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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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넌 특별해》

로저 뒤봐젱 글·그림/김경미 옮김, 비룡소, 2008.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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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어느 분이 새로 들어와서 집을 지었다는데, 또 어제는 마을사람을 불러 면소재지 밥집으로 가서 모둠밥을 먹었다는데, 집일이 많기도 하지만 모둠밥 먹으러 가자는 마을방송을 못 들었다. 새 매실잼을 졸이려고 어제는 아침부터 매나무를 타고 노란 매화알을 실컷 땄는데 마을방송 없던데. 마을 윗샘을 한창 치우는데 빨래터 바닥에 깨진 병조각이 잔뜩 있더라. 함께 물이끼를 치우던 작은아이더러 얼른 밖으로 나가라 하고는 부스러기까지 눈을 밝혀 끄집어냈다. 얼마나 철딱서니없는 짓인가. 마을 할매들한테 병조각을 보여주면서 누가 이랬느냐고 물으니 ‘서울내기 애기’가 그리하는 짓을 보았다고들 한다. “거게 돌 많지 않습디까. 어디서 그런 짱돌을 주워 와서 던지던지 …….” 마을 할매는 ‘서울내기 애기’가 샘터며 빨래터에 돌을 던지고 병을 던져 깨뜨리는 꼴을 보고도 안 말리셨을까. 나무라거나 말렸는데도 그렇게 막짓을 했을까. 1961년에 처음 나온 《베로니카, 넌 특별해》는 물뚱뚱이가 서울구경을 다녀온 줄거리를 다룬다. 숲아이 베로니카는 자동차도 가게도 뭐도 대수롭지 않다. 숲아이답게 놀고 노래한다지. 개구쟁이랑 마구잡이는 다르다. 놀이랑 막짓은 다르다. 모름지기 어른이라면 아이한테 뭘 보여줘야 할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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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onica #RogerDuvoi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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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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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노트》

 김규항 글, 알마, 20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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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革命)’은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운 것을 급격하게 세우는 일”, ‘노트(note)’는 “어떤 내용을 기억해 두기 위하여 적음”이라 한다. 둘 다 우리말이 아니다. 우리말은 ‘갈아엎다·깨뜨리다·뒤엎다·뜯어고치다·바꾸다·뒤집다’요, ‘적다·쓰다’이다. 대전마실을 하며 〈버찌책방〉에서 장만한 《혁명노트》를 밥을 지어 차리는 틈새랑 매실잼을 졸이는 겨를에 읽는다. 틀림없이 싹 갈아엎고 싶은 뜻을 쓴 글일 텐데, 뭔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토씨만 한글이고 순 일본 한자말하고 영어네. 마치 일제강점기에 일본글로 지식을 익힌 먹물붙이 글 같다. 이런 낡은 말로 새롭게 생각을 펼 길이 있을까. 우리는 《목민심서》란 책을 읽기 어렵다. 한문으로 썼기에 한문을 모르고서야 못 읽는다. 일본 한자말하고 영어로 쓴 글은 누가 읽을 만할까. 예부터 내려온 ‘먹물 지식 기득권’ 말씨를 따라야 혁명이 될까? 아, 이 나라 먹물꾼은 스스로 달라질 낌새가 없구나. “새 술은 새 자루에”란 말도 있고, ‘새물결’을 바란다면, 썩어문드러진 이들이 이 나라에 끌어들인 썩어문드러진 모든 말씨를 낱낱이 집어치우든지 날마다 한두 가지씩 꾸준히 추스르거나 솎아내며 ‘거듭날’ 노릇 아닌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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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촛불 한 자루 (2018.4.13.)

― 대구 〈서재를 탐하다〉



  어느 갈래이든 오래오래 파헤치면서 누린다면, 처음에는 풋내기였다 하더라도 시나브로 솜씨님으로 거듭나요. 깊은 눈길도, 너른 손길도, 고운 마음길도, 갓 태어날 적부터 품을 수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차근차근 가다듬거나 갈고닦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번쩍거리는 책집도 있으나, 꾸준꾸준 어루만지면서 차츰 빛나는 책집도 있어요. 하루아침에 날개돋친 듯이 팔리는 책이 있다면, 오래오래 천천히 피어나듯 읽히는 책이 있어요. 마을책집이란 ‘reflections’라는 만화영화 노래에 나오듯 ‘늦꽃’이기 마련이지 싶습니다. 늦게 피는 꽃이 한결 짙으면서 곱다고, 조금씩 책시렁을 늘리고 차분히 책모임을 펴면서 마을에 뿌리내리는 이 조촐한 터전이야말로 그 고장을 사랑하는 샘터이지 싶어요.


  〈서재를 탐하다〉에 찾아왔고, ‘우주지감’ 모임 분을 만납니다. 작은 일 하나를 바탕으로 이야기 하나를 엮어 찬찬히 들려주고 듣습니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이야기가 볼 만해요. 아이를 돌보면서 배운 살림을 들려주고, 아이랑 그림책을 읽는 동안 새롭게 되새기는 말넋으로 엮는 사전이란 책을 밝힙니다.


  스스로 찾아보거나 살펴보기에 깨닫습니다. 남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만 해서는 깨닫지 못합니다. 스스로 겪거나 마주하기에 알아차립니다. 남이 쓴 글을 읽기만 해서는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책모임이란 자리는 스스로 찾아나서며 깨닫고 싶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펴면서 기꺼이 듣는 수다마당이라고 느낍니다.


  봄날 하늘빛이라면, 스스로 이 봄날에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어떠한 빛깔인가를 느껴요. 여름날 구름빛도 여름날에 스스로 구름을 바라보아야 어떠한 무늬인가를 느끼지요. 다른 사람이 찍은 사진이라든지 다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도 가을빛이나 겨울빛을 헤아릴 만하지만, 스스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몸으로 부대낀다면 봄빛과 여름빛과 가을빛과 겨울빛을 제대로 알아보리라 생각해요.


  책에 깃든 줄거리도 스스로 온마음으로 만지며 넘기니 하나하나 헤아릴 테지요. 남들이 줄거리를 간추려 적은 글을 읽는다고 책을 알 수 있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 눈길에 따라 우리 책을 읽습니다. 우리는 우리 삶에 비추어 우리 책을 읽습니다. 우리가 읽은 책은 천천히 우리 삶으로 녹아듭니다.


  애써 장만했는데 미처 못 읽는 책이 있을까요. 이런 책도 더러 있을 테고, 가끔은 이런 책이 쌓일는지 몰라요. 그런데 쌓이면 어떤가요. 미처 못 읽으면 어떻지요? 우리가 읽을 책은 언제라도 읽으면 됩니다. 오늘 못 읽었으면 다음에 읽고, 끝끝내 못 읽은 책은 나중에 아이들이 물려받아 읽어도 됩니다.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못 읽는 책은 먼먼 뒷날 누가 즐겁게 읽으면 되고요.


  책마루는 열린 책집이 됩니다. 책마루는 트인 책수다가 됩니다. 책마루는 다같이 만나는 놀이터가 되고, 대구라는 이 고장을 밝히는 촛불 한 자루가 됩니다.


《스웨덴, 삐삐와 닐스의 나라를 걷다》(나승위, 파피에, 2015)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호리베 아쓰시/정문주 옮김, 민음사, 2018)

《할머니가 물려주신 요리책》(김숙년·김익선·김효순, 장영, 2013)

《あるかしい書店》(ヨシタケシンスケ, ポプラ,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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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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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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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줘도 될까 (2013.5.5.)

― 서울 〈문화당서점〉


  역사는 학자만 캐낼 수 있을까요. 학자끼리 캐내는 역사란 어떤 이야기가 될까 요. 문화·교육·예술·사회·정치는 전문가만 해내는가 궁금합니다. 전문가끼리 벌이는 일은 어떤 이야기로 이을 만할까요. 오래오래 헌책집을 돌본 일꾼은 학자도 전문가도 글잡이도 아닙니다. 그런데 헌책집에서 다루는 책은 교과서·참고서·잡지를 비롯해 온나라를 넘나드는 깊고 너른 이야기를 담습니다. 헌책집지기는 ‘책을 읽을 틈’이 모자랍니다. 묻히거나 버려진 책을 캐내어 손질하고 닦은 다음에 책시렁에 놓기 바쁩니다. 다 다른 갈래에서 다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을 마주하면서 다 다른 책을 알맞게 알려주고 이어줍니다. 참고서랑 인문책에, 어른책이랑 어린이책을 다루고, 한글책 일본책 한문책 영어책 숱한 나라밖 책도 나란히 다루지요.


  헌책집지기 가운데 대학교나 대학원을 다닌 이는 손에 꼽도록 드뭅니다. 학교 문턱을 안 밟거나 짧게 디딘 분이 수두룩합니다. 그저 책집에서 일하고 책을 만지며 스스로 찾아내고 알아내어 밝히고 깨달아 모든 알음알이를 둘레에 스스럼없이 나누는 헌책집지기라고 느껴요.


  〈문화당서점〉 지기님은 “그렇게 많은 책을 다루고 팔았는데도 아직 처음 보는 책이 많아요. 그런데 간혹 ‘내가 책을 좀 안다’고 말하는 분이 있더구만. ‘책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백만 권이 아닌 천만 권을 읽었더라도 그보다 훨씬 많은 책이 있는데 어떻게 ‘책을 안다’고 말할 수 있지요? 우리는 다 ‘책을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 학자님이 ‘책을 안다’면 굳이 뭣하러 우리 책방에 와서 책을 사가야겠어요? ‘책을 안다’면 이제 그만 봐야지. 책방에 온다는 소리는 ‘아직 책을 모른다’는 뜻이에요. 아직 책을 모르기에 더 겸손해야 하고, 책방에 오는 분들은 더 고맙게 배우려는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 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고 으레 말길을 엽니다.


  〈문화당서점〉 지기님한테 아들뻘인 저한테 꼬박꼬박 ‘최 선생’이라 하면서 ‘책을 얕보면서 책을 안다’고 말하는 학자·전문가·지식인·교수 손님이 아쉽다고 이야기하셔요. “다 그분들이 필요해서 헌책방까지 와서 귀한 책을 사가는데 아무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아요. 다들 ‘왜 이리 비싸냐’ 하는 말부터 해요. 배운 분들이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최 선생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랜책, 새책, 어린이책, 한문책, 영어책, 일본책, 문학책, 인문책, 사진책, 그림책을 고루 다루며 알찬 이곳에 찾아오면 쌈짓돈까지 헐고야 맙니다.


  “내가 최 선생한테 책을 너무 많이 팔지 않았나 모르겠네요. 그래도 좋은 책을 가져가시면 나도 기분이 좋지.” 두 아이를 보시더니 “애들한테 아이스크림 하나씩 사 줘도 될까? 그런데 어린이날에 아이를 헌책방에 데리고 다니는 아버지가 있나? 허허.” 하십니다. 아이들하고 누릴 동화책·그림책을 한 꾸러미 고릅니다. 제가 볼 책은 몇 가지만 가볍게.


《심술북》(이정문, 송우출판사, 1993)

《기린 울음》(고영서, 삶이보이는창, 2007)

《사랑할 것이 많이 남았는데》(4·26창작단, 힘, 1992)

《슬픈 날》(이기주, 내일을여는책, 1995)

《MASK, UNMASK》(전경애, 비봉출판사, 2010)

《無花果の木の下で》(嶋 行比古, 美術出版社, 1998)


* 알라딘 중고샵이 연신내역 앞에 들어선 이듬달, 〈문화당서점〉 지기님은 가게를 접으셨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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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도감 - 조사하고 비교하고 기억하는 힘이 생기는
아라마타 히로시 감수, 송지현 옮김 / 북뱅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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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93


《똥 도감》

 아라마타 히로시 감수

 송지현 옮김

 북뱅크

 2019.2.20.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말씨’예요. 글도 씨가 될까요? 아무렴 그렇지요. 그러니 ‘글씨’입니다. 우리가 쓰는 글은 그대로 우리 삶이 되어요. 아무 글이나 쓸 수 없어요. 아무 말이나 할 수 없고요. 언제나 거칠거나 사납게 말하는 사람은 ‘그 사람 스스로 나아갈 삶을 거칠고 사납게 씨앗을 심는’ 셈입니다. 막말 때문에 보기 나쁘다기보다, 그 사람 스스로 그 사람 삶을 망가뜨리려 하니 살살 달래려고 ‘거칠거나 사납게 말하지 말자’고 얘기하지요. 마음씨도 매한가지예요. 어떤 마음씨로 사느냐에 따라 살림길이 다르겠지요. 《똥 도감》은 온갖 똥을 보여줍니다. 똥이란, 우리가 몸에 받아들인 대로 나오는 덩어리예요. 우리가 즐겁게 먹은 날에는 똥이 즐겁게 나와요. 우리가 우락부락 짜증을 내며 먹은 날에는 똥도 냄새가 고약해요. 힘들거나 고단한 날은 어떤 똥일까요? 풀을 먹기에 풀똥이 나오기도 하지만, 풀빛을 닮은 마음으로 하루를 살면 고기를 먹어도 똥이 풀빛이 되곤 합니다. 무엇보다도 땅에서 비롯해 땅으로 돌아갈 ‘덩어리’인 밥이요 똥인 만큼 어떤 말을 나누며 어떤 마음으로 누리는가를 잘 보면서 다스릴 노릇이에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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