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8


《분교마을 아이들》

 오승강

 인간사

 1984.5.5.



  우리 아버지는 ‘국민학교 교사’로 일하며 시를 썼습니다. 신춘문예에 붙겠다는 마음으로 해마다 글을 내신 줄 아는데, 어느 해에 동시로 ‘중앙일보’에서 뽑혔습니다. 저는 우리 아버지 동시가 동시스러운지 재미있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삶하고 매우 동떨어진 글이라고 느꼈어요. 우리 아버지가 글꽃을 이룬 일은 놀랍고 기쁘지만, 부디 어린이 삶이며 사랑을 살갗으로 와닿도록 살림자리에서 길어올리기를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설거지도 못하고 라면도 끓일 줄 모르며 중국집에 전화로 짜장국수 시키는 길도 모르던 아버지한테 ‘삶에서 길어올린 동시’를 바라기는 어려웠겠지 싶어요. ‘멧골 국민학교 분교 교사’로 일한 오승강이란 분은 이녁 텃마을인 경북 영양에서 그 고장 아이들한테 기운을 북돋울 뿐 아니라, 멧골숲이 얼마나 포근한 품인가를 동시로 밝혔습니다. 이 열매가 《분교마을 아이들》로 태어났습니다. 이 동시꾸러미는 신춘문예하고는 매우 멀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 동시꾸러미를 읽으며 뭉클했고, 눈물하고 웃음을 배웠으며, ‘동시 쓰는 교사’라는 새로운 길을 만났습니다. 멋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숨결일 적에 동시가 자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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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아저씨와 벤치 크레용 그림책 27
스즈키 마모루 그림, 다케시다 후미꼬 글, 사과나무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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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4


《공원 아저씨와 벤치》

 다케시다 후미코 글

 스즈키 마모루 그림

 사과나무 옮김

 크레용하우스

 2001.7.10.



  시골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농약이나 비료를 담은 비닐자루뿐 아니라 세제를 담은 플라스틱까지 한꺼번에 모아서 태우곤 합니다. 군청에서 비닐·플라스틱·호일 들을 마을 어귀에 모아 놓으면 가져가겠다고 하는데 좀처럼 안 달라집니다. 큰고장에 마실을 가 보면 쓰레기를 모으는 자리가 깨끗한 데를 거의 못 봅니다. 쓰레기자루에 안 담고 내놓는 사람도이 많구나 싶지만, 지나가며 아무 쓰레기나 아무렇게나 던지는 사람이 많아요. 기차를 기다리는 맞이칸에서 커피를 쏟고는 조용히 달아나는 사람을 여럿 보았습니다. ‘버리는 손’이기만 할 적에는 ‘치우는 손’을 등돌려 버릴까요? 치우는 손인 분은 모두 우리 이웃이요 동무이며, 우리 스스로일 수 있는걸요. 《공원 아저씨와 벤치》를 한 쪽 두 쪽 펴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을쉼터를 정갈히 다스리는 아저씨는 차근차근 즐겁게 치우고 쓸고 닦고 갈무리를 합니다. 누가 놓고 간 책이나 살림을 보면 “이를 어쩌나?” 하고 걱정합니다. 문득 돌아보니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쓸고 닦는 일꾼’을 보면 얌전히 “고맙습니다” 하고 절을 했더군요. 아름다운 깨끗님이자 살림님이거든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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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새는 왜?
김대규 지음 / 이야기꽃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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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3


《저어새는 왜?》

 김대규

 이야기꽃

 2018.11.30.



  고흥군청은 입으로 “하늘이 내린 땅”이란 이름을 내세워 고흥이 매우 깨끗하며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몸으로는 “개발 안 된 곳을 막삽질로 밀어붙이는 짓”을 끝없이 벌입니다. 고흥은 밤에 별 보기에 훌륭하고, 낮에 하늘 보기에 대단하지만, 그 아름다운 하늘을 건사할 길을 안 헤아리는 막짓이 끊이지 않아 반딧불이랑 제비가 부쩍 줄었고 하늘이 차츰 뿌연 빛깔로 됩니다. 서울 하늘에 대면 어마어마하게 깨끗하나, 제가 고흥에 처음 깃든 2011년에 우리 마을에 찾아온 제비가 쉰 마리가 넘었습니다만, 지난해에는 네 마리였어요. 새가 살기 힘들면 사람도 살기 벅찬 줄을 잊더군요. 《저어새는 왜?》는 인천 바닷가에서 마주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어새는 왜 그 막다른 쓰레기터에 둥지를 틀까요? 저어새로서는 아스라이 먼 옛날부터 그곳이 보금터였거든요. 영종섬·용유섬을 메워 공항으로 때려짓기 앞서, 인천 갯벌에 찾아든 철새가 엄청났는데, 이를 떠올릴 분이 남았을까요? 다들 ‘사람 먼저·돈 먼저’를 외치더군요. 이제 ‘숲이랑·사랑으로’로 돌아설 수 있을까요? ‘옛날 인천 갯벌’ 모습도 그림책에 담으면 어떠했을까 싶어 아쉬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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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방참방 비 오는 날 키다리 그림책 25
모로 카오리 그림, 후시카 에츠코 글, 이은정 옮김, 우시로 요시아키 구성 / 키다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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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1


《참방참방 비오는 날》

 후시카 에츠코 글

 모로 카오리 그림

 이은정 옮김

 키다리

 2019.9.26.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맞으면서 놀았어요. 바람이 부는 날에는 바람을 맞으면서 놀았고요. 햇볕이 쨍쨍한 날에는 햇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놀았고, 벼락이 와장창 내려치는 날에는 덜덜 떨면서도 밖에서 번쩍불을 보고 싶었어요. 이러다가 어머니가 우산을 챙겨 주시면 ‘내 우산’을 뽐내고 싶어서 가랑비가 내리는데에도, 비가 아직 안 뿌리는데에도 일부러 우산을 펴고서 걷고 싶습니다. 여느 때에는 그냥 비를 맞고 놀았다면, 우산을 손에 쥘 수 있던 날은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고 우산 쥐고 웅덩이를 폴짝폴짝 뛰어넘으며 논 셈이랄까요. 《참방참방 비오는 날》은 알록이랑 달록이가 비가 오는 날 문득 만납니다. 다 다른 아이들은 다 다른 빛깔로 눈부십니다. 무지개가 따로 없네 싶은데, 어느 때부터 모든 아이가 똑같은 빛깔이 되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하, 비놀이가 재미나서 온몸을 빗물에 적셨군요. 손에는 우산을 들었지만 웅덩이에서 참방거리고, 진흙물도 튀기니 다 다른 아이들이 다 같은 빛이 되겠지요. 어머니 아버지가 이 꼴을 보면 호통을 칠는지 모르지만 아이들은 웃습니다. 서로서로 바라보며 웃고, 더 개구지게 뛰놀면서 피어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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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정원 뜨인돌 그림책 58
김영미 지음, 박정완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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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35


《하늘정원》

 김영미 글

 박정완 그림

 뜨인돌어린이

 2018.6.29.



  우리는 어느 날 돈을 넉넉히 벌 수 있어요. 이러던 어느 날 돈이란 돈은 모조리 바닥날 수 있어요. 돈을 잃으면서, 또는 어떤 일이 생기면서, 알뜰히 건사하던 살림이며 손때를 탄 세간까지 모두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갈 수 있어요. 그러나 아무리 가난한 살림으로 바뀌더라도 우리한테는 하늘이 있고 땅이 있지요. 하늘을 이루는 바람은 가난하건 가멸차건 누구나 똑같이 마십니다. 땅을 이룬 흙은 어린이나 어른 모두 똑같이 밟거나 만질 수 있어요. 《하늘정원》에 나오는 아이는 어느 날 갑자기 바뀌는 집안 모습이 서운합니다. 기운이 확 꺾일 만합니다. 그렇지만 삶이란 잃는 한 가지가 있으면 얻는 한 가지가 있어요. 어느 하나를 떠나보내야 하지만, 다른 하나를 새롭게 만나고 느끼며 사랑할 수 있어요. 해가 잘 드는 하늘받이 조그마한 보금자리에 흙을 한 줌 두 줌 그러모아서 꽃밭을 꾸밀 수 있습니다. 꽃밭 옆에는 텃밭을 일굴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 하다지만, 스티로폼이나 헌 플라스틱통을 꽃그릇으로 삼는다지만, 우리가 선 자리는 하늘밭도 되고 하늘뜰도 되며 하늘마당도 되어요. 자, 하늘아이가 되어 하늘노래를 부르는 하늘살림을 지어 볼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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