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재운 뒤



  아이들을 재운 뒤 기지개를 켠다. 부엌을 살짝 치우고 빨래를 한다. 곁님이 아침부터 집안 구석구석 치우면서 나온 묵은 옷가지가 많아 빨랫감이 많다. 날씨를 보건대 이튿날부터 비가 이어질 듯하기에 오늘 저녁에 이럭저럭 빨래를 하기로 한다. 다친 왼손 둘째손가락은 아직 아물지 않았지만, 밴드로 동여매고 빨래를 한다.


  빨래를 하며 생각한다. 왼손 둘째손가락에 물이 들어가는 줄 들여다보려 하는가, 빨래가 잘 되는가를 살피려 하는가, 빨래를 하면서 내 하루를 돌아보려 하는가, 여름 밤에 찬물로 빨래를 하며 시원하다고 느끼려 하는가.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빨래를 한다. 부엌 창가에 작은 빨래대를 세워서 넌다. 마루에도 옷가지를 널고, 아이들이 자는 방에도 옷가지를 넌다.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고 기지개를 다시 켠다. 온몸이 뻑적지근한가. 온몸이 개운한가. 빨래를 하면서 머리를 감았으니, 머리가 다 마르면 아이들 사이로 파고들어 눕자. 4347.7.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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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고양이 지켜보기


  우리 집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뛰노는가를 지켜보듯이 새끼 고양이를 지켜본다. 새끼 고양이는 우리 식구들이 마당에 내려오지 않고 집안에 조용히 있을 적에 마당으로 살몃살몃 눈치를 보면서 나와서 뛰논다. 새벽 다섯 시 반부터 마당에서 삑삑 찍찍 소리가 나기에 후박나무에 멧새가 날아와서 후박알을 따먹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새끼 고양이가 마치 새소리처럼 삑삑 찍찍 소리를 내면서 이웃 밭으로 돌울타리를 타고 넘어가서 놀다가, 다시 돌울타리를 타고 우리 집 마당으로 넘어오며 논다. 이렇게 돌울타리를 넘다가는 대문 밑으로 살살 빠져나가고, 다시 대문 밑으로 살살 들어온다. 어미 고양이가 하는 모든 몸짓을 따라한다.

  까망하양 새끼 고양이가 두 마리이고, 누렁하양 새끼 고양이가 한 마리이다. 세 마리가 얼크러지면서 노는 일은 드물고, 세 마리가 따로따로 논다. 어떻게 보면, 한 마리가 둘레를 살펴보는 동안 다른 고양이가 논다고까지 할 수 있다.

  마당에 작은아이 세발자전거가 덩그러니 있다. 세발자전거 때문에 새끼 고양이를 지켜보는 눈길이 걸리기는 하지만, 새끼 고양이한테는 세발자전거가 궁금한 것일 수 있으리라.

  한참 새끼 고양이를 지켜보는데 큰아이가 잠에서 깬다. 여섯 시 십팔 분. 큰아이는 어제 저녁 아홉 시 즈음 잠들었는데 퍽 일찍 일어났다. 큰아이도 아버지와 마루에 나란히 앉아서 조용히 새끼 고양이 놀이를 지켜보면서 하루를 연다. 4347.6.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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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1] 새끼 고양이 나들이

― 마을고양이가 새끼를 낳는 집



  나즈막하고 여린 고양이 소리를 곧잘 들었지만, 이 소리가 새끼 고양이 소리인 줄 까맣게 몰랐습니다. 엊그제 낮에 풀숲 사이에서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면서 노는 모습을 보고는 비로소 알았어요.


  며칠 앞서 밤에는 마당에 내려서서 달과 별을 보는데, 어미 고양이가 나를 보고 캬악 하고 소리를 냈습니다. 이 녀석이 네 집 아닌 우리 집에서 웬 캬악 소리인가 하면서 똑같이 캬악 하면서 마주 소리를 냈지요. 그때까지 몰랐지만, 새끼 고양이하고 밤마실을 나왔기에 새끼를 지키려는 마음에 캬악 했구나 싶었습니다.


  아침과 낮에 새끼 고양이를 살몃살몃 만납니다. 우리 집 헛간에서 태어난 작고 가녀린 아이들은 햇볕을 쬐려 어미와 함께 나들이를 나오곤 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마당에서 놀면 헛간에서 조용히 있고, 우리 집 아이들이 집으로 들어오면 한참 뒤에 천천히 마당으로 나옵니다.


  빨래를 널다가 새끼 고양이를 만납니다. 빨래를 널며 조용조용 움직이니까, 풀숲에 있던 새끼 고양이는 나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진기를 가지러 방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마루문 여닫는 소리에 놀라서 숨어요. 하기는, 마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가 굳이 사진에 찍히고 싶겠습니까.


  여러 날 풀숲 너머로 새끼 고양이를 지켜보며 생각합니다. 우리 집 헛간이나 뒤꼍 풀숲에서 먹고자는 마을고양이는 우리 식구가 옆을 지나가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우리 식구를 두려워 하지 않고, 우리 식구도 마을고양이를 해코지할 일이 없습니다. 서로 알맞게 떨어진 채 한마을에서 살고, 또 한집에서 지냅니다. 새끼 고양이가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면 이 아이들도 우리 마을과 우리 집에서 지낼까요? 아니면 다른 마을이나 다른 집을 찾아서 떠날까요? 4347.6.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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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6-29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함께살기님 집 헛간에서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군요!!^^
그러지 않아도 저도 오늘, <여행하고 사랑하고 고양이하라>를 읽으며
내내 즐거웠는데요~
아이고~ 새끼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숲노래 2014-06-29 18:59   좋아요 0 | URL
아, '고양이하라'라, 재미있는 말이네요~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잘 건사해서
사진으로 찍기 퍽 어려웠지만,
마당 한쪽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두 시간쯤 기다린 끝에
두 장 찍을 수 있었어요 ^^

이 아이들이 크면 한결 쉽게 사진으로 담겠지만,
아무래도 새끼일 적에도 몇 장 담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이 아이들은 우리 집 헛간에서 자꾸자꾸
새끼를 낳으리라 봅니다~
 

헌옷 선물은 늘 고맙지


  이웃마을에 사는 분이 아이들 옷을 두 꾸러미 선물해 준다. 작은아이는 큰아이 옷을 물려받지만, 큰아이 옷이 어느덧 모자라구나 싶다고 느낄 무렵 옷 선물을 받는다. 이웃마을에 사는 분은 도시에서 옷을 얻었다고 한다. 도시에서는 이웃들이 아이들 옷을 곧잘 주고받는다고 하지만, 시골에서는 아이들 옷을 주고받기 힘들다지. 아이들 옷을 두 상자 보내 주신 분은 ‘시골에서는 이렇게 아이들 옷을 주고받기 어려우리라 생각’하면서 보내 주었다고 한다.

  참말 맞다. 시골에서는 읍내에 가도 아이들 옷을 장만하기에 만만하지 않다. 읍내에는 아이들 옷을 파는 가게가 여러 곳 있기는 하지만, 가짓수가 그리 많지 않다. 무척 좁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면서 입기에 어울릴 만한 옷을 읍내 옷집에서는 잘 안 다룬다.

  헌옷을 선물로 받으면 무척 홀가분하다. 우리 아이들은 시골에서 꽤 개구지게 논다. 여름에는 옷을 두세 차례 갈아입어야 할 만큼 땀을 옴팡 쏟으면서 논다. 무릎이 까지면 옷이 찢어지건 그리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논다. 그러니, 이웃이 우리한테 선물해 주는 헌옷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입히면서 아주 넉넉하게 아이들이 놀면서 지내게끔 해 주는 옷이다.

  마당에 옷을 죽 펼친다. 햇볕에 말린다. 곧바로 입힐 만한 옷을 골라서 빨래한다. 가을이나 겨울에 입힐 만한 옷이라든지 이듬해나 그러께 뒤에 입힐 만한 옷은 볕바라기만 한다. 참말 부자가 되었다고 느낀다.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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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밥



  칠월을 코앞에 둔다. 한낮이 가까우면 꽤 덥다. 여름이니까 덥겠지. 아이들과 함게 먹을 밥을 차리느라 부엌에서 불을 켜고 끓이거나 익히거나 지지거나 하면 땀이 줄줄 흐른다. 오늘은 밥을 짓고 미역국을 끓이며 풀버무리와 이것저것 차리고 나서 찬물로 몸을 씻는다. 그야말로 덥구나. 더운 여름이로구나. 처마 밑 제비집은 이제 조용하고, 제비들은 날갯짓이 즐거워 훨훨 하늘을 가르는구나.


  며칠만에 해가 난다. 이불을 내다 널자. 해바라기를 시키자. 서재도서관에 책을 옮겨 놓고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골짜기에 가 보아야겠다. 골짜기는 어떤 모습일까. 골짜기에는 물이 얼마나 흐를까. 골짜기에서 물놀이를 할는지 모르니 옷을 더 챙겨서 가야겠다. 4347.6.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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