 사람이건 나무이건 짐승이건 스스럼없이 찾아가서 마주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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