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를 빤히 바라보는 동생

 


  옆지기가 집빵을 굽는다. 집빵 굽기는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가루를 무게를 달아 반죽을 하고 스티로폼상자에 넣어 따뜻하게 부풀린다. 알맞게 부풀리고 나서 스탠냄비에 아주 여린 불을 넣고 달군다. 뜨끈뜨끈 달았으면 반죽을 넣고 모양 좋게 다진다. 이러고서 뚜껑을 덮고 구수한 냄새가 날 때까지 천천히 기다린다. 다 익으면 냄비에서 꺼내어 뜨끈한 기운을 식힌다.


  집에서 차리는 밥을 아이와 함께 먹는다. 집밥을 먹을 때에는 속이 홀가분하다. 바깥밥을 먹고 나면 속이 어딘가 꿀렁꿀렁하다. 방귀도 잦다. 이런 날은 방귀 냄새까지 고약하다. 한창 즐겁게 밥을 먹는데, 아니, 둘째한테 죽을 먹이느라 이리 애쓰고 저리 용쓰며 기운을 쪽 빼는데, 가까스로 이럭저럭 먹이고 나서 놀라고 풀어놓으니, 제 누나가 집빵에 딸기잼(딸기잼에 여러 견과류를 갈아서 섞은 녀석)을 바르는 모습을 빤히 바라본다. 첫째 아이도 더 어릴 적에 둘째 아이처럼 이렇게 나와 옆지기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을 테지. 둘째 아이는 제 누나를 빤히 바라보며 여러 몸짓과 몸가짐을 배우기도 할 텐데, 첫째 아이는 제 어버이를 빤히 바라보며 온갖 삶자락과 삶결을 배우는 만큼, 둘째이든 첫째이든 나와 옆지기가 얼마나 즐겁고 사랑스레 살아가느냐를 낱낱이 바라보며 받아들인다 할 테지. (4345.4.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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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 저 녀석

 


  이 녀석을 토닥토닥 재우고 나서 나도 스르르 눈을 감으면, 어느새 저 녀석이 잠꼬대를 하며 깨어 토닥토닥 달랜다. 저 녀석이 조용조용 사르르 잠들 무렵 나도 눈을 감지만, 어느새 이 녀석이 다시금 잠투정을 한다. 밤부터 새벽에 이르기까지 두 녀석이 갈마들며 삐질삐질거린다. 그래도 둘째가 제법 커서, 이제 가슴에 올려놓고 토닥질을 하지 않고 옆에 살며시 눕히고는 이불을 덮여 토닥질을 해도 곧잘 잠들곤 한다. 두 녀석 모두 자면서 이리 구르고 저리 도느라 밤새 여러 차례 박치기를 해댄다. (4345.4.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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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안고 오줌 참기

 


  배에 누인 아이를 한손으로 보듬고, 옆에 누운 아이를 한손으로 쓰다듬으며 긴긴 밤을 얼마나 오래 보낼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두 아이 재우는 몫을 맡는다. 옆지기가 몸을 튼튼히 추스르기 힘들다 보니, 마음닦기를 하든 뜨개를 하든 아이들이 고이 잠들고 예쁘게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토닥토닥 자장노래를 부르며 재운다. 엊저녁 열 시 무렵부터 두 아이 재우기를 하다가 새벽 네 시에 일어난다. 처음 아이들 재울 적부터 쉬가 마려웠지만, 조금 참자 생각하며 아이들을 재운다. 첫째가 자는 소리를 느끼고 둘째 또한 자는 소리를 느끼며 자장노래를 부르다가 나 스스로 끼루룩 하고 곯아떨어진다. 잠결에 첫째가 스르르 일어나 더 놀고파 하는 모습을 얼핏 본 듯하지만, 가슴에 누워 자는 아이 무게를 느끼며 다시 눈을 사르르 감기만 한다. 첫째는 어머니 곁에서 책이라도 읽다가 다시 잠들었을까.


  여섯 시간 아이를 안고 재우자니 가슴이며 팔이며 뻑적지근하다. 둘째 몸무게가 십일 킬로그램 즈음 되지만, 이만 한 몸무게라 하더라도 여러 시간 있자면 몸이 뻑적지근하다. 이제 쉬를 더 참기 힘들기에 둘째가 깨지 않기를 빌며 바닥에 몸을 살포시 내린다. 그런데 내 팔에 힘이 다 빠져 뻣뻣한 바람에, 그만 아이를 놓쳐 머리를 콩 박는다. 둘째가 눈을 반짝 뜬다. 아이고 미안해라. 아니야 아니야 아버지가 잘못했어, 괜찮아 괜찮아 잘 자렴, 토닥토닥 가슴을 다독인다. 아이는 가만히 눈을 감고 숨을 고른다.


  나 스스로 품을 좋은 사랑은 어떤 모습일 때에 아름다울까 생각해 본다. 나 스스로 누릴 좋은 삶은 어떤 사랑으로 엮을 때에 즐거울까 헤아려 본다.


  아이들이 아침에 느긋하게 일어나면 좋겠다. 너무 일찍 일어나지 말고, 알맞게 잠을 자고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며 신나게 새 하루 맞이하면 좋겠다. 날마다 새롭고 좋은 날이란다. 언제나 기쁘며 고마운 하루란다. (4345.4.20.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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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든 두 아이

 


  밤 열두 시 넘도록 잠들지 않으려 하던 두 아이를 가까스로 재웠으나, 이듬날 아침 일찍 둘째가 깨고, 곧이어 첫째가 칭얼거린다. 둘째는 이래저래 까불다가 다시 잠이 쏟아진다. 둘째는 응가 마려워 잠에서 깨어 까분 듯하다. 둘째는 아침마다 거의 비슷한 때에 응가를 푸지게 눈다. 낮에 다시 한 차례, 저녁 되기 앞서 또 한 차례, 잠들기 앞서 마지막 한 차례, 이렇게 네 차례 응가를 누니까, 이른아침에 깨어나 까불밖에 없다고 느낀다.


  똥기저귀를 빨고 아이 밑을 씻긴다. 아이는 신나게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고 기어다니고 하다가 어머니한테 달라붙는다. 조금 지켜보다가 둘째를 가슴으로 안는다. 나도 고단해 자리에 누워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가슴에 안긴 둘째 고개가 옆으로 톡 떨어진다. 응? 무릎에 누여 본다. 눈을 꼬옥 감았다. 조용히 잠든다. 조금 앞서까지 잠자리에서 칭얼거리던 첫째도 조용하다. 이 녀석들, 이른아침부터 나란히 시끌벅적하다니 이렇게 금세 조용해지네. 그러면 아버지는 이 조용하고 한갓진 아침나절을 놓칠 수 없지. 퍽 고단하지만 다시금 기운을 차려 글 몇 줄을 쓰자.


  살며시 둘째를 방바닥에 눕힌다. 무릎이 시원하다. 다시 조용히 밖으로 나가 빨래기계를 돌리자. 몇 가지 집일을 살금살금 하자. (4345.4.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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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4-05 12:22   좋아요 0 | URL
참으로 바쁘신 일상인데 참 정겨워 보입니다

숲노래 2012-04-05 14:22   좋아요 0 | URL
하하...
눈물나고
허리 휘도록
바빠
눈이 돌아간답니다 ^^;;;;
 


 육아휴직, 아이들과 살아가기

 


 회사이든 공공기관이든 아버지가 되는 사람한테 육아휴직을 여섯 달 주는 일이란 없습니다. 어머니가 되는 사람이 육아휴직을 여섯 달이나 한두 해쯤 느긋하게 누리는 일이란 드뭅니다. 초·중·고등학교 교사 가운데에는 육아휴직을 한 해쯤 누리는 일이 있다고도 하는데, 갓 태어난 아이를 꼭 한 해만 어머니가 붙어서 돌보면, 이 다음부터는 어머니 손길을 덜 타거나 안 타도 괜찮은 셈인지 궁금합니다. 돌을 지낸 아기들은 보육원이나 어린이집에 넣어 어머니와 아버지보다 다른 어른들이 훨씬 오래도록 돌보거나 함께 놀면 되는지 궁금합니다.

 

 옳게 누려야 할 육아휴직이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머니와 아버지로 살아가려는 사람이라면, 회사에서 할 일과 집에서 할 일을 어떻게 살펴야 좋을까요. 어머니는 어떠한 일로 당신 꿈을 살찌우고, 아버지는 어떠한 일로 이녁 사랑을 꽃피울 때에 아름다울까요.

 

 사랑받지 못하던 사람이 하루 스물네 시간 한 해 열두 달 고스란히 사랑으로 이룰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살아가며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자리에 서며 하루하루 살아가노라면, 나도 모르게 받은 사랑을 시나브로 깨닫습니다. 나도 모르게 받은 사랑이 아주 조그맣게 씨앗을 트며 자라는 줄 찬찬히 알아챕니다.

 

 사랑받지 못했다고 여기던 사람은 가슴속 깊은 자리에서 조용히 자라던 작은 사랑씨를 어여삐 보살피면서 비로소 아이들하고 나눌 기쁜 사랑을 북돋웁니다.

 

 가장 좋게 누리는 육아휴직, 곧 가장 착하며 참다이 누릴 ‘아이들과 살아가기’란 유급휴직이나 무급휴직으로 따지지 못해요. 어디에서 무엇을 아이들이랑 같이 하면서 같이 놀고 같이 먹고 같이 땀흘리며 같이 쉬는가 하는 삶을 생각해야 합니다. (4345.2.15.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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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2-15 22:04   좋아요 0 | URL
육아휴직, 참 중요하죠, 공감해요.^^
저도 아이 어릴 때 고생 좀 했어요.
이제 미래엔 나의 딸들의 일이 될 거예요.

숲노래 2012-02-16 02:59   좋아요 0 | URL
아들, 아버지... 아저씨 할아버지...
남자들이 좀 옳게 바라보며
제대로 껴안을 수 있기를 빌고 또 빌어요..

진주 2012-02-15 22:09   좋아요 0 | URL
직장 다니는 엄마를 배려하지 않는 나라예요.
육아휴직도 없는 이 나라에서 아이 키우기 위해선
직장을 관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외벌이로는 못 먹고 살 것같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많이 벌면 헤프게 쓰기 마련이고 적게 벌면 돈 쓸 구멍도 적어져요.
저는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했지요.
저한테는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숲노래 2012-02-16 03:00   좋아요 0 | URL
아저씨들은
아마
아이들과 함께 할 만한 일을
생각하거나 찾지 못하리라 느껴요.
아저씨들은 너무 드물다고 할까요.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삶인지를 살피지 못해요..

순오기 2012-02-16 01:46   좋아요 0 | URL
무엇을 우선으로 하느냐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겠지요.
아이의 성장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니까요.
국가와 함께 아이를 키우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숲노래 2012-02-16 03:00   좋아요 0 | URL
꼭 정치 탓은 아니나,
사회 제도나 문화나 교육이나 복지나...
남자들이 정책을 마련하거나 세우거나 하니
거의 달라지지 못하는구나 싶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