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쓸고 닦자



  책 한 권으로 여밀 글을 쓰느라 꽤 여러 날 집안을 쓸지도 닦지도 못했다. 눈에 보이는 곳만 얼추 쓸고 머리카락을 치울 뿐이었다. 오늘 아침 드디어 글 하나를 마무리짓고는 즐겁게 아침을 차린 뒤 살며시 잠자리에 드러누워 허리를 펴면서 생각한다. 여러 날 청소를 못하고 아이들하고 제대로 안 어울리기도 했으니, 온 집안을 찬찬히 쓸고 닦은 뒤 아이들하고 놀아야겠구나.


  쓸고 쓸고 또 쓴다. 닦고 닦고 또 닦는다. 이불과 깔개를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를 시킨다. 땀을 똑똑 흘리면서 자질구레한 것을 버리고, 방바닥과 온갖 곳을 닦는다. 걸레를 빨고 또 빨며 다시 빤다. 큰아이도 집안 치우기를 거든다.


  자, 오늘은 이만큼 하고 쉰 다음, 이튿날 또 할까? 차근차근 신나게 집안을 치우자. 땀 쪽 빼도록 치우고서 찬물로 몸을 씻고는 또 치우자.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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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한 살만 더 먹으면”



  면소재지 초등학교에 있는 놀이터에 두 아이를 데리고 가서 함께 노는데, 이곳에 먼저 와서 놀던 여덟 살 어린이가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한테 한 마디 한다. “너도 한 살만 더 먹으면 올라갈 수 있어.” 큰아이가 여덟 살 언니 꽁무니를 따라서 높은 데로 올라갔으나 무서워 한다. 이때에 여덟 살 어린이가 한 마디 한다. “무섭다고 하지 말고, 재미있는 것만 생각해. 하나둘셋 하면서 짠 하고, 아 놀이공원 가서 재미있다, 아 놀러가서 재미있다 …….” 일곱 살 큰아이는 이 말들을 잘 들었을까. 이 말들을 가슴에 담았을까.


  나이에 따라 ‘언니’나 ‘오빠’를 써야 하는 줄 아직 잘 모르는 우리 집 큰아이는 여덟 살 어린이한테 “너도 나처럼 해 봐.” 하고 말한다. 여덟 살 어린이는 “난 여덟 살이거든.” 하고 말하면서 왜 ‘언니’라고 안 하느냐고 입을 비죽 내민다. 그래도 같이 섞여 잘 논다. 그나저나, 여덟 살이 되면 훨씬 잘 놀 수 있다는구나. 그래, 그럴 테지.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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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0] 초등학교 놀이터 쓰레기

― 어른 몸짓 아이 생각



  면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에 곧잘 나들이를 갑니다. 그곳에는 놀이터가 조그맣게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그곳에서 둘이 놀기도 하고, 때때로 마을 동무를 만나서 섞이기도 합니다. 퍽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초등학교 놀이터에 와서는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수다를 떠는 아주머니가 있으며, 아이와 함께 노는 어머니가 있습니다.


  나는 아이와 함께 놀기도 하고, 살짝 떨어져서 지켜보다가 나무바라기를 하기도 합니다. 어제 면소재지에 자전거를 타고 나들이를 가서 놀이터에 들렀습니다. 아이들은 신나서 온몸을 땀으로 적시면서 뛰놉니다. 놀잇감이 몇 가지 없어도 이 몇 가지 놀잇감으로 즐겁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놀던 몇 아이가 이녁 어머니와 함께 놀이터를 떠납니다. 아이들 어머니가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하고 말하니 아이들은 아쉬움 없이 놀이터를 떠납니다. 큰아이가 문득 나를 부릅니다. “아버지, 시소 놀게 이리 좀 와요.” 아직 우리 아이들은 어려 저희끼리 시소를 못 탑니다. 그래, 도와주지.


  시소놀이를 마치고 다른 놀이를 할 즈음, 놀이터를 둘러보다가 모래밭에 온갖 쓰레기가 널린 모습을 알아챕니다. 아, 이 비닐쓰레기를 누가 여기에 버렸을까. 지나칠 수 없어 하나씩 줍습니다. 주운 비닐쓰레기를 작게 접습니다. 모래밭 귀퉁이에 폭죽놀이 빈 껍데기도 있습니다. 밤에 누가 여기까지 와서 폭죽놀이를 하고는, 빈 껍데기는 그대로 두고 갔지 싶습니다. 놀이터 둘레에는 면소재지 분식집에서 파는 떡볶이를 담은 종이잔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이 쓰레기, 저곳에는 저 쓰레기가 있습니다. 쓰레기를 줍다가 끝이 보이지 않는구나 하고 깨닫습니다.


  초등학교 놀이터에 있는 쓰레기는 틀림없이 이곳에 와서 놀던 아이와 어른이 버립니다. 그리고, 이 쓰레기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나 어른이 주워야 합니다. 또는 이곳을 지나가는 누군가 주울 테지요.

  집에서 방바닥에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릴까요. 학교에서는 교실바닥에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릴까요. 왜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쓰레기를 아무 데에나 쉬 버릴까요.


  아이와 어른 모두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는 곳이라면 쓰레기를 버릴 수 없습니다. 바닷가이든 숲이든 집이든 마을이든 학교이든, 아이와 어른 모두 스스로 좋아하며 삶을 누리는 곳이라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을 뿐더러, 쓰레기가 눈에 뜨이면 스스로 줍거나 치우겠지요.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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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길들인다



  우리 집 큰아이는 2014년에 일곱 살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하면, 나는 아이하고 일곱 해를 오롯이 살았다는 뜻이다. 지난 일곱 해를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큰아이한테도 작은아이한테도 노래를 참 자주 많이 불러 주었다. 처음 큰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주던 때에는, 그러니까 예닐곱 해 앞서는 수줍음이 많았다. 누가 옆에 있으면, 이를테면 곁님이 옆에 있을 때조차 노래를 못 불렀다. 이러다가 작은아이가 태어나고 두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다니면, 전철에서건 버스에서건 길에서건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른다. 참말 서울 지하철이나 부산 지하철에서도 자장노래를 부른다. 한길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식당에서도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이 느긋하면서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 잠들 수 있도록 내 온 넋을 기울인다.


  늘 노래와 살아가는 아이들인 터라 아이들은 내가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부른다. 아이들은 스스로 말과 가락을 지어서 부르기도 한다. 내가 몸이 참 많이 고단해서 도무지 자장노래를 못 부르겠구나 싶은 날에는 두 아이가 갈마들면서 저희끼리 자장노래를 부르다가 곯아떨어진다.


  잠든 아이들 이마를 쓰다듬고 이불깃을 여미면서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길들이는가? 어찌 보면 길들인다고도 할 만하다. 그러나,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아무 마음이 없다.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노래란, 무엇보다 내가 나한테 불러 주는 노래이다.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란, 무엇보다 내가 나한테 베푸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노래를 부르는 까닭을 늘 느낀다. 아이들은 안다. 스스로 부르는 노래는 바로 스스로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스스로 읊는 말은 언제나 스스로 스며든다. 어른들이 아이더러 고운 말 쓰라고 가르칠 까닭이 없다. 어른도 아이도 스스로 느끼면 될 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쓰는 말은 늘 스스로 젖어든다. 우리가 스스로 가꾸는 삶은 언제나 스스로 이루는 새로운 하루가 된다.


  어느 누구도 아이를 길들일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아이들한테 삶과 사랑과 꿈을 ‘빛’으로 보여줄 뿐이다. 얘들아, 참 고맙구나.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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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아이 밤에 토닥이기



  작은아이가 밤오줌과 밤똥을 모두 가릴 뿐 아니라 낮오줌과 낮똥도 스스로 가리니, 밤잠이 수월할까 하고 여기던 요즈음, 밤에 잠을 잊어야 할 일이 한 가지 생긴다. 아이들 이를 고치려고 치과에 가서 얘기를 나누다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이들이 자면서 이를 갈면 바로바로 토닥여서 이를 더 갈지 않게끔 해 주어야 한단다. 이 말을 듣고 큰아이 이를 새롭게 바라보니, 참말 이를 갈면서 꽤 닳았다.


  큰아이가 몸이 고단하니 이를 갈며 자는구나 하고만 여겼는데, 이 잠버릇을 고쳐야 하는구나. 아직 일곱 살이니 날마다 찬찬히 돌보고 토닥이면 곧 사라지도록 할 만하리라 생각한다.


  밤에 자다가도 큰아이 이 가는 소리를 들으면 번쩍 눈을 뜬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큰아이 볼을 톡톡 두들기고 가슴을 토닥인다. 이래도 이를 자꾸 갈면 손을 입에 넣는다. 이러는 동안 큰아이한테 말을 건다. “예쁜 이는 그대로.” “이 튼튼 몸 튼튼.” “이는 예쁘게 두고 꿈속에서 놀자.”


  나 혼자만 말해서는 안 되리라 느껴, 잠자리에서 잠들기 앞서 꼭 큰아이더러 스스로 말하도록 시킨다. 큰아이가 제 몸에 대로 말하게끔 시킨다. 잠을 자는 동안 이를 예쁘게 둔다고, 잠을 자면서 이는 그대로 둔다고, 이 말을 큰아이가 스스로 입으로 읊어 몸이 알아듣도록 시킨다.


  앞으로 언제쯤 큰아이 이갈기가 끝날까. 앞으로 언제쯤 나는 밤에 느긋하게 잠을 이룰 수 있을까. 4347.6.2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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