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아끼는 아이들


  마실을 다니면 아이들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린다. 큰아이는 작은아이보다 훨씬 잘 달린다. 작은아이는 으레 큰아이 꽁무니를 좇기 마련인데, 이렇게 작은아이가 뒤를 좇지만, 뒤를 좇으면서 다리에 힘이 붙는다. 큰아이는 혼자 저만치 앞서 달리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는 동생한테 마주 달린다. 동생을 기다리기도 하고, 동생과 오락가락하면서 놀곤 한다.

  작은아이는 큰아이를 바라본다. 큰아이는 작은아이를 마주한다. 작은아이는 큰아이한테 기댄다. 큰아이는 작은아이를 받아 준다. 어버이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받아 주고, 아이는 어버이를 마주하면서 기댄다. 4347.7.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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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헌책방 책숲 (2013.8.12.)



  헌책방 아주머니한테 그림을 한 장 그려서 드리기로 한다. 헌책방은 어떤 곳일까. 헌책방은 도시에 있는 숲집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모든 책은 나무로 만들고, 모든 나무는 숲에 있으며, 나무로 짠 책꽂이에 나무로 만든 책을 두면서 나무가 자라는 숲을 지키는 길을 밝히는 데가 책방이니까. 그래서, 나무를 보여주는 나뭇잎을 그리고, 별비가 내리며 반짝반짝 곱게 빛나는 아름다운 하늘빛을 담아 본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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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살이 일기 62] 함께 걷는 논둑길

― 손님이랑 빗길 나들이



  논둑길을 걷습니다. 우리 시골집으로 마실을 온 손님과 함께 논둑길을 걷습니다. 비가 내리는 길이라 논둑길은 질퍽거리는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빗물이 고인 자리는 일부러 찰박거리며 뜁니다. 어머니 손을 잡다가 아버지 손을 잡다가 손님 손을 잡으면서 깔깔깔 웃습니다. 우산을 써도 즐겁고, 우산이 없이 비를 맞아도 즐겁습니다. 그저 즐겁게 뛰놀며 걸어갈 수 있는 놀이입니다.


  우리 식구는 시골에서 살아가니, 손님과 함께 걷는 길은 시골길입니다. 논둑길이나 들길이나 숲길을 걷습니다. 논둑길을 걷고 들길을 걸으며 숲길을 걷습니다.


  바닷가 모래밭을 걸을 수 있습니다. 마당에 걸상을 놓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없으니 큰길에서도 거리낄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우리 목소리가 고스란히 서로한테 닿습니다.


  나는 네 목소리를 듣고 너는 내 목소리를 듣습니다. 우리끼리 속닥속닥 노래하는 사이사이 멧새가 날아들면서 보드라운 빛을 흩뿌립니다. 구름이 흐르고 풀잎이 사그락사그락 흔들립니다.


  메꽃을 봅니다. 나리꽃을 봅니다. 싱그러운 볏포기를 봅니다. 들꽃을 바라보고 들풀을 마주합니다. 풀내음을 마시고 빗내음을 먹습니다. 이야기꽃은 어느덧 이야기밥이 되어 배가 부릅니다. 아이들이 힘들다고 하면 안아 주거나 업습니다.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은 스스로 삶을 가꾸는 노랫가락입니다. 4347.7.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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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잠자리에 드는 아이



  네 살 작은아이는 스스로 낮잠을 잔다. 네 얼굴에 졸음빛이 가득하구나 하고 말하고 말해도 좀처럼 낮잠을 안 자려고 하더니, 이 아이가 어느새 스스로 잠자리에 드러눕더니 이불까지 곱게 가슴까지 올려서 새근새근 가늘게 숨소리를 내면서 잔다. 이 귀여운 녀석. 이 사랑스러운 녀석. 네 살이라는 나이에서 네가 이처럼 멋지며 어여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그래, 네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개구지게 놀다가, 너 스스로 몸을 달래면서 쓰러져 자는 모습이 참으로 싱그럽구나. 4347.7.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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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글순이 그리기 (2014.6.28.)



  공책을 펼쳐 글씨쓰기를 천천히 하는 큰아이 곁에 앉는다. 큰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작은 엽서에 그림을 그린다. 글순이를 그려 본다. 글순이 마음에 별도 나무도 꽃도 제비도 무지개도 곱게 드리우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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