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0.


《K-공대생 열다, 책방》

 김은철 글, 오리너구리, 2024.4.24.



아이들과 곁님도 여름이 꺾인 줄 뚜렷이 느낀다. 큰아이는 “이제는 햇볕을 그대로 쬐고 걸어도 안 더워요.” 하고 말한다. 집에 바람이(에어컨·선풍기)를 안 두면서 푸른바람을 맞아들이면 철갈이를 온몸으로 느끼고 온마음으로 읽는다. 예부터 누구나 ‘철사람(철을 읽고 아는 사람)’이었다. 들사람이든 숲사람이건 멧사람이건 바닷사람이건 저마다 철빛을 헤아리며 손수 살림을 짓고 사투리를 폈다. 이튿날부터 바깥일을 하러 가기 앞서 저잣마실을 간다. 큰아이가 따라간다. 등짐을 메고서 쉴 곳을 찾다가 기스락숲에 깃든다. 그야말로 거의 아무도 없고 안 오는 시골 읍내 작은숲에서 멧바람을 마시자니 뭇새와 뭇나비에다가 지네까지 우리한테 다가와서 소곤거린다. 《K-공대생 열다, 책방》을 읽는다. 조금씩 즐겁게 읽는다. 한달음에 다 읽기보다는 느긋이 헤아리고 싶다. 나는 인천 연수동이라는 잿마을(아파트단지)을 더 쳐다보기 싫어서 1994년부터 떠났다. 우리 아버지는 골목마을 작은집을 몹시 싫어하셨지만, 나로서는 모든 이웃과 동무가 골목마을에 살았다. 더 안 쳐다보려던 인천 연수동이지만, 〈열다책방〉이 이곳에 열었기에 올해 2025년에 서른한 해 만에 찾아가 보았다. 아무리 잿마을이어도 책집이 있으면 마을빛이 바뀌더라.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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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내가 좋아하는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늘 하거나 자주 먹는

여러 가지를 좋아하는가 하고

돌아보곤 한다


그런데

늘 하기에 좋아하는 일일까?

늘 먹기에 좋아하는 밥일까?


아직 모르기에

앞으로 하려는 일과 길을

하나씩 되돌아보고

오늘 날아가는 새를 지켜본다


2025.6.26.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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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여름꽃



첫여름으로 접어들 즈음이면

슬그머니 잎을 내고는

한여름으로 넘어설 무렵이면

조그마니 꽃을 피우는


낯가림을 하는 듯이

짙푸르게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옅푸르게 얌전한 대추나무를


부산 사직동 안골목

작은집 담벼락 곁에서

한참 들여다보았다


2025.6.27.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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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꽃 . 빌고 싶은



쇠날·흙날·해날을 부산에서 보내고서

달날·불날을 부천과 서울에서 보낸다

전남 고흥 시골집은 어떤 하루일까?

이제 후박나무 열매를 딸 철인데

시골집 아닌 밖에서 돌아다니는구나


아름다운 이웃과 만나서 주고받는 마음과

하루하루 새롭게 배운 이야기를 돌아본다

오늘밤에 우리집으로 돌아가면

한동안 고요히 잠들면서

푸른살림을 짓는 수다를 펴려고 한다


별은 못 보더라도

해와 비와 구름을 바라보며 빈다


2025.7.1.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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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길·깃 더하기 질·짓 (2024.6.29.)

― 부산 〈책과 아이들〉



  온누리에는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따로 없다고 느낍니다. 겉보기로 가르자면, 이이는 잘하는구나 싶고 저이는 못하는구나 싶을 만해요. 속보기로 짚으면, 이이도 저이도 스스로 배우는 걸음마이지 싶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기에 늘 새롭고 곱게 바꿉니다. 누구나 스스로 마음을 안 기울이기에 으레 틀에 박히면서 뻣뻣합니다. 이른아침에 첫여름해를 듬뿍 쬐면서 땀을 쪽 뺍니다. 저녁을 앞두고서 씻고 빨래하고 쉽니다. 마룻바닥에 누워서 바람을 쐬다가 다시 씻고서 기지개를 켭니다. 그림꽃 《150cm 라이프》를 어제부터 천천히 읽는데, 다 다른 우리 몸은 저마다 다르게 이야기를 누리고 얻고 심으려는 뜻으로 입는구나 싶어요. 몸이 뚱뚱하면 뚱뚱한 대로 즐기고, 몸이 마르면 마른 대로 즐기고, 키가 크면 큰 대로 즐기고,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즐기는 삶이에요.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아침에는 ‘동심읽기’ 모임을 꾸리면서 《하이디》(요한나 쉬피리) 몇 대목을 함께 읽고서 생각을 나눕니다. 해바람비를 머금으니 튼튼한 하이디요, 해바람비를 모두 물리치니 아픈 클라라예요. 낮에는 ‘말이 태어난 뿌리 : ㅁ’ 자리를 꾸립니다. ㅁ으로 여는 낱말은 ‘마음·말’이 밑동으로 서면서 숱한 다른 낱말을 일으킵니다. ㅂ이라면 ‘바람·바다’가 밑동으로 찰랑찰랑 춤추고, ㅁ은 말이 물처럼 찰랑이면서 마음이 맑게 출렁여요.


  살랑살랑 가벼이 쓰다듬는 바람을 누린 걸음입니다. 너는 네 걸음걸이로 오늘을 누립니다. 나는 내 걸음새로 오늘을 누벼요. 너랑 나는 다르게 누리고 누빈 발걸음을 따라서 새삼스레 만나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신나게 들려주고, 실컷 듣습니다. 신바람으로 속삭이고, 신명나게 속살입니다.


  “‘길·깃’ 더하기 ‘질·짓’”이라는 얼거리를 혀에 얹어서 마음에 띄워 봅니다. 우리가 나아가는 길은 스스로 깃들 곳을 찾아서 날갯깃을 펄럭이는 하루입니다. 서로서로 짓고 짊어지니 집(보금자리)에서 포근히 지내는 살림길을 열어요.


  늘 하늘빛과 함께 이곳에서 아침을 엽니다. 늘 바람결과 같이 여기에서 밤을 닫습니다. 늘 너랑 도란도란 이곳에서 수다를 폅니다. 늘 나 스스로 여기에서 갈피를 잡으면서 마음을 다독입니다.


  읽으려 하기에 잇습니다. 기르려고 생각하니 씨앗을 심습니다. 이야기할 마음이기에 말을 마음껏 맑게 펼칩니다. 빚고 짓고 가꾸는 땀방울이 반가우니 온힘을 다하여 활짝 웃습니다. 낱말 하나에 흐르는 숨빛이 우리 눈과 입과 귀와 손에 깃드는 사이에 차분히 기지개를 켭니다. 말길을 틔우면서 활개를 폅니다.


ㅍㄹㄴ


《세계 명작 동화를 둘러싼 40년의 여행》(이케다 마사요시/황진희·심수정 옮김, ㅁ, 2022.12.24.)

《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권정생, 햇빛출판사, 1985.7.1.첫/2000.10.20.중판)

《동쪽 빙하의 부엉이》(조너선 C. 슬래트/김아림 옮김, 책읽는수요일, 2022.3.31.첫/2022.4.22.2벌)

#OwlsoftheEaster Ice #TheQuesttoFindandSavetheWorldsLargestOwl #JonathanCSlaght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최재천, 김영사, 2021.3.1.)

《시마네의 변호사 12》(카가와 마사히토/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6.2.28.)

#島根の弁護士 #香川まさひと

《그래도 아유무는 다가온다 1》(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5.31.)

《나의 신님 2》(유메노 츠쿠시/신혜선 옮김, YNK MEDIA, 2023.1.10.)

#夢野つくし #私の神?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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