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75 : -ㄹ 게 많다


아이는 배울 게 참 많다

― 아이는 우리를 가르친다

→ 아이한테서 배운다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 라이프앤페이지, 2023) 60쪽


무늬는 한글이어도, 얼개가 우리말씨가 아니기 일쑤입니다. “아이는 배울거리가 많다”처럼 쓰는 글이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으나, 아이를 마치 사람이 아니라는 듯 여기는 얼개입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람으로 바라본다면, “아이는 늘 가르친다”나 “아이는 언제나 가르친다”나 “아이는 무엇이나 가르친다”처럼 글을 쓰고 말을 하게 마련입니다. 또는 “아이한테서 배운다”라 할 테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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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77 : 운전 -ㄴ 로망 가지고 있었다


나는 운전에 대단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 나는 부릉부릉 몰고 싶었다

→ 나는 손수 몰고 싶었다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 라이프앤페이지, 2023) 17쪽


남이 모는 곳에 탈 수 있으나, 손수 몰고 싶을 만합니다. 스스로 몰면서 바람을 가르고 싶을 만합니다. 꿈을 품어요. 이루려고 하는 일을 가만히 그려서 마음에 담습니다. 보기글에서 “대단한 로망”은 옮김말씨에 일본말씨입니다. ‘-ㄴ’으로 적으니 옮김말씨요, 프랑스말 ‘roman’을 ‘로망’으로 읽으니 일본말씨입니다. “가지고 있었다”도 옮김말씨하고 일본말씨가 섞여 얄궂습니다. ㅅㄴㄹ


운전(運轉) : 1. 기계나 자동차 따위를 움직여 부림 2. 사업이나 자본 따위를 조절하여 움직임

로망(<프>roman) : [문학]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 애정담, 무용담을 중심으로 하면서 전기적(傳奇的)이고 공상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 로맨스(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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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178 : 하지만 공부 것 나의 일천


하지만 고작 열 달 공부한 것으로 나의 스페인어는 일천했다

→ 그렇지만 고작 열 달 배운 스페인말은 얕았다

→ 그러나 고작 열 달 배운 스페인말은 허술했다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 라이프앤페이지, 2023) 86쪽


‘그러나’를 ‘러나’나 ‘나’로 줄여서 쓰지 않듯 ‘그렇지만(그러하지만)’을 ‘지만·하지만’으로 줄이지 않습니다. 말을 배워서 쓰는데, 열 달은 짧거나 모자랄 수 있어요. 아직 어설프거나 얕을 만합니다. 엉성하거나 허술할 수 있습니다. 어설프니 다독입니다. 엉성하니 추스릅니다. 얕으니 다지고, 허술하니 채웁니다. ㅅㄴㄹ


공부(工夫) :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

일천(日淺) : 시작한 뒤로, 날짜가 얼마 되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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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 - 불편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관하여
이지나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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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4.25.

읽었습니다 319



  배우려는 사람은 자랍니다.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은 안 자랍니다. 안 배우려는 어린이는 몸뚱이는 불거나 늘지만 ‘자라’지 않아요. 배우는 어른은 몸뚱이가 줄거나 작아도 ‘자랍’니다. ‘자라다’하고 ‘크다’는 달라요. 안 배우더라도 얼마든지 ‘큽’니다. 안 배우더라도 ‘높다’는 자리를 거머쥐기도 합니다. 이와 달리, 배우는 사람은 높낮이나 크기를 안 가립니다. 배움길이란 ‘나음’이 아닌 ‘나다움’입니다. 《어린이의 여행법》은 퍽 알쏭합니다. 어린이 곁에서 배우는 길을 들려주지 못 하기도 하지만, 어린이로서 거니는 길을 짚지도 못 합니다. ‘어린이길’이란 ‘어린길’이면서, ‘씨앗길’입니다. 어린이는 힘으로 배우지 않아요. 마음으로 배웁니다. 이와 달리, ‘어른 아닌 꼰대’는 ‘마음 아닌 힘’으로 아이들을 붙잡거나 다그치거나 끌어가지요. 우리가 어른이기를 바란다면, 치레나 꾸미기나 만들기가 아닌, 사랑으로 짓는 하루를 바라볼 노릇입니다.


ㅅㄴㄹ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 라이프앤페이지, 2023.5.22.)


나는 운전에 대단한 로망을 가지고 있었다

→ 나는 부릉부릉 몰고 싶었다

→ 나는 손수 몰고 싶었다

17쪽


실제로 운전을 배우게 되었을 때 그 설렘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 막상 어떻게 모는지 배울 적에 말로 다 할 수가 없이 설렜다

→ 그러니까 모는길을 배우면서 더없이 설렜다

18쪽


아이는 배울 게 참 많다

― 아이는 우리를 가르친다

→ 아이한테서 배운다

60쪽


하지만 고작 열 달 공부한 것으로 나의 스페인어는 일천했다

→ 그렇지만 고작 열 달 배운 스페인말은 얕았다

→ 그러나 고작 열 달 배운 스페인말은 허술했다

8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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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 작업실
소윤경 지음 / 사계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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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 2024.4.25.

읽었습니다 320



  아이가 나룻배를 그리려 한다면, 나룻배를 살펴볼 노릇입니다. 그러나 나룻배를 몸소 젓지 않고서는 나룻배를 알 길이 없고, 손수 나무를 켜고 다루고 만져서 뭇지 않았으면, 나룻배를 제대로 그리지 못 합니다. 글이든 그림으로든 누구나 스스로 살아내고 살림하며 사랑할 적에 담아낼 수 있습니다. 눈으로 얼핏 보면 허술하고, 몸으로 살아내지 않을 적에는 겉멋이고, 사랑으로 풀거나 녹이지 않으면 자꾸 꾸밉니다. 《호두나무 작업실》을 읽는 동안 갸우뚱했습니다. 왜 자꾸 글을 꾸미거나 ‘만들’려고 할까요? 가만히 보니, 글님은 시골에서조차 ‘서울처럼 살기’를 하더군요. 왜 헤엄터(수영장)에 가서 헤엄을 쳐야 할까요? 시골이라면 냇물이나 바닷물에서 헤엄을 칠 일입니다. 풀꽃을 그리려면 ‘식물도감’이 아닌 ‘풀꽃’을 들이며 숲이며 논둑에서 여러 해에 걸쳐 지켜보면서 그릴 노릇이에요. 남한테 내보이려고 하면 꾸밀 수밖에 없어요. 스스로 사랑할 적에라야 글이며 그림입니다.


ㅅㄴㄹ


《호두나무 작업실》(소윤경, 사계절, 2020.3.10.)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자 두려움이 고개를 들었다

→ 막상 글을 쓰자 두렵기부터 하다

→ 막상 글을 쓰려 하자 두렵다

5쪽


그림과 글들은 나의 몸과 시간을 먹고 자라난다

→ 그림과 글은 내 몸과 하루를 먹고 자라난다

6쪽


글들은 텃밭의 채소들처럼 무수히 열렸다

→ 글은 텃밭 남새처럼 숱하게 열린다

→ 글은 텃밭에서처럼 끝없이 열린다

6쪽


내가 통과하고 있는 오후의 시간

→ 내가 지나가는 낮

→ 내가 누리는 낮나절

7쪽


빛의 각도와 정원에 새로이 편 꽃들, 새들의 지저귐들

→ 빛길과 뜰에 새로이 핀 꽃, 지저귀는 새

→ 빛녘과 뜨락에 새로이 핀 꽃, 지저귀는 새

7쪽


집에 지나치게 돈을 쓰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깨닫는다

→ 집에 지나치게 돈을 쓰면 어리석은 짓인 줄 깨닫는다

→ 집에 지나치게 돈을 쓰면 어리석다고 깨닫는다

18쪽


영법을 바꿔가며 레일을 왕복하다가

→ 헤엄길을 바꿔가며 줄을 오가다가

24쪽


레일 맞은편에서 건장한 남자가 접영으로 오고 있다. 반대 방향에서 개구리처럼 평영으로 가던 내 팔다리를 마구 치고

→ 줄 맞은쪽에서 듬직한 사내가 나비헤엄으로 온다. 건너쪽에서 개구리헤엄으로 가던 내 팔다리를 마구 치고

24쪽


내 눈에서 이글거리는 분노 레이저가 그의 머리를 조준한다. 발사!

→ 내 눈은 이글거리며 그이 머리를 겨냥한다. 쏴!

→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 사람 머리를 겨누고 쏜다!

2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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