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7.


《결혼식은 준비하지만, 결혼은 준비하지 않았다》

 김수현 글, 스토리닷, 2025.6.14.



해날을 잇는다. 여러 날 밀린 글을 추스른다. 아침하고 낮에 집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새소리를 듣는다. 작은아이가 “음, 꾀꼬리 노랫소리이네요.” 한다. 꾀꼬리 노랫소리는 2011년에 고흥에 깃든 첫해부터 내도록 들었다. 언제 들어도 놀랍도록 우렁차면서 맑다. 씻고 쉬다가 집안일을 두 아이한테 맡기고서 읍내 나래터를 다녀오면서 저잣마실을 한다. 저녁에 〈티처스 2〉을 넷이서 함께 본다. 지난 해날에 나온 풀그림인데, ‘대치동 엄마’가 ‘대치동 아이’를 끔찍하게 몰아세우는 줄거리이다. ‘배움삯(학원비)’으로 이미 ‘작은고장 아파트 한 채’ 값만큼 나갔다는데, 엄마아빠 모두 “이만큼 돈과 품을 바쳤으니 네가 적어도 이쯤 값(성적)이 나와야 한다”고 몰아세우는 모습이 소름이 돋는다. 《결혼식은 준비하지만, 결혼은 준비하지 않았다》를 천천히 읽는다. ‘함께살기(결혼·연대·공존)’란, 그저 한집에서 알콩거리는 길이 아니다. “하늘빛으로 하나되어 하얗게 빛나는 큰(한)길을 나란히 살아가기”이기에 ‘함께살기’이다. 두 가시버시가 한빛을 이루고, 아이어른이 한넋을 가꾸고, ‘너나’가 ‘우리’로 맺는 사랑이기에 ‘함께살기’이다. 겉모습이나 겉치레가 아닌, 살림을 짓는 ‘함께’를 마주하는 이웃님을 그린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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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6.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

 땡땡책협동조합 엮음, 땡땡책, 2014.3.11.



새벽에 일어난다. 비는 그치지 않는다. 이른아침에 옆마을로 걸어간다. 비를 반갑게 맞는다. 질머리(포두) 한켠에서 내린다. 이윽고 영남초등학교로 건너간다. 오늘부터 이곳 어린씨하고 노래짓기(시쓰기 수업)를 편다. 시골배움터 어린씨는 모두 스물넷. 시골배움터 곁은 제법 높다란 멧숲이고, 이 둘레를 부릉부릉 지나가는 쇳덩이는 드물다. 온하루를 멧새노래와 바람노래가 감돈다. 책을 펴지 않더라도 누구나 푸른살림을 온몸과 온마음으로 익힐 만한 터전이다. 여러모로 보면, 오늘 우리는 ‘틀(학교교육)’에 갇힌 나머지 ‘틈(자기표현)’을 잊는구나 싶다. 움·눈·싹은 ‘틀’로는 트지(움트지·눈뜨기·싹트지) 않는다. 집과 마을에서 내도록 노래하는 새가 누구요, 복숭아가 나무에서 어떻게 익어가며 수박은 밭에서 어떻게 꽃을 피우는지 눈여겨볼 적에 비로소 사랑을 익히고 알아간다. 6월 16일에 수박꽃이 노란 밭이되, 가게에 수박알이 나온 지 벌써 달포째이다. 뭐가 어긋난 ‘틀(제도권교육·문학·문화)’인지 못 알아채거나 안 알아보려 한다면, 우리가 바로 스스로 ‘틈’을 못 내면서 숨이 막힌다.


《후쿠시마에서 살아간다》를 읽은 지 여러 해이다. 느낌글을 쓰려다가 그만두기를 여러 해 잇는다. 나쁜책은 아니나 여러모로 아쉽다. 섣불리 내놓은 책이라고 느낀다. 더 삭이거나 오래 들여다본 다음에만 써야 하지 않으나, ‘핵발전소는 나빠!’ 하나만 붙잡으려고 하면 갈피를 못 잡게 마련이다. ‘어떤 전기를 써야 하느냐?’ 하고 외치기 앞서 ‘전기를 왜 쓰지?’부터 짚을 노릇이다. 우리가 서울에 우글우글 모이는 굴레가 아닌, 저마다 제 고장과 마을과 시골과 들숲메바다에서 살림을 잇는다면, 핵발전소는커녕 크고작은 발전소가 없어도 될 만하다.


이제라도 조금 더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수박꽃이 여름에 피는 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여름에 꽃이 피는 수박을 한봄이나 늦봄부터 열매로 먹는다면, ‘핵발전소’는 저리 가라 할 만큼 커다란 고름덩이를 우리 스스로 키우는 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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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5.


《상어 이빨》

 안나 볼츠 글/나현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2.4.28.



빗소리는 가시면서 햇살이 고루 덮는다. 이윽고 햇볕이 어루만지고, 햇빛이 환하다. 어제 무슨 함박비가 내렸느냐는 듯한 하늘이다. 아침에 〈책과 아이들〉에서 ‘바보눈 열넉걸음’을 매듭짓는다. 바라보고 보살피는 눈이란 무엇이요, 우리 스스로 오늘 어떤 어른으로 설 만한지 짚는 ‘달모임’이었다. 적잖은 이웃님이 등지기(배신) 탓에 마음이 힘드시구나 싶은데, “누가 등돌려 주시면 빙그레 웃지요” 하는 마음으로 흘려넘기면서 “나는 언제나 웃으며 널 마주할게” 하는 말씨앗 한 톨을 심으면 바꿀 수 있다. 낮에 ‘말이 태어난 뿌리 : ㄷ 닿다’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느 곳에 닿기에 닻을 내리고 담을 수 있되, 다그치거나 닦달하면서 다치면 그만 닳으면서 달아나겠지. 다 다르다. 다르기에 다가가고 다가오면서 다다른다. 담는 곳이기에 받침을 이루고, 받치기에 바닥인 바다요, 바라보는 바람인 하늘이다.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사상나루로 달린다. 18:10(부산 떠남) → 20:16(순천 닿음) → 22:10(순천 떠남) → 23:08(고흥 닿음) → 23:32(집 닿음). 긴 하루이다.


《상어 이빨》을 읽었다. 애벌읽기를 마치고서 두벌읽기를 했다. 느낌글을 쓰자면 석벌읽기하고 넉벌읽기를 할 테지. 나는 어쩌다가 1994년에 한국외대 네덜란드말 학과에 들어갔는지 곧잘 돌아본다. 둘레에서는 ‘ㅅㄱㅇ’에 가야 하지 않느냐고 여겼으나, 나는 이름(학벌·명예)이 아닌 ‘일’을 하고 싶었다. 이음길(통번역)을 헤아리면서 한국외대에 네덜란드말을 골랐더니, 고2∼고3 내내 배움터와 집과 마을에서 꾸지람을 들었다. 이른바 “왜 하향지원을 해?”였다. 꿈길을 가려는 사람한테 ‘높(상향지원)’이나 ‘낮(하향지원)’이 있을까? 틀림없이 이 나라는 모든 배움터를 높낮이로 갈라서 줄을 세우지만, 나라(정부·사회)가 줄세우기를 하더라도, 나부터, 우리 한사람부터 바꿀 일이지 않을까?


애써 ‘낮’으로 들어갔지만, 낱말책(사전)조차 없는 곳이어서 세 학기를 버티다가 그만두었지만, 안 들어갔으면 몰랐을 테니 기쁘게 배운 길이었다. 또한 굳이 네덜란드말을 고른 터라, 1994년 뒤로 여기저기에서 네덜란드라는 이름만 뜨면 자꾸 눈이 간다. 네덜란드사람이 쓰고, 네덜란드아이가 네덜란드 들길을 두바퀴로 달리는 줄거리인 《상어 이빨》이니 더더욱 마음이 끌릴밖에 없다. 부디 이 이야기책이 어질게 읽히기를 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풀꽃나무가 곁에 있고, 해바람비가 둘레에 있다. 낳은 어버이뿐 아니라, 안 낳은 어른과 동무와 언니와 동생이 있다. 우리는 서로 사랑으로 바라보며 마주하기에 이 별을 밝힐 수 있다.


#Haaientanden #AnnaWoltz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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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4.


《글쓰기에 대하여》

 마거릿 애트우드 글/박설영 옮김, 프시케의숲, 2021.3.1.



비가 시원스레 적시는 아침에 부산 기장군 일광읍 ‘이지더원 2차 포레온 작은도서관’으로 찾아간다. 잿마을(아파트단지)에 갈 일이 아예 없다시피 하기에, 잿마을 작은책숲에서 이야기꽃을 펴는 하루는 여러모로 배울거리가 그득하다. “여기는 그렇게 큰 단지가 아니”라는 말을 듣는다. 잿마을에 커다란 몸가꿈터(피트니스센터)가 있던데 다른 잿마을은 훨씬 크다고 한다. “요새는 단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일이 없어요” 같은 말을 듣고서 한참 곱씹는다. 비가 그치는 저녁에는 연산동 〈파크카의 밤〉에 깃들어 ‘이응모임 열다섯걸음’을 마무리한다. 글로, 책으로, 말씀으로, 마음으로, 노래로, 함께 걸어온 길이란, 함께 배우며 가르친 숲길이었다. 《글쓰기에 대하여》를 읽었다. “글쓰기에 대하여”란 말은 ‘중1영어 직역’인데, 이 대목을 잊은 분이 너무 많다. 우리말로는 “글쓰기란”이나 “글쓰기는”이다. “글을 쓰는”이나 “글이란”이라고도 할 만하다. 으레 ‘의·적·화·성’만 덜어도 글이 살아난다고 여기는데, ‘것·-고 있·-지다·-되다’에 ‘-에 대한·존재·그녀·하지만·나의’를 더 덜어야 비로소 “글이 보인다”고 할 만하다. 글이란, 마음을 그림으로 담아낸 숨빛인 줄 알아채면, 누구나 글님일 수 있다.


#MargaretAtwood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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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오늘 날씨



왼팔뚝이 이따금 찌릿찌릿하다

열 살 무렵일 텐데

올라가지 말라면서 가시그물을 친

긴 울타리에 올라가서 걷다가

그만 미끄러져 손등부터 어깨까지

길고 굵게 파이며 찢어졌다


꿰맬 수 없고 흉터가 진다고 했다

아프기도 했지만

꾸지람이 더 무서웠는데

어머니는 울기만 하셨다


여름 어귀에 이르면

어린날이 문득 떠오르고

해가 가득한 날 더욱 해를 먹인다


ㅍㄹㄴ


2025.5.30.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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