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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 식물학자가 자연에서 찾은 풍요로운 삶의 비밀
로빈 월 키머러 지음, 노승영 옮김, 존 버고인 삽화 / 다산초당 / 2025년 5월
평점 :
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5.7.12.
까칠읽기 83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
로빈 월 키머러 글
존 버고인 그림
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5.27.
《The Serviceberry》를 옮긴 《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책이름을 왜 바꾸었을까? 난데없다. 왜 ‘베리’라는 영어를 우리말로 안 옮겼을까?. “숲(자연)은 셈(계산)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 책이 들려주려는 줄거리하고 안 맞기도 할 뿐 아니라, 들숲메를 너무 모르는 말이라고 느낀다.
윤동주 님이 남긴 노래 한 자락은 〈별 헤는 밤〉이다. 사투리로 ‘헤다’요, 서울말로 ‘세다’이며, ‘헤다 ㄱ’은 ‘헤아리다’로 뻗는 밑동을 이루는 낱말이다. ‘헤다’는 꼴은 같되 다른 낱말이 여럿이다. ‘헤엄’과 ‘헤치다’와 ‘헹구다’를 가리키는 ‘헤다 ㄴㄷㄹ’이 있다.
들숲메는 헤아리지(헤지·세지·생각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들숲메는 늘 헤아리고, 헤고, 세고, 생각한다. 사람만 헤아리지 않는다. 풀꽃나무뿐 아니라 돌흙모래도 철과 날과 달과 해를 헤아린다. 바람과 바다도 철과 날과 달과 해를 헤아린다. 헤아리지 않는다면 이 푸른별은 이미 망가졌다.
언제 싹트거나 움틀는지 헤아리는 씨앗이다. 언제 뿌리내리고 줄기를 뻗을는지 헤아리는 씨앗이다. 언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에 조용히 흙으로 돌아갈는지 헤아리는 씨앗이다. 그저 ‘사람과 다르게 헤아릴’ 뿐이다. 바람과 바다도 ‘사람과 다르게 헤아린’다. 사람처럼 헤아리지 않는다면 ‘헤아리지 않는다’고 해도 되겠는가? 아니다. 해파리는 해파리대로 헤아리고, 문어는 문어대로 헤아리고, 파리와 모기는 파리와 모기대로 헤아린다.
숱한 들딸과 멧딸과 숲딸은 다 다른 철에 다른 꽃을 먼저 피우고서 다 다른 맛과 냄새와 빛깔로 알이 익는다. 다 다른 딸(딸기)은 다 다르게 자라면서 다 다른 숲짐승과 사람한테 이바지한다. 사람만 다 다르지 않다. 모든 숨결이 다 다르다. 들과 숲과 메를 이루는 빛도 언제나 다르다. 이 다른 결이 얼마나 다른지 헤아릴 때라야 비로소 들숲메바다를 다루는 글과 책을 제대로 쓰고 옮길 수 있으리라 본다.
ㅍㄹㄴ
서비스베리님은 실제로 수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의 여러 다른 주민들이 그 혜택을 입는다. (15쪽)
#TheServiceberry #RobinWallKimm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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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계산하지 않는다》(로빈 월 키머러/노승영 옮김, 다산초당, 2025)
저녁의 서늘한 숨결이 언덕 숲에서 흘러나와 낮의 열기를 흩뜨리고 새들이 모여든다
→ 서늘한 저녁 숨결이 언덕숲에서 흘러나와 낮볕을 흩뜨리고 새가 모여든다
→ 언덕숲에서 부는 저녁바람이 서늘하여 낮볕을 흩뜨리고 새가 모여든다
11쪽
왁자지껄한 부름 소리가 웃음소리처럼 들린다
→ 왁자지껄한 새소리가 웃음소리 같다
→ 왁자지껄 새소리는 웃음소리처럼 들린다
11쪽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는 이 순간, 내 동명이인들에게 더없는 유대감을 느낀다
→ 즐겁게 웃음을 터뜨리는 너랑 나는 더없이 가깝다
→ 환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너와 나는 더없이 살갑다
11쪽
풍성한 베리는 땅이 베푸는 순수한 선물처럼 느껴진다
→ 푸진 딸기는 땅이 베푸는 빛나는 열매라고 느낀다
→ 이 땅은 푸짐한 딸기를 눈부시게 베푼다고 느낀다
12쪽
서비스베리님 같은 절기 식물은 토착민이 철마다 식량을 찾아 거주지를 옮길 시기를 정하는 데 중요하다
→ 텃사람은 철마다 밥살림을 찾아 삶터를 옮길 적에 들딸기님 같은 철맞이풀을 살핀다
→ 텃내기는 철마다 먹을거리를 찾아 터전을 옮길 적에 베풂딸기님 같은 철풀꽃을 본다
→ 텃님은 철마다 밥감을 찾아 마을을 옮길 적에 멧딸기님 같은 제철풀꽃으로 가늠한다
14쪽
이런 감사에는 ‘고맙습니다’라는 공손한 말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다
→ 이런 말은 ‘고맙습니다’라는 점잖은 말보다 훨씬 크다
→ 이런 절은 ‘고맙습니다’라는 얌전한 말보다 훨씬 뜻깊다
19쪽
받은 선물을 헤아리면 풍요의 감각이 생겨난다
→ 받은 빛을 헤아리면 넉넉하다고 느낀다
→ 받은 사랑을 헤아리면 푸지다고 느낀다
22쪽
필요한 것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 살림살이를 이미 갖춘 줄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 이미 다 있는 줄 알기 때문이다
22쪽
관계로서의 호혜성에 대해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 주고받는 사이를 똑똑히 해두어야겠다
→ 오가는 바를 또렷이 해두어야겠다
→ 어울리는 뜻을 뚜렷이 해두어야겠다
24쪽
자연경제에서 흐름의 원천이 태양이라면
→ 숲살림이 샘솟는 곳이 해라면
→ 숲살이가 흐르는 바탕이 해라면
29쪽
천연자원은 우리가 가치를 부여하는 무언가로 전환될 연료를 뜻하니 말이다
→ 나무돌흙은 우리가 값을 매길 만하게 바뀔 땔감을 뜻하니 말이다
→ 돌흙나무는 우리가 값을 붙이려고 바꾸는 밑감을 뜻하니 말이다
39쪽
선물 경제의 단위는 나가 아니라 우리다
→ 먼저 얻는 살림은 나가 아니라 우리다
→ 미리꽃은 나가 아니라 우리로 본다
51쪽
자연계를 사유재산이 아닌 선물로 이해하면 자신의 것이 아닌 풍요의 축적에는 윤리적 제약이 따른다
→ 숲을 돈이 아닌 빛으로 여기면 혼자 거머쥐지 않고 넉넉히 쌓으면서 곧은길로 가른다
→ 들숲메를 돈주머니 아닌 빛으로 보면 혼자 움켜쥐지 않고 널리 모으면서 옳게 가눈다
52쪽
식탁 장식용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며 흐뭇해한다. 교환의 화폐는 은밀히 주고받는 미소다
→ 밥자리를 꾸미려고 가져가면 흐뭇해한다. 주고받는 돈이란 넌지시 주고받는 웃음이다
→ 밥자리 멋살림으로 가져가면 흐뭇해한다. 오가는 돈이란 가만히 주고받는 웃음이다
60쪽
도서관, 공원, 산책로, 문화경관을 우리는 공공재로 여기며 공유자원이라고 부른다
→ 우리는 책숲, 쉼터, 거님길, 살림마당을 고루거리로 여기며 나눔살림이라고 한다
→ 우리는 책터, 쉼터, 마을길, 살림자리를 두루거리로 여기며 모둠살림이라고 한다
74쪽
주체가 ‘무언가’가 아니라 ‘누군가’이므로 소비에 도덕적 딜레마가 따른다
→ 임자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이므로 함부로 쓸 수 없다
→ 지기는 ‘무엇’이 아니라 ‘누구’이므로 마구 쓸 수 없다
80쪽
나는 평생 식물에게 여러 문제에 대해 가르침을 구했다
→ 나는 여태 풀꽃한테 여러 가지를 배웠다
→ 나는 이제껏 푸나무한테 물어보며 살았다
87쪽
공짜 원료인 빛, 물, 공기의 선물을
→ 빛, 물, 바람을 거저로 받아서
→ 빛, 물, 바람을 그냥 얻고서
88쪽
여기에는 교육효과도 있다고 말한다
→ 여기서 배울 대목도 있다고 말한다
→ 여기에 배울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108쪽
나는 식물학자이기에 들판과 숲의 세계에 가르침이 있다는 걸 안다
→ 나는 풀꽃지기이기에 들판과 숲이 우리를 가르치는 줄 안다
→ 나는 풀손가락이기에 들판과 숲한테서 배우는 줄 안다
116쪽
체제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 틀은 어떻게 거듭날까
→ 얼거리는 어떻게 바뀔까
120쪽
우리 부족은 카누의 부족이었다
→ 우리는 배겨레였다
→ 우리는 거룻배겨레였다
131쪽
바침은 한데露地에서만 이루어졌으며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는 한 번도 벌어지지 않았다
→ 한데에서만 바쳤으며 우리 마을에서는 바친 적이 없다
→ 길에서만 바쳤으며 우리 마을에서는 바치지 않았다
13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