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32


《종로서적 출판부 도서목록》

 종로서적 출판부

 종로서적

 1981.



  서울 한복판에 넉 층 높이인 〈종로서적〉이 있었다면, 인천 한복판에는 넉 층 높이 〈대한서림〉이 있었습니다. 인천에 있는 〈대한서림〉은 처음부터 넉 층 높이는 아니었으나, 책으로 얻은 돈을 책집을 새로 짓는 데에 들였어요. 다만, 인천에 있는 이 책집은 책집지기가 한나라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오느라 돈을 많이 쓰고 하는 바람에 이제 1·2층을 빵집한테 내어주었습니다. 서울 한복판 〈종로서점〉은 책집 이름을 건사하지는 못하고 이슬처럼 사그라들었는데요, 〈종로서적〉은 책장수로 그치지 않고 책짓기에도 힘을 썼어요. 《계간 종로서적》을 펴내어 사람들이 책밭을 한결 넓게 누리도록 이바지하기도 했습니다. ‘종로서적’에서 나온 책은 투박하면서 멋스러운 꾸밈새에 단출한 짜임새로 책값을 눅게 했어요. 알찬 책을 더 널리 읽히려는 뜻이었겠지요. 이른바 ‘좋은책 나눔(양서 보급)’에 온힘을 쓴 셈입니다. 이 자취를 《종로서적 출판부 도서목록 1981》에서 엿볼 수 있어요. 2002년에 사라진 종로서적은 2016년에 새 지기가 나타나서 되살아납니다. 앞으로 새 종로서적은 새로운 책길을 여는 책짓기도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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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31


《Nicole visits an Amish farm》

 Erika Stone 사진

 Merle Good 글

 Walker & com

 1982


 

  이제 한국에서도 어린이한테 숲살림을 들려주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이 더러 나옵니다만, 거의 모든 어린이책은 서울살이가 바탕입니다. 아무래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어른, 게다가 책을 내는 어른은 거의 다 서울에 살거든요. 시골 어린이는 얼마 없고 도시 어린이가 엄청나기에 그림책도 동화책도 서울살이를 다루는구나 싶어요. 1982년에 나온 《Nicole visits an Amish farm》은 도시 어린이가 펜실베니아 시골자락 아미쉬 마을에 보름쯤 다녀오는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습니다. ‘자동차 없고 텔레비전 없는 시골에서 보름이라니!’ 하고 서운할까요? 니콜이란 어린이는 또래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신부터 벗습니다. 시멘트도 아스팔트도 없이 온통 풀밭인 아미쉬 마을에서는 발바닥이 폭신폭신한 흙내음이며 풀내음이 가득하거든요. 종이를 오려 인형으로 삼고, 나무를 타고, 소를 쓰다듬으며 젖을 짜고, 손수 천을 마름해서 옷을 지으며, 모든 먹을거리를 스스로 지어서 다같이 누립니다. 니콜 어린이는 보름이 지난 뒤에 도시로 돌아가고 싶었을까요? 자동차·텔레비전·가게 없는 곳애서 하루가 그토록 신나며 긴데요? 미국에는 여러 삶빛이 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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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30


《일제농림수탈상》

 미승우

 녹원

 1983.11.1.



  일본은 섬나라라 합니다만 그리 작지 않습니다. 들도 숲도 내도 꽤 크고 넓어요. 이러면서 바다를 품었지요. 지구에 있는 뭇나라도 아무리 조그맣더라도 들이며 숲이며 내이며 알맞춤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스스로 뭔가 모자라다고 여겼어요. 아무래도 우두머리가 서면서 뭇사람을 총칼로 다스리려 할 적부터로구나 싶은데, 이때부터 옆나라를 기웃기웃합니다. 한국도 매한가지입니다. 고구려·백제·신라·가야·부여로 갈라서 우두머리가 서로 쳐들어가기 바빴는데요, 왜 자꾸 스스로 모자라다고 여겨 이웃을 윽박질러서 뭔가 빼앗으려고 했을까요? 옆나라나 옆마을을 짓밟아야 스스로 살아남는다는 생각은 누가 퍼뜨렸을까요? 《일제농림수탈상》은 한국으로서는 일제강점기에 제국주의 군홧발이 이 땅을 어떻게 얼마나 괴롭히면서 을러댔는가를 차근차근 밝힙니다. 교과서에 없는, 아니 교과서가 다루지 않은, 수수한 사람들 살림자리가 흔들리고 고달팠던 대목을 짚어요. 역사라고 한다면 이처럼 수수한 살림자리에서 사람들이 겪거나 치러야 했던 이야기를 다루어야지 싶습니다. 통계나 도표를 넘어, 살림길을 읽을 적에 비로소 역사이고 학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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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시리즈 : 나 같이 시리즈
다니카와 슌타로 글, 초 신타 그림, 엄혜숙 옮김 / 한림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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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9


《같이 시리즈 : 나》

 다니카와 슌타로 글

 초 신타 그림

 엄혜숙 옮김

 한림출판사

 2011.12.20.



  네가 나를 어떻게 보든 나는 늘 나입니다. 내가 너를 어떻게 여기든 너는 언제나 너예요. 우리는 늘 다릅니다. 이러면서 우리는 언제나 같아요. 서로 보면서 ‘나’하고 ‘너’로 갈리지만, 서로 이 말을 똑같이 씁니다. 바람이 휙 붑니다. 내 머리카락도 네 옷자락도 날립니다. 해가 내리쬡니다. 내 등줄기에도 네 뺨에도 땀이 흐릅니다. 봄맞이꽃이 핍니다. 내 눈에도 네 얼굴도 웃음이 피어납니다. 겨울을 보내기 아쉬운 하늘이 눈을 날립니다. 내 팔다리도 네 몸뚱이도 눈밭에서 춤추면서 구릅니다. 《같이 시리즈 : 나》는 다 다르면서 다 같은 ‘나’를 들려줍니다. 글만으로도 나하고 너 사이를 읽을 만한데, 그림이 나란히 있으니 나랑 너를 한결 깊고 재미나게 돌아볼 만해요. 저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어른 인문책이 따분합니다만, 어린이부터 함께 읽는 그림책이 참으로 즐거워요. 우리 삶을 이루는 바탕을 딱딱한 일본 한자말이나 번역 말씨로 그득그득 채운 어른 인문책은 그저 지겹습니다만, 몇 마디로 단출히 삶을 밝힐 줄 안다면, 이런 그림책을 곁에 둘 수 있다면, 우리 생각이며 넋이며 마음이 새롭게 자라날 만하지 싶습니다. 나는 너요 우리이니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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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드레스 입을거야 비룡소의 그림동화 182
크리스틴 나우만 빌맹 지음, 이경혜 옮김, 마리안느 바르실롱 그림 / 비룡소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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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247


《난 드레스 입을 거야》

 크리스틴 나우만 빌맹 글

 마리안 바르실롱 그림

 이경혜  옮김

 비룡소

 2007.4.13.



  생각하는 힘이 하루를 이끈다고 느껴요. 생각하는 힘이 없다면 남이 시키는 대로 따라요. 우리는 학교에 가야 배우지 않아요. 어디에서나 배워요. 학교에 오래 다니기에 집에서 밥을 잘 차리고 옷을 잘 챙기고 살림을 잘 건사할까요? 아니랍니다. 학교에서는 밥옷집을 하나도 안 가르쳐요. 학교는 밥옷집을 돈을 들여서 남한테 일감을 맡겨서 누리는 길만 일러 줍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지켜보고 생각하면서 자라요. 아이들은 어버이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보면서 스스로 생각을 보태면서 무럭무럭 큽니다. 《난 드레스 입을 거야》에 나오는 아이는 한겨울에 얇은 꽃치마를 입고 싶어요. 아무렴, 한겨울에도 꽃치마는 아름답습니다. 눈으로 하얗게 덮인 곳에서 알록달록한 꽃치마는 얼마나 눈부실까요. 아이는 어머니가 챙겨 주는 옷을 이리 던지고 저리 차면서 노닥거리는데요, 아직 철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그러한가 하면 ‘겨울꽃치마’를 손수 뜨개해서 입으면 되거든요. 추위에 거뜬한 겨울꽃치마를, 겨울꽃장갑을, 겨울꽃갓을 하나씩 손수 뜨면 한결 곱겠지요. 이러면서 어머니도 투박한 겨울옷 아닌 해사한 꽃빔으로 건사하는 길을 헤아려 볼 만합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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