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적 마음 - 김응교 인문여행에세이 타산지석S 시리즈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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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인문책시렁 123


《일본적 마음》

 김응교

 책읽는고양이

 2017.11.30.



가령 ‘안녕하세요’는 일본어로 ‘곤니찌와(今日は)’인데, 우리말로 직역하면 그저 ‘오늘은……’ 하고 여운을 둔 말에 불과하다. 뒷말이 어떻든 인사가 되는 것이다. 일종의 생략과 여운을 즐기는 것이다. (21쪽)


일본에서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숙명’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진다. (58쪽)


거대한 권력의 폭력은 모든 사회에 스며들어 폭력을 행사하고, 그 폭력은 질서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된다. (85쪽)


아름답게 미화된 죽음, 큰 것을 위해서는 죽어도 된다는 생각이 문화물 곳곳에 스며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일본이란 나라의 큰 거짓말은 미화된 죽음올 감추어져 유지되어 오고 있다는 것을 몇몇 일본 지성인이 솔직히 인정하기도 한다. (146쪽)


곳곳에 전쟁패배로 우는 아이들 모습, 미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사진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내가 만일 일본 아이였다면, 저런 사진을 보면서 복수심에 불긋불긋 치솟았을 법하다. 아닌 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청년이 모자라, 나중에는 소학교 학생들까지 동원하기까지 했다. 폭탄을 안고 적진을 뚫고 들어간 소년특공대는 유명했다. 그때 죽은 아이들이 신으로 등록되어 있고 ……. (191쪽)



  일본하고 한국은 참으로 가깝습니다. 오늘은 두 덩이로 나뉜 나라이지만, 지난날에는 하나로 있던 터전이었을는지 모릅니다. 일본만이 아니라 이 별에 있는 모든 나라가 처음에는 하나였을 테지요. 하나로 흐르던 터전이 조금씩 골골샅샅 흩어지면서 다 다른 날씨에 다 다른 살림에 다 다른 말이며 이야기로 흘러가지 싶습니다.


  이 일본은 한국으로 숱하게 쳐들어왔다고 하지만, 한국에서도 곧잘 일본을 치러 갔습니다. 한쪽에서만 쳐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여느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음이며 살림을 나누는 길이 있되, 나라지기나 우두머리쯤 되면 싸울아비를 거느리면서 힘자랑을 하기 일쑤였어요. 일본이 더 죽음을 곱게 꾸민다거나 우러른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한국도 ‘싸우다 죽은 이’를 받들거나 섬깁니다.


  우리는 역사나 사회나 문화를 어느 자리에서 어느 눈으로 읽을 마음일까요? 《일본적 마음》(김응교, 책읽는고양이, 2017)은 일본답거나 일본스러운 마음을 이루는 바탕은 무엇일까 하고 헤아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을 찬찬히 읽노라면 ‘오늘 일본은 이러하구나.’ 싶으면서 ‘오늘 한국도 이러한데?’ 싶습니다. 두 나라는 얼핏 달라 보여도 속으로는 한 갈래라고 할까요.


  한자말 ‘평화’는 “밥을 나누는 길”을 말한다고 합니다만, ‘밥나눔’은 아무하고나 하지 않습니다. 사이가 좋아야 비로소 나눕니다. 사이좋을 적에는 밥뿐 아니라 말도 나누고 생각도 나누지요. 무엇이든 나누는 둘 사이에는 이야기가 흐르면서 시나브로 사랑이 피어나요. 다시 말해, 참다운 평화라면 사랑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겨요. 그저 다투지 않는 모습이라면 ‘안 다툼’일 뿐, ‘평화도 사랑도’ 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이웃나라 마음을 읽는 길이란, 우락부락한 나라지기나 벼슬아치나 우두머리가 휘두르는 정치·사회·문화가 아닌, 여느 자리에서 살림을 짓는 사람들이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찾으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따사로운 일본 마음을 찾고, 포근한 한국 마음을 찾아야지 싶습니다. 넉넉한 일본 마음을 아끼고, 푸짐한 한국 마음을 보듬어야지 싶습니다. 바야흐로 사랑길로, 참길로, 살림길로 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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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4.


《새의 마음》

 조향미 글, 내일을여는책, 2000.7.20.



몸이 찌뿌둥하다. 어제는 쑥잎을 덖어서 병에 담았고, 큰아이하고 면소재지까지 걸어가서 두 곳에 부쳤다. 쉬잖고 온일을 했으니 이튿날인 오늘 찌뿌둥할밖에. 며칠 뒤에 또 쑥잎을 훑어서 말린 다음 덖어야지. 올해에는 모과잎도 덖으려고 생각한다. 새달로 넘어서면 뽕잎하고 감잎도 훑어서 덖겠지. 바야흐로 잎을 누리는 하루이다. 모로 누워 시집 《새의 마음》을 읽는데, 싯말이 꽤 갇혔다. 글쓴님은 국어 교사로 일한다는데, 학교에서 교과서로 가르치는 문학이라는 틀에 걸맞는 시라고 할까나. 왜 홀가분하게 쓰지 않을까. 왜 글치레를 하거나 글멋을 부리려 할까. 왜 속마음을 싯말에 얹지 않을까. 왜 슬쩍슬쩍 감추듯 꾸미는 글자락으로 ‘좋은 시처럼 보이려는 그럴듯한 굴레’에 가두려 할까. 새마음이란, 새다운 마음이면서 새로운 마음이다. 새삼스러운 마음이로, 새처럼 홀가분하게 바람을 타고서 하늘빛을 먹는 마음이다. 국어 교사라 하더라도 푸름이 곁에서 멋스러워 보이는 시를 읊어야 하지 않는다. ‘국어 교사여도 시를 좀 못 쓰면’ 어떤가? 수수하거나 투박하게 우리 삶이며 숨결이며 사랑을 고스란히 담으면 될 노릇 아닐까? 중·고등학교 푸름이는 ‘명작·모범’을 배워야 하지 않는다. 삶을 배우고 사랑을 듣고 살림을 지어야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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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3.


《반려, 개네 동네》

 박신흥 사진, 눈빛, 2020.3.3.



월요일을 맞이한다. 오늘 우체국을 가려고 생각하는데 그만 두 시 시골버스를 눈앞에서 놓친다. 큰아이한테 묻는다. “우리 면소재지로 걸어갈까? 얼추 40분 남짓 걸으면 되는데.” 우리는 들길을 걷는다. 유채꽃내음 사이에 섞인 자운영내음을 맡는다. 큰아이가 “이 꽃은 무슨 이름이에요?” 하고 묻기에 “무슨 이름일까? 스스로 생각해 봐. 꽃한테 물어봐도 되고, 새롭게 지어도 좋아.” 하고 얘기한다. ‘자운영’이란 이름은 썩 안 어울린다 싶기에 요모조모 따지면서 한참 말을 주고받다가 “그럼 봄꽃불로 할까? 봄불꽃은 어떨까?” “음, 봄꽃불이 좋아요.” 하고 마무리를 짓는다. 《반려, 개네 동네》는 귀염개를 둘러싼 사람살이를 다룬 사진책이다. 한자말 ‘반려’는 ‘길동무’를 가리킨다. 아, 그래, 길동무이지. 그렇다면 ‘길동무개’로구나. 곁동무란 말을 떠올리면서 ‘곁개’라 해도 어울릴 테지. ‘사람이 쓰는 말’은 하지 않으나 ‘들에서 달리던 숨결로 노래하는 말’을 쓰는 곁개를, 길동무개를, 벗개를, 사진으로 찰칵찰칵 담아내었다.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숨결이기에 사진으로 한결 싱그러이 담을 만하지. 사진감은 먼곳에서 찾을 까닭이 없다. 곁사랑을 찍고, 곁빛을 옮기며, 곁숨결을 맞아들이면 아름답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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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 맞아요? 웅진 세계그림책 122
고토 류지 지음, 고향옥 옮김, 다케다 미호 그림 / 웅진주니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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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4


《우리 엄마 맞아요?》

 다케다 미호 그림

 고토 류지 글

 고향옥 옮김

 웅진주니어

 2008.4.30.



  어버이로 살아가자면 돌아볼 일이 새벽부터 밤까지 잇달아 있습니다. 이 가운데 그냥그냥 지나갈 만한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로 살아가자면 헤아릴 대목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처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함부로 지나가도 될 대목은 하나도 없습니다.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하루가 있어요. 어버이 눈으로 아이 하루를 재거나 따진다면, 아이 눈으로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왜 저렇게 하지?’ 하고 툴툴거리면, 둘은 마음하고 마음이 만나지 못합니다. 《우리 엄마 맞아요?》는 집안일에 집밖일에 동생 돌보기까지 새벽부터 밤까지 쉴틈이 없는 어머니가 너무 뾰족해 보인다고 하는 아이 눈길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아이는 어머니가 ‘얼마나 일이 많아서 바쁜가’를 안다고 여깁니다. 다만 아이가 그 일을 해보지는 않았어요. 어머니가 ‘나한테 좀 물어보고서 하면 좋을’ 텐데 어머니는 말도 없이 후다닥 해치우듯 밀어붙이기 일쑤라지요. 이때 아이는 ‘바쁜 어머니’한테 말을 걸 엄두를 못 내다가 글월을 쓰기로 합니다. ‘사랑하는 어머니’가 조금 느긋하게 삶을 돌아보고 ‘나(아이)를 마음(사랑)으로 보아주’기를 바라는 뜻을 밝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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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싸게 팔아요 콩깍지 문고 3
임정자 지음, 김영수 그림 / 아이세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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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84


《내 동생 싸게 팔아요》

 임정자 글

 김영수 그림

 아이세움

 2006.6.10.



  먹고살 길이 없다고 여겨 이모저모 팔아서 살림을 꾸리곤 합니다. 쌀도 나물도 집짐승도 팔고, 땅이며 집까지 팔았으며, 마침내 몸까지 팔다가, 아이를 팔아치운 일까지 있습니다. 적잖은 나라는 아이팔이를 아무렇지 않게 했습니다. 위아래란 굴레로 가둔 곳에서는 사람을 종으로 부리니 아이도 어른도 거리끼지 않고 사고팔았어요. 한국은 오늘날에도 나라밖에 아이팔이를 하는데요, 사람팔이를 하는 나라에서는 이름팔이도 흔합니다. 돈을 받고서 글팔이도 하지요. 《내 동생 싸게 팔아요》란 그림책이 나온 지 참 오래되었습니다. 저는 이 그림책을 손에 대기 어려웠습니다. 장난으로라도 해서는 안 될 말이 “동생 팔아요”나 “아이 팔아요”나 “이름 팔아요”이니까요. 언니로서 얼마나 동생 탓에 괴롭거나 짜증스럽거나 멍울이 생겼으면 이렇게 하랴 싶으면서도, 넘어서면 안 될 금이 ‘팔이’입니다. 착한 이는 장사를 하며 자꾸 덤을 건넵니다. ‘팔이’란 장사를 하면서도 ‘혼자만 배부르’고 싶지 않거든요. 동생을 파는데, 게다가 싸게 판다니, 틀림없이 얼거리나 줄거리는 꽃맺음으로 가지만, 자꾸자꾸 슬프기만 한 그림책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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