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일찍 복숭아

 


  밤 늦게 잠들고서 새벽 일찍 일어난 아이는 부엌을 둘러보더니 복숭아를 먹겠다고 한다. 보이니까 먹고 싶겠지. 아이는 새벽부터 복숭아를 베어 먹는다. 잠이나 제대로 깼니? 몸이 고단한데 더 누워서 자야 하지 않니? 억지로 일어나서 노느라 몸이 힘들지는 않겠니? 고단한 기운 말끔히 털고 나서 즐거운 웃음으로 하루를 함께 열면 서로서로 예쁘겠지. 모두 함께 즐겁게 잠들고 즐겁게 일어나서 즐겁게 맞이하는 나날이 그야말로 싱그러운 삶이 될 테지. (4345.8.14.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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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8-14 11:43   좋아요 0 | URL
이 사진 참 이쁘네요
정겹고 곱고 그리운 마음까지 들어요

숲노래 2012-08-15 02:55   좋아요 0 | URL
참말 이른 새벽인데,
그림이 좋고 아이가 좋아
사진 한 장 찍고 저는 다시 누웠어요 -_-;;;;

북극곰 2012-08-16 10:14   좋아요 0 | URL
정말 예쁜 그림이에요
 


 나란히 앉아서

 


  마당 가장자리 꽃밭둑에 세 사람이 나란히 앉는다. 네 사람이 쪼르르 앉는다면 한결 예쁘구나 싶은 그림이 되리라. 넷이 앉으면 예쁜 그림을 사진으로 찍을 사람이 없다. 넷이 앉는 예쁜 그림은 마음에 담는 그림이 되고, 셋이 앉는 예쁜 그림은 사진으로 찍어 남기는 그림이 된다. (4345.8.1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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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면서 똥눈 아기 밑씻기

 


  작은아이가 새벽에 잠에서 깨어 끙끙거리더니, 어머니 품에 안긴 채 똥을 누었다. 아버지는 잠든 채 똥을 눈 작은아이를 안는다. 바지와 기저귀를 살살 벗긴다. 작은아이는 그대로 잠을 잔다. 물을 틀어 밑을 씻긴다. 작은아이는 밑을 씻기는 동안 잠에서 깨지 않는다. 밑을 다 씻기고는 방으로 들어와 아버지 무릎에 누인다. 살살 토닥이는데 작은아이가 실눈을 뜬다. 자장자장 개운하게 응가를 누었으니 즐겁게 더 자렴. 작은아이는 다시 눈을 감는다. 바지를 새로 입히고 기저귀를 새로 댄다. 콜콜 자는 아이를 가만히 자리에 눕힌다. (4345.8.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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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보다 그림

 


  깍두기공책에 한글을 몇 적는다. 아이더러 따라 써 보라고 얘기한다. 아이는 한두 차례 따라 써 보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그림을 그린다. 깍두기 칸마다 얼굴을 동그랗게 그리고 머리카락을 까맣게 입힌다. 누나(동생한테 큰아이가 누나라는 뜻), 어머니, 아버지, 보라(동생 산들보라),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아줌마, …… 이렇게 줄줄 읊는다. 음, 큰아버지는 없네? 아무튼, 그림이 더 좋으면 그림을 그리렴. 글도 쓰고 싶으면 글도 써 보렴. (4345.7.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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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없이 아버지만

 


  아이들 어머니가 이틀 밤을 바깥에서 자면서 마음닦기를 하러 갔다. 아버지가 두 아이를 홀로 맡아 돌보면서 이틀 밤을 보내야 한다. 나는 혼자서 두 아이를 잘 돌볼 수 있을는지 잘 못 돌볼는지 모른다. 나는 그저 그동안 두 아이와 살아온 결을 헤아리면서 이 아이들하고 예쁘게 놀며 사흘을 보낼 생각을 한다. 다만, 여느 때와 달리, 내가 빨래하는 동안 옆지기가 아이들하고 어울릴 수 없고, 내가 밥하는 사이 옆지기가 아이들을 달랠 수 없다. 오직 나 혼자 모든 집일과 집살림을 건사하면서 아이들하고 놀면서 이것저것 가르쳐야 한다.


  내 마음에는 두려움도 없고 걱정도 없다. 아이들이 웃으면서 나도 웃고, 아이들이 울면서 나도 울겠지. 좋은 햇살은 천천히 기울어 차츰 시원한 저녁이 된다. 낮잠에서 깨어난 아이들한테 주전부리를 내어주면서 물을 먹이고 부채질을 해 준다. 이제 슬슬 아이들과 들길을 천천히 거닐면서 노을빛을 구경해 볼까 싶다. 좋은 하루가 시나브로 저물고, 좋은 새날이 찬찬히 찾아오리라. (4345.7.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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