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타 강의와 얽혀 서울마실을 한다.

곁님 혼자 갈까 하던 길인데

네 식구 함께 움직인다.

 

즐겁게 마실을 하면서

넉넉하고 아름답게

집으로 돌아오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서관 계획서’를 쓰다 (사진책도서관 2014.4.9.)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어제 ‘도서관 계획서’를 썼다. 마무리지은 계획서를 여러 차례 되읽은 뒤 신안군청 문화관광과로 보낸다. 이 계획서를 어떻게 받아들일는지 모른다. 아하 이렇구나 이렇게 나아갈 때에 아름다운 도서관이 되겠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고,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기다릴 뿐이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을 쓸고 치우다가 딸기밭으로 간다. 우리 도서관 딸기밭은 씨앗을 뿌려서 돌보는 밭이 아니고, 들딸기 스스로 조금씩 퍼지는 딸기밭이다. 이곳에서 들딸기를 거두어 먹으면서 다 먹지는 않는다. 때를 놓친 녀석이나 조금 작다 싶은 아이는 휙휙 이곳저곳으로 던진다. 씨앗이 되어 흙에 깃든 뒤 이듬해에 새롭게 씩씩하게 자라라는 뜻이다. 그동안 이곳에서 들딸기가 꽤 퍼질 만했을 텐데 좀처럼 퍼지지 못했다고 느낀다. 우리 식구가 이 폐교 자리에 도서관을 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들딸기가 이곳저곳으로 퍼진다.


  이 마을 할매 누군가 이곳 들딸기를 훑기는 하는데, 모조리 훑기만 할 뿐 남기지 않고 다 가져가기만 하니 들딸기가 널리 퍼지지는 않았으리라 느낀다. 훑으면서 좀 남기기도 하고 이곳저곳에 던져 놓기도 해야 비로소 두루 퍼져서 이듬해에 훨씬 알뜰히 얻을 수 있다.


  그러면 시골 어르신이 ‘몰라서’ 이렇게 안 할까. 아니다. 모르지는 않으리라. 어느새 버릇이 되었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흙을 보듬으며 아끼는 삶을 꾸린다고 하지만, 가난하며 고된 일에 치인 나날이 있고, 새마을운동 때부터 농약과 비료로 땅을 괴롭히는 농업에 길든 탓이다. 옛날에 어느 누가 씨앗 한 톨 안 남기고 모조리 훑는가. 콩 석 알 이야기가 있듯이, 들딸기를 훑을 적에도 모두 훑지 않는 법이다. 왜냐하면, 사람만 먹지 않으니까. 새도 먹고 쥐도 먹으니까. 개미도 먹고 풀벌레도 먹는다. 들딸기 둘레에는 그야말로 온갖 목숨이 찾아들어 조금씩 배를 채운다. 들판에서 이삭을 조금씩 남겨 새들이 겨울나기 하면서 쪼아먹도록 했듯이, 들딸기도 들짐승이 나누어 먹도록 남기기 마련이다. 까치밥으로 감을 남기잖은가. 그러나, 요새는 까치밥 남기는 시골이 줄어든다. 자꾸 사라진다. 마을에 들고양이한테 밥을 챙겨 주는 분이 있지만, 다 챙겨 주지는 않는다. 들개한테 밥을 주는 분이 있으면, 모르는 척하는 분이 있다.


  하얗게 꽃잔치 이루는 들딸기밭을 바라본다. 딸기꽃을 보니 즐겁다. 우리 도서관이 신안으로 옮긴다면 들딸기알을 한 줌 챙겨서 그곳에도 뿌려야지.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드디어 바지 입는 작은아이

 


  칭얼쟁이 꾀쟁이 떼쟁이 같은 이름으로 부르면 참말 아이가 이대로 간다.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가만히 지켜본다. 어버이로서 골을 부릴 때가 있고, 조용히 눈을 감을 때가 있다. 작은아이가 울고불고 하더라도 바지를 안 입혀 주기도 한다. 아이 스스로 바지를 챙겨 입는 때가 지났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냥 입혀 주어도 되지만, 부러 안 입히고 바지를 내밀곤 한다. 똥을 눈 아이 밑을 씻긴 뒤 바지를 스스로 올리도록 한다. 바지를 안 올려 주면 울면서 앙앙거리지만 못 본 척한다. 이럴 때에 으레 큰아이가 달려와서 “왜, 아버지가 바지 안 입혀 줘? 괜찮아, 누나가 입혀 줄게.” 하고 말한다. 벼리야, 네 동생이 스스로 바지를 입도록 하려고 부러 안 입혔는데, 네가 짠하고 나타나서 입히면 네 동생은 앞으로도 혼자 바지를 안 입는단다. 한두 번 큰아이를 타이르지만 그대로 지나치기도 하고, 큰아이더러 동생 옷 입히지 말라고, 동생이 잘 입으니까 지켜보기만 하라고 이르기도 한다.


  네 살 작은아이는 혼자 얼마든지 신을 꿸 수 있다. 그런데 뭔가 귀여움을 받고 싶다든지 마음이 바쁘면 자꾸 신을 신겨 달라 한다. 귀여움과 사랑을 세 사람한테서 받으니 이런 마음이 들까. 막내 자리란 더 귀여움과 사랑을 받는 자리인 터라, 스스로 씩씩하게 서기까지 한결 오랜 나날이 드는 셈일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도움 받는 일이 무슨 대수일까 싶다. 몸이 아픈 사람은 몸이 아프니 쉰다. 쉬면서 밥상을 받는다. 쉬면서 빨래를 쉰다. 아파서 몸져누운 사람더러 일어나서 밥을 차리라 할 수 없다. 몹시 아파 뒷간에 가지 못하고 기저귀를 차야 하는 사람더러 걸레질을 하거나 비질을 하라고 시킬 수 없다.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더 따순 손길을 받아야 할는지 모른다. 굳이 ‘벌써’ 스스로 바지를 입으라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큰아이가 돌쟁이 무렵에 스스로 바지를 입고 신을 꿰며 단추를 풀고 잠근 모습을 떠올리면 ‘두 아이를 견주는 셈’이 된다.


  아무튼, 작은아이가 제 바지를 사흘에 걸쳐 스스로 입는 모습을 지켜본다.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앞으로도 이처럼 스스로 즐겁게 옷을 입고 뛰놀 수 있기를 빈다. 4347.4.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산들보라가 부추를 먹을 때

 


  네 살 산들보라는 누나 앞에서 부추를 먹으면서 “나도 긴 풀 먹어야지.” 하는 말을 따라한다. 누나가 집는 대로 저도 집고, 누나가 먹는 대로 저도 먹는다. 아직 산들보라로서는 스스로 생각해서 움직이기보다는 누나가 하는 대로 하나하나 따르듯이 지켜보며 배우는 쪽이 한결 낫다고 느끼지 싶다. 어쨌든, 세 살 적까지는 풀을 그닥 잘 씹지 못하더니, 네 살이 한창 무르익는 요즈음은 풀을 아주 잘 씹고 잘 삭힌다. 4347.4.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름벼리가 부추를 먹을 때

 


  사름벼리가 한창 어린 티를 낼 적에는 부추를 먹으며 위에서 톡 떨어뜨리듯이 먹기도 했는데, 요새는 이렇게 안 먹는다. 가끔 예전처럼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난 긴 풀 먹어야지.” 하면서 반으로 톡 끊어서 야금야금 씹는다. 모두 네 몸이 되고, 모두 네 넋이 되는 밥이란다. 4347.4.11.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