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6.11. 사랑타령


뻔하다 싶은 말을 하는 자리가 있습니다. 듣는 쪽에서는 뻔한 말을 듣고 싶은 눈치입니다. 뻔한 말은 고리타분하지 싶어 입을 살그마니 다뭅니다. 틀에 박힌 말은 재미없습니다. 판에 박힌 말은 따분합니다. 해묵은 말은 낡아빠졌지 싶고, 케케묵은 말은 터무니없곤 합니다. 예스러운 길에서 새로 일굴 길을 찾기도 합니다. 오래되었어도 이제껏 흐르는 포근한 마음을 느끼기도 해요. 아이가 깃들어 어버이가 됩니다. 아이를 배면서 어버이란 삶을 노래합니다. 아이를 품으며 사랑으로 짓는 보금자리를 생각합니다. 아이하고 놀며 싹트는 생각이 새롭고, 아이를 업고 안고 어르는 사이에 움트는 웃음빛이 반가워요. 저절로 피어나는 사랑을 바라봅니다. 어느새 자라나는 사랑이요, 시나브로 크는 사랑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머금으면서 어른이 되었고, 우리 사랑을 새로 아이가 물려받으면서 재잘재잘 두런두런 사랑타령이 퍼집니다. 사랑이라면 미움을 막아요. 아니 미움을 녹여요. 사랑이라면 시샘을 억눌러요. 아니 시샘을 다독여요. 사랑이라면 꿈을 살핍니다. 사랑이기에 꼬치꼬치 묻지 않고 지그시 마주하면서 부드러이 이야기로 어우러집니다. ㅅㄴㄹ


낡다·낡아빠지다·고리타분하다·뻔하다·보나 마나·따분하다·재미없다·오래되다·오랜·예스럽다·옛날스럽다·투박하다·케케묵다·묵다·해묵다·틀박이·틀박히다·판박이·판박히다·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터무니없다 ← 봉건, 봉건적, 봉건주의

깃들다·배다·품다·생기다·싹트다·움트다·자라다·크다 ← 잉태

사랑타령 ← 연가(戀歌), 순애보(殉愛譜), 연애중독, 열애, 멜로드라마(melodrama)

막다·가로막다·누르다·억누르다·따지다·살피다·꼬치꼬치 ← 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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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6.10. 궁색


아이가 동화책을 읽다가 ‘궁색’ 같은 낱말을 만나서 고개를 갸웃갸웃하다가 사전을 뒤적이는데 도무지 뜻을 어림하지 못하고 묻습니다. 더구나 사전에는 한자말 ‘궁색’이 둘 나오는데, 어린이가 둘을 가르기란 만만하지 않아요. 변변찮은 어른이 후줄근하게 엮은 엉성한 사전이랄까요. 뜻풀이도 어설프고, 뭔가 어이없고 말이 안 되는 사전이요, 다라운 말을 구태여 동화책에 써야 하나 싶어 아쉽습니다. 쓸 말이 하도 없어서 ‘궁색’을 써야 할는지, 어린이책을 쓰거나 옮기는 분이 우리말 살림이 가난해서 어쩔 길 없는지 아리송하기도 하고요. 요즈막은 비가 시원시원 내립니다. 날씨를 말하는 이들은 ‘폭우’에 ‘물폭탄’에 ‘게릴라성 호우’처럼 무시무시한 말을 섣불리 씁니다만, 바지랑대처럼 굵어 ‘바지랑비’라고도 말하고, 여름이니 ‘소나기’라고도 말하며, 함박꽃 같구나 싶어 ‘함박비’라고도 합니다. 비가 쏟아지면 빨래를 걷고, 비가 그치고 마당이 마르면 빨랫줄에 바지렁대를 받쳐서 해바람으로 빨래를 말립니다. 너울너울 바람이 반갑고, 물결물결 햇살이 고맙습니다. 꼭 돈너울이어야 하지 않아요. 돈잔치 아닌 이야기잔치로 흐뭇합니다. ㅅㄴㄹ


가난하다·쪼들리다·어쭙잖다·변변찮다·모자라다·없다·못나다·후줄근하다·엉성하다·어설프다·다랍다·더럽다·쩨쩨하다·쪼잔하다·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터무니없다·말이 안 되다·이래저래·어찌어찌 ← 궁색(窮塞)

고프다·곯다·굶다·굶주리다·배고프다·배곯다 ← 궁색(窮色)

작달비·바지랑비·소나기·함박비 ← 폭우, 게릴라성 폭우, 물폭탄

긴대·바지랑대 ← 장대(長-)

경제호황 → 돈너울, 돈물결, 돈벼락, 돈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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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3.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이미경 글·그림, 남해의봄날, 2020.6.15.



오늘은 금요일. 서두르자. 책숲 얘기종이 〈삶말 52〉을 엮어서 종이로 뽑는다. 세 시 버스는 글렀고 다섯 시 버스를 아슬아슬. 읍내에 닿아 글살림집에서 100자락을 뜬다. 이제 볼일은 마쳤고, 아이들 먹을거리를 가게에 들러 장만하고서 버스를 기다린다. 요즈막 다닌 여러 마을책집에서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를 들추었지만 안 샀다. 앞서 낸 책하고 대면 살짝 달라졌구나 싶지만, 얼개는 엇비슷하고, 그린님이 마을가게를 어떻게 찾아가는가를 듣고는 딱히 사고픈 생각이 안 들더라. 마을가게는 마을에 뻘쭘하게 있지 않다. 말 그대로 마을에 있다. 큰고장에서는 ‘골목가게’일 텐데, 골목 한켠에 외따로 있지 않다. 마을가게이건 골목가게이건 마을이나 골목에서 복판이나 마당을 차지한달 만하다. 사람들이 두런두런 모이고, 아이들이 홀가분히 뛰어놀던 터 가운데 한켠이다. 그린님은 ‘구멍가게’하고 ‘가게나무’만, 때로는 자전거를 곁들여 도드라지게 그리는데, 막상 마을이나 골목이 없다. 왜 그런가 했더니 마을을 안 걸으셨구나. 가게를 둘러싼 마을이며 골목을 마을사람이나 골목사람처럼 늘 걸으며 지켜보면 그림결은 확 달라질 테지. 마을을 안 걸으니 틀이 좁다. 그림에 바람이 안 흐르고 햇살하고 그림자가 없다. 차갑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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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


《조선의 문을 열어라》

 손주현 글·이해정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0.5.23.



노랗게 익는 매화알 먹는 멧새를 바라본다. 새가 저렇게 반기면서 냠냠 누리는데 그냥 둘까? 아니지, 새만 먹으라고 돌보는 우리 집 나무는 아니니, 우리도 좀 누릴까? 새는 언제나 밥값을 치른다. 곳곳에 나무를 심어 주고, 하루 내내 노래를 들려준다. 우리가 바라는 자리마다 알맞게 온갖 나무씨를 몸에 품고 찾아와서 콕콕 심어 주는데, 새처럼 훌륭한 ‘나무심기 일꾼’이 또 있을까? 아, 다람쥐도 있지. 개미도 있고. 《조선의 문을 열어라》를 처음 펼 적에는 ‘어린이 역사책에 지겹도록 흔한 조선 이야기’보다는 ‘어린이 역사책에 좀처럼 안 드러나는 고려 이야기’를 다루는구나 싶어서 눈여겨보았다. 그렇지만 여느 사람들 살림살이가 아닌 왕씨랑 이씨랑 임금 언저리 이야기에 치우치느라 아쉽더라. 이렇게 아쉬울 적마다 “그럼 그대가 손수 쓰시지?”처럼 핀잔하는 분이 있는데, 내가 스스로 발자취 이야기를 쓴다면, 고려도 고구려도 발해도 옛조선도 아닌, 삼만 해나 삼십만 해나 삼십억 해를 아우르는 별빛노래를 그리고 싶다. 가까운 발자취도 그려내면 좋겠지만, 너무 다른 책·글에 기대어 어린이 역사책을 엮는 듯하다. 더구나 99.9가 아닌 0.1조차 안 되는 임금·벼슬아치·구실아치·먹물 틀에 너무 갇힌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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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1.


《판도라》

 빅토리아 턴불 글·그림/김영선 옮김, 보림, 2017.9.20.



오랜만에 큰아이하고 읍내로 버스를 타고 다녀오기로 한다. 여태 입가리개를 한 적이 없이 집에서 조용히 지내던 큰아이는 처음으로 하는 입가리개가 매우 벅차다. 집에서 놀며 스스로 배우는 아이라서 어디로도 굳이 나갈 일이 없으니 입가리개를 할 일조차 없다가 처음으로 하니까 얼굴이 더워서 힘들었다는데, “그래도 버스 플라스틱 냄새를 가려 주니 좋네요.” 하고 덧붙인다. 그러게. 그렇다.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아직 아이들이 없이 혼자 살며 이오덕 어른 글을 갈무리하던 2007년 무렵까지, 충주에서 서울로 자전거를 달릴 적에 입가리개에 물안경을 했다. 길에서 차방귀가 엄청났으니까. 입코를 가리니 버스나 가게에서 흐르는 갖은 화학약품 냄새를 살짝 가릴 만하지. 그림책 《판도라》는 어느 만큼 사랑받았을까. 버림치를 손질해서 살림으로 건사하기를 잘하던 아이가 어느 날 새를 만나며 ‘산 숨결’은 섣불리 뚝딱할 수 없는 줄 처음으로 깨닫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마침 요즈막하고 어울리는 얘기이다. 방역이나 입가리개나 백신이 나쁠 일은 없지만, 밑바탕을 바꾸어 내지 못한다. 돌림앓이나 몹쓸것이 불거지는 ‘도시물질문명’을 달래거나 씻는 숲길을 헤아리지 않으면, 서울 한복판에 나무를 안 심으면 다 마찬가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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