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종이문에 붙이는 사진

 


  창호종이로 바르는 나무문살문에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구멍을 숭숭 뻥뻥 뚫는다. 종이를 모두 벗겨 새로 발라야 하는데, 이 시골집으로 들어온 지 한 해가 되도록 좀처럼 새로 바르지 못하고 그냥 둔다. 다시 가을이 찾아들어 선선한 바람이 들어오는데 이대로 둘 수 없는 노릇이라, 집 곳곳에 많이 있는 아이들 사진을 붙이기로 한다. 그래, 이 사진을 상자에 넣고 간수하기보다는 이렇게 문에 붙이고 언제나 들여다볼 때에 더 좋겠지. 바람도 막고 보기에도 좋으며 언제나 너희들 예쁜 모습을 되새기도록 이끌겠지. 그나저나 사진은 떼지 않기를 빈다. 빈자리에 그림을 그리더라도 사진은 건드리지 말아 다오. (4345.9.10.달.ㅎㄲㅅㄱ)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2-09-11 02:39   좋아요 0 | URL
오~ 구멍 숭숭 뚫린 문종이에 아이들 사진 붙이는 거 좋은 생각인데요.^^

숲노래 2012-09-11 19:13   좋아요 0 | URL
음... 그저 '땜질'이라고 할까요 ^^;;;;;;;;;
 

 

 서로 따라하며 놀기

 


  작은아이 다리힘이 차츰 붙으며 큰아이가 작은아이를 데리고 노는 날이 잦다. 작은아이는 큰아이 가는 데마다 꽁무니를 좇는다. 큰아이는 작은아이 시늉을 낸다.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만화영화를 본다. 두 아이가 저마다 한손에 밀차를 들고는 마당 시멘트바닥에 굴린다. 두 아이가 함께 대문 열고 밖으로 나와서는 마을을 한 바퀴 빙 돈다. 서로 아끼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 돌보는 좋은 벗님이자 길동무로 잘 살아가기를 빈다. (4345.9.8.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삼월에 돋는 냉이를 캐서 먹으면 냉이 내음이 온몸을 감돌며 냉이 냄새가 풍기는 똥 뽀직 나온다. 사월에 돋는 유채를 따서 먹으면 유채 내음이 온몸을 맴돌며 유채 냄새가 풍기는 똥 뿌직 나온다.


  살구를 먹은 날 살구빛 똥을 눈다. 오이를 먹은 날 오이빛 똥을 눈다. 부추를 먹은 날 부추빛 똥을 눈다.


  맑은 햇살을 바라보며 팔을 벌린다. 나는 햇살을 먹고 햇살을 눈다. 고운 바람을 느끼며 날갯짓을 한다. 나는 바람을 마시고 바람을 눈다.


  아이들이 웃는다. 어머니와 할머니하고 까르르 웃고 노는 아이들, 사랑을 먹은 날 사랑을 빛낸다. 꿈을 먹은 날 꿈을 빛낸다.


  밥을 차리는 손은, 식구들이 저마다 삶을 스스로 누리며 어떤 이야기를 짓도록 돕는다. 밥을 지어 내놓는 손은, 식구들이 서로서로 사랑을 빚으며 어떤 꿈을 이루도록 이끈다. (4345.9.3.달.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작은아이는 작아

 


  작은아이는 작아, 아직 무릎에 누여 재울 수 있고, 큰아는 커, 이제 두 무릎 쩍 벌려 누여도 재우기에 모자라다. 어떻게든 무릎을 넓게 벌리고 앉아 큰아이를 누여, 다리 뻗도록 하고는 재운다. 머리카락을 자꾸자꾸 쓸어넘기며 내 손길로 사랑을 천천히 불어넣는다. 시외버스 가는 길에 잘 자렴. 이따 기차 타고 가는 길에도 잘 자렴. 먼 마실을 할 때에는 차에서 포근하게 쉬렴. 차에서 내려 음성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닿으면 너희 마음껏 뛰고 구르고 달리고 날고 하면서 놀렴. 그때까지는 가만히 쉬고 자면서 몸을 다스리렴. 이 작은아이 큰아이 모두들 자그마한 아이들아. (4345.9.2.해.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부추꽃송이 손에 쥐고

 


  텃밭에서 스스로 씩씩하게 자라나는 부추꽃은 해맑게 하얀 봉오리를 터뜨린다. 이제 거의 모든 부추풀이 하얀 꽃봉오리로 잔치를 벌인다. 큰아이는 이 가운데 하나를 똑 하고 딴다. 꽃대를 조금 짧게 끊는다. 그러고는 손에 감싸쥔다. 자전거에 탄다. 자전거 발판을 구른다. 부추꽃송이 손에 쥐고 세발자전거를 타며 마당을 빙빙 돈다. 작은아이가 큰아이 뒤를 따른다. 누나를 따를까, 누나 자전거를 따를까, 누나가 손에 쥔 하얀 부추꽃송이를 따를까. (4345.9.1.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