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6.15.
《상어 이빨》
안나 볼츠 글/나현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2.4.28.
빗소리는 가시면서 햇살이 고루 덮는다. 이윽고 햇볕이 어루만지고, 햇빛이 환하다. 어제 무슨 함박비가 내렸느냐는 듯한 하늘이다. 아침에 〈책과 아이들〉에서 ‘바보눈 열넉걸음’을 매듭짓는다. 바라보고 보살피는 눈이란 무엇이요, 우리 스스로 오늘 어떤 어른으로 설 만한지 짚는 ‘달모임’이었다. 적잖은 이웃님이 등지기(배신) 탓에 마음이 힘드시구나 싶은데, “누가 등돌려 주시면 빙그레 웃지요” 하는 마음으로 흘려넘기면서 “나는 언제나 웃으며 널 마주할게” 하는 말씨앗 한 톨을 심으면 바꿀 수 있다. 낮에 ‘말이 태어난 뿌리 : ㄷ 닿다’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느 곳에 닿기에 닻을 내리고 담을 수 있되, 다그치거나 닦달하면서 다치면 그만 닳으면서 달아나겠지. 다 다르다. 다르기에 다가가고 다가오면서 다다른다. 담는 곳이기에 받침을 이루고, 받치기에 바닥인 바다요, 바라보는 바람인 하늘이다.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사상나루로 달린다. 18:10(부산 떠남) → 20:16(순천 닿음) → 22:10(순천 떠남) → 23:08(고흥 닿음) → 23:32(집 닿음). 긴 하루이다.
《상어 이빨》을 읽었다. 애벌읽기를 마치고서 두벌읽기를 했다. 느낌글을 쓰자면 석벌읽기하고 넉벌읽기를 할 테지. 나는 어쩌다가 1994년에 한국외대 네덜란드말 학과에 들어갔는지 곧잘 돌아본다. 둘레에서는 ‘ㅅㄱㅇ’에 가야 하지 않느냐고 여겼으나, 나는 이름(학벌·명예)이 아닌 ‘일’을 하고 싶었다. 이음길(통번역)을 헤아리면서 한국외대에 네덜란드말을 골랐더니, 고2∼고3 내내 배움터와 집과 마을에서 꾸지람을 들었다. 이른바 “왜 하향지원을 해?”였다. 꿈길을 가려는 사람한테 ‘높(상향지원)’이나 ‘낮(하향지원)’이 있을까? 틀림없이 이 나라는 모든 배움터를 높낮이로 갈라서 줄을 세우지만, 나라(정부·사회)가 줄세우기를 하더라도, 나부터, 우리 한사람부터 바꿀 일이지 않을까?
애써 ‘낮’으로 들어갔지만, 낱말책(사전)조차 없는 곳이어서 세 학기를 버티다가 그만두었지만, 안 들어갔으면 몰랐을 테니 기쁘게 배운 길이었다. 또한 굳이 네덜란드말을 고른 터라, 1994년 뒤로 여기저기에서 네덜란드라는 이름만 뜨면 자꾸 눈이 간다. 네덜란드사람이 쓰고, 네덜란드아이가 네덜란드 들길을 두바퀴로 달리는 줄거리인 《상어 이빨》이니 더더욱 마음이 끌릴밖에 없다. 부디 이 이야기책이 어질게 읽히기를 빈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풀꽃나무가 곁에 있고, 해바람비가 둘레에 있다. 낳은 어버이뿐 아니라, 안 낳은 어른과 동무와 언니와 동생이 있다. 우리는 서로 사랑으로 바라보며 마주하기에 이 별을 밝힐 수 있다.
#Haaientanden #AnnaWoltz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