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3.6.26.
 : 조용히 지나가는 길

 


-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이야기책 《삶말》 7호가 나왔다. 어제부터 부치려 했지만, 어제는 하루 내내 비가 오느라 자전거 몰아 우체국에 갈 수 없었다.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개어 날이 좋아, 아침부터 바지런히 책을 봉투에 싼다. 하루에 다 부치지는 못하니, 오늘은 마흔 통 즈음 꾸려서 천바구니에 담는다. 아이들은 밥 배불리 먹었고 이럭저럭 뛰놀았기에 자전거 태우고 마실을 가기에 딱 좋다.

 

- 작은아이는 마당에 자전거수레 내놓을 적에 발판 하나 붙잡고 빙빙 돌리기를 좋아한다. 딸랑이도 딸랑딸랑 쳐 보고 싶고, 이것저것 만지고픈 것이 자전거에 많이 달렸다. 수레 뒤로도 가서 무언가 들여다보고, 앞으로 와서 자전거 이것저것 살펴본다. 보라야, 늘 보고 늘 타는데, 오늘은 무엇이 새삼스럽고 새롭니?

 

- 마을길로 자전거를 끌고 내려선다. 이웃집 할머니가 작은아이 손을 붙잡고는 “야, 야, 우리 집에 와 봐라.” 하니까 작은아이가 낯을 찡그리며 울먹인다. 할머니가 작은아이 골리려고 하는 몸짓인데. 아버지한테 뽀르르 달려와서 수레에 타려고 용을 쓴다. “옳지, 옳지, 고놈 혼자 올라가려고? 잘 타네?” 이제 큰아이도 샛자전거에 탄다. “치마 잘 해야지?” 큰아이는 치마를 한손으로 쓸어서 앉는다. 자, 그러면 달려 볼까.

 

- 마을 어귀부터 이웃 신기마을 사이 비알진 길을 거뜬히 넘는다. 오늘도 몸은 좋구나. 면소재지로 가는 길은 맞바람이 분다. 아니, 맞바람이라기보다 여름바람이다. 시원하구나. 상큼하구나. 맑구나. 쑥쑥 자라는 벼포기를 바라본다. 어느새 저만큼 자라 들판이 푸른빛으로 가득하네. 어, 저기 해오라기인가? 자전거를 슬슬 세워 바라보려 하니 모두들 푸드득 날갯짓하며 날아오른다. 이렇게 멀리 떨어졌는데, 그래도 새들한테는 사람이 무서운가. 사람은 가까이할 만하지 못한 짐승이라고 여길까.

 

- 아직 논에 농약 안 치는 데가 많지만, 퍽 일찍 모내기를 한 논에는 농약을 치기도 한다. 저 새들은 이 논자락 가운데 농약 친 곳과 안 친 곳을 알까. 농약 친 곳에서는 개구리나 미꾸라지 함부로 잡아먹으면 안 될 텐데, 농약에 물든 개구리를 먹으면 저 새들도 배앓이를 하다가 죽을 텐데, 농약을 치며 새를 걱정하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 작은아이는 잠이 든다. 우체국에 닿을 무렵 깊이 잠든다. 수레에 하얀 담요를 씌워 햇볕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책을 부친다. 이만천 원 나온다. 이번에는 가벼운 책이라 우표값 조금만 든다. 면소재지 길을 조금 걷는데 면소재지도 흙길 아닌 시멘트길이요, 자동차가 그리 많이 안 다니지만 이래저래 지나가니까 후끈후끈하다. 못 걷겠구나 싶어 큰아이더러 샛자전거에 앉으라 하고 빵집으로 달린다. 빵집에서 쌀바게트와 네모빵을 산다. 면사무소에 들러 홍보물 있으면 챙길까 하다가, 작은아이가 잠든 만큼 집으로 바지런히 돌아가자고 생각한다.

 

- 면소재지를 벗어날 무렵, 도화중학교 맞은편 멧기슭에서 피어나는 치자꽃을 본다. 밤꽃내음은 많이 가셨다. 치자꽃은 무리지어 곳곳에 피어 하얀빛 뽐낸다. 파랗게 눈부신 하늘에 구름 몇 점 뭉게뭉게 일어나는 빛하고 곱게 어우러진다. 한여름 하얀빛은 이렇게 맑으면서 곱구나. 우리 옛 겨레가 흰옷 즐겨입은 까닭을 헤아릴 만하다. 실을 뽑자면 그예 흰실이었을 테니 흰천을 짜서 흰옷을 짓기도 했을 테지만, 온갖 풀잎과 꽃잎으로 알록달록 물들일 만도 하지만, 따로 물들이기보다 흰옷 그대로 입은 까닭을 곰곰이 돌아본다. 이 무더운 여름에 흰옷을 입어야 햇살을 조금이라도 덜 쐬면서 마음으로도 한결 맑은 빛 건사할 수 있겠구나 싶다. 우리 겨레 흰옷은 여름철에 가장 잘 어울리지 싶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호덕마을 지날 즈음, 자전거 뒷등이 톡 떨어진다. 자전거를 세워 주으려 하니, 큰아이가 달려가서 주워 준다. 큰아이가 쉬 마렵다 해서 논둑에서 쉬를 누인다. 쉬를 눈 큰아이가 묻는다. “아버지, 여기 찻길인데 왜 차가 안 다녀요.” “응, 우리 조용히 지나가려고 자동차 지나가지 말라고 했어.” 누구한테? 훗, 하느님한테 말했지. 우리들 자전거 타고 조용히 지나가면서, 풀섶에서 자전거 부웅 하며 날아오르는 소리를 듣고, 노란나비 개망초꽃에 앉았다가 폴랑 하며 조그맣게 날아오르는 소리를 듣고 싶으니, 이렇게 이 찻길에 자동차 안 다니기를 바란다고 아버지는 스스로 마음속에 대고 말한단다. 참말, 버스를 타든 자동차를 타든 택시를 타든, 차에서는 잠자리 날갯짓이나 나비 날갯짓 소리 조금도 못 듣는다. 해오라기 훨훨 날아가는 소리도 못 듣고, 바람 따라 풀잎 눕는 소리도 못 듣는다. 고운 소리를 듣고 싶어 자전거를 천천히 달린다. 맑은 소리와 함께 살아가고 싶어 자전거마저 세운 채 천천히 걷는다. 풀바람 듬뿍 쐬며 집으로 돌아간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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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3.6.21.
 : 사진기 놓고 찬찬히

 


- 낮에 마을 빨래터를 청소하면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고 나서, 작은아이는 낮잠을 재운다. 낮잠 자고 일어난 작은아이는 배가 고프니 밥을 새로 짓는다. 밥을 먹은 아이들은 살짝 졸린 티가 나지만, 이럭저럭 잘 논다. 빨래터에서 물놀이 실컷 했나. 아이들은 다른 놀이보다 물놀이를 하며 기운을 많이 쏟는 듯하다. 그나저나 이 아이들 언제 저녁잠 자려나 모를 노릇이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자전거마실 가기로 한다. 자전거 타고 면소재지 한 바퀴 휘 돌고 돌아오면 차츰 해가 기울 테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조금씩 졸음이 쏟아지겠지.

 

- 아직 해가 걸렸지만 사진기는 집에 놓고 나온다. 오늘은 가벼운 몸으로 가 보자고 생각한다. 동백마을 어귀에서 옆마을인 신기마을 넘어서는 비탈길 있고, 이 비탈길 넘어서자면 으레 자전거 기어를 3*5에서 2*4로 바꾸는데, 오늘은 3*5를 그대로 둔 채 넘는다. 왜 이렇게 가벼울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어제 이 오르막 넘을 적에도 제법 가볍기는 했지만 2*5까지만 바꾸었다고 떠올린다. 아이 둘을 자전거수레와 샛자전거에 태우고 다닌 지 제법 된 터라 다리힘이 차근차근 올랐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다리힘이 붙고 나면 오르막을 오르막으로 느끼지 않는다. 다리힘이 야무지면 비탈길도 그리 비탈이라고 느끼지 않는다. 다리힘이 아직 여릴 적에는 오르막이 길지 않거나 높지 않아도 ‘오르막은 오르막이네’ 하고 느끼는데, 다리힘이 차츰 붙는 동안 ‘오르막 높이를 덜 가파르게’ 느낀다. 날마다 조금씩 나아지는구나.

 

- 맞바람이지만 시원하다. 면소재지로 가는 길에 맞바람이면 좋다. 돌아오는 길에는 등바람 될 테니까.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논배미에서 일하는 할매 할배를 마주할 때마다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할머니, 안녕하셔요! 내 치마 예뻐요?” “할아버지, 안녕하셔요! 내 치마 예뻐요?” 큰아이는 워낙 인사를 잘 하기는 하지만, 오늘 입은 치마가 무척 마음에 드는가 보다. 사람들 볼 적마다 큰소리로 부리면서 제 치마를 보아 달라고 한다.

 

- 면소재지에 딱히 볼일은 없다. 그냥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가게에 들른다. 아이들더러 과자 하나씩 고르라 한다. 아버지는 어제 면소재지에 나와서 가게에 들를 적에 산 ‘통밀과자’를 다시 골라 본다. 통밀과자도 되게 달기는 하지만, 어쨌든 다른 과자보다는 살짝 낫다. 그런데 큰아이가 딴죽을 건다. “아버지, 그 과자 아까(어제)도 샀잖아요? 먹어 봤잖아요?” “그래? 벼리가 고른 칸츄 과자도 아까(어제) 샀잖아? 먹어 봤잖아?” 벼리가 아무 말을 못 한다. 얘야, 먹고 싶은 과자를 골라서 먹으면 될 뿐이야.

 

- 다시 자전거에 아이들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마침 가게로 들어오는 면내 초등학교 사내아이 하나 본다. 이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왔기에 눈에 뜨인다. 그런데, 자전거를 보니 기어를 1*7로 두었다. 응? 너 자전거 기어 어떻게 된 줄 아니? 기어를 저렇게 둔 채 자전거를 타면 체인이 바로 망가지고 기어도 엉터리가 된다. 아이를 불러세운다. “얘야, 자전거 기어 어떻게 있는 줄 아니? 네 자전거는 아주 잘못 되었어. 앞과 뒤에 이렇게 톱니가 있잖아. 앞에는 톱니가 크고 뒤에는 작은데, 앞에서 가장 낮은 데(1단)에 체인이 걸렸으면, 뒤에는 가장 큰 데(1단)에 체인이 맞물려야 해. 그래야 수평이 맞아. 그렇지 않고, 이 모습처럼 앞은 가장 낮은 데(1단) 있으면서 뒤는 가장 작은 데(7단)에 있으면 체인은 엉망이 되지. 그렇지만 아이는 말이 없다. 내가 기어를 바꾸어 주고 싶지만, 아이는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간다. 어쩔 수 없을까. 초등학교 어린이한테 자전거를 제대로 가르치거나 알려줄 만한 어른이 없을까. 시골이기 때문에 모르지는 않다. 도시에서도 이와 똑같은 모습을 언제나 본다.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어버이부터 자전거를 제대로 탈 줄 모른다. 학교에서 교사도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 어른들 가운데 자전거를 제대로 탈 줄 아는 사람이 드물고, 기어도 체인도, 아주 조그마한 정비와 손질도, 하다못해 구멍난 타이어 때우는 일도 할 줄 아는 사람 몇이나 있을까. 아니, 집에 자전거 체인 슬지 말라고 닦아 주거나 기름 바르는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자전거를 아주 좋아하면서 자전거모임에도 나가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또 자전거여행을 다니거나 산과 들로 자전거로 누비려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아주 밑바탕이 될 ‘자전거 다루기’조차 하나도 모르지 싶다.

 

- 집으로 돌아온다. 천천히 달린다. 면소재지 바깥자락 앵두나무에 앵두알 붉게 맺힌다. 아, 소담스럽구나. 이틀이나 사흘쯤 뒤면 아주 맛나게 익겠네. 그때쯤 아이들과 이 앞 지나가면서 몇 알 얻어먹어도 되느냐고 여쭈어 볼까.

 

- 이웃마을 할배들이 큰길에서 무언가를 태운다. 무엇을 태울까. 큰아이는 “아이, 냄새.” 하면서 싫어한다. 그쪽 길로 안 가고, 일부러 다른 논둑길로 돌아서 집으로 달린다. 큰아이는 언제부터인가 냄새를 아주 날카롭게 느낀다. 오늘도 자전거 타고 나오는데, 갑자기 “아이, 누가 뭘 태우나 봐? 뭐야?” 하고 말하기에 두리번두리번 살피는데, 연기 올라오는 모습이 안 보였다. 뭐지, 하고 생각하며 달리다 보니, 거리로 이 킬로미터쯤 떨어진 서호덕마을 끝자락 어딘가에서 아주 가늘게 연기가 피어올랐다. 저 먼 데에서 무언가 태우는 냄새를 맡은 셈이다. 오늘 낮에도, 빨래터 청소와 물놀이 마치고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는데, 이웃집 할배가 경운기 몰며 집으로 돌아오시는 모습을 보며 눈코입 모두 가리더라. 이때에도 큰아이는 ‘경운기 달리며 나는 기름 냄새’ 싫다고 하는 몸짓이었다. 큰아이는 군내버스 타기 앞서도 버스에서 나는 휘발유 타는 냄새를 몹시 싫어한다. 군내버스나 시외버스에서 에어컨을 틀었으면 버스에 오르면서 “아유, 냄새!” 하면서 큰소리로 말한다. 사름벼리야, 네가 맞단다. 아버지도 버스 냄새 참 싫단다. 기름 타는 냄새도 싫어하지. 경운기도 짐차도 다 싫어. 그래서 이렇게 시골마을에 들어와서 살잖니. 그런데 우리 이웃들은 모두 자동차를 모는구나. 우리도 읍내를 드나들 적에는 군내버스를 타지. 네가 슬기로운 넋 빛내어 기름 태우지 않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까. 햇볕과 바람과 물을 먹으며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까. 달릴 때마다 싱그러운 냄새가 피어나는 아름다운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까.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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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2 07:48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 글을 읽다가 문득, 학교에서도 '자전거 수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만해도 자전거를 어릴 때 잠깐 타고는 안 탔기 때문에 지금 다시
자전거를 타고픈 마음은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자전거 타는 모습 보면 부러운데 그게 잘 안되네요.

아, 앵두나무에 붉은 앵두가 맺혔군요. ~
오늘은 임의진님의 <앵두 익는 마을>,을 꺼내 읽어야겠어요. ^^

숲노래 2013-06-22 08:30   좋아요 0 | URL
일본에서는 '외발자전거'를 초등학교에서 모두 가르쳐요. 일본에서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자전거 면허증'을 받아야 자전거를 탈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그저 돈으로 '24단 기어' 자전거를 아이들한테 함부로 사 주고는, 자전거를 어떻게 타라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가르쳐 주지 않아요............
 

자전거쪽지 2013.6.15.
 : 꽃 따는 자전거마실

 


- 자전거마실을 간다. 오늘은 퍽 멀리 마실을 갈 생각이다. 아이들 아침 단단히 먹이고 느긋하게 놀도록 지켜본다. 이러고서 자전거를 마당으로 내려놓는다. 큰아이가 묻는다. “어디 가려고요?” “응, 저기 해창만 지나서 점암면 가학마을이라는 데야.” “그럼 나 인형 가져가야지. 보라야, 넌 뭐 가지고 갈래?” 얘들아, 얘들아, 너희가 자전거 몰면서 가니? 아버지가 혼자 너희 다 태우고 가는데, 짐을 하나라도 더 늘리려 하니? 인형 하나쯤이야 무게조차 아니라 할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가져가고프면 인형 두 개도 네 개도 가져가야지.

 

- 마을 어귀를 벗어난다. 바람을 온몸으로 확 들이켠다. 시원하다, 시원하다, 이런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얘들아, 너희들도 시원하지. 이 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 훅 끼치지. 천천히 발판을 구른다. 굳이 서둘러 발판을 밟지 않는다. 느긋하게 달리자. 이 더운 날씨에 괜히 힘을 너무 빼면 안 되지. 혼자 달리는 자전거도 아니고, 아이 둘 데리고 달리는 자전거인걸.

 

- 봉서마을로 접어들어 왼쪽으로 꺾는다. 이제부터 비봉산 오르막이다. 훅 훅, 숨을 알맞게 고르며 발판을 차근차근 꾹꾹 누른다. 차근차근 오르되 빠르기가 줄면 안 된다. 처음부터 고갯마루까지 똑같은 빠르기로 달려야 가장 덜 힘들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그렇다고 재촉하지도 않는 가장 알맞춤한 내 빠르기를 찾자. 봉동마을 지나 고당마을 비봉산 고갯마루 오르는 동안 기어를 바꾸지 않는다. 문득 나 스스로 놀란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 둘 데리고 샛자전거까지 붙이고 다니다 보니, 어느새 내 다리에 힘살이 더 붙은 듯하고, 내 몸도 이렇게 아이들 이끄는 자전거를 익숙하게 몰 수 있구나 싶다.

 

- 봉동마을과 고당마을 사이를 지날 때면 언제나 자전거를 멈춘다. 힘들어서 멈추지 않는다. 두 마을 사이에 있는 계단논이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에 멈춘다. 돌로 쌓은 저 논둑이 얼마나 어여쁜지. 얼마나 오랜 품을 들여 돌을 쌓았고, 얼마나 많은 품을 바쳐 논 한 뙈기 밭 한 자락 이루었을까. 그런데, 길가에 잔뜩 쌓은 비닐뭉치가 거슬린다. 어쩔 수 없겠지만, 안타깝다. 이 깊은 시골에서도 비닐농사 아니라면 농사를 못 지으니까. 해마다 저렇게 엄청난 비닐을 쓰레기로 내놓는데, 이 쓰레기는 어디로 가야 할까.

 

- 동백마을을 벗어나 고당마을 지나 포두면 경계로 들어설 무렵부터 내리막이 된다. 내리막이 될 즈음 큰아이가 아버지를 부른다. “아버지, 아버지, 멈춰요. 저기 노란꽃. 나 저 노란꽃 딸래.” “꽃을 따고 싶어? 그래, 그런데 기다려. 자전거는 바로 멈출 수 없잖아.” 자전거를 천천히 세운다. 끽 하고 멈추니 큰아이가 얼른 뛰어내린다. 콩콩콩 달려간다. 씨익 웃으면서 꽃을 꺾는다. 얘야, 오늘도 꽃한테 아무 말 안 하고 그냥 꺾지? 꽃한테 말 좀 건네면서 꺾으렴. 노란 꽃송이 들고 함박웃음 짓는 큰아이가 이번에는 마치 나비처럼 훨훨 날듯 달려온다. 꽃을 든 아이는 이렇게 나비가 될까. 수레에 앉은 작은아이가 누나를 부른다. “잉, 잉.” 큰아이가 동생을 바라보며, “응, 보라야, 너도 꽃 줄까? 알았어, 기다려 봐.” 동생한테 줄 노란 꽃송이 하나 더 꺾는다.

 

- 노란꽃을 오른손에 쥔 채 샛자전거 손잡이 잡은 큰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를 달린다. 내리막 즐겁게 내려간다. 내리막 다음으로 세동세거리에서 가파른 오르막 된다. 내려온 힘을 받아 곧바로 올라가려 했는데, 세동세거리 에움길 맞은편에서 자동차 두 대 씽 하고 달려온다. 자동차 거의 없는 이 길에 꼭 이 흐름 맞추어 지나가야 하나 싶지만 어쩔 수 없지. 오르막을 가볍게 올라가려다가 멈춘다. 그러고는 낑낑거리며 가파른 오르막을 기듯 올라간다.

 

- 세동세거리 오르막을 지나면 이제 포두면 소재지까지 내리막 된다.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곳은 포두면 소재지 가로지르는 길이 아니라, 안동마을에서 안쪽으로 접어들어 해창만 가로질러 점암면 가는 길이다. 봉덕마을 지날 무렵, 이곳에서 먼저 해창만 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나 살펴보았더니 없다. 봉덕마을 안쪽 우람한 나무 있는 막다른 길까지 갔다가 돌아서 나온다. 안동마을까지 가서야 해창만 빠지는 길을 본다. 그런데, 안동마을이 예전에는 퍽 컸겠구나 싶다. 마을 안쪽에 옛 분교 자리가 보이고, 마을 너른마당에 그네가 있다. 큰아이가 그네 타고 싶다 말하지만, 그네를 태울 수 없다. 많이 오래된 티가 나고, 아이들이 그네를 탄 티가 거의 안 보인다. 요즘 시골마을에서 아이 찾아보기 어려우니, 이런 오래된 그네가 있달지라도 함부로 태우지 못한다.

 

- 바야흐로 해창만에 접어든다. 신나게 달린다. 아이들이 목마를 듯해서 자전거를 세운다. 물을 먹인다. 너른 들 한복판에서 푸른 숨을 마셔 본다. 이제 막 모내기를 했으니 농약은 안 뿌렸으리라 생각하며 한껏 들이켠다. 조금 더 지나 농약을 뿌릴 때가 되면 해창만을 지나갈 수 없으리라. 농약 뿌린 들길은 사람도 제비도 풀벌레도 개구리도 왜가리도 해오라기도 거미도 물방개도 미꾸라지도 다슬기도 개똥벌레도 땅강아지도 게아재비도 소금쟁이도 잠자리도 나비도 깃들 수 없는 죽음 수렁일 뿐이다.

 

- 점암면 가학마을에 계신 분한테서 쪽글이 온다. 오늘 모내기 모임이 있어 그리 가는 길인데, 이제 모두들 낮밥을 먹으러 봉덕마을로 간단다. 그런데 이 쪽글이 30분 앞서 들어왔다. 이런. 한참 봉덕마을 지나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하는 수 없이 자전거를 돌려 봉덕마을로 돌아간다. 봉덕마을 우람한 느티나무 그늘로 찾아간다. 짐차에 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아닥친다. 고흥농민회에서 오늘 다른 행사도 있는 듯하다. 시골일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불러서 손모 심는 체험행사를 하는가 보다.

 

- 땀으로 흠뻑 젖은 등판을 말리고 다리를 쉰다. 모내기잔치를 하면서 수박을 많이 썰기에 아이들 몫으로 두 접시 얻는다. 두 접시 모두 아이들이 냠냠 잘 먹는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하얀 곳까지 깊이 파먹는다. 그런데, 수박이 제철에 나려면 아직 퍽 멀었는데. 비닐집 수박이야 일찌감치 나와서 가게에 나오지만, 시골마을 시골밭 수박은 멀었다. 이제 겨우 오이꽃 필 무렵 아닌가.

 

- 낮밥 먹은 사람들이 다시 모내기 행사 하는 데로 간다. 우리도 갈까 하고 살짝 생각했으나,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해창만 가로질러 점암면 한창 가다가 돌아온 터라, 다시 그 길을 달려 점암면까지 간다면, 또 그곳에서 모내기 일손 거들면, 두 아이 태운 자전거를 몰며 집으로 돌아오기에는 많이 벅차리라 느낀다. 아직 다리힘 있을 때에 집으로 돌아가야지 싶다.

 

- 천천히 길을 달린다. 작은아이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든다. 큰아이는 샛자전거에 앉기에 잠들 수 없다. 땀 뻘뻘 흘리는 아버지는 속으로 웃으며 생각한다. 벼리야, 아직 네 동생이 안 태어나고 너 혼자 아버지하고 자전거마실 다닐 적에 너도 네 동생처럼 참말 저 수레에서 잠 잘 들었단다. 이제는 네 동생이 자전거수레에서 새근새근 자면서 풀노래를 듣는구나.

 

- 오던 길 되짚어 달린다. 예까지 오는 동안 내리막이던 길은 오르막 되고, 예까지 오는 동안 오르막이던 길은 내리막 된다. 사철나무 꽃송이 터질락 말락 하는 길을 달린다. 큰아이가 꽃을 보고 싶다 하기에 사철나무 흰꽃 터지려 하는 길가에 자전거를 세우고 함께 들여다본다. 즐겁게 달린다. 즐겁게 달리자. 땀은 물줄기처럼 흘러 길바닥에 떨어지고, 여름 한복판 가르는 바람을 쐬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큰아이는 살짝 보라빛 도는 코스모스 보더니 “아버지 세워 줘.” 하고 부른다. 그래, 꽃순아, 너 꽃 좋아하니 또 꽃놀이 하며 가야겠지. 오늘은 사름벼리 네가 꽃을 따는 자전거마실이 되는구나. 꽃을 따고 꽃을 만지고 꽃을 노래하는 자전거마실이로구나.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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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6-20 01:02   좋아요 0 | URL
자전거 모는 일 보통이 아니겠어요.
광명에서 이런 자전거 타는 분 보았는데
코너 돌 때 뒷자리 아이 보며 조심조심-
보는 제가 긴장되던걸요=.=;
그 분 자전거가 2단이면 함께살기님은 3단이네요!
대단합니다~ 저는 그냥 자전거도 못 타요^^;

숲노래 2013-06-20 04:04   좋아요 0 | URL
수레 붙인 자전거는 이제 많이 늘었어요.
저는 자전거에 수레 붙이고 다닌 지 어느덧 열 해쯤 되었네요 @.@

혼자 살던 때에도 책방마실 할 때에
책 싣고 다니려고 수레를 붙였지요.

수레에 책을 한 가득 실어 집으로 먼길 돌아오곤 했답니다 ^^
 

자전거쪽지 2013.6.13.
 : 찔레꽃 진 자리에 밤꽃

 


- 우체국에 가려고 자전거를 달린다. 샛자전거와 수레를 매단 자전거를 마당으로 내려놓을 때에, 누구보다 작은아이가 먼저 알아본다. 작은아이는 수레에 타고 자전거마실을 하면 무척 좋아한다. 작은아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보라야, 수레에 타라고 할 때에 타는 줄 알지? 아직 챙길 짐 있으니 기다리렴.” “응.” 한참 말을 따라하며 배우는 작은아이는 참말 짧게 말한다.

 

- 우체국으로 가기 앞서 우리 도서관에 들러 짐을 내려놓는다. 오늘은 우체국만 다녀올 생각이라 아이들과 함께 도서관에 들르지는 않는다. 큰아이와 작은아이는 큰길에서 아버지를 기다려 준다.

- 우리 마을 할아버지 한 분이 저 앞에서 마주 걸어오는 모습 본다. 꾸벅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문득 “저 사람 혼자 여행하네.” 하고 말한다. 얘야, ‘저 사람’이 아니고 ‘마을 할배’란다. ‘혼자 여행하’시지는 않고, ‘걸어서 천천히 마실 다니신’ 셈이란다.

 

- 동호덕마을 지나 면소재지 접어들 무렵, 상수도 공사하는 데를 본다. 상수도 공사는 아직 안 끝났네. 참 질기게 오래도록 하네. 벌써 몇 달째인가. 얼추 스무 달쯤 된 듯한데, 이 작은 마을 상수도 공사를 아직도 안 끝내고 뭘 할까. 우리가 지나가려는 길을 엉망으로 파헤쳐 놓았기에 휘 돌아가는 길로 접어든다. 공사한다며 파헤쳐 놓은 자리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마을 할매가 아이들 보며 알은 체를 한다. 이 더운 날씨에 할매도 참 고단하시겠다.

 

- 우체국에서 책을 부치느라 상자에 담아 싸는 동안, 두 아이는 우체국 앞 계단을 오르고 내리면서 논다. 아이들은 어디이든 놀이터로 삼는다. 아이들은 뛰고 달리면서 논다. 아이들한테는 놀잇감 따로 손에 쥐어 주지 않아도 잘 논다. 아이들은 빈터만 있으면 어디이든 놀이터로 삼는다. 생각해 보면, 나도 우리 아이들만 한 나이였을 어릴 적에 언제나 어디에서 즐겁게 뛰놀았다. 놀이공원에 가야 놀지 않는다. 어떤 놀이터 시설이나 건물이 있어야 하지 않다. 마음을 열고 까르르 웃으면서 뛰고 달리면 모두 놀이가 된다.

 

- 면내 가게에 들러 막걸리 두 병 산다. 큰아이가 “아버지, 나 아이스크림 살래.” 하고 말한다. 먹고 싶니? 음, 오늘은 사 주마. 너 하나 고르고 동생 하나 고르자. 큰아이도 수레에 태운다. 작은아이 큰아이 모두 수레에 앉는다. 큰아이는 샛자전거 붙인 뒤 언제나 샛자전거에만 탔는데, 오늘 모처럼 수레에 동생하고 함께 앉는다. 둘은 수레에 앉아 얼음과자를 먹는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아이는 얼음과자 다 먹고는 수레에 머리를 기대고 잠든다. 졸렸구나. 잘 자렴.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등허리 펴고 눕게 해 줄게. 신나게 발판을 구른다. 면소재지 언저리 멧자락에서 꼼꼼한 냄새가 풍기기에 무언가 하고 살피니, 아하, 밤꽃이로구나. 밤꽃이네. 찔레꽃이 지면서 유월 여름날 밤꽃이 활짝 피었구나. 얘들아, 알겠니? 밤꽃이란다. 사름벼리 너는 여섯 살이지만, 우리가 시골에서 산 때는 네 동생이 태어난 해부터이니까, 네가 세 살 적부터 시골에서 살며 밤꽃내음 맡았는데 알아볼 수 있겠니?

 

- 모내기 마친 논마다 앙증맞은 자그마한 벼포기 무럭무럭 자란다. 좋은 유월 한낮, 좋은 바람 마시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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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6-13 20:37   좋아요 0 | URL
이글, 참 좋군요. 눈 앞에서 그림이 그려져요.

숲노래 2013-06-14 05:1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걷는 사람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뿐 아니라
자동차 타는 사람들도
날마다 좋은 그림 그리면서
예쁜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전거쪽지 2013.6.1.
 : 별밤을 달리는

 


- 무논 개구리 노랫소리 가득 퍼지는 밤길을 달린다. 옆지기가 문득 고기를 먹고 싶다 말하기에, 그러면 면소재지에 한번 다녀오겠다 말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밤자전거를 타기로 한다. 여덟 시가 지나가는 시골마을에서는 깜깜한 이맘때는 밤이다. 하루를 서너 시쯤 열고 일고여덟 시면 어느 집이나 하루를 닫으니, 도시와는 사뭇 다른 시간 흐름이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자전거 타자.” 하는 말에 눈빛이 달라지며 바지런히 마당으로 내려선다. 큰아이는 샛자전거를 타고 작은아이는 수레에 앉아 시골마을 밤길 자전거를 탄다. 왼쪽에서도 오른쪽에서도 개구리 노랫소리 아주 우렁차다.

 

- 자전거 등불을 한 번 켜서 앞에 무엇이 있나 멀리까지 살피고는 이내 끈다. 깜깜한 밤길을 깜깜한 채 달린다. 듬성듬성 등불 있지만 시골길은 아주 고요하면서 깜깜하다.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골길이니, 온통 개구리 소리일 뿐, 사람 소리도 자동차 소리도 없다. 이 좋은 소리를, 다른 덧없는 소리는 고요하고, 숲이 들려주는 소리는 우렁찬, 이렇게 예쁜 하루를 누리자고 시골에 와서 살아간다. 개구리 노랫소리가 워낙 크니, 내 오래된 자전거 삐걱거리는 소리가 모두 잠긴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부르는 소리도 잘 안 들린다.

 

- 사람들이 밤에 개구리 노랫소리를 한참 듣는다면 삶이 달라질 수 있으리라 느낀다. 자동차도 손전화도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아닌, 이런 기계 저런 문명도 아닌, 가장 홀가분하면서 고즈넉하고 너그러운 밤노래 소리를 가만히 듣는다면 생각이 거듭날 수 있으리라 느낀다. 전기로 밝히는 등불 아닌 달과 별 스스로 밝히는 고운 빛을 누리면서 밤개구리와 밤새가 노래하는 기운을 받아들이면 누구라도 마음이 따사롭게 새로울 수 있으리라 느낀다.

 

- 면소재지 가게에는 세겹살만 있다. 푸줏간은 일찌감치 문을 닫았다. 아이들 과자 몇 점 집는다. 집으로 돌아간다. 큰아이는 면소재지 오는 동안 “바람에 손이 차가워졌어.” 하고 말한다. 밤바람은 좀 차갑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은아이는 곧 곯아떨어진다. 아까와 같이 개구리 노랫소리 한복판으로 접어든다. 면소재지에 있을 적에도 개구리 노랫소리 드문드문 듣지만, 참말 면소재지에서는 밤노래 잘 안 들린다. 아무리 시골이라 하더라도, 면소재지와 읍내는 도시하고 같은 얼거리로구나 싶다. 여느 도시처럼 번쩍번쩍 빛나는 가게나 밤늦도록 환한 길거리는 없는 면소재지와 읍내이지만, 밤노래를 살뜰히 들을 수 없으면 제대로 시골이라 일컬을 수 없다.

 

- 돌아오는 길에는 맞바람 분다. 곰곰이 생각한다. 그래, 낮에는 남녘에서 북녘으로 부는 여름바람이요, 밤에는 북녘에서 남녘으로 부는 여름바람이지. 낮에는 바다인 남녘에서 뭍인 북녘으로 가고, 밤에는 뭍인 북녘에서 바다인 남녘으로 가지. 어릴 적 자연 수업 때 배운 이야기가 새삼스레 떠오른다.

 

- 별밤을 달린다. 이제 별이 좀 보인다. 요 며칠 낮에도 구름 잔뜩 끼어 맑고 파란 하늘 구경하지 못했는데, 이제 하늘에 구름이 걷힌다. 자전거를 천천히 세운다. 큰아이한테 하늘을 보라고 말한다. “벼리야, 하늘을 봐. 오늘은 별 많이 보인다. 별빛이 밝지?” “별이 가만히 나를 따라와.” 그러네. 자전거를 달리거나 두 다리로 걸으며 하늘을 보면, 달도 별도 꼭 우리를 따라오는 듯 보이네.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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