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3.23.
 : 같이 가고 싶어

 


- 졸리면서 졸음을 꼭 참는 두 아이. 저녁해가 기울 무렵 자전거마실을 하자고 생각한다. 둘 다 데려갈까, 작은아이를 재울까 생각하는데, 작은아이가 잠들려 할 즈음 큰아이가 작은아이한테 자랑하듯이 “보라야, 누나 자전거 탄다. 넌 안 갈래?” 하고 방에다 대고 소리지른다. 이런, 벼리야. 보라 거의 잘 뻔했는데 이렇게 소리쳐서 부르면 어쩌니. 누나 목소리를 들은 작은아이가 잠자리에서 벌떡 깨어나서 마당으로 내려온다. 으이구. 샛자전거를 떼고 수레만 붙였는데 수레에 둘은 못 태우지. 곁님이 이 모습을 보더니 두 아이더러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만 타고 가라 말한다. 두 아이가 한참 가위바위보를 한다. 큰아이가 진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큰아이가 아주 서운한 얼굴이다. 어쩌니. 가위바위보를 할 적에는 신나게 했잖아.

 

- 뗀 샛자전거를 다시 붙인다. 천천히 달리면 될 테지. 천천히 천천히 자전거를 몰기로 한다. 두 아이 모두 자전거마실을 한다. 뉘엿뉘엿 기우는 봄날 저녁해를 바라보면서 함께 자전거를 달린다. 작은아이는 이내 잠이 든다. 이렇게 졸려서 잠이 쏟아지는데 왜 너는 자전거를 타겠다고 했니. 그냥 느긋하게 방에서 잠들지. 그러나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자전거바람을 마시면서 쉬고 싶었을 테지. 수레에서 덜덜 흔들리면서 바람을 쐬면 한결 시원하다 여겼을 테지.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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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3.16.
 : 나들이에 앞서 나들이

 


- 월요일부터 먼 나들이를 간다. 지난 3월 6일에 서울에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책잔치가 있어 퍽 오래 바깥마실을 했다. 곁님은 람타공부를 하러 미리 경기도 용인으로 갔다가 일산으로 갔고, 나는 아이들과 시골집에서 놀다가 5일에 인천에 있는 형네 찾아갔다. 책잔치를 마친 뒤 일산으로 가서 사흘 묵고 시골로 돌아왔으니 나흘 동안 바깥잠을 잔 셈이다. 이렇게 바깥마실을 하면 달포 즈음 시골에서 쉬곤 했는데, 며칠 쉬지 못한 채 다시 바깥마실을 나가야 한다. 곁님이 이동안 아이들과 밥 잘 먹고 잘 지낼까. 걱정하면 걱정대로 이루어지니 그리 걱정하지는 않으나, 집에 찬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면소재지에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한다. 내 자전거에서 샛자전거를 뗀다. 수레만 붙인다.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낮잠을 잔다. 큰아이도 낮잠을 잘 법하지만 안 잔다. 큰아이한테 묻는다. “벼리야, 샛자전거를 떼었는데 수레에 앉아서 갈래?” “응.”

 

- 샛자전거를 붙인 뒤 수레는 언제나 동생 차지였다. 샛자전거를 붙이고 나서 큰아이는 수레에 한 차례인가 두 차례만 탔다. 어릴 적에 늘 혼자 차지하던 수레이지만, 이제는 동생이 수레를 홀로 누린다. 일곱 살 큰아이한테 수레는 어떤 느낌일까. 일곱 살이 된 오늘 큰아이한테 수레는 어떤 이야기가 깃든 동무일까.

 

- 수레를 탄 큰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되게 즐거운 듯하다. 동생을 떼어놓고 큰아이와 둘이 마실을 한 때가 언제더라. 아예 없지는 않지만 퍽 드물다. 언제나 두 아이를 홀로 건사하며 살림을 꾸리니, 늘 두 아이와 함께 다닌다. 나나 곁님이 으레 동생을 많이 챙겨야 하니 큰아이가 서운해 할 법한데, 큰아이는 서운한 티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큰아이 혼자 아버지나 어머니를 차지하며 어울릴 적에 무척 좋아하는 빛이 나타난다.

 

- 이것저것 저자를 본다. 큰아이는 “집에 가서 보라가 깨면 같이 먹을래.” 하면서 과자 몇 점을 챙긴다. 과자를 고를 적에 늘 한 아이에 하나만 고르도록 하는데, 동생이 같이 못 왔대서 동생 몫을 챙긴다. 네 이 귀여운 마음은 어디에서 싹텄을까. 네 이 예쁜 생각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네 가슴에서 싹텄겠지. 네 숨결에서 태어났겠지.

 

- 샛자전거를 달지 않고 수레만 붙인 자전거가 가볍다. 작은아이를 태우지 않고 큰아이만 태운 자전거가 날듯이 달린다. 샛자전거랑 작은아이가 없을 뿐인데 자전거가 이렇게 가볍다니. 수레마저 떼고 나 혼자 자전거를 달린다면 얼마나 가벼울까.

 

- 나들이에 앞서 나들이를 마친다. 다음 한 주 동안 아이들과 자전거 나들이를 못 다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이렇게 큰아이와 둘이서 자전거 나들이를 참 잘 했구나 싶다. 오늘 드디어 반소매에 반바지만 입고 자전거를 달렸다. 바야흐로 봄자전거이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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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3.12.
 : 새 자전거를 알아보는 나날

 


- 지난 2010년 10월 12일부터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자전거마실을 다녔다. 처음 자전거수레에 탄 큰아이는 무섭다 여겼으나 이내 수레 타는 맛을 익히면서 비가 오든 바람이 싱싱 불든 수레에 태워 달라 했다. 이때가 세 살 무렵이다. 큰아이는 네 살에도 다섯 살에도 수레에 탔다. 여섯 살부터 수레는 동생한테 물려주고 샛자전거로 넘어왔다. 내 자전거에 수레를 달고 달리는 동안에는 자전거 몸통만 무게를 받아들였는데, 샛자전거를 붙이니 안장받이가 샛자전거와 수레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수레만 붙이고 다닐 적에는 안장 조임쇠가 천천히 닳았으니, 수레에 샛자전거를 붙이니 안장 조임쇠가 금세 닳았다.

 

- 처음부터 워낙 튼튼한 자전거를 몰았으니, 자전거는 오늘도 튼튼하게 달릴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 새 자전거를 하나 장만해서 샛자전거와 수레를 끌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타는 자전거는 16인치이기에 내 몸에 조금 작다. 내 몸에 작은 자전거라 하더라도 탈 만하니 안장을 많이 높여서 탔는데, 내 몸에 맞는 자전거를 몰면 안장을 그리 높이지 않아도 될 테고, 아이들을 데리고 자전거마실을 할 적에도 한결 수월하면서 잘 달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읍내에서 새 자전거를 알아볼까, 아니면 서울로 가서 새 자전거를 알아볼까 하고 여러 달 헤아려 보았다. 아직 뾰족한 수는 나지 않는다. 자전거를 장만하는 돈이 모자라서? 지난달까지는 자전거값을 댈 돈이 없기도 했다. 그래서 ‘서울 공문서 순화 작업’을 거들었고, 지난달 끝무렵에 돈을 조금 모았다. 이 돈으로 썩 괜찮은 자전거를 장만하기에는 살짝 모자라지만, 아이들이 새봄에 자전거마실을 신나게 누리도록 이끌자면 하루 빨리 새 자전거를 장만해야겠다고 느낀다.

 

- 여러 달 이런저런 자전거를 살펴보며 생각에 잠긴다. 바퀴가 작은 자전거하고 허머, 이렇게 두 가지 자전거만 타다 보니, 다른 자전거를 잘 모르겠다. 예전 일을 미루어 돌아보면, 30∼50만 원쯤을 들이는 자전거는 알맞지 않다. 이만 한 값을 치르는 자전거가 안 좋다는 소리가 아니라, 늘 80킬로그램을 뒤에 달고 시골길과 오르내리막을 두루 달리자면 어느 만큼 부품과 몸통이 튼튼하면서 좋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자전거가 버티지 못한다.

 

- 새 자전거를 장만할까 하고 살펴보다가 값이 만만하지 않아 한숨을 쉰다. 다른 분이 타다가 내놓는 자전거를 물려받을까 하고 살펴보다가 값이 얼추 맞는 자전거를 하나 본다. 인천에서 사는 형이 자전거값을 보태 주겠다 했으니 형을 믿고 이 자전거를 물려받을까. 어떻게든 다른 일을 더 해서 목돈을 모을까. 이달 삼월에는 새 자전거 마무리를 짓자. 아이들과 봄볕을 받으며 바닷가로 자전거마실을 가고 싶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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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2.11.
 : 언제나 하늘을 이고서

 


- 자전거를 이끌고 우체국으로 간다. 수레를 대문 앞으로 내놓는다. 마을 고샅길을 넓히면서 버팀벽 세우는 공사를 한창 한다. 시멘트로 다지고 시멘트를 붓고 시멘트로 덮는 공사이다. 시골에서는 이런 공사를 해야 지역발전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온통 시멘트로 덮으면서 풀이 돋을 자리가 사라진다. 우리 집 대문 앞 풀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는지 모른다. 저 시멘트가 언제 뒤덮을는지 모른다. 대문 앞에는 봄까지꽃과 별꽃과 꽃마리꽃뿐 아니라, 흰민들레도 피고 노란 유채꽃과 갓꽃도 필 뿐 아니라, 쑥꽃과 냉이꽃이 피고, 제비꽃과 고들빼기꽃까지 피어나지만, 이런 꽃을 알아보는 이는 참 드물다.

 

- 큰아이가 마을 어귀까지 걸어가고 싶단다. 마을 어귀 빨래터 옆에 자전거를 세운다. 큰아이는 여기부터 탄다. 흰개가 우리를 좇아온다. 잘 달리지 못하면서 힘껏 좇아온다. 큰길로 따라오면 아슬아슬할는지 몰라 논둑길을 따라 면소재지로 간다. 흰개는 한참 따라오다가 힘든지 더 따라오지 못한다.

 

- 우체국에 닿으니 두 아이는 우체국 꽃밭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서 논다. 너희는 어디이든 타고 올라가서 노는구나. 아무렴, 놀순이와 놀돌이이잖니.

 

- 편지를 부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늘을 보렴. 하늘빛이 어떠니? 구름을 보렴. 구름빛이 어떠니? 우리는 언제나 하늘을 이고서 살아간단다. 우리는 언제나 하늘숨을 쉰단다. 시골에서 살기에 하늘숨을 쉬지 않아.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모두 하늘숨을 쉬지. 도시사람은 시골과 견주어 아주 매캐한 바람을 마셔야 할 텐데, 그래도 시골에서 흐르는 푸른 바람이 있어 도시사람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어. 시골숲에서 피어나는 푸른 바람이 도시에 있는 매캐한 바람을 포근하게 감싸 주거든.

 

- 흰개는 마을 어귀를 어정거린다. 우리 자전거를 본다. 통통통통 잰걸음으로 다가온다. 큰아이와 함께 대문을 연다. 이웃 할배는 공사하는 삽차를 바라본다. 공사를 하며 이웃 할배네 논에 쓰레기와 시멘트조각을 잔뜩 떨어뜨린다. 공사하는 일꾼은 담배꽁초도 종이컵도 맥주깡통도 논에 그냥 던진다. 저이들은 밥 안 먹고 살아갈까? 저이들은 저희 아버지 어머니뻘 되는 이들이 일구는 논에 쓰레기를 버리고도 가슴이 멀쩡한가? 길이나 들이나 논밭이나 숲이나 갯벌이나 바다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 이들도 우리와 똑같이 하늘을 이고서 살아가는 사람일 텐데.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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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쪽지 2014.2.24.
 : 논둑길에서 자빠진 자전거

 


- 안장대 조임쇠가 자꾸 풀려서 읍내에 나가 자전거집에서 새 조임쇠를 얻었다. 안장대 조임쇠가 다시 안 풀리겠거니 여겼지만, 웬걸 논둑길을 따라 달리다가 그만 안장이 쑥 뽑히면서 샛자전거가 자빠진다. 샛자전거에서 신나게 발판 구르기를 하던 큰아이가 오른쪽으로 자빠졌다. 왼쪽으로는 퍽 깊은 도랑물이 흘렀기에 자칫하면 큰일이 날 뻔했다. 샛자전거와 수레가 빠진 내 자전거를 세우고 큰아이한테 간다. 얼굴에 흙이 묻었지만 긁히지 않았다. 오른쪽 몸으로 폭삭 자빠진 듯하다. 다치거나 아픈 데는 없어 보이지만, 갑자기 자빠졌으니 놀랐겠다. 흙을 털고 머리카락에 붙은 검불을 뗀다. 큰아이는 아버지 품에 한참 안긴다. 안겨서 한참 운다. 아무래도 안장대 조임쇠를 새로 다시 장만해야겠구나. 아니면 자전거를 아예 새로 장만해야 할는지 모른다. 그동안 오래도록 두 아이와 수레를 잘 끌어 주었지만, 힘이 많이 모자라는 듯하다. 자동차 없는 논둑길을 달리다가 풀려서 그렇지, 자동차 달리는 찻길에서 풀렸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 조금 앞서까지 노래를 부르며 자전거를 달리던 큰아이가 면소재지에 닿아도 말이 없다. 빵집에 들어가도 말이 없다. 면소재지 가게에 들러 과자를 사도 말이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말이 없다.

 

- 내 노란 자전거는 틀림없이 튼튼한 자전거이다. 지난 열 해 동안 나하고 참 머나먼 길을 잘 달려 주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오나 언제나 내 몸이 되어 머나먼 길을 씩씩하게 달려 주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샛자전거와 수레까지 붙이고 달리기에는 벅차구나 싶기도 하다. 샛자전거와 수레를 달고 씩씩하게 달릴 투박하며 무겁고 단단한 자전거를 새로 장만해야 할 노릇이라고 생각한다. 내 노란 자전거는 앞으로 혼자만 타야지 싶다. 알뜰히 아껴 혼자서 타다가, 큰아이 키가 165㎝를 넘으면 물려주어야겠다. 샛자전거와 수레를 붙이고 끌 만한 자전거를 알아보고, 자전거 장만할 돈을 모아야겠다.

 

- 마을 고샅길 상수도 공사를 한다며 여러 날 길바닥을 까뒤집고는 시멘트를 다시 들이부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대문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했고, 우리 식구도 꼼짝없이 집에서만 지냈다. 밖으로 나갈 틈이 없이 시멘트를 부었으니 어쩌나. 대문 앞에까지 이렇게 시멘트를 부었으면 나무 받침대라도 놓아야지, 어쩌라고 이렇게 공사를 하나 궁금하다. 시멘트가 다 말랐다 싶어 오늘 겨우 자전거를 끌고 마실을 나왔는데, 큰아이는 축 처지고 만다. 그래도 큰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 품에 다시 안긴 다음 마당에서 동생하고 개구지게 논다. 오늘 자빠진 일은 말끔히 잊고 다음에 다시 자전거 즐겁게 타자꾸나.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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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3-03 14:06   좋아요 0 | URL
와~ 자전거 마차... 타 보고 싶은데요^^ 3월... 와락 찾아와 버린 봄이 너무 좋고 반갑네요...즐거운 시간 되세요~

숲노래 2014-03-03 18:24   좋아요 0 | URL
마차까지는 아니고 수레인데,
48킬로그램까지 실을 수 있답니다.
그런데 40킬로그램 즈음 싣고 달려도
끈으로 바닥을 대다 보니 주저앉더라구요 ^^;;

그래서 바닥을 굵은 동아줄 같은 끈으로
친친 감아서 아주 단단하게 받쳤답니다 ^^;

어느새 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